‘가짜뉴스가 부른 폭력’ 그 후…‘섬뜩한’ 평온 [뉴스in뉴스]

입력 2024.08.14 (12:38) 수정 2024.08.1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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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말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흉기 난동 사건으로 숨진 뒤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이민자에 반대하는 폭력 시위가 일어났죠.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시민들의 충격과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는데요.

이번 사태를 부른 배경과 앞으로의 파장, 박현진 해설위원과 짚어보겠습니다.

이달 초에 영국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있었죠.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경찰이 강경하게 대응하고요.

법원이 시위 주동자들을 신속하게 처분하면서 극우 세력의 폭력 시위는 주춤해진 상탭니다.

다만 다시 또 언제 시위가 불붙을지 모르는 불안 속의 평온 상태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럼 이 소요 사태가 촉발되고 확산된 과정, 짧게 정리해볼까요.

맨 처음 계기가 된 건 아이들의 비극적인 죽음이었죠?

[답변]

네, 지난달 29일, 영국 서부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져서요.

어린이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끔찍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이 사건의 피의자가 '망명을 신청한 10대 무슬림이다' 라는 소문이 SNS상에 퍼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런던 등을 중심으로 반이슬람, 반이민을 내세우는 극우 세력의 폭력 시위가 촉발됐고요.

[앵커]

그래서 경찰이 그 정보는 허위라고 바로잡지 않았습니까?

[답변]

네. 당초엔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었는데요.

사태가 확산되자 경찰이 "피의자는 영국 웨일스에서 태어난 17세 남성이다" 라고 이름까지 명확히 밝혔어요.

하지만 폭력적인 소요 사태를 잠재우지는 못했는데요.

곳곳에서 상점이 약탈당하고, 공공시설이 불에 탔고요.

특히 이슬람 사원과 망명자들이 있는 호텔이 많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결국 9백명 넘게 체포됐고, 4백여 명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네, 말씀하셨지만 이 폭력 사태를 촉발한 주범이 SNS상에 유포된 가짜뉴스였죠.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내용을 유통시킨 겁니까?

[답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으로, 토미 로빈슨이라는 극우 활동가가 있는데요.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백만 명 가까운 팔로워를 가진 사람입니다.

이번 사태가 있기 전에도 계속해서 무슬림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글과 영상을 올려왔는데요.

흉기 난동 사건이 터지자, 피의자 신상 등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허위 정보를 계속해서 퍼 날랐습니다.

이런 가짜뉴스가 온라인 상에서 극우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요.

결국 폭력 시위를 촉발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앵커]

네, 그래서겠죠.

영국 정부가 온라인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요?

[답변]

네, 영국에선 내년에 '온라인 안전법'이라는 게 발효될 예정인데요.

이 내용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 온라인 안전법의 내용을 보면요,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은 테러나 아동학대 등 범죄 행위를 조장하는 불법 콘텐츠는 즉각 삭제해야 하고요.

만약 이를 어길 시엔, 전 세계 매출의 10%, 또는 우리 돈 3백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불법 게시물이 아니라도 '잠재적으로 유해한 콘텐츠', 예를 들어 폭력적인 게시물이나 가짜뉴스 등도 적극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데요.

스타머 영국 총리의 말 들어보시죠.

[키어 스타머/영국 총리 : "대형 소셜미디어 회사와 그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명백하게 폭력적인 무질서가 온라인을 휩쓸었습니다. 그것은 역시 범죄입니다. 그것은 당신들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법은 어디에서나 지켜져야 합니다."]

[앵커]

그런데 반작용도 있을 것 같은 게, 온라인 상의 규제를 너무 심하게 하면 '표현의 자유'엔 배치되는 거 아닌가요?

이게 워낙 논쟁적인 이슈잖아요.

[답변]

네, 사실 그래서 지난해 이 법 제정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고요.

또 이번 폭력 사태 와중엔 영국 정부가 소셜미디어 엑스(X)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영국 정부가 시위에 이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이런 글을 머스크가 계속 올렸거든요.

그러자 영국 정부가 발끈했고요.

이어 집권당인 노동당 의원들은 엑스가 극우 단체의 확성기가 되고 있다며 잇따라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정부의 온라인 규제 강화 노력이 쉽지만은 않을 거로 보이는 대목이죠.

[앵커]

네, 어쨌든 이번 사태는 상당수 영국인이 가지고 있는 뿌리 깊은 반이민 정서가 표출된 거 아니겠습니까?

이민자들의 불안, 클 수밖에 없겠어요.

[답변]

네, 이미 영국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커지면서, 보수당, 노동당을 가리지 않고 이민자 유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왔어요.

그래서 실제 외국인들의 비자 신청도 많이 줄었고요.

그런 와중에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이민자들, 더 위축되고 불안해하고 있는데요.

들어보시죠.

[영국 거주 이민자 :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저는 위협을 느낍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무섭습니다.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가니/영국 거주 이민자 : "이렇게 극우 단체가 이민자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처음 봅니다. 우리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국 내 반이민 정서와 이로 인한 이민자들의 불안, 또 이민자 증가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을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또 폭력을 조장하는 SNS는 어떻게 적절히 규제할지, 이번 소요 사태는 이렇게, 영국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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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14 12:38:39
    • 수정2024-08-14 13: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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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말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흉기 난동 사건으로 숨진 뒤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이민자에 반대하는 폭력 시위가 일어났죠.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시민들의 충격과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는데요.

이번 사태를 부른 배경과 앞으로의 파장, 박현진 해설위원과 짚어보겠습니다.

이달 초에 영국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있었죠.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경찰이 강경하게 대응하고요.

법원이 시위 주동자들을 신속하게 처분하면서 극우 세력의 폭력 시위는 주춤해진 상탭니다.

다만 다시 또 언제 시위가 불붙을지 모르는 불안 속의 평온 상태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럼 이 소요 사태가 촉발되고 확산된 과정, 짧게 정리해볼까요.

맨 처음 계기가 된 건 아이들의 비극적인 죽음이었죠?

[답변]

네, 지난달 29일, 영국 서부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져서요.

어린이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끔찍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이 사건의 피의자가 '망명을 신청한 10대 무슬림이다' 라는 소문이 SNS상에 퍼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런던 등을 중심으로 반이슬람, 반이민을 내세우는 극우 세력의 폭력 시위가 촉발됐고요.

[앵커]

그래서 경찰이 그 정보는 허위라고 바로잡지 않았습니까?

[답변]

네. 당초엔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었는데요.

사태가 확산되자 경찰이 "피의자는 영국 웨일스에서 태어난 17세 남성이다" 라고 이름까지 명확히 밝혔어요.

하지만 폭력적인 소요 사태를 잠재우지는 못했는데요.

곳곳에서 상점이 약탈당하고, 공공시설이 불에 탔고요.

특히 이슬람 사원과 망명자들이 있는 호텔이 많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결국 9백명 넘게 체포됐고, 4백여 명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네, 말씀하셨지만 이 폭력 사태를 촉발한 주범이 SNS상에 유포된 가짜뉴스였죠.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내용을 유통시킨 겁니까?

[답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으로, 토미 로빈슨이라는 극우 활동가가 있는데요.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백만 명 가까운 팔로워를 가진 사람입니다.

이번 사태가 있기 전에도 계속해서 무슬림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글과 영상을 올려왔는데요.

흉기 난동 사건이 터지자, 피의자 신상 등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허위 정보를 계속해서 퍼 날랐습니다.

이런 가짜뉴스가 온라인 상에서 극우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요.

결국 폭력 시위를 촉발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앵커]

네, 그래서겠죠.

영국 정부가 온라인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요?

[답변]

네, 영국에선 내년에 '온라인 안전법'이라는 게 발효될 예정인데요.

이 내용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 온라인 안전법의 내용을 보면요,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은 테러나 아동학대 등 범죄 행위를 조장하는 불법 콘텐츠는 즉각 삭제해야 하고요.

만약 이를 어길 시엔, 전 세계 매출의 10%, 또는 우리 돈 3백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불법 게시물이 아니라도 '잠재적으로 유해한 콘텐츠', 예를 들어 폭력적인 게시물이나 가짜뉴스 등도 적극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데요.

스타머 영국 총리의 말 들어보시죠.

[키어 스타머/영국 총리 : "대형 소셜미디어 회사와 그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명백하게 폭력적인 무질서가 온라인을 휩쓸었습니다. 그것은 역시 범죄입니다. 그것은 당신들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법은 어디에서나 지켜져야 합니다."]

[앵커]

그런데 반작용도 있을 것 같은 게, 온라인 상의 규제를 너무 심하게 하면 '표현의 자유'엔 배치되는 거 아닌가요?

이게 워낙 논쟁적인 이슈잖아요.

[답변]

네, 사실 그래서 지난해 이 법 제정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고요.

또 이번 폭력 사태 와중엔 영국 정부가 소셜미디어 엑스(X)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영국 정부가 시위에 이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이런 글을 머스크가 계속 올렸거든요.

그러자 영국 정부가 발끈했고요.

이어 집권당인 노동당 의원들은 엑스가 극우 단체의 확성기가 되고 있다며 잇따라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정부의 온라인 규제 강화 노력이 쉽지만은 않을 거로 보이는 대목이죠.

[앵커]

네, 어쨌든 이번 사태는 상당수 영국인이 가지고 있는 뿌리 깊은 반이민 정서가 표출된 거 아니겠습니까?

이민자들의 불안, 클 수밖에 없겠어요.

[답변]

네, 이미 영국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커지면서, 보수당, 노동당을 가리지 않고 이민자 유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왔어요.

그래서 실제 외국인들의 비자 신청도 많이 줄었고요.

그런 와중에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이민자들, 더 위축되고 불안해하고 있는데요.

들어보시죠.

[영국 거주 이민자 :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저는 위협을 느낍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무섭습니다.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가니/영국 거주 이민자 : "이렇게 극우 단체가 이민자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처음 봅니다. 우리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국 내 반이민 정서와 이로 인한 이민자들의 불안, 또 이민자 증가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을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또 폭력을 조장하는 SNS는 어떻게 적절히 규제할지, 이번 소요 사태는 이렇게, 영국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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