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출산 단념하는 “육아라는 현실의 벽”
입력 2024.10.10 (19:47)
수정 2024.10.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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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임산부의 날입니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담아 10월 10일로 제정된 건데요.
임신과 출산을 배려하는 여러 제도와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아이 울음소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출생 문제를 취재하고 있는 안서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 기자, 제주도민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죠?
[기자]
네, 지난 7월부터 매주 강인희, 고성호 기자와 함께 저출생 문제를 진단하는 기획뉴스를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앞서 저출생 실태를 짚어본 데 이어, 이번에는 '육아'라는 현실의 벽 앞에 선 이들을 만나 고충을 들어봤습니다.
가장 먼저 만난 건 5살 아들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였습니다.
이들 부부는 연로하신 시어머니 도움을 받아 힘겨운 육아를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아이가 주는 기쁨을 알기에 둘째 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결국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둘째까지는 도저히 돌볼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는데요.
바쁜 일상에 첫째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한 아이라도 제대로 기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출산을 독려하며 여러 돌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지만, 지금까지 이들 부부에게 와닿는 정책은 없다고 합니다.
[앵커]
정말 함께 도와주는 가족이 없다면,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는 더 힘든 일일 수밖에 없겠는데요.
아예 출산을 단념한 젊은 부부들도 많이 있다죠?
[기자]
네, 남편은 회사원, 아내는 자영업자인 30대 부부를 만나봤는데요.
이들은 결혼 8년 차가 됐지만 자녀가 없습니다.
이들처럼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를 이른바 '딩크족'이라고 하죠.
이들이 딩크족이 되기로 결심한 건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들어갈 돈이 더 많아지는데도, 육아를 위해선 둘 중 한 명은 일을 그만둬야 하다 보니 수입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는데요.
이들 부부는 두 사람 모두 다른 지역에서 와서 육아를 도와줄 가족도 곁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과 육아를 힘겹게 병행하는 주변 사람들 또한 이들이 출산을 엄두조차 못 낸 이유 중 하나였는데요.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본인의 삶은 놓아버리는 이들을 보면서, 부부의 삶을 먼저 챙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앵커]
부부의 입장이 이해가 가긴 하네요.
그런데 이런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같은 제도가 생기지 않았나요?
[기자]
네, 물론 육아휴직 제도를 쓸 수 있죠.
이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육아휴직을 많이들 하는 분위기인데요.
문제는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사업장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7살 아들을 키우는 30대 여성을 만났는데요.
이 여성은 입사 5개월 만에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근무한 지 6개월이 지나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보니, 사측에서 미리 부담을 느끼고 내보낸 건데요.
애초 채용 과정에 자녀 유무를 따지지 않았지만, 나중에 어린 자녀가 있다는 걸 알고는 "우리는 대체 인력을 뽑을 수 없는 상황이니 나가주시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에 10년 넘게 다니고 있는 40대 남성도 만나봤는데요.
이 남성은 7살·3살 아이 둘을 키우고 있지만 육아휴직을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대체 인력을 뽑아주지 않다 보니, 동료에게 일이 가중되는 게 미안해섭니다.
육아휴직을 썼다 업무상 불이익을 받은 동료들도 마음을 붙든 이유 중 하나였는데요.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거나 그동안 해왔던 업무와 별개의 일을 추가로 시키는 등 사측의 갑질이 있었다고 합니다.
[앵커]
육아휴직이 많이들 정착됐다고 하지만,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아닌 회사원들에겐 여전히 먼 이야기인 것 같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제주도 내 기업 447곳을 대상으로 일·생활 균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 제도가 있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는데요.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로 시간을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3곳 중 1곳만 있었습니다.
왜 그런 건지 살펴보니, 제주의 경우 5인 미만 사업체가 80% 이상으로 영세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들 기업은 일 생활 균형 지원을 하고 싶어도, 업무 공백을 메꾸는 데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별도 예산이 들지 않는 '유연근무제'부터라도 도입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꼭 육아휴직이 아니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아이를 돌보면서 맡은 바 일을 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 달란 겁니다.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이런 부분만이라도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기업에 요구한다면 조금이나마 육아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금전적인 노력보다 있는 제도부터 점검이 시급해 보이네요.
이런 노력이 없다면, 결국 출산과 육아로 일터를 떠나는 여성들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안 기자, 경력 단절 여성들도 직접 만나봤죠?
[기자]
네, 제가 만난 건 엄마이기 앞서 제주의 청년 중 한 사람이었는데요.
'경력 잇는 여자들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37살 김영지 씨입니다.
김 씨는 7살, 1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이주민이다 보니 가족의 도움 없이 육아를 감당해야 했던 김 씨는,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답답함에 3년 전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을 한데 모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 바로 '경력 잇는 여자들 협동조합'입니다.
제주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급여에 열악한 복지 여건 속에서, 차라리 육아하는 게 경제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김 씨는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협동조합의 주요 활동은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공유하는 건데요.
덕분에 돌봄이나 예술 강사부터 지역 활동가, 축제 기획자까지 엄마 청년들의 설 자리가 늘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인데요.
목마른 자들이 직접 만든 이 우물이 커지기 위해선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협동조합의 힘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여주기식 천편일률적인 교육이 아니라, 진짜 엄마 청년들을 위한 지원이 어떤 건지 점검해야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안 기자, 앞으로는 어떤 주제를 다룰 계획인가요?
[기자]
네, KBS는 지난 세 달간 출산 현장부터 보육과 교육 현장까지 저출생 여파를 살펴보고, 육아의 벽에 부딪힌 이들의 고충을 들여다봤는데요.
다음 시간부터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도 여의치 않은 이들을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난임 부부부터 미혼모와 미혼부, 청소년 한 부모까지, 이들이 가진 고민의 크기는 아마 더 클 텐데요.
개인의 고민에 그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 할 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해 보려 합니다.
아무래도 민감한 주제이다 보니, 입 밖으로 고민을 꺼내는 일조차 쉽지 않을 텐데요.
조금이나마 제주가 달라질 수 있도록, 당사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네, 개개인의 용기가 모여 아이 키우기 좋은 제주가 됐으면 합니다.
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임산부의 날입니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담아 10월 10일로 제정된 건데요.
임신과 출산을 배려하는 여러 제도와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아이 울음소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출생 문제를 취재하고 있는 안서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 기자, 제주도민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죠?
[기자]
네, 지난 7월부터 매주 강인희, 고성호 기자와 함께 저출생 문제를 진단하는 기획뉴스를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앞서 저출생 실태를 짚어본 데 이어, 이번에는 '육아'라는 현실의 벽 앞에 선 이들을 만나 고충을 들어봤습니다.
가장 먼저 만난 건 5살 아들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였습니다.
이들 부부는 연로하신 시어머니 도움을 받아 힘겨운 육아를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아이가 주는 기쁨을 알기에 둘째 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결국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둘째까지는 도저히 돌볼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는데요.
바쁜 일상에 첫째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한 아이라도 제대로 기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출산을 독려하며 여러 돌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지만, 지금까지 이들 부부에게 와닿는 정책은 없다고 합니다.
[앵커]
정말 함께 도와주는 가족이 없다면,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는 더 힘든 일일 수밖에 없겠는데요.
아예 출산을 단념한 젊은 부부들도 많이 있다죠?
[기자]
네, 남편은 회사원, 아내는 자영업자인 30대 부부를 만나봤는데요.
이들은 결혼 8년 차가 됐지만 자녀가 없습니다.
이들처럼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를 이른바 '딩크족'이라고 하죠.
이들이 딩크족이 되기로 결심한 건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들어갈 돈이 더 많아지는데도, 육아를 위해선 둘 중 한 명은 일을 그만둬야 하다 보니 수입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는데요.
이들 부부는 두 사람 모두 다른 지역에서 와서 육아를 도와줄 가족도 곁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과 육아를 힘겹게 병행하는 주변 사람들 또한 이들이 출산을 엄두조차 못 낸 이유 중 하나였는데요.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본인의 삶은 놓아버리는 이들을 보면서, 부부의 삶을 먼저 챙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앵커]
부부의 입장이 이해가 가긴 하네요.
그런데 이런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같은 제도가 생기지 않았나요?
[기자]
네, 물론 육아휴직 제도를 쓸 수 있죠.
이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육아휴직을 많이들 하는 분위기인데요.
문제는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사업장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7살 아들을 키우는 30대 여성을 만났는데요.
이 여성은 입사 5개월 만에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근무한 지 6개월이 지나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보니, 사측에서 미리 부담을 느끼고 내보낸 건데요.
애초 채용 과정에 자녀 유무를 따지지 않았지만, 나중에 어린 자녀가 있다는 걸 알고는 "우리는 대체 인력을 뽑을 수 없는 상황이니 나가주시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에 10년 넘게 다니고 있는 40대 남성도 만나봤는데요.
이 남성은 7살·3살 아이 둘을 키우고 있지만 육아휴직을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대체 인력을 뽑아주지 않다 보니, 동료에게 일이 가중되는 게 미안해섭니다.
육아휴직을 썼다 업무상 불이익을 받은 동료들도 마음을 붙든 이유 중 하나였는데요.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거나 그동안 해왔던 업무와 별개의 일을 추가로 시키는 등 사측의 갑질이 있었다고 합니다.
[앵커]
육아휴직이 많이들 정착됐다고 하지만,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아닌 회사원들에겐 여전히 먼 이야기인 것 같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제주도 내 기업 447곳을 대상으로 일·생활 균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 제도가 있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는데요.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로 시간을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3곳 중 1곳만 있었습니다.
왜 그런 건지 살펴보니, 제주의 경우 5인 미만 사업체가 80% 이상으로 영세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들 기업은 일 생활 균형 지원을 하고 싶어도, 업무 공백을 메꾸는 데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별도 예산이 들지 않는 '유연근무제'부터라도 도입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꼭 육아휴직이 아니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아이를 돌보면서 맡은 바 일을 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 달란 겁니다.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이런 부분만이라도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기업에 요구한다면 조금이나마 육아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금전적인 노력보다 있는 제도부터 점검이 시급해 보이네요.
이런 노력이 없다면, 결국 출산과 육아로 일터를 떠나는 여성들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안 기자, 경력 단절 여성들도 직접 만나봤죠?
[기자]
네, 제가 만난 건 엄마이기 앞서 제주의 청년 중 한 사람이었는데요.
'경력 잇는 여자들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37살 김영지 씨입니다.
김 씨는 7살, 1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이주민이다 보니 가족의 도움 없이 육아를 감당해야 했던 김 씨는,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답답함에 3년 전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을 한데 모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 바로 '경력 잇는 여자들 협동조합'입니다.
제주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급여에 열악한 복지 여건 속에서, 차라리 육아하는 게 경제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김 씨는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협동조합의 주요 활동은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공유하는 건데요.
덕분에 돌봄이나 예술 강사부터 지역 활동가, 축제 기획자까지 엄마 청년들의 설 자리가 늘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인데요.
목마른 자들이 직접 만든 이 우물이 커지기 위해선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협동조합의 힘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여주기식 천편일률적인 교육이 아니라, 진짜 엄마 청년들을 위한 지원이 어떤 건지 점검해야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안 기자, 앞으로는 어떤 주제를 다룰 계획인가요?
[기자]
네, KBS는 지난 세 달간 출산 현장부터 보육과 교육 현장까지 저출생 여파를 살펴보고, 육아의 벽에 부딪힌 이들의 고충을 들여다봤는데요.
다음 시간부터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도 여의치 않은 이들을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난임 부부부터 미혼모와 미혼부, 청소년 한 부모까지, 이들이 가진 고민의 크기는 아마 더 클 텐데요.
개인의 고민에 그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 할 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해 보려 합니다.
아무래도 민감한 주제이다 보니, 입 밖으로 고민을 꺼내는 일조차 쉽지 않을 텐데요.
조금이나마 제주가 달라질 수 있도록, 당사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네, 개개인의 용기가 모여 아이 키우기 좋은 제주가 됐으면 합니다.
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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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0-10 19:47:27
- 수정2024-10-10 20:19:29
[앵커]
오늘은 임산부의 날입니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담아 10월 10일로 제정된 건데요.
임신과 출산을 배려하는 여러 제도와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아이 울음소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출생 문제를 취재하고 있는 안서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 기자, 제주도민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죠?
[기자]
네, 지난 7월부터 매주 강인희, 고성호 기자와 함께 저출생 문제를 진단하는 기획뉴스를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앞서 저출생 실태를 짚어본 데 이어, 이번에는 '육아'라는 현실의 벽 앞에 선 이들을 만나 고충을 들어봤습니다.
가장 먼저 만난 건 5살 아들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였습니다.
이들 부부는 연로하신 시어머니 도움을 받아 힘겨운 육아를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아이가 주는 기쁨을 알기에 둘째 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결국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둘째까지는 도저히 돌볼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는데요.
바쁜 일상에 첫째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한 아이라도 제대로 기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출산을 독려하며 여러 돌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지만, 지금까지 이들 부부에게 와닿는 정책은 없다고 합니다.
[앵커]
정말 함께 도와주는 가족이 없다면,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는 더 힘든 일일 수밖에 없겠는데요.
아예 출산을 단념한 젊은 부부들도 많이 있다죠?
[기자]
네, 남편은 회사원, 아내는 자영업자인 30대 부부를 만나봤는데요.
이들은 결혼 8년 차가 됐지만 자녀가 없습니다.
이들처럼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를 이른바 '딩크족'이라고 하죠.
이들이 딩크족이 되기로 결심한 건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들어갈 돈이 더 많아지는데도, 육아를 위해선 둘 중 한 명은 일을 그만둬야 하다 보니 수입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는데요.
이들 부부는 두 사람 모두 다른 지역에서 와서 육아를 도와줄 가족도 곁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과 육아를 힘겹게 병행하는 주변 사람들 또한 이들이 출산을 엄두조차 못 낸 이유 중 하나였는데요.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본인의 삶은 놓아버리는 이들을 보면서, 부부의 삶을 먼저 챙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앵커]
부부의 입장이 이해가 가긴 하네요.
그런데 이런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같은 제도가 생기지 않았나요?
[기자]
네, 물론 육아휴직 제도를 쓸 수 있죠.
이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육아휴직을 많이들 하는 분위기인데요.
문제는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사업장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7살 아들을 키우는 30대 여성을 만났는데요.
이 여성은 입사 5개월 만에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근무한 지 6개월이 지나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보니, 사측에서 미리 부담을 느끼고 내보낸 건데요.
애초 채용 과정에 자녀 유무를 따지지 않았지만, 나중에 어린 자녀가 있다는 걸 알고는 "우리는 대체 인력을 뽑을 수 없는 상황이니 나가주시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에 10년 넘게 다니고 있는 40대 남성도 만나봤는데요.
이 남성은 7살·3살 아이 둘을 키우고 있지만 육아휴직을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대체 인력을 뽑아주지 않다 보니, 동료에게 일이 가중되는 게 미안해섭니다.
육아휴직을 썼다 업무상 불이익을 받은 동료들도 마음을 붙든 이유 중 하나였는데요.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거나 그동안 해왔던 업무와 별개의 일을 추가로 시키는 등 사측의 갑질이 있었다고 합니다.
[앵커]
육아휴직이 많이들 정착됐다고 하지만,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아닌 회사원들에겐 여전히 먼 이야기인 것 같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제주도 내 기업 447곳을 대상으로 일·생활 균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 제도가 있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는데요.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로 시간을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3곳 중 1곳만 있었습니다.
왜 그런 건지 살펴보니, 제주의 경우 5인 미만 사업체가 80% 이상으로 영세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들 기업은 일 생활 균형 지원을 하고 싶어도, 업무 공백을 메꾸는 데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별도 예산이 들지 않는 '유연근무제'부터라도 도입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꼭 육아휴직이 아니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아이를 돌보면서 맡은 바 일을 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 달란 겁니다.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이런 부분만이라도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기업에 요구한다면 조금이나마 육아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금전적인 노력보다 있는 제도부터 점검이 시급해 보이네요.
이런 노력이 없다면, 결국 출산과 육아로 일터를 떠나는 여성들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안 기자, 경력 단절 여성들도 직접 만나봤죠?
[기자]
네, 제가 만난 건 엄마이기 앞서 제주의 청년 중 한 사람이었는데요.
'경력 잇는 여자들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37살 김영지 씨입니다.
김 씨는 7살, 1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이주민이다 보니 가족의 도움 없이 육아를 감당해야 했던 김 씨는,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답답함에 3년 전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을 한데 모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 바로 '경력 잇는 여자들 협동조합'입니다.
제주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급여에 열악한 복지 여건 속에서, 차라리 육아하는 게 경제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김 씨는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협동조합의 주요 활동은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공유하는 건데요.
덕분에 돌봄이나 예술 강사부터 지역 활동가, 축제 기획자까지 엄마 청년들의 설 자리가 늘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인데요.
목마른 자들이 직접 만든 이 우물이 커지기 위해선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협동조합의 힘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여주기식 천편일률적인 교육이 아니라, 진짜 엄마 청년들을 위한 지원이 어떤 건지 점검해야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안 기자, 앞으로는 어떤 주제를 다룰 계획인가요?
[기자]
네, KBS는 지난 세 달간 출산 현장부터 보육과 교육 현장까지 저출생 여파를 살펴보고, 육아의 벽에 부딪힌 이들의 고충을 들여다봤는데요.
다음 시간부터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도 여의치 않은 이들을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난임 부부부터 미혼모와 미혼부, 청소년 한 부모까지, 이들이 가진 고민의 크기는 아마 더 클 텐데요.
개인의 고민에 그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 할 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해 보려 합니다.
아무래도 민감한 주제이다 보니, 입 밖으로 고민을 꺼내는 일조차 쉽지 않을 텐데요.
조금이나마 제주가 달라질 수 있도록, 당사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네, 개개인의 용기가 모여 아이 키우기 좋은 제주가 됐으면 합니다.
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임산부의 날입니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담아 10월 10일로 제정된 건데요.
임신과 출산을 배려하는 여러 제도와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아이 울음소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출생 문제를 취재하고 있는 안서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 기자, 제주도민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죠?
[기자]
네, 지난 7월부터 매주 강인희, 고성호 기자와 함께 저출생 문제를 진단하는 기획뉴스를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앞서 저출생 실태를 짚어본 데 이어, 이번에는 '육아'라는 현실의 벽 앞에 선 이들을 만나 고충을 들어봤습니다.
가장 먼저 만난 건 5살 아들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였습니다.
이들 부부는 연로하신 시어머니 도움을 받아 힘겨운 육아를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아이가 주는 기쁨을 알기에 둘째 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결국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둘째까지는 도저히 돌볼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는데요.
바쁜 일상에 첫째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한 아이라도 제대로 기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출산을 독려하며 여러 돌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지만, 지금까지 이들 부부에게 와닿는 정책은 없다고 합니다.
[앵커]
정말 함께 도와주는 가족이 없다면,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는 더 힘든 일일 수밖에 없겠는데요.
아예 출산을 단념한 젊은 부부들도 많이 있다죠?
[기자]
네, 남편은 회사원, 아내는 자영업자인 30대 부부를 만나봤는데요.
이들은 결혼 8년 차가 됐지만 자녀가 없습니다.
이들처럼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를 이른바 '딩크족'이라고 하죠.
이들이 딩크족이 되기로 결심한 건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들어갈 돈이 더 많아지는데도, 육아를 위해선 둘 중 한 명은 일을 그만둬야 하다 보니 수입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는데요.
이들 부부는 두 사람 모두 다른 지역에서 와서 육아를 도와줄 가족도 곁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과 육아를 힘겹게 병행하는 주변 사람들 또한 이들이 출산을 엄두조차 못 낸 이유 중 하나였는데요.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본인의 삶은 놓아버리는 이들을 보면서, 부부의 삶을 먼저 챙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앵커]
부부의 입장이 이해가 가긴 하네요.
그런데 이런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같은 제도가 생기지 않았나요?
[기자]
네, 물론 육아휴직 제도를 쓸 수 있죠.
이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육아휴직을 많이들 하는 분위기인데요.
문제는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사업장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7살 아들을 키우는 30대 여성을 만났는데요.
이 여성은 입사 5개월 만에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근무한 지 6개월이 지나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보니, 사측에서 미리 부담을 느끼고 내보낸 건데요.
애초 채용 과정에 자녀 유무를 따지지 않았지만, 나중에 어린 자녀가 있다는 걸 알고는 "우리는 대체 인력을 뽑을 수 없는 상황이니 나가주시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에 10년 넘게 다니고 있는 40대 남성도 만나봤는데요.
이 남성은 7살·3살 아이 둘을 키우고 있지만 육아휴직을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대체 인력을 뽑아주지 않다 보니, 동료에게 일이 가중되는 게 미안해섭니다.
육아휴직을 썼다 업무상 불이익을 받은 동료들도 마음을 붙든 이유 중 하나였는데요.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거나 그동안 해왔던 업무와 별개의 일을 추가로 시키는 등 사측의 갑질이 있었다고 합니다.
[앵커]
육아휴직이 많이들 정착됐다고 하지만,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아닌 회사원들에겐 여전히 먼 이야기인 것 같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제주도 내 기업 447곳을 대상으로 일·생활 균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 제도가 있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는데요.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로 시간을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3곳 중 1곳만 있었습니다.
왜 그런 건지 살펴보니, 제주의 경우 5인 미만 사업체가 80% 이상으로 영세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들 기업은 일 생활 균형 지원을 하고 싶어도, 업무 공백을 메꾸는 데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별도 예산이 들지 않는 '유연근무제'부터라도 도입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꼭 육아휴직이 아니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아이를 돌보면서 맡은 바 일을 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 달란 겁니다.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이런 부분만이라도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기업에 요구한다면 조금이나마 육아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금전적인 노력보다 있는 제도부터 점검이 시급해 보이네요.
이런 노력이 없다면, 결국 출산과 육아로 일터를 떠나는 여성들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안 기자, 경력 단절 여성들도 직접 만나봤죠?
[기자]
네, 제가 만난 건 엄마이기 앞서 제주의 청년 중 한 사람이었는데요.
'경력 잇는 여자들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37살 김영지 씨입니다.
김 씨는 7살, 1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이주민이다 보니 가족의 도움 없이 육아를 감당해야 했던 김 씨는,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답답함에 3년 전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을 한데 모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 바로 '경력 잇는 여자들 협동조합'입니다.
제주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급여에 열악한 복지 여건 속에서, 차라리 육아하는 게 경제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김 씨는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협동조합의 주요 활동은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공유하는 건데요.
덕분에 돌봄이나 예술 강사부터 지역 활동가, 축제 기획자까지 엄마 청년들의 설 자리가 늘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인데요.
목마른 자들이 직접 만든 이 우물이 커지기 위해선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협동조합의 힘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보여주기식 천편일률적인 교육이 아니라, 진짜 엄마 청년들을 위한 지원이 어떤 건지 점검해야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안 기자, 앞으로는 어떤 주제를 다룰 계획인가요?
[기자]
네, KBS는 지난 세 달간 출산 현장부터 보육과 교육 현장까지 저출생 여파를 살펴보고, 육아의 벽에 부딪힌 이들의 고충을 들여다봤는데요.
다음 시간부터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도 여의치 않은 이들을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난임 부부부터 미혼모와 미혼부, 청소년 한 부모까지, 이들이 가진 고민의 크기는 아마 더 클 텐데요.
개인의 고민에 그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 할 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해 보려 합니다.
아무래도 민감한 주제이다 보니, 입 밖으로 고민을 꺼내는 일조차 쉽지 않을 텐데요.
조금이나마 제주가 달라질 수 있도록, 당사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네, 개개인의 용기가 모여 아이 키우기 좋은 제주가 됐으면 합니다.
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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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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