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개헌 했나 안 했나?…‘남측과 단절’ 공식화 외

입력 2024.10.12 (08:09) 수정 2024.10.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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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22년 8월 이후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그해 5월 코로나19가 유입됐지만 육로와 해상, 공중의 모든 경로를 봉쇄하고 최고 수준의 방역시스템을 가동해 3개월 만에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역 덕분에 '열병 보균자' 470만 명이 완전히 회복됐고 치사율은 0.0016%에 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10월 둘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북한이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당초 이 회의를 통해 남북을 두 국가로 명문화하고, 새로운 국경선도 선포할 것으로 관측됐는데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같은 조치들이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대신 남측과 연결된 모든 도로와 철도를 완전 차단하겠다며, 물리적 단절을 공식화했는데요.

어떤 의도인지, <이슈 앤 한반도>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리포트]

김정은국방종합대학에 김 위원장의 차량이 들어서자 열렬한 환호가 쏟아집니다.

김 위원장이 간부들과 함께 단상으로 향하자 대열을 맞춰 서 있던 학생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주변을 에워쌉니다.

감정에 복받친 듯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여럿 눈에 띕니다.

[조선중앙TV/10월 8일 : "국방종합대학 축하 방문을 기념하여 역사적인 연설을 하셨습니다."]

김 위원장이 연설을 마치고 자리를 옮기는 길, 충성 맹세 분위기는 한층 더 극에 달했습니다.

몰려든 인파들을 저지하기 위해 경호원들이 진땀을 빼는가 하면, 인물 식별도 안 될 정도로 빽빽하게 탑을 쌓아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8일 : "자애로운 어버이를 감격 속에 우러르며 고마움의 인사를 삼가 올렸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됐던 이유는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이 통일 표현 삭제와 영토조항 신설 등을 지시한 뒤 9개월 만에 소집된 터라 관련 조항의 개헌이 예상됐었습니다.

실제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남한을 향한 강경 메시지도 잇달아 쏟아져 나왔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4일/김여정 부부장 담화 대독 :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지켜본 소감에 대하여. 이번 놀음에 대해 굳이 한마디 한다면 들개 무리가 개울물을 지나간 듯 아무런 흔적도, 여운도 없는 허무한 광대극에 불과하였다는 것이다."]

이튿날 김정은 위원장도 핵보유국과 충돌하면 대한민국의 존속은 불가능할 거라고 위협했습니다.

국방종합대학 창립 기념식 연설에선 한술 더 떠 남북 두 국가론을 재확인하며, 대남 단절 의사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8일/김정은 연설 대독 : "(대한민국을)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그 무슨 남녘 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 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그런데 막상 최고인민회의가 끝나자 헌법을 일부 개정했다고 밝혔을 뿐, 새 영토 조항과 통일 표현 삭제 등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개헌을 하고도 발표를 안 한 것인지, 개헌 자체를 미룬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통일 지우기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김일성 시대부터 그러니까 북한의 정권 수립 단계부터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이른바 '우리민족끼리' 이데올로기 그리고 '조선은 하나다' 이런 북한 대남 전략의 최고 이념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헌 작업을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뤘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미국) 차기 행정부가 어떤 코드로 나올지, 어떤 대북 코드가 나올지에 대한 일종의 감이 어느 정도 잡힌 다음에 내년 상반기에 15기 대의원 선거를 통해서 충분히 이런 부분들을 소화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타이밍을 고르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생각되고..."]

헌법 개정을 공표하는 대신 북측은 당장 남측과의 물리적 단절에 더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2004년 남북은 경의선 도로를 연결해 문산과 개성공단을 오가는 길로 사용했습니다.

2005년 개통된 동해선은 금강산 육로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차량이 오가며 남북의 통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9일, 북한 당국은 남북을 연결했던 이 도로와 철길을 끊고 국경 일대에 구조물을 쌓아 요새화하는 공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를 이례적으로 유엔사에 알렸습니다.

북한은 이미 올해 4월부터 경의선, 동해선 도로와 철도를 철거하고, DMZ 북측 지역에서 불모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김명수/합참의장/10월 10일 : "정권의 두려움에 의해서 외부 유입 차단, 또 내부의 인원이 외부로 유출, 탈출이라든지 이런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번엔 이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총참모부의 내용도 그렇고 김정은의 최근 발언도 그렇고 전부 다 한미가 계속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명분을 계속 깔고 있어요. 이런 명분을 충분히 깔면 북한 주민들에게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는 과정들이 되겠죠. 남쪽과 미국에서 이렇게 위협을 하고 있어? 그렇다면 우리가 이렇게 차단하는 게 정상적인 것이지.' 이렇게 일종의 단계적으로 설득력을 얻은 다음에 헌법 개정을 통해서 영구적인 두 국가화를 하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럽다는 거죠."]

[앵커]

평화적 두 국가 논란…통일 논의 불붙나

이런 가운데 국내 일각에서도 당장 통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내려놓고 평화로운 두 국가를 먼저 만들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평화 통일은 헌법의 명령이자 의무라고 반박했는데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새로운 통일 논의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리포트]

지난달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도발적인 발제를 준비했다며 말문을 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두 국가론을 수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임종석/전 대통령 비서실장/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사 : "통일, 하지 맙시다. 그냥 따로 함께 살면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 돕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요?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분명히 말합니다. 평화적인 두 국가, 민족적인 두 국가여야 합니다."]

북한이 이미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공식 규정한 상황에서, 신뢰와 평화에 대한 의지 없이 통일을 말하는 것은 상대를 복속시키겠다는 것인 만큼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일부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한반도와 부속 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도 개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발언 닷새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임 전 실장을 직격했습니다.

[국무회의/9월 24일 : "통일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통일, 반민족 세력이라고 규탄하더니 하루아침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두 국가론을 반대하는 쪽에선 역대 정부가 고수해 온 통일 방안과 헌법에 배치된다고 비판합니다.

우리가 민족과 통일 개념을 포기하더라도 북한이 남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버리지 않는 한 평화로운 공존이 힘들 것이란 입장입니다.

결국 두 국가론이 민족의 이질감을 심화시켜 영구 분단을 고착화시킬 거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과거 동독은 지금의 북한처럼 개별 국가를 주장했지만, 서독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탓에 통일을 앞당겼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우리가 통일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은 현실보단 저는 환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동독이 두 차례에 걸쳐서 헌법을 개정해 가면서 민족 개념을 지우려고 했지만 서독은 '동서독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라고 하는 개념을 계속 유지해왔기 때문에 결국 냉전 종식과 함께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통일을 성취할 수 있었던 거죠."]

반면 찬성하는 쪽에선 통일보다 평화를 우선시합니다.

남북 간의 대결 구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통일에 다가갈 수 없으니,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에 먼저 집중하자는 주장입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여론의 반향도 크지 않았단 평가입니다.

[전봉근/국립외교원 명예교수 : "전 세계적으로도 사실은 항상 전쟁이 어디에 일어날까 물어보면 모든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전부 다 한반도 아니면 타이완이었어요. 그러니까 전 세계가 항상 이렇게 주시하고 있는 그야말로 아시아에서의 화약고였죠. 만약에 분단국으로서 싸우게 되면 이 두 개 국가는 죽기 살기로 영원히 싸울 수밖에 없어요. 지난 우리가 분단 70년 동안 남북 관계 한 번도 평안했던 적이 없었잖아요."]

일각에선 통일에 대한 공론이 사그라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담론에 불쏘시개를 제공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옵니다.

그동안 젊은 세대 중심으로 통일보다는 남남으로 살고 싶다고 답변한 여론조사 결과는 많았지만, 통일 담론이 조야의 뜨거운 의제로 부각된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향후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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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개헌 했나 안 했나?…‘남측과 단절’ 공식화 외
    • 입력 2024-10-12 08:09:50
    • 수정2024-10-12 08:47:11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22년 8월 이후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그해 5월 코로나19가 유입됐지만 육로와 해상, 공중의 모든 경로를 봉쇄하고 최고 수준의 방역시스템을 가동해 3개월 만에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역 덕분에 '열병 보균자' 470만 명이 완전히 회복됐고 치사율은 0.0016%에 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10월 둘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북한이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당초 이 회의를 통해 남북을 두 국가로 명문화하고, 새로운 국경선도 선포할 것으로 관측됐는데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같은 조치들이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대신 남측과 연결된 모든 도로와 철도를 완전 차단하겠다며, 물리적 단절을 공식화했는데요.

어떤 의도인지, <이슈 앤 한반도>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리포트]

김정은국방종합대학에 김 위원장의 차량이 들어서자 열렬한 환호가 쏟아집니다.

김 위원장이 간부들과 함께 단상으로 향하자 대열을 맞춰 서 있던 학생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주변을 에워쌉니다.

감정에 복받친 듯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여럿 눈에 띕니다.

[조선중앙TV/10월 8일 : "국방종합대학 축하 방문을 기념하여 역사적인 연설을 하셨습니다."]

김 위원장이 연설을 마치고 자리를 옮기는 길, 충성 맹세 분위기는 한층 더 극에 달했습니다.

몰려든 인파들을 저지하기 위해 경호원들이 진땀을 빼는가 하면, 인물 식별도 안 될 정도로 빽빽하게 탑을 쌓아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8일 : "자애로운 어버이를 감격 속에 우러르며 고마움의 인사를 삼가 올렸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됐던 이유는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이 통일 표현 삭제와 영토조항 신설 등을 지시한 뒤 9개월 만에 소집된 터라 관련 조항의 개헌이 예상됐었습니다.

실제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남한을 향한 강경 메시지도 잇달아 쏟아져 나왔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4일/김여정 부부장 담화 대독 :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지켜본 소감에 대하여. 이번 놀음에 대해 굳이 한마디 한다면 들개 무리가 개울물을 지나간 듯 아무런 흔적도, 여운도 없는 허무한 광대극에 불과하였다는 것이다."]

이튿날 김정은 위원장도 핵보유국과 충돌하면 대한민국의 존속은 불가능할 거라고 위협했습니다.

국방종합대학 창립 기념식 연설에선 한술 더 떠 남북 두 국가론을 재확인하며, 대남 단절 의사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8일/김정은 연설 대독 : "(대한민국을)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그 무슨 남녘 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 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그런데 막상 최고인민회의가 끝나자 헌법을 일부 개정했다고 밝혔을 뿐, 새 영토 조항과 통일 표현 삭제 등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개헌을 하고도 발표를 안 한 것인지, 개헌 자체를 미룬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통일 지우기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김일성 시대부터 그러니까 북한의 정권 수립 단계부터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이른바 '우리민족끼리' 이데올로기 그리고 '조선은 하나다' 이런 북한 대남 전략의 최고 이념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헌 작업을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뤘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미국) 차기 행정부가 어떤 코드로 나올지, 어떤 대북 코드가 나올지에 대한 일종의 감이 어느 정도 잡힌 다음에 내년 상반기에 15기 대의원 선거를 통해서 충분히 이런 부분들을 소화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타이밍을 고르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생각되고..."]

헌법 개정을 공표하는 대신 북측은 당장 남측과의 물리적 단절에 더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2004년 남북은 경의선 도로를 연결해 문산과 개성공단을 오가는 길로 사용했습니다.

2005년 개통된 동해선은 금강산 육로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차량이 오가며 남북의 통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9일, 북한 당국은 남북을 연결했던 이 도로와 철길을 끊고 국경 일대에 구조물을 쌓아 요새화하는 공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를 이례적으로 유엔사에 알렸습니다.

북한은 이미 올해 4월부터 경의선, 동해선 도로와 철도를 철거하고, DMZ 북측 지역에서 불모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김명수/합참의장/10월 10일 : "정권의 두려움에 의해서 외부 유입 차단, 또 내부의 인원이 외부로 유출, 탈출이라든지 이런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번엔 이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총참모부의 내용도 그렇고 김정은의 최근 발언도 그렇고 전부 다 한미가 계속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명분을 계속 깔고 있어요. 이런 명분을 충분히 깔면 북한 주민들에게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는 과정들이 되겠죠. 남쪽과 미국에서 이렇게 위협을 하고 있어? 그렇다면 우리가 이렇게 차단하는 게 정상적인 것이지.' 이렇게 일종의 단계적으로 설득력을 얻은 다음에 헌법 개정을 통해서 영구적인 두 국가화를 하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럽다는 거죠."]

[앵커]

평화적 두 국가 논란…통일 논의 불붙나

이런 가운데 국내 일각에서도 당장 통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내려놓고 평화로운 두 국가를 먼저 만들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평화 통일은 헌법의 명령이자 의무라고 반박했는데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새로운 통일 논의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리포트]

지난달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도발적인 발제를 준비했다며 말문을 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두 국가론을 수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임종석/전 대통령 비서실장/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사 : "통일, 하지 맙시다. 그냥 따로 함께 살면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 돕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요?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분명히 말합니다. 평화적인 두 국가, 민족적인 두 국가여야 합니다."]

북한이 이미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공식 규정한 상황에서, 신뢰와 평화에 대한 의지 없이 통일을 말하는 것은 상대를 복속시키겠다는 것인 만큼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일부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한반도와 부속 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도 개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발언 닷새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임 전 실장을 직격했습니다.

[국무회의/9월 24일 : "통일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통일, 반민족 세력이라고 규탄하더니 하루아침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두 국가론을 반대하는 쪽에선 역대 정부가 고수해 온 통일 방안과 헌법에 배치된다고 비판합니다.

우리가 민족과 통일 개념을 포기하더라도 북한이 남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버리지 않는 한 평화로운 공존이 힘들 것이란 입장입니다.

결국 두 국가론이 민족의 이질감을 심화시켜 영구 분단을 고착화시킬 거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과거 동독은 지금의 북한처럼 개별 국가를 주장했지만, 서독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탓에 통일을 앞당겼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우리가 통일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은 현실보단 저는 환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동독이 두 차례에 걸쳐서 헌법을 개정해 가면서 민족 개념을 지우려고 했지만 서독은 '동서독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라고 하는 개념을 계속 유지해왔기 때문에 결국 냉전 종식과 함께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통일을 성취할 수 있었던 거죠."]

반면 찬성하는 쪽에선 통일보다 평화를 우선시합니다.

남북 간의 대결 구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통일에 다가갈 수 없으니,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에 먼저 집중하자는 주장입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여론의 반향도 크지 않았단 평가입니다.

[전봉근/국립외교원 명예교수 : "전 세계적으로도 사실은 항상 전쟁이 어디에 일어날까 물어보면 모든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전부 다 한반도 아니면 타이완이었어요. 그러니까 전 세계가 항상 이렇게 주시하고 있는 그야말로 아시아에서의 화약고였죠. 만약에 분단국으로서 싸우게 되면 이 두 개 국가는 죽기 살기로 영원히 싸울 수밖에 없어요. 지난 우리가 분단 70년 동안 남북 관계 한 번도 평안했던 적이 없었잖아요."]

일각에선 통일에 대한 공론이 사그라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담론에 불쏘시개를 제공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옵니다.

그동안 젊은 세대 중심으로 통일보다는 남남으로 살고 싶다고 답변한 여론조사 결과는 많았지만, 통일 담론이 조야의 뜨거운 의제로 부각된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향후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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