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홍제동 참사’를 추모하며

입력 2024.11.29 (16:44) 수정 2024.11.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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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시간 : 11월 29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김용준 기자
■ 출연 : 곽경택 / 영화감독


https://youtu.be/k3KPgxJl8CE

◎김용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2001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변변한 방화복 하나 없이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 6분의 소방관분들이 순직한 서울 홍제동 화재 참사인데요. 비극적인 사건 전후로 소방당국과 소방관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서 화마 속으로 뛰어든 소방관들의 이야기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 영화가 다음 달 초에 개봉합니다. 영화 제목도 소방관입니다. 영화 소방관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과 이야기 나눠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마침 KBS 홀에서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있는데 예전에 각본상도 받으셨잖아요. 오늘 어떤 작품이나 혹은 배후에 주목하고 계세요?

▼곽경택: 글쎄요. 저는 특별히 주목하는 배우나 작품보다는 좀 상이 공정하게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용준: 지금 1997년에 감독으로 데뷔를 하시고 올해로 27년 벌써 30년 가까이 되셨는데요. 지금 감독님 반가워하는 시청자분들 상당히 많을 겁니다. 바로 직전 작품이 보니까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이게 2019년에 개봉했는데 참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오셨어요.

▼곽경택: 우리 소방관도 그렇지만 사실 코로나 시기에 촬영됐던 많은 작품들이 개봉 시기를 놓고 시간을 많이 조율해 왔죠. 그래서 저희도 한 4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것 같습니다.

◎김용준: 예. 영화 소방관 제가 앞서 잠깐 소개해 드린 것처럼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어떤 사건이었는지 잠깐 설명해 주실까요?

▼곽경택: 참 공교롭게도 저는 어차피 '친구' 감독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 영화를 개봉했을 때가 2001년 3월 31이었거든요.

◎김용준: 같은 해네요.

▼곽경택: 네 같은 자리입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이제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소방관분들 6분이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이 희생된 사건이고 그것이 어떤 국민들의 어떤 관심과 공분을 사서 정치권으로부터도 많은 변화가 있어서 우리 소방관분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시스템의 체계에 큰 변화를 준 그런 굉장히 어떻게 보면 말씀드리기 좀 뭐하지만 기념비라고 하기는 그렇고 어떤 터닝 포인트가 된 그런 사건이죠.

◎김용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당시에 화재 진압 과정에서 6분의 소방관분들이 순직한 사건이었고 참 안타깝습니다. 또 당시에 뉴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골목 곳곳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장비를 들고 수백 미터를 뛰어다니고 겨우 불을 끄고 겨우 구조를 하고 또 소방관분들 처우가 24시간 맞교대 형식이었고 격일 근무였고...

▼곽경택: 네 맞습니다.

◎김용준: 또 하나가 이제 방수복만 입고 그러니까 우비만 입고,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그런 열악한 상황들 이후에 또 외상 후 스트레스 남은 분들에 대한 것들도 있었고요. 상당히 당시 순직한 분들을 생각하시면서 이 영화 만드는 과정에서 마음이 참 많이 아리셨겠어요.

▼곽경택: 네 그 전작인 사실 장사리도 학도병들의 어떤 희생에 대한 이야기였고 또 이 작품도 국민을 위해서 산화하신 분들의 이야기랑 사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이 작품이 관객들과 만나기 전까지는 계속 비슷한 심정으로 일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현장에서도 굉장히 좀 그분들에 대한 추모와 희생의 정신을 잊지 않도록 스태프들과 함께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김용준: 처음에 시나리오 제안을 받으셨을 때는 연출 제안을 거절하셨다고 하는데 부담감이 크셨기 때문일까요? 또 다시 마음을 돌리신 이유는 또 뭔지도 궁금하고요.

▼곽경택: 제가 너무 좀 슬픈 이야기 속상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좀 개인적으로 지칠 것 같아가지고 처음엔 고사를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제 마음속에 있는 어떤 그분들에 대한 뭐를 해드려도 아깝지 않은 소방관분들에 대한 어떤 부채 의식이 있어서 다른 감독님이 하시는 바에는 그냥 제가 한번 열심히 해보는 게 좋겠다 그래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김용준: 모든 국민들이 아마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부채 의식이 소방관분들에게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영화 소방관 영상 잠깐 보고 말씀 이어가 보겠습니다.

"형, 무섭지 않으세요?"

"나도 무서워"

"검은 연기 때문에 발끝도 안 보일 때에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그래서 내가
"그럴 때는 무슨 생각드세요, 형?" 그랬더니

"딱 하나"

"내가 여기서 지면 저 사람은 죽는다"

"구조차, 구조차. 홍제동 상가 화재출동"

"나와, 빨리!"

"나와!"

"엎드려!"

◎김용준: 다음 달 초에 개봉할 영화 소방관의 영상 일부를 잠깐 보셨습니다. 지금 제 뒤쪽에 영화 포스터에 적힌 문구가 바로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 화재나 재난 상황에서 소방관분들이 가장 먼저 들어가고 또 가장 나중에 나온다. 그런 뜻인데 이번 영화에서 만드시면서 이제 무조건 슬프고 안타까운 어떻게 보면 신파적인 요소만 넣을 수도 없었을 테고 또 그렇다고 그분들의 헌신을 안 녹여낼 수도 없을 테고 이것만큼은 영화에 꼭 담아야겠다.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으셨어요?

▼곽경택: 영화는 일단 관객분들이 많이 보셔야 또 영화를 만든 보람이 있으니까, 마지막에는 이제 실제 사건을 다루기는 하지만 그사이에는 웃음도 있고 또 그들의 어떤 그런 단합도 있고 드라마적인 요소를 좀 많이 가미했습니다.

◎김용준: 일상, 삶이죠.

▼곽경택: 그렇죠. 하지만 제가 영화 속에서 꼭 표현하고 싶었던 거는 우리 소방관분들이 어떤 트라우마를 극복 해내는 각자의 모습들, 인간적인 노력들 이런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거를 저희들이 좀 알아서 그분들이 고생을 덜 하도록 그렇게 같이 국민들이 그분들을 좀 도왔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김용준: 저도 사회부라는 일선 취재 현장에 있을 때는 화재 현장도 많이 가보고 또 소방관분들을 대상으로 취재도 많이 해봤는데 이 불을 다루는 곳에 접근한다는 게 말처럼 이렇게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컴퓨터 그래픽 같은 게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촬영을 하시면서 불을 실제로 접할 텐데 그때 촬영하시면서는 좀 느낌이 어떠셨나요?

▼곽경택: 저희가 이제 저도 영화 속에 불을 처음 다루기 때문에 테스트 촬영이라는 걸 해봤거든요. 그런데 그때 이 불이 바람을 만나면 얼마나 순식간에 무서워지는지를 실감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촬영 현장에서는 사고가 나면 그거는 현장을 지휘하는 제 책임이기도 하기 때문에 소방관분들 모셔다 놓고 카메라 주변에는 항상 소화기가 배치된 상태로 그렇게 했는데 또 요즘 아무리 CG가 발달했다고 해도 불이라는 것도 하나의 우리가 연기자와 연기자가 그 불에 반응을 하는 거기 때문에 액션, 리액션이라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이 불이 존재하지 않으면 연기자가 반응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런 이유 때문에 실제 불도 좀 사용을 했고 더군다나 제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소방관분들이 제일 곤란해하시는 거는 연기입니다. 그렇지만 그 연기를 영화 속에서 사실 표현하는 거는 너무너무 어려운 이유가 연기 때문에 앞이 가리면 배우 얼굴이 안 보여요. 그렇지만 저는 이번에 좀 그래서 다른 영화에서도 사실 연기는 표현이 안 돼요. 하지만 저는 가급적 현장 느낌을 최대한 살려보려고 연기도 한번 열심히 표현해 봤습니다.

◎김용준: 그 표현 부분도 우리가 영화관에 가서 한번 볼 포인트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영화 만드시면서 홍제동 화재 당시에 소방관분들도 실제 만나셨다고 들었는데 그분들은 혹시 어떤 말씀들을 하시던가요?

▼곽경택: 사실은 뭐... 말씀하기를 힘들어하시죠. 그래서 물론 저도 만나 뵙고 구체적으로 그때 어땠나요? 어떤 분하고 친했어요? 이런 이야기는 못 물어보겠더라고요. 하지만 여러 차례 만나 뵈면서 어떤 그런 그분들이 살아가는 정서. 이런 것들을 많이 좀 체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김용준: 반대로 이제 시사회를 하셨을 텐데 시사회 때 또 그 소방관분들도 오셨을 것 같아요. 그분들은 보시고 나서는 또 무슨 말씀하시던가요?

▼곽경택: 이제 그분은 그 당시에는 대원이셨지만 제가 취재를 할 때는 대장이셨고 그리고 이번에는 정년 퇴임을 하셨어요. 그래서 가족분들하고 보러 오셨는데 그냥 짧게 한마디 잘 봤고 감동적이었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김용준: 아마 시사회 끝나고 돌아가시면서 집으로 가시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이 드셨을 겁니다. 영화 소방관하고 함께 이번 다음 달 12월에 한국 영화 여러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던데요. 연말에 개봉이 몰리면서 저 같은 영화 팬들은 선택지가 많으니까 좋아요. 그런데 이제 만드시는 입장에서는 아 이거 경쟁되는데 분산되기도 하고요. 참 치열한 경쟁들 같은데 어떠세요?

▼곽경택: 치열하게 경쟁해야겠죠. 그렇지만 또 저는 제가 또 열심히 찍은 제 작품이 있으니까 떳떳하게 경쟁에 참여하겠습니다.

◎김용준: 또 곽경택 감독님의 인상적인 작품들 상당히 많지만, 여전히 감독님 하면 친구, 네가 가라 하와이 합니다.

▼곽경택: 감사합니다.

◎김용준: 2001년 개봉 당시에 800만 관객 기록했었고요. 그 이후에 계속해서 천만 영화가 나와 어떻게 보면 마중물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시에 한국 영화의 황금기와 지금의 한국 영화의 판은 좀 다르다. 어떻게 좀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곽경택: 제가 좀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그때가 우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님이 계실 때인데 그 두 분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문화 산업에 대한 어떤 그런 중요함을 많이 역설하셨어요. 덕분에 어떤 대기업에서 처음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업단이 만들어지고 또 그러면서 대기업에서 나왔던 그런 우수한 인재들이 영화 산업의 발전에 굉장히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적으로. 요즘에는 이 특히 코로나 이후로는 OTT에 대한 열풍이 영화 시장을 거의 잠식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제가 들은 바로는 올해에 50억 예산이 넘는 영화가 3편이 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한 산업이라는 것이 특히 영화 같은 경우는 한 해에 최소한 70편 정도가 제작되지 않으면 그 산업은 위기를 겪습니다. 그러면 물론 OTT를 보면 되지 않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이 극장에서 즐기시기도 하지만 극장에 관객들을 가둬 놓습니다. 가둬놓고 강력한 시각과 청각을 압도한 상태에서 관객들한테 강력한 메시지를 주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흔히들 영화 같은 이야기 영화의 한 편의 진한 감동을 받고 이런 이야기들이 그런 강력함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화 대한민국 영화의 편수가 줄어들고 이 산업 자체가 위축되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어떤 문화 강국 대한민국으로서의 어떤 중요한 자원 하나가 또 빠지게 되는 거니까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걱정도 스럽고 저도 같이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용준: 침실에서 보고 거실에서 보고 방구석에서 보는 것과 다른 어떤 매력이 영화관에 분명히 있다. 영화를 찾아라 그 말씀이신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올 연말 개봉하는 영화들이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할 텐데 그 중심에 지금 소방관 영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분들과 향후에 예비 관객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죠.

▼곽경택: 저희 소방관 영화는 극장에서 보시면 훨씬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좀 스케일감 있는 촬영도 많이 했고 또 배우들의 열띤 연기가 화염 속에 빛나기 때문에 TV보다는 TV 브라운이나 관이나 이런 것보다는 극장 스크린을 통해서 만나시기를 강력히 권고드립니다.

◎김용준: 지금까지 12월 4일에 개봉하는 영화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사사건건은 여기까지입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도 알찬 소식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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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 ‘홍제동 참사’를 추모하며
    • 입력 2024-11-29 16:44:25
    • 수정2024-11-29 17:44:25
    사사건건
■ 방송시간 : 11월 29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김용준 기자
■ 출연 : 곽경택 / 영화감독


https://youtu.be/k3KPgxJl8CE

◎김용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2001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변변한 방화복 하나 없이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 6분의 소방관분들이 순직한 서울 홍제동 화재 참사인데요. 비극적인 사건 전후로 소방당국과 소방관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서 화마 속으로 뛰어든 소방관들의 이야기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 영화가 다음 달 초에 개봉합니다. 영화 제목도 소방관입니다. 영화 소방관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과 이야기 나눠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마침 KBS 홀에서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있는데 예전에 각본상도 받으셨잖아요. 오늘 어떤 작품이나 혹은 배후에 주목하고 계세요?

▼곽경택: 글쎄요. 저는 특별히 주목하는 배우나 작품보다는 좀 상이 공정하게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용준: 지금 1997년에 감독으로 데뷔를 하시고 올해로 27년 벌써 30년 가까이 되셨는데요. 지금 감독님 반가워하는 시청자분들 상당히 많을 겁니다. 바로 직전 작품이 보니까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이게 2019년에 개봉했는데 참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오셨어요.

▼곽경택: 우리 소방관도 그렇지만 사실 코로나 시기에 촬영됐던 많은 작품들이 개봉 시기를 놓고 시간을 많이 조율해 왔죠. 그래서 저희도 한 4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것 같습니다.

◎김용준: 예. 영화 소방관 제가 앞서 잠깐 소개해 드린 것처럼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어떤 사건이었는지 잠깐 설명해 주실까요?

▼곽경택: 참 공교롭게도 저는 어차피 '친구' 감독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 영화를 개봉했을 때가 2001년 3월 31이었거든요.

◎김용준: 같은 해네요.

▼곽경택: 네 같은 자리입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이제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소방관분들 6분이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이 희생된 사건이고 그것이 어떤 국민들의 어떤 관심과 공분을 사서 정치권으로부터도 많은 변화가 있어서 우리 소방관분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시스템의 체계에 큰 변화를 준 그런 굉장히 어떻게 보면 말씀드리기 좀 뭐하지만 기념비라고 하기는 그렇고 어떤 터닝 포인트가 된 그런 사건이죠.

◎김용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당시에 화재 진압 과정에서 6분의 소방관분들이 순직한 사건이었고 참 안타깝습니다. 또 당시에 뉴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골목 곳곳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장비를 들고 수백 미터를 뛰어다니고 겨우 불을 끄고 겨우 구조를 하고 또 소방관분들 처우가 24시간 맞교대 형식이었고 격일 근무였고...

▼곽경택: 네 맞습니다.

◎김용준: 또 하나가 이제 방수복만 입고 그러니까 우비만 입고,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그런 열악한 상황들 이후에 또 외상 후 스트레스 남은 분들에 대한 것들도 있었고요. 상당히 당시 순직한 분들을 생각하시면서 이 영화 만드는 과정에서 마음이 참 많이 아리셨겠어요.

▼곽경택: 네 그 전작인 사실 장사리도 학도병들의 어떤 희생에 대한 이야기였고 또 이 작품도 국민을 위해서 산화하신 분들의 이야기랑 사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이 작품이 관객들과 만나기 전까지는 계속 비슷한 심정으로 일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현장에서도 굉장히 좀 그분들에 대한 추모와 희생의 정신을 잊지 않도록 스태프들과 함께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김용준: 처음에 시나리오 제안을 받으셨을 때는 연출 제안을 거절하셨다고 하는데 부담감이 크셨기 때문일까요? 또 다시 마음을 돌리신 이유는 또 뭔지도 궁금하고요.

▼곽경택: 제가 너무 좀 슬픈 이야기 속상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좀 개인적으로 지칠 것 같아가지고 처음엔 고사를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제 마음속에 있는 어떤 그분들에 대한 뭐를 해드려도 아깝지 않은 소방관분들에 대한 어떤 부채 의식이 있어서 다른 감독님이 하시는 바에는 그냥 제가 한번 열심히 해보는 게 좋겠다 그래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김용준: 모든 국민들이 아마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부채 의식이 소방관분들에게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영화 소방관 영상 잠깐 보고 말씀 이어가 보겠습니다.

"형, 무섭지 않으세요?"

"나도 무서워"

"검은 연기 때문에 발끝도 안 보일 때에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그래서 내가
"그럴 때는 무슨 생각드세요, 형?" 그랬더니

"딱 하나"

"내가 여기서 지면 저 사람은 죽는다"

"구조차, 구조차. 홍제동 상가 화재출동"

"나와, 빨리!"

"나와!"

"엎드려!"

◎김용준: 다음 달 초에 개봉할 영화 소방관의 영상 일부를 잠깐 보셨습니다. 지금 제 뒤쪽에 영화 포스터에 적힌 문구가 바로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 화재나 재난 상황에서 소방관분들이 가장 먼저 들어가고 또 가장 나중에 나온다. 그런 뜻인데 이번 영화에서 만드시면서 이제 무조건 슬프고 안타까운 어떻게 보면 신파적인 요소만 넣을 수도 없었을 테고 또 그렇다고 그분들의 헌신을 안 녹여낼 수도 없을 테고 이것만큼은 영화에 꼭 담아야겠다.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으셨어요?

▼곽경택: 영화는 일단 관객분들이 많이 보셔야 또 영화를 만든 보람이 있으니까, 마지막에는 이제 실제 사건을 다루기는 하지만 그사이에는 웃음도 있고 또 그들의 어떤 그런 단합도 있고 드라마적인 요소를 좀 많이 가미했습니다.

◎김용준: 일상, 삶이죠.

▼곽경택: 그렇죠. 하지만 제가 영화 속에서 꼭 표현하고 싶었던 거는 우리 소방관분들이 어떤 트라우마를 극복 해내는 각자의 모습들, 인간적인 노력들 이런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거를 저희들이 좀 알아서 그분들이 고생을 덜 하도록 그렇게 같이 국민들이 그분들을 좀 도왔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김용준: 저도 사회부라는 일선 취재 현장에 있을 때는 화재 현장도 많이 가보고 또 소방관분들을 대상으로 취재도 많이 해봤는데 이 불을 다루는 곳에 접근한다는 게 말처럼 이렇게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컴퓨터 그래픽 같은 게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촬영을 하시면서 불을 실제로 접할 텐데 그때 촬영하시면서는 좀 느낌이 어떠셨나요?

▼곽경택: 저희가 이제 저도 영화 속에 불을 처음 다루기 때문에 테스트 촬영이라는 걸 해봤거든요. 그런데 그때 이 불이 바람을 만나면 얼마나 순식간에 무서워지는지를 실감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촬영 현장에서는 사고가 나면 그거는 현장을 지휘하는 제 책임이기도 하기 때문에 소방관분들 모셔다 놓고 카메라 주변에는 항상 소화기가 배치된 상태로 그렇게 했는데 또 요즘 아무리 CG가 발달했다고 해도 불이라는 것도 하나의 우리가 연기자와 연기자가 그 불에 반응을 하는 거기 때문에 액션, 리액션이라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이 불이 존재하지 않으면 연기자가 반응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런 이유 때문에 실제 불도 좀 사용을 했고 더군다나 제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소방관분들이 제일 곤란해하시는 거는 연기입니다. 그렇지만 그 연기를 영화 속에서 사실 표현하는 거는 너무너무 어려운 이유가 연기 때문에 앞이 가리면 배우 얼굴이 안 보여요. 그렇지만 저는 이번에 좀 그래서 다른 영화에서도 사실 연기는 표현이 안 돼요. 하지만 저는 가급적 현장 느낌을 최대한 살려보려고 연기도 한번 열심히 표현해 봤습니다.

◎김용준: 그 표현 부분도 우리가 영화관에 가서 한번 볼 포인트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영화 만드시면서 홍제동 화재 당시에 소방관분들도 실제 만나셨다고 들었는데 그분들은 혹시 어떤 말씀들을 하시던가요?

▼곽경택: 사실은 뭐... 말씀하기를 힘들어하시죠. 그래서 물론 저도 만나 뵙고 구체적으로 그때 어땠나요? 어떤 분하고 친했어요? 이런 이야기는 못 물어보겠더라고요. 하지만 여러 차례 만나 뵈면서 어떤 그런 그분들이 살아가는 정서. 이런 것들을 많이 좀 체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김용준: 반대로 이제 시사회를 하셨을 텐데 시사회 때 또 그 소방관분들도 오셨을 것 같아요. 그분들은 보시고 나서는 또 무슨 말씀하시던가요?

▼곽경택: 이제 그분은 그 당시에는 대원이셨지만 제가 취재를 할 때는 대장이셨고 그리고 이번에는 정년 퇴임을 하셨어요. 그래서 가족분들하고 보러 오셨는데 그냥 짧게 한마디 잘 봤고 감동적이었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김용준: 아마 시사회 끝나고 돌아가시면서 집으로 가시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이 드셨을 겁니다. 영화 소방관하고 함께 이번 다음 달 12월에 한국 영화 여러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던데요. 연말에 개봉이 몰리면서 저 같은 영화 팬들은 선택지가 많으니까 좋아요. 그런데 이제 만드시는 입장에서는 아 이거 경쟁되는데 분산되기도 하고요. 참 치열한 경쟁들 같은데 어떠세요?

▼곽경택: 치열하게 경쟁해야겠죠. 그렇지만 또 저는 제가 또 열심히 찍은 제 작품이 있으니까 떳떳하게 경쟁에 참여하겠습니다.

◎김용준: 또 곽경택 감독님의 인상적인 작품들 상당히 많지만, 여전히 감독님 하면 친구, 네가 가라 하와이 합니다.

▼곽경택: 감사합니다.

◎김용준: 2001년 개봉 당시에 800만 관객 기록했었고요. 그 이후에 계속해서 천만 영화가 나와 어떻게 보면 마중물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시에 한국 영화의 황금기와 지금의 한국 영화의 판은 좀 다르다. 어떻게 좀 다르다고 느끼시나요?

▼곽경택: 제가 좀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그때가 우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님이 계실 때인데 그 두 분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문화 산업에 대한 어떤 그런 중요함을 많이 역설하셨어요. 덕분에 어떤 대기업에서 처음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업단이 만들어지고 또 그러면서 대기업에서 나왔던 그런 우수한 인재들이 영화 산업의 발전에 굉장히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적으로. 요즘에는 이 특히 코로나 이후로는 OTT에 대한 열풍이 영화 시장을 거의 잠식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제가 들은 바로는 올해에 50억 예산이 넘는 영화가 3편이 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한 산업이라는 것이 특히 영화 같은 경우는 한 해에 최소한 70편 정도가 제작되지 않으면 그 산업은 위기를 겪습니다. 그러면 물론 OTT를 보면 되지 않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이 극장에서 즐기시기도 하지만 극장에 관객들을 가둬 놓습니다. 가둬놓고 강력한 시각과 청각을 압도한 상태에서 관객들한테 강력한 메시지를 주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흔히들 영화 같은 이야기 영화의 한 편의 진한 감동을 받고 이런 이야기들이 그런 강력함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화 대한민국 영화의 편수가 줄어들고 이 산업 자체가 위축되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어떤 문화 강국 대한민국으로서의 어떤 중요한 자원 하나가 또 빠지게 되는 거니까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걱정도 스럽고 저도 같이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용준: 침실에서 보고 거실에서 보고 방구석에서 보는 것과 다른 어떤 매력이 영화관에 분명히 있다. 영화를 찾아라 그 말씀이신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올 연말 개봉하는 영화들이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할 텐데 그 중심에 지금 소방관 영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분들과 향후에 예비 관객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죠.

▼곽경택: 저희 소방관 영화는 극장에서 보시면 훨씬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좀 스케일감 있는 촬영도 많이 했고 또 배우들의 열띤 연기가 화염 속에 빛나기 때문에 TV보다는 TV 브라운이나 관이나 이런 것보다는 극장 스크린을 통해서 만나시기를 강력히 권고드립니다.

◎김용준: 지금까지 12월 4일에 개봉하는 영화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사사건건은 여기까지입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도 알찬 소식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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