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현재형”…한강이 밝힌 ‘5·18’

입력 2024.12.09 (19:25) 수정 2024.12.0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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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스웨덴 현지에서는 시상식을 앞두고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요.

지난 주말에는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강연도 열렸습니다.

한 작가는 강연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에 대해 가장 긴 시간을 들여 설명했습니다.

김애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총칼로 무장한 계엄군이 광주 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1980년 5월.

한강 작가는 당시 아홉 살이었다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1980년 1월, 가족과 함께 광주를 떠난 뒤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나는 9살이었습니다."]

열두 살, 어른들 몰래 광주 사진첩을 읽었습니다.

계엄군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광주 시민들과 헌혈하려고 긴 줄을 선 광주 시민들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인간의 참혹함과 존엄함이 어떻게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질문이 충돌해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었습니다."]

한강 작가는 민주열사들이 잠든 광주 망월 묘지를 찾은 뒤 '소년이 온다'를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900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약 한 달에 걸쳐 매일 9시간씩 읽어 완독했습니다."]

소설을 쓰며 떠올렸던 두 개의 질문.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질문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없고, 더는 소설을 쓸 수 없을 거라고 체념했던 때.

도청 최후항전에서 숨진 야학교사 박용준 열사의 일기가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 문장들을 읽은 순간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2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는 소설을 쓰며 '광주'는 보통명사임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광주'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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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는 현재형”…한강이 밝힌 ‘5·18’
    • 입력 2024-12-09 19:25:54
    • 수정2024-12-09 20:49:11
    뉴스7(광주)
[앵커]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스웨덴 현지에서는 시상식을 앞두고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요.

지난 주말에는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강연도 열렸습니다.

한 작가는 강연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에 대해 가장 긴 시간을 들여 설명했습니다.

김애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총칼로 무장한 계엄군이 광주 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1980년 5월.

한강 작가는 당시 아홉 살이었다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1980년 1월, 가족과 함께 광주를 떠난 뒤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나는 9살이었습니다."]

열두 살, 어른들 몰래 광주 사진첩을 읽었습니다.

계엄군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광주 시민들과 헌혈하려고 긴 줄을 선 광주 시민들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인간의 참혹함과 존엄함이 어떻게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질문이 충돌해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었습니다."]

한강 작가는 민주열사들이 잠든 광주 망월 묘지를 찾은 뒤 '소년이 온다'를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900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약 한 달에 걸쳐 매일 9시간씩 읽어 완독했습니다."]

소설을 쓰며 떠올렸던 두 개의 질문.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질문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없고, 더는 소설을 쓸 수 없을 거라고 체념했던 때.

도청 최후항전에서 숨진 야학교사 박용준 열사의 일기가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 문장들을 읽은 순간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2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는 소설을 쓰며 '광주'는 보통명사임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광주'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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