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젖소 대신 염소…북한 유제품의 비밀
입력 2024.12.14 (08:14)
수정 2024.12.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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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통 유제품 하면 젖소에서 나온 원유가 주원료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북한에선 젖소보다 이 동물의 원유가 더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네, 바로 염소인데요.
북한의 목장에서도 젖소보다 염소 사육에 더 공을 들일 정도입니다.
지난 8월엔 러시아에서 염소 4백여 마리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은 왜 유독 염소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염소가 유제품 생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컵에 담긴 하얀 우유를 맛있게 마시는 북한 어린이들.
북한에서도 성장발육에 좋은 유제품 섭취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요.
[조선중앙TV : "산뜻하고 향기로운 맛과 높은 영양가로 하여 누구나 즐겨 찾는 젖제품."]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유제품 원료 대부분이 염소에서 짜낸 젖이라는 것입니다.
전국 각지의 목장에서 사육하는 가축도 염소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홍근식/신의주 청년염소목장 부원 : "현재 우리 기업소에서는 2천 마리 염소를 기르고 있는데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올 한 해만도 이 많은 염소들을 생산해서 공급하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북한이 염소 사육을 권장하는 이유로는 저렴한 비용과 비교적 쉬운 사육 방식을 꼽지만, 핵심적인 배경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바로 젖소 사육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에 우유 생산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과 아이들에게 단백질 공급을 할 때 대한 정책을 내놓고 유럽이나 러시아 쪽에서 상당히 많은 젖소를 들여왔는데 그때 당시에 북한에 있는 조선소(황소)죠. 북한에 있는 조선소하고 젖소하고 교배를 시켜서 소가 일도 하고 젖도 생산하게끔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그때 젖소를 통한 유제품 생산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고요."]
경제적 여유가 없던 북한은 수입해 온 젖소를 원유 공급용으로만 사육할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젖소를 북한의 토종 황소와 교배해 새 품종을 만들어 낸 건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사람으로 이야기하면 임산부에게 애를 낳고 모유를 생산하면서 일도 하라는 거와 같거든요. 돈이 없으니까 젖소 몇 마리 사다가 젖소의 기능을 조선소(북한 황소)에다 이전을 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정책이 실패했다는 거죠."]
또 젖소는 고품질의 사료와 전문적인 관리를 요구하는 가축이라 경제 사정이 어려운 북한으로선 젖소를 계속 수입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때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염소 사육입니다.
주목할 점은 염소 사육에서도 경제적 효율성을 가장 크게 고려했다는 점인데요.
북한은 염소 먹이로는 사료를 최소화하고 방목과 곡식 부산물을 이용하라고 강조합니다.
[백윤철/운하 협동농장 분조장 : "우리 운전군에 벌판이 많습니다. 먹이 문제는 기본 사계절 방목을 위주로 해서 해결합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산간 지역 벌판에서 나는 자연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는 건데 진짜 이유는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에 있다는 게 탈북민의 이야깁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사료가 있어야 먹죠.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어떻게 염소 먹을 게 있어요?"]
또 당국의 독려에도 운영 경비, 방목지 부족 등의 이유로 염소 사육이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었다고 합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처음 시도했다가 점차 잘 안됐어요. 왜냐하면 염소를 먹이면 도둑질해 가는 경우도 있고 그다음 염소 방목을 하자면 풀이 많아야 하는데 염소를 방목할 방목장이 크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개인들이 하려고 해도 힘들었고 그다음에 염소 농장을 만들어서 한번 크게 해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그것도 뜻대로 안 됐어요."]
그러던 중 2021년 염소 목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육아 정책 개선, 강화를 주장하며 전국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무상 공급하라고 지시한 건데요.
유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 염소 목장을 새로 건설하거나 현대화에 착수한 겁니다.
[조선중앙TV : "각 도, 시, 군들에서 당의 육아 정책을 일관성 있게 관철하기 위한 사업이 힘 있게 벌어져 전국적으로 수많은 염소목장이 새로 건설되고 질 좋은 젖 제품, 어린이 영양식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일떠섰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직접 지시인 만큼 각 목장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허경심/강계 염소목장 지배인 : "현재 우리 목장에서는 생산성이 좋은 우량 품종 및 종자 염소를 확보하는 것과 함께 젖 짜는 염소 마릿수를 늘이는 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전국의 어린이들이 유제품을 마음껏 공급받고 있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조선중앙TV : "도시와 농촌, 두메산골에 이르기까지 탁아유치원 연령기의 어린이들은 당의 은정 어린 젖 제품을 공급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소학교 교원으로 근무했던 탈북민은 이런 모습은 극히 일부일 뿐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평양시에 (공급) 한다 해도 제일 고위급 간부들의 자식이 다니는 학교나 중앙당 간부들 자식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공급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지방이나 평양시의 일반 학교는 전혀 공급이라는 게 없어요. 그리고 지방에는 그전에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교원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우유라는 걸 공급해 본 적도 없고 콩물을 6개월 정도 공급받은 것 밖에 없거든요."]
전문가들 역시 염소 사육만으로 북한 전체 유제품 생산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합니다.
나아가 북한의 과도한 염소 사육 확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염소는 다른 초식 가축과 달리 초원을 빠르게 황폐화시키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양이나 소는 (풀을) 혀로 말아서 대충 윗목만 뜯어먹거든요. 그런데 염소는 물어서 뿌리까지 다 잘라 먹기 때문에 빨리 초지가 황폐해지는 특성이 있어요. 일정한 구역에서 염소를 방목하다가 다른 구역으로 빨리 옮겨주지 않으면 초지가 황폐해져서 굉장히 효율성이 떨어지거든요."]
또 무턱대고 사육 수를 늘릴 경우 각종 질병에 노출되거나 폐사 확률도 높아진다고 경고합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좁은 공간에 염소를 빽빽하게 들여다 넣다 보니까 염소 분뇨에서 방출되는 가스로 주변 환경이 (오염돼서) 호흡기 질병이 많이 걸렸고요. 그다음에 초지에는 여러 가지 기생충들이 있어요. 이것들을 소독하고 건강한 초지를 만들어서 거기서 염소가 사육되어야 질병에서 안전한데 그냥 들판에다 염소를 방목하다 보니까 호흡기 질병도 걸리고 기생충성 질병도 걸리고 여러 가지 전염병들에 취약하게 돼서 염소들이 폐사하는 농장들도 많고 실패를 하게 되는 거죠."]
이 같은 우려는 북한 매체가 방영한 염소 목장 소개 프로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동혁/강계 염소목장 방목공 : "염소들이 아파할 때가 제일 잊히지 않습니다. 알아야지 치료라고 하는데 미처 몰라서 치료를 못 하고 제가 살붙이처럼 아끼던 염소가 제 눈앞에서 염소가 쓰러질 때 이게 제가 제일 잊히지 않는 가슴에 잊히지 않는 그 이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비한 방역이나 적절한 치료는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병의 종류와 심각성에 따른 약물 치료, 접종이 아니라 민간 요법에 의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경석/강계 염소목장 분장장 : "염소들이 폐렴이라든가 소화기 질병이라든가 외부 기생충에 의한 피해 이것을 막기 위한 수의 방역 사업을 우리 지방에 흔한 황경피라든가 박새풀과 같은 고려약 원료를 채취해서 익수화해서 염소 질병에 치료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러시아 검역 당국은 러시아가 북한 라선시에 447마리의 염소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엔 러시아가 1년에 약 천마리의 염소를 한에 수출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좋은 품종의 러시아 염소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실질적인 사육 기술 개선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평가입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현지에서 사육하는 좋은 염소들을 선발해서 러시아에서 들어온 염소하고 교배시켜서 북한의 기후 풍토에 맞는 우량한 염소들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비싸게 돈 주고 들여온 거 그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기술들이 조금 부족한 게 안타까운 사실이죠."]
열악한 축산 환경에서 어린이 유제품 무상 공급까지 선포한 김정은 위원장.
그러나 김 위원장의 공언이 현실화 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보통 유제품 하면 젖소에서 나온 원유가 주원료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북한에선 젖소보다 이 동물의 원유가 더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네, 바로 염소인데요.
북한의 목장에서도 젖소보다 염소 사육에 더 공을 들일 정도입니다.
지난 8월엔 러시아에서 염소 4백여 마리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은 왜 유독 염소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염소가 유제품 생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컵에 담긴 하얀 우유를 맛있게 마시는 북한 어린이들.
북한에서도 성장발육에 좋은 유제품 섭취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요.
[조선중앙TV : "산뜻하고 향기로운 맛과 높은 영양가로 하여 누구나 즐겨 찾는 젖제품."]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유제품 원료 대부분이 염소에서 짜낸 젖이라는 것입니다.
전국 각지의 목장에서 사육하는 가축도 염소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홍근식/신의주 청년염소목장 부원 : "현재 우리 기업소에서는 2천 마리 염소를 기르고 있는데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올 한 해만도 이 많은 염소들을 생산해서 공급하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북한이 염소 사육을 권장하는 이유로는 저렴한 비용과 비교적 쉬운 사육 방식을 꼽지만, 핵심적인 배경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바로 젖소 사육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에 우유 생산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과 아이들에게 단백질 공급을 할 때 대한 정책을 내놓고 유럽이나 러시아 쪽에서 상당히 많은 젖소를 들여왔는데 그때 당시에 북한에 있는 조선소(황소)죠. 북한에 있는 조선소하고 젖소하고 교배를 시켜서 소가 일도 하고 젖도 생산하게끔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그때 젖소를 통한 유제품 생산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고요."]
경제적 여유가 없던 북한은 수입해 온 젖소를 원유 공급용으로만 사육할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젖소를 북한의 토종 황소와 교배해 새 품종을 만들어 낸 건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사람으로 이야기하면 임산부에게 애를 낳고 모유를 생산하면서 일도 하라는 거와 같거든요. 돈이 없으니까 젖소 몇 마리 사다가 젖소의 기능을 조선소(북한 황소)에다 이전을 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정책이 실패했다는 거죠."]
또 젖소는 고품질의 사료와 전문적인 관리를 요구하는 가축이라 경제 사정이 어려운 북한으로선 젖소를 계속 수입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때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염소 사육입니다.
주목할 점은 염소 사육에서도 경제적 효율성을 가장 크게 고려했다는 점인데요.
북한은 염소 먹이로는 사료를 최소화하고 방목과 곡식 부산물을 이용하라고 강조합니다.
[백윤철/운하 협동농장 분조장 : "우리 운전군에 벌판이 많습니다. 먹이 문제는 기본 사계절 방목을 위주로 해서 해결합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산간 지역 벌판에서 나는 자연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는 건데 진짜 이유는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에 있다는 게 탈북민의 이야깁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사료가 있어야 먹죠.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어떻게 염소 먹을 게 있어요?"]
또 당국의 독려에도 운영 경비, 방목지 부족 등의 이유로 염소 사육이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었다고 합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처음 시도했다가 점차 잘 안됐어요. 왜냐하면 염소를 먹이면 도둑질해 가는 경우도 있고 그다음 염소 방목을 하자면 풀이 많아야 하는데 염소를 방목할 방목장이 크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개인들이 하려고 해도 힘들었고 그다음에 염소 농장을 만들어서 한번 크게 해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그것도 뜻대로 안 됐어요."]
그러던 중 2021년 염소 목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육아 정책 개선, 강화를 주장하며 전국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무상 공급하라고 지시한 건데요.
유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 염소 목장을 새로 건설하거나 현대화에 착수한 겁니다.
[조선중앙TV : "각 도, 시, 군들에서 당의 육아 정책을 일관성 있게 관철하기 위한 사업이 힘 있게 벌어져 전국적으로 수많은 염소목장이 새로 건설되고 질 좋은 젖 제품, 어린이 영양식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일떠섰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직접 지시인 만큼 각 목장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허경심/강계 염소목장 지배인 : "현재 우리 목장에서는 생산성이 좋은 우량 품종 및 종자 염소를 확보하는 것과 함께 젖 짜는 염소 마릿수를 늘이는 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전국의 어린이들이 유제품을 마음껏 공급받고 있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조선중앙TV : "도시와 농촌, 두메산골에 이르기까지 탁아유치원 연령기의 어린이들은 당의 은정 어린 젖 제품을 공급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소학교 교원으로 근무했던 탈북민은 이런 모습은 극히 일부일 뿐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평양시에 (공급) 한다 해도 제일 고위급 간부들의 자식이 다니는 학교나 중앙당 간부들 자식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공급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지방이나 평양시의 일반 학교는 전혀 공급이라는 게 없어요. 그리고 지방에는 그전에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교원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우유라는 걸 공급해 본 적도 없고 콩물을 6개월 정도 공급받은 것 밖에 없거든요."]
전문가들 역시 염소 사육만으로 북한 전체 유제품 생산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합니다.
나아가 북한의 과도한 염소 사육 확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염소는 다른 초식 가축과 달리 초원을 빠르게 황폐화시키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양이나 소는 (풀을) 혀로 말아서 대충 윗목만 뜯어먹거든요. 그런데 염소는 물어서 뿌리까지 다 잘라 먹기 때문에 빨리 초지가 황폐해지는 특성이 있어요. 일정한 구역에서 염소를 방목하다가 다른 구역으로 빨리 옮겨주지 않으면 초지가 황폐해져서 굉장히 효율성이 떨어지거든요."]
또 무턱대고 사육 수를 늘릴 경우 각종 질병에 노출되거나 폐사 확률도 높아진다고 경고합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좁은 공간에 염소를 빽빽하게 들여다 넣다 보니까 염소 분뇨에서 방출되는 가스로 주변 환경이 (오염돼서) 호흡기 질병이 많이 걸렸고요. 그다음에 초지에는 여러 가지 기생충들이 있어요. 이것들을 소독하고 건강한 초지를 만들어서 거기서 염소가 사육되어야 질병에서 안전한데 그냥 들판에다 염소를 방목하다 보니까 호흡기 질병도 걸리고 기생충성 질병도 걸리고 여러 가지 전염병들에 취약하게 돼서 염소들이 폐사하는 농장들도 많고 실패를 하게 되는 거죠."]
이 같은 우려는 북한 매체가 방영한 염소 목장 소개 프로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동혁/강계 염소목장 방목공 : "염소들이 아파할 때가 제일 잊히지 않습니다. 알아야지 치료라고 하는데 미처 몰라서 치료를 못 하고 제가 살붙이처럼 아끼던 염소가 제 눈앞에서 염소가 쓰러질 때 이게 제가 제일 잊히지 않는 가슴에 잊히지 않는 그 이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비한 방역이나 적절한 치료는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병의 종류와 심각성에 따른 약물 치료, 접종이 아니라 민간 요법에 의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경석/강계 염소목장 분장장 : "염소들이 폐렴이라든가 소화기 질병이라든가 외부 기생충에 의한 피해 이것을 막기 위한 수의 방역 사업을 우리 지방에 흔한 황경피라든가 박새풀과 같은 고려약 원료를 채취해서 익수화해서 염소 질병에 치료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러시아 검역 당국은 러시아가 북한 라선시에 447마리의 염소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엔 러시아가 1년에 약 천마리의 염소를 한에 수출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좋은 품종의 러시아 염소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실질적인 사육 기술 개선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평가입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현지에서 사육하는 좋은 염소들을 선발해서 러시아에서 들어온 염소하고 교배시켜서 북한의 기후 풍토에 맞는 우량한 염소들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비싸게 돈 주고 들여온 거 그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기술들이 조금 부족한 게 안타까운 사실이죠."]
열악한 축산 환경에서 어린이 유제품 무상 공급까지 선포한 김정은 위원장.
그러나 김 위원장의 공언이 현실화 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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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젖소 대신 염소…북한 유제품의 비밀
-
- 입력 2024-12-14 08:14:08
- 수정2024-12-14 08:35:03
[앵커]
보통 유제품 하면 젖소에서 나온 원유가 주원료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북한에선 젖소보다 이 동물의 원유가 더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네, 바로 염소인데요.
북한의 목장에서도 젖소보다 염소 사육에 더 공을 들일 정도입니다.
지난 8월엔 러시아에서 염소 4백여 마리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은 왜 유독 염소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염소가 유제품 생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컵에 담긴 하얀 우유를 맛있게 마시는 북한 어린이들.
북한에서도 성장발육에 좋은 유제품 섭취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요.
[조선중앙TV : "산뜻하고 향기로운 맛과 높은 영양가로 하여 누구나 즐겨 찾는 젖제품."]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유제품 원료 대부분이 염소에서 짜낸 젖이라는 것입니다.
전국 각지의 목장에서 사육하는 가축도 염소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홍근식/신의주 청년염소목장 부원 : "현재 우리 기업소에서는 2천 마리 염소를 기르고 있는데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올 한 해만도 이 많은 염소들을 생산해서 공급하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북한이 염소 사육을 권장하는 이유로는 저렴한 비용과 비교적 쉬운 사육 방식을 꼽지만, 핵심적인 배경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바로 젖소 사육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에 우유 생산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과 아이들에게 단백질 공급을 할 때 대한 정책을 내놓고 유럽이나 러시아 쪽에서 상당히 많은 젖소를 들여왔는데 그때 당시에 북한에 있는 조선소(황소)죠. 북한에 있는 조선소하고 젖소하고 교배를 시켜서 소가 일도 하고 젖도 생산하게끔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그때 젖소를 통한 유제품 생산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고요."]
경제적 여유가 없던 북한은 수입해 온 젖소를 원유 공급용으로만 사육할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젖소를 북한의 토종 황소와 교배해 새 품종을 만들어 낸 건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사람으로 이야기하면 임산부에게 애를 낳고 모유를 생산하면서 일도 하라는 거와 같거든요. 돈이 없으니까 젖소 몇 마리 사다가 젖소의 기능을 조선소(북한 황소)에다 이전을 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정책이 실패했다는 거죠."]
또 젖소는 고품질의 사료와 전문적인 관리를 요구하는 가축이라 경제 사정이 어려운 북한으로선 젖소를 계속 수입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때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염소 사육입니다.
주목할 점은 염소 사육에서도 경제적 효율성을 가장 크게 고려했다는 점인데요.
북한은 염소 먹이로는 사료를 최소화하고 방목과 곡식 부산물을 이용하라고 강조합니다.
[백윤철/운하 협동농장 분조장 : "우리 운전군에 벌판이 많습니다. 먹이 문제는 기본 사계절 방목을 위주로 해서 해결합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산간 지역 벌판에서 나는 자연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는 건데 진짜 이유는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에 있다는 게 탈북민의 이야깁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사료가 있어야 먹죠.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어떻게 염소 먹을 게 있어요?"]
또 당국의 독려에도 운영 경비, 방목지 부족 등의 이유로 염소 사육이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었다고 합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처음 시도했다가 점차 잘 안됐어요. 왜냐하면 염소를 먹이면 도둑질해 가는 경우도 있고 그다음 염소 방목을 하자면 풀이 많아야 하는데 염소를 방목할 방목장이 크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개인들이 하려고 해도 힘들었고 그다음에 염소 농장을 만들어서 한번 크게 해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그것도 뜻대로 안 됐어요."]
그러던 중 2021년 염소 목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육아 정책 개선, 강화를 주장하며 전국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무상 공급하라고 지시한 건데요.
유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 염소 목장을 새로 건설하거나 현대화에 착수한 겁니다.
[조선중앙TV : "각 도, 시, 군들에서 당의 육아 정책을 일관성 있게 관철하기 위한 사업이 힘 있게 벌어져 전국적으로 수많은 염소목장이 새로 건설되고 질 좋은 젖 제품, 어린이 영양식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일떠섰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직접 지시인 만큼 각 목장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허경심/강계 염소목장 지배인 : "현재 우리 목장에서는 생산성이 좋은 우량 품종 및 종자 염소를 확보하는 것과 함께 젖 짜는 염소 마릿수를 늘이는 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전국의 어린이들이 유제품을 마음껏 공급받고 있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조선중앙TV : "도시와 농촌, 두메산골에 이르기까지 탁아유치원 연령기의 어린이들은 당의 은정 어린 젖 제품을 공급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소학교 교원으로 근무했던 탈북민은 이런 모습은 극히 일부일 뿐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평양시에 (공급) 한다 해도 제일 고위급 간부들의 자식이 다니는 학교나 중앙당 간부들 자식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공급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지방이나 평양시의 일반 학교는 전혀 공급이라는 게 없어요. 그리고 지방에는 그전에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교원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우유라는 걸 공급해 본 적도 없고 콩물을 6개월 정도 공급받은 것 밖에 없거든요."]
전문가들 역시 염소 사육만으로 북한 전체 유제품 생산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합니다.
나아가 북한의 과도한 염소 사육 확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염소는 다른 초식 가축과 달리 초원을 빠르게 황폐화시키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양이나 소는 (풀을) 혀로 말아서 대충 윗목만 뜯어먹거든요. 그런데 염소는 물어서 뿌리까지 다 잘라 먹기 때문에 빨리 초지가 황폐해지는 특성이 있어요. 일정한 구역에서 염소를 방목하다가 다른 구역으로 빨리 옮겨주지 않으면 초지가 황폐해져서 굉장히 효율성이 떨어지거든요."]
또 무턱대고 사육 수를 늘릴 경우 각종 질병에 노출되거나 폐사 확률도 높아진다고 경고합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좁은 공간에 염소를 빽빽하게 들여다 넣다 보니까 염소 분뇨에서 방출되는 가스로 주변 환경이 (오염돼서) 호흡기 질병이 많이 걸렸고요. 그다음에 초지에는 여러 가지 기생충들이 있어요. 이것들을 소독하고 건강한 초지를 만들어서 거기서 염소가 사육되어야 질병에서 안전한데 그냥 들판에다 염소를 방목하다 보니까 호흡기 질병도 걸리고 기생충성 질병도 걸리고 여러 가지 전염병들에 취약하게 돼서 염소들이 폐사하는 농장들도 많고 실패를 하게 되는 거죠."]
이 같은 우려는 북한 매체가 방영한 염소 목장 소개 프로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동혁/강계 염소목장 방목공 : "염소들이 아파할 때가 제일 잊히지 않습니다. 알아야지 치료라고 하는데 미처 몰라서 치료를 못 하고 제가 살붙이처럼 아끼던 염소가 제 눈앞에서 염소가 쓰러질 때 이게 제가 제일 잊히지 않는 가슴에 잊히지 않는 그 이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비한 방역이나 적절한 치료는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병의 종류와 심각성에 따른 약물 치료, 접종이 아니라 민간 요법에 의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경석/강계 염소목장 분장장 : "염소들이 폐렴이라든가 소화기 질병이라든가 외부 기생충에 의한 피해 이것을 막기 위한 수의 방역 사업을 우리 지방에 흔한 황경피라든가 박새풀과 같은 고려약 원료를 채취해서 익수화해서 염소 질병에 치료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러시아 검역 당국은 러시아가 북한 라선시에 447마리의 염소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엔 러시아가 1년에 약 천마리의 염소를 한에 수출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좋은 품종의 러시아 염소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실질적인 사육 기술 개선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평가입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현지에서 사육하는 좋은 염소들을 선발해서 러시아에서 들어온 염소하고 교배시켜서 북한의 기후 풍토에 맞는 우량한 염소들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비싸게 돈 주고 들여온 거 그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기술들이 조금 부족한 게 안타까운 사실이죠."]
열악한 축산 환경에서 어린이 유제품 무상 공급까지 선포한 김정은 위원장.
그러나 김 위원장의 공언이 현실화 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보통 유제품 하면 젖소에서 나온 원유가 주원료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북한에선 젖소보다 이 동물의 원유가 더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네, 바로 염소인데요.
북한의 목장에서도 젖소보다 염소 사육에 더 공을 들일 정도입니다.
지난 8월엔 러시아에서 염소 4백여 마리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은 왜 유독 염소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염소가 유제품 생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컵에 담긴 하얀 우유를 맛있게 마시는 북한 어린이들.
북한에서도 성장발육에 좋은 유제품 섭취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요.
[조선중앙TV : "산뜻하고 향기로운 맛과 높은 영양가로 하여 누구나 즐겨 찾는 젖제품."]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유제품 원료 대부분이 염소에서 짜낸 젖이라는 것입니다.
전국 각지의 목장에서 사육하는 가축도 염소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홍근식/신의주 청년염소목장 부원 : "현재 우리 기업소에서는 2천 마리 염소를 기르고 있는데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올 한 해만도 이 많은 염소들을 생산해서 공급하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북한이 염소 사육을 권장하는 이유로는 저렴한 비용과 비교적 쉬운 사육 방식을 꼽지만, 핵심적인 배경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바로 젖소 사육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에 우유 생산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과 아이들에게 단백질 공급을 할 때 대한 정책을 내놓고 유럽이나 러시아 쪽에서 상당히 많은 젖소를 들여왔는데 그때 당시에 북한에 있는 조선소(황소)죠. 북한에 있는 조선소하고 젖소하고 교배를 시켜서 소가 일도 하고 젖도 생산하게끔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그때 젖소를 통한 유제품 생산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고요."]
경제적 여유가 없던 북한은 수입해 온 젖소를 원유 공급용으로만 사육할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젖소를 북한의 토종 황소와 교배해 새 품종을 만들어 낸 건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사람으로 이야기하면 임산부에게 애를 낳고 모유를 생산하면서 일도 하라는 거와 같거든요. 돈이 없으니까 젖소 몇 마리 사다가 젖소의 기능을 조선소(북한 황소)에다 이전을 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정책이 실패했다는 거죠."]
또 젖소는 고품질의 사료와 전문적인 관리를 요구하는 가축이라 경제 사정이 어려운 북한으로선 젖소를 계속 수입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때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염소 사육입니다.
주목할 점은 염소 사육에서도 경제적 효율성을 가장 크게 고려했다는 점인데요.
북한은 염소 먹이로는 사료를 최소화하고 방목과 곡식 부산물을 이용하라고 강조합니다.
[백윤철/운하 협동농장 분조장 : "우리 운전군에 벌판이 많습니다. 먹이 문제는 기본 사계절 방목을 위주로 해서 해결합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산간 지역 벌판에서 나는 자연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는 건데 진짜 이유는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에 있다는 게 탈북민의 이야깁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사료가 있어야 먹죠.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어떻게 염소 먹을 게 있어요?"]
또 당국의 독려에도 운영 경비, 방목지 부족 등의 이유로 염소 사육이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었다고 합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처음 시도했다가 점차 잘 안됐어요. 왜냐하면 염소를 먹이면 도둑질해 가는 경우도 있고 그다음 염소 방목을 하자면 풀이 많아야 하는데 염소를 방목할 방목장이 크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개인들이 하려고 해도 힘들었고 그다음에 염소 농장을 만들어서 한번 크게 해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그것도 뜻대로 안 됐어요."]
그러던 중 2021년 염소 목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육아 정책 개선, 강화를 주장하며 전국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무상 공급하라고 지시한 건데요.
유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 염소 목장을 새로 건설하거나 현대화에 착수한 겁니다.
[조선중앙TV : "각 도, 시, 군들에서 당의 육아 정책을 일관성 있게 관철하기 위한 사업이 힘 있게 벌어져 전국적으로 수많은 염소목장이 새로 건설되고 질 좋은 젖 제품, 어린이 영양식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일떠섰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직접 지시인 만큼 각 목장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허경심/강계 염소목장 지배인 : "현재 우리 목장에서는 생산성이 좋은 우량 품종 및 종자 염소를 확보하는 것과 함께 젖 짜는 염소 마릿수를 늘이는 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전국의 어린이들이 유제품을 마음껏 공급받고 있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조선중앙TV : "도시와 농촌, 두메산골에 이르기까지 탁아유치원 연령기의 어린이들은 당의 은정 어린 젖 제품을 공급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소학교 교원으로 근무했던 탈북민은 이런 모습은 극히 일부일 뿐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최영숙/전 북한 소학교 교사/2016년 탈북 : "평양시에 (공급) 한다 해도 제일 고위급 간부들의 자식이 다니는 학교나 중앙당 간부들 자식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공급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지방이나 평양시의 일반 학교는 전혀 공급이라는 게 없어요. 그리고 지방에는 그전에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교원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우유라는 걸 공급해 본 적도 없고 콩물을 6개월 정도 공급받은 것 밖에 없거든요."]
전문가들 역시 염소 사육만으로 북한 전체 유제품 생산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합니다.
나아가 북한의 과도한 염소 사육 확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염소는 다른 초식 가축과 달리 초원을 빠르게 황폐화시키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양이나 소는 (풀을) 혀로 말아서 대충 윗목만 뜯어먹거든요. 그런데 염소는 물어서 뿌리까지 다 잘라 먹기 때문에 빨리 초지가 황폐해지는 특성이 있어요. 일정한 구역에서 염소를 방목하다가 다른 구역으로 빨리 옮겨주지 않으면 초지가 황폐해져서 굉장히 효율성이 떨어지거든요."]
또 무턱대고 사육 수를 늘릴 경우 각종 질병에 노출되거나 폐사 확률도 높아진다고 경고합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좁은 공간에 염소를 빽빽하게 들여다 넣다 보니까 염소 분뇨에서 방출되는 가스로 주변 환경이 (오염돼서) 호흡기 질병이 많이 걸렸고요. 그다음에 초지에는 여러 가지 기생충들이 있어요. 이것들을 소독하고 건강한 초지를 만들어서 거기서 염소가 사육되어야 질병에서 안전한데 그냥 들판에다 염소를 방목하다 보니까 호흡기 질병도 걸리고 기생충성 질병도 걸리고 여러 가지 전염병들에 취약하게 돼서 염소들이 폐사하는 농장들도 많고 실패를 하게 되는 거죠."]
이 같은 우려는 북한 매체가 방영한 염소 목장 소개 프로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동혁/강계 염소목장 방목공 : "염소들이 아파할 때가 제일 잊히지 않습니다. 알아야지 치료라고 하는데 미처 몰라서 치료를 못 하고 제가 살붙이처럼 아끼던 염소가 제 눈앞에서 염소가 쓰러질 때 이게 제가 제일 잊히지 않는 가슴에 잊히지 않는 그 이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비한 방역이나 적절한 치료는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병의 종류와 심각성에 따른 약물 치료, 접종이 아니라 민간 요법에 의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경석/강계 염소목장 분장장 : "염소들이 폐렴이라든가 소화기 질병이라든가 외부 기생충에 의한 피해 이것을 막기 위한 수의 방역 사업을 우리 지방에 흔한 황경피라든가 박새풀과 같은 고려약 원료를 채취해서 익수화해서 염소 질병에 치료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러시아 검역 당국은 러시아가 북한 라선시에 447마리의 염소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엔 러시아가 1년에 약 천마리의 염소를 한에 수출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좋은 품종의 러시아 염소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실질적인 사육 기술 개선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평가입니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소장/전 북한 수의공무원 : "현지에서 사육하는 좋은 염소들을 선발해서 러시아에서 들어온 염소하고 교배시켜서 북한의 기후 풍토에 맞는 우량한 염소들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비싸게 돈 주고 들여온 거 그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기술들이 조금 부족한 게 안타까운 사실이죠."]
열악한 축산 환경에서 어린이 유제품 무상 공급까지 선포한 김정은 위원장.
그러나 김 위원장의 공언이 현실화 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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