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해상 면세유 불법 유통

입력 2005.12.19 (22:07)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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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수산업과 해운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해상 면세유가 대량으로 빼돌려져 수도권 일대 공장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조직적인 불법 유통과정을 함철 기자가 현장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인적이 뜸한 밤 10시 항구 한켠에 정박중인 선박 옆으로 탱크로리 차가 접근합니다.

이윽고 선박에서 탱크로리로 호스가 연결되고 선박용 면세유를 퍼 담기 시작합니다.

30분간의 작업 끝에 3만 리터짜리 탱크에 기름이 가득찹니다.

뒤이어 또 다른 탱크로리가 나타납니다.

역시 같은 방법으로 기름을 담은 뒤 유유히 사라집니다.

이날 하루에만 탱크로리 3대가 9만 리터, 시가 3600만 원어치의 면세 벙커 C유를 빼돌렸습니다.

이 많은 면세유는 어디서 나왔을까?

외항선이나 대형 컨테이너선에 연료를 공급하는 급유선이 남겨 오거나 청소선이 이들 선박에 남아 있는 기름을 모아둔 것들입니다.

물론 해당 선박의 기관장 등과는 사후에 서류를 조작해 둡니다.

<녹취>정동화 (해양경찰청 광역수사단): "다 넣은 것처럼 한 뒤 남겨 와서 보관해 뒀다가 빼돌리는 것입니다."

해경 수사팀이 안산의 한 정제유 공장을 덮쳤습니다.

폐유를 재생하는 이 공장은 면세유를 받아 와 마치 재생유인것 처럼 둔갑시키는 이른바 세탁소입니다.

<녹취>탱크로리 운전기사: "왜 우리만 잡아요, 더 큰 데가 많은데…"

최종 소비처는 바로 수도권 공장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드러납니다.

해상 면세유는 황 성분이 4%인 '고유황 벙커 C유'로 수도권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기름입니다.

대기환경 보전을 위해 황 성분이 0.3% 이하만을 쓰도록 한 수도권 사용 기준을 무려 13배나 초과한 것입니다.

정제유 업체는 재생 엔진 오일로 황 성분이 0.2%라는 품질 검사서를 받은 뒤 이 고유황 해상 면세유를 공급했습니다.

공장들은 검사서가 있고 리터당 90원이나 싼 이 기름을 마다할 리 없습니다.

<녹취>면세유 사용 공장 관계자: "고유가에 값이 싸다 보니, 쓰는 것입니다."

면세유를 불법 유통한 정제유 공장은 확인된 곳만 2곳, 이 두 업체는 수도권 270여 개 공장에 250만 리터, 시가 10억 원대의 면세유를 불법 판매해왔습니다.

<인터뷰>김창권 (해양경찰청 광역수사단장): "80여 개나 되는 수도권 전체 정제유 공장으로 수사를 확대하면 불법 유통된 면세유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봅니다."

연간 외항선 등에 공급되는 면세 벙커 C유는 65억 리터, 해경은 이 가운데 적어도 10%는 몰래 빼돌려져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장 추적 함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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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해상 면세유 불법 유통
    • 입력 2005-12-19 21:13:33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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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수산업과 해운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해상 면세유가 대량으로 빼돌려져 수도권 일대 공장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조직적인 불법 유통과정을 함철 기자가 현장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인적이 뜸한 밤 10시 항구 한켠에 정박중인 선박 옆으로 탱크로리 차가 접근합니다. 이윽고 선박에서 탱크로리로 호스가 연결되고 선박용 면세유를 퍼 담기 시작합니다. 30분간의 작업 끝에 3만 리터짜리 탱크에 기름이 가득찹니다. 뒤이어 또 다른 탱크로리가 나타납니다. 역시 같은 방법으로 기름을 담은 뒤 유유히 사라집니다. 이날 하루에만 탱크로리 3대가 9만 리터, 시가 3600만 원어치의 면세 벙커 C유를 빼돌렸습니다. 이 많은 면세유는 어디서 나왔을까? 외항선이나 대형 컨테이너선에 연료를 공급하는 급유선이 남겨 오거나 청소선이 이들 선박에 남아 있는 기름을 모아둔 것들입니다. 물론 해당 선박의 기관장 등과는 사후에 서류를 조작해 둡니다. <녹취>정동화 (해양경찰청 광역수사단): "다 넣은 것처럼 한 뒤 남겨 와서 보관해 뒀다가 빼돌리는 것입니다." 해경 수사팀이 안산의 한 정제유 공장을 덮쳤습니다. 폐유를 재생하는 이 공장은 면세유를 받아 와 마치 재생유인것 처럼 둔갑시키는 이른바 세탁소입니다. <녹취>탱크로리 운전기사: "왜 우리만 잡아요, 더 큰 데가 많은데…" 최종 소비처는 바로 수도권 공장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드러납니다. 해상 면세유는 황 성분이 4%인 '고유황 벙커 C유'로 수도권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기름입니다. 대기환경 보전을 위해 황 성분이 0.3% 이하만을 쓰도록 한 수도권 사용 기준을 무려 13배나 초과한 것입니다. 정제유 업체는 재생 엔진 오일로 황 성분이 0.2%라는 품질 검사서를 받은 뒤 이 고유황 해상 면세유를 공급했습니다. 공장들은 검사서가 있고 리터당 90원이나 싼 이 기름을 마다할 리 없습니다. <녹취>면세유 사용 공장 관계자: "고유가에 값이 싸다 보니, 쓰는 것입니다." 면세유를 불법 유통한 정제유 공장은 확인된 곳만 2곳, 이 두 업체는 수도권 270여 개 공장에 250만 리터, 시가 10억 원대의 면세유를 불법 판매해왔습니다. <인터뷰>김창권 (해양경찰청 광역수사단장): "80여 개나 되는 수도권 전체 정제유 공장으로 수사를 확대하면 불법 유통된 면세유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봅니다." 연간 외항선 등에 공급되는 면세 벙커 C유는 65억 리터, 해경은 이 가운데 적어도 10%는 몰래 빼돌려져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장 추적 함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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