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K] ‘장난감의 비극’…4·3 폭발사고 최초 보고

입력 2024.12.26 (19:05) 수정 2024.12.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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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4·3 76주년인 올해, 군경이 버리고 간 폭발물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 어린이들이 희생된 사고를 처음으로 추적 보도했는데요.

이후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기록 K, 안서연·고성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70년 넘게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본 강승찬 할아버지.

곳곳에 박힌 파편은 11살 소년의 삶을 조각냈습니다.

[강승찬/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생존자 : "5~6학년생들이 그걸(포탄) 가져가서 돌로 두드렸단 말이야. 한 3시간? 3시간은 기절해 버렸지 나도. 그때 즉석에서 한 22명 돌아가시고 한 이틀 삼일 일주일 안에 또 7~8명 돌아가시고."]

군인들이 두고 간 폭발물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 희생된 이 아이들은 사고 발생 65년 만인 2015년에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KBS 취재 결과, 이보다 앞선 1949년 3월 옛 서귀포초등학교에서도 폭발사고가 있었습니다.

[서근숙/서귀포초등학교 폭발사고 생존자 : "갑자기 '팡'하는 소리가 나면서 정신을 잃었고 그다음에는 내가 어떻게 된 거는 몰라요. 그날 다친 사람 중에서 제가 제일 중상자였고, 다친 학생들은 28명이 다쳤고, 또 그 이후에 5명이 죽었다고."]

4·3 당시 주민 400여 명이 학살당한 옛 북촌초등학교 인근에서도 폭발이 아이들을 덮쳤습니다.

이 사고로 6살, 7살 아이 둘이 숨지고, 다른 아이 둘은 눈이 실명되는 등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윤상범/북촌초등학교 인근 폭발사고 생존자 : "'팡'하는 소리 들으니까 그냥 달린 거야. 내려온 다음에 보니까 애가 없더라고. 그래서 난 도망가서 없는 줄 알았지 산산조각 나서 없어진 걸 몰랐다고."]

집단 학살로 고아가 된 아이는 수류탄을 갖고 놀다 한쪽 팔과 친구를 잃었습니다.

[원홍택/제주보육원 폭발사고 생존자 : "뭐 생각지도 않고 이렇게 툭툭툭툭 두드리다 보니까 '팡'하니까 저는 살고 내가 두드렸는데, 옆에 앉았던 친구는 돌아가 버리고."]

4·3 기간이 지난 1956년 5월 서귀포 남원에선 심부름 가던 10살, 13살 아이 둘이 수류탄을 밟고 숨졌습니다.

[김기만/남원 폭발사고 희생자 故 김동만 동생 : "같이 앉아 있다가 그것(수류탄)이 폭발되니까 이 몸 네 몸 서로 섞어졌을 거고. 참 이루 말할 수가 없는데."]

70년 넘게 드러나지 않았던 아이들의 죽음, 보도 이후 목격자의 제보가 잇따랐고, 올해 6월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김은희/4·3평화재단 추가진상조사단 조사2팀장 : "KBS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취재해 주셔서 '아, 이게 추가 진상 조사에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겠다' 판단이 선 것 같아요."]

지금도 누군가의 귓가에 맴돌고 있을 폭발음, 이들에게 4·3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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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K] ‘장난감의 비극’…4·3 폭발사고 최초 보고
    • 입력 2024-12-26 19:05:50
    • 수정2024-12-26 20:20:10
    뉴스7(제주)
[앵커]

KBS는 4·3 76주년인 올해, 군경이 버리고 간 폭발물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 어린이들이 희생된 사고를 처음으로 추적 보도했는데요.

이후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기록 K, 안서연·고성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70년 넘게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본 강승찬 할아버지.

곳곳에 박힌 파편은 11살 소년의 삶을 조각냈습니다.

[강승찬/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생존자 : "5~6학년생들이 그걸(포탄) 가져가서 돌로 두드렸단 말이야. 한 3시간? 3시간은 기절해 버렸지 나도. 그때 즉석에서 한 22명 돌아가시고 한 이틀 삼일 일주일 안에 또 7~8명 돌아가시고."]

군인들이 두고 간 폭발물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 희생된 이 아이들은 사고 발생 65년 만인 2015년에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KBS 취재 결과, 이보다 앞선 1949년 3월 옛 서귀포초등학교에서도 폭발사고가 있었습니다.

[서근숙/서귀포초등학교 폭발사고 생존자 : "갑자기 '팡'하는 소리가 나면서 정신을 잃었고 그다음에는 내가 어떻게 된 거는 몰라요. 그날 다친 사람 중에서 제가 제일 중상자였고, 다친 학생들은 28명이 다쳤고, 또 그 이후에 5명이 죽었다고."]

4·3 당시 주민 400여 명이 학살당한 옛 북촌초등학교 인근에서도 폭발이 아이들을 덮쳤습니다.

이 사고로 6살, 7살 아이 둘이 숨지고, 다른 아이 둘은 눈이 실명되는 등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윤상범/북촌초등학교 인근 폭발사고 생존자 : "'팡'하는 소리 들으니까 그냥 달린 거야. 내려온 다음에 보니까 애가 없더라고. 그래서 난 도망가서 없는 줄 알았지 산산조각 나서 없어진 걸 몰랐다고."]

집단 학살로 고아가 된 아이는 수류탄을 갖고 놀다 한쪽 팔과 친구를 잃었습니다.

[원홍택/제주보육원 폭발사고 생존자 : "뭐 생각지도 않고 이렇게 툭툭툭툭 두드리다 보니까 '팡'하니까 저는 살고 내가 두드렸는데, 옆에 앉았던 친구는 돌아가 버리고."]

4·3 기간이 지난 1956년 5월 서귀포 남원에선 심부름 가던 10살, 13살 아이 둘이 수류탄을 밟고 숨졌습니다.

[김기만/남원 폭발사고 희생자 故 김동만 동생 : "같이 앉아 있다가 그것(수류탄)이 폭발되니까 이 몸 네 몸 서로 섞어졌을 거고. 참 이루 말할 수가 없는데."]

70년 넘게 드러나지 않았던 아이들의 죽음, 보도 이후 목격자의 제보가 잇따랐고, 올해 6월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김은희/4·3평화재단 추가진상조사단 조사2팀장 : "KBS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취재해 주셔서 '아, 이게 추가 진상 조사에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겠다' 판단이 선 것 같아요."]

지금도 누군가의 귓가에 맴돌고 있을 폭발음, 이들에게 4·3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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