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조류 충돌 경고’…제주 제2공항에서도 반복

입력 2025.01.02 (16:27) 수정 2025.01.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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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이 꼽히고 있습니다. 2022년 조건부 통과된 무안공항 활주로 확장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조류 충돌 위험성이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공항 운영에 있어 주변 조류 환경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에선 신공항으로 추진 중인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무안공항 환경영향평가에서 나왔던 우려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안국제공항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조류 충돌 우려, 저감대책 주문"



2022년 4월, 무안국제공항 환경영향평가 본안 조건부 협의 내용2022년 4월, 무안국제공항 환경영향평가 본안 조건부 협의 내용

무안공항 환경영향평가서에 나타난 주변 철새도리지 현황무안공항 환경영향평가서에 나타난 주변 철새도리지 현황

무안공제공항 활주로 연장사업은 2021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접수돼 보완요구를 거쳤습니다, 이후 2022년 4월 영산강유역환경청로부터 조건부 협의로 통과됐습니다. 평가 보고서를 보면, 무안국제공항 주변 13km 이내에 철새 도래지 4곳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항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큰기러기와 황새를 비롯해 다양한 조류가 확인된다며 항공기 충돌 대책과 서식지 피해 최소화를 주문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피해 발생 때 보완 대책도 즉각 이행할 것을 요구한 점도 눈에 띕니다.

우리나라 공항 상당수는 소음과 안전 문제 등으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평야나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한공운항학과 교수는 " 공항도 바닷가로 나가기가 쉽고 철새들 또한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하고 번식하기 좋은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역이 겹치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신규 공항의 입지 선정 때마다 조류 충돌 가능성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겁니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도 "철새도래지 4곳"…"무안공항과 닮아 있어"

제주 서귀포시 성산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지 위치제주 서귀포시 성산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지 위치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해 고시했습니다. 2015년 정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지 9년 만입니다. 총사업비는 5조 4천5백억 원으로 계획대로라면 오는 203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체 551만㎡ 부지에 제주국제공항과 비슷한 3.2km 활주로와 터미널 등이 조성되며, 연간 1,690만 명의 여객을 처리하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사업 예정지 주변에 철새도래지 4곳이 있습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지 반경 13km 이내 철새도래지.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지 반경 13km 이내 철새도래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국토부가 조사한 조류만 140여 종, 5만 6천여 마리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예정지와 5km 거리에는 멸종위기종 1급인 매의 서식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부터 조류 충돌 우려↑…"입지 재검토 등 대책 필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환경영향평가 조사와 기본설계 입찰 공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항공기-조류 충돌과 관련해 어떤 우려들이 제기됐는지 짚어 봅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은 검토의견서에서 입지 적정성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기관은 국토부가 항공기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해 내놓은 조류의 서식지 보전 계획은 근본적으로 제2공항 입지의 문제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것이라며 전략환경영향평가 취지에 맞지 않다고 명시했습니다.

법정보호종 조류들의 경우 서식지 복원과 적응은 10년 이상 소요돼 국토부가 제시한 대체 가능 지역으로의 조류 이동 예측은 실효성이 낮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토부가 항공기 운항 안전 측면에서 제시한 통합적 평가 방법은 일부 충돌 위험이 높은 분포 지역을 누락하고 있어 평가 방법도 적정했는지 재검토를 제안했습니다.

국립생태원 역시, 비슷한 우려를 내놓으며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당시 환경부는 이 같은 전문기관들의 조류-항공기 충돌에 대한 검토 의견에도 이후 환경영향평가 심의 과정에서 대안을 제시하라며 조건부 동의하고 공을 제주도로 넘겼습니다.

최근 제2공항 조류 환경 불확실성↑ …"사실상 대안 없어" 국내 전문가 한 목소리

국토부는 전문기관들의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조류-항공기 충돌 우려에 대해 대체서식지와 조류 퇴치 인력 확충, 새들의 분산 유도 등 대안을 마련하겠고 밝혔습니다. KBS 취재진은 조류-항공기 충돌과 관련한 대안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 봤습니다.

이우신 서울대 명예교수(한국의 새 저자) "제주 찾는 저어새에 주목해야"

지난해  10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철새도래지지난해 10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철새도래지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무리가 올해도 제주를 찾았습니다. 사업 예정지 반경 13km 안에 있는 구좌읍 종달리에선 먹이를 분주하게 찾고 쉬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우신 서울대 명예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철새 도래지 인근에 공항이 들어오는 게 맞냐고 물으며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을 찾는 저어새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저어새는 전 세계에 6~7천 마리 밖에 남지 않았고 이 중 90% 이상이 우리나라 서해안 무인도 등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서해안을 포함해 일부 중국과 러시아에서 번식한 저어새 등 상당수가 매년 월동지나 기착점으로 제주 하도리와 종달리 철새도래지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거쳐 매년 제주로 오는 저어새 이동 경로.중국과 러시아 거쳐 매년 제주로 오는 저어새 이동 경로.

이 교수는 또 "저어새들이 제주를 찾는 이유는 화산암 지대와 습지여서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법정보호종의 번식과 월동으로 충돌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토부가 대체 서식지 등을 조성한다면 저어새가 항공기 소음 등으로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다며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제대로 된 조류 조사 절실…위험 요소↑"

제주 제2공항 예정지 5km 거리 두산봉의 멸종위기종 1급 ‘매’제주 제2공항 예정지 5km 거리 두산봉의 멸종위기종 1급 ‘매’

제주 제2공항 인근 ‘매’ 서식지 두산봉 위치도제주 제2공항 인근 ‘매’ 서식지 두산봉 위치도

최창용 서울대 교수 역시,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의 항공기 조류 충돌을 우려했습니다. 특히, "맹금류와 같은 종들이 통과하는 현황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이런 위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국토부가 대안으로 꼽는 대체서식지는 주로 오리류, 기러기류, 갈매기류 이런 부분만 생각한다"며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위험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보다 다양하고 정확한 조류 조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남준 한국물새네트워크 이사 "철새의 텃새화 철저히 조사해야"

지남준 한국물새네트워크 이사는 제주 지역을 찾았던 월동 조류들의 텃새화도 조류-항공기 충돌 우려를 높이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습니다.

2022년 제주시 북촌리 다려도에서 포착된 가마우지 무리와 둥지.2022년 제주시 북촌리 다려도에서 포착된 가마우지 무리와 둥지.

지남준 이사는 "실제 2022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해안의 다려도에서 어미와 새끼 왜가리 50여 쌍과 둥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2공항 예정지 인근인 성산일출봉 주변에선 보호종 가마우지의 집단 번식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는 만큼 조류 이동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 전문가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조류 조사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2공항 활주로 끝부분인 성산읍 신산리 해안에선 가마우지와 왜가리들이 잇따라 오가며 양식장 배출구를 통해 나오는 물고기나 사료를 먹기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제2공항 사업지 인근 양식장에서 나온 물고기를 먹는 모습.제2공항 사업지 인근 양식장에서 나온 물고기를 먹는 모습.

현장에서 만난 한 양식장 관계자는 "조류가 무리 지어 올 때는 100여 마리 또는 그 이상일 때도 있고 4월~6월까지는 많이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토부에서 양식장 배출구 그물망 설치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조류 퇴치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기구도 "제주 제2공항 조류 충돌 위험 경고"…"대체서식지 성공 사례 거의 없어"


해외에선 제2공항 건설과 조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KBS 취재진은 영국에 본부를 두고 2천500만 명의 회원과 100여 개국 협력 단체를 둔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의 아시아 지부에 제주 제2공항 위치도와 조류 서식지 현황을 첨부해 질의했습니다.

이 기관은 "이미 제주의 철새도래지 등 환경을 알고 있다며 주변에 제2공항 건설은 하도리 등 철새도래지를 찾는 물새 개체군에 심각한 생태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철새도래지와 제2공항 예정지가 인접해 철새와 항공 안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새와 항공기의 충돌 위험도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국토부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대체서식지에 대해선 국내 전문가들과 이견이 없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성공적인 대체서식지 사례는 거의 없다며, 조성하더라도 기존 서식지 보호보다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 것이고, 기존과 같은 생물 다양성의 가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주 제2공항, 제주공항 충돌 8배 ↑…"조류 충돌 최대 쟁점"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제주 제2공항 조류 충돌 예측 결과.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제주 제2공항 조류 충돌 예측 결과.

국토부가 조사한 제주 제2공항의 조류 충돌 예측 조사 결과는 현 제주공항의 8배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대로라면 국토부가 내놓고 있는 대체서식지와 조류 퇴치 인력 확대 운영 등은 조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편,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도 신규 공항 건설 시 새 떼 이동 경로나 조류 선호 지역은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당시 차후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조류-항공기 충돌 대안을 제시하라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국토부는 이번 무안공항 참사 이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조류문제를 더 들여다보고 전문가들과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앞으로 진행될 환경영향평가에서 조류 충돌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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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안공항 ‘조류 충돌 경고’…제주 제2공항에서도 반복
    • 입력 2025-01-02 16:27:26
    • 수정2025-01-02 16: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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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이 꼽히고 있습니다. 2022년 조건부 통과된 무안공항 활주로 확장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조류 충돌 위험성이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공항 운영에 있어 주변 조류 환경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에선 신공항으로 추진 중인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무안공항 환경영향평가에서 나왔던 우려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안국제공항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조류 충돌 우려, 저감대책 주문"



2022년 4월, 무안국제공항 환경영향평가 본안 조건부 협의 내용
무안공항 환경영향평가서에 나타난 주변 철새도리지 현황
무안공제공항 활주로 연장사업은 2021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접수돼 보완요구를 거쳤습니다, 이후 2022년 4월 영산강유역환경청로부터 조건부 협의로 통과됐습니다. 평가 보고서를 보면, 무안국제공항 주변 13km 이내에 철새 도래지 4곳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항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큰기러기와 황새를 비롯해 다양한 조류가 확인된다며 항공기 충돌 대책과 서식지 피해 최소화를 주문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피해 발생 때 보완 대책도 즉각 이행할 것을 요구한 점도 눈에 띕니다.

우리나라 공항 상당수는 소음과 안전 문제 등으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평야나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한공운항학과 교수는 " 공항도 바닷가로 나가기가 쉽고 철새들 또한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하고 번식하기 좋은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역이 겹치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신규 공항의 입지 선정 때마다 조류 충돌 가능성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겁니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도 "철새도래지 4곳"…"무안공항과 닮아 있어"

제주 서귀포시 성산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지 위치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해 고시했습니다. 2015년 정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지 9년 만입니다. 총사업비는 5조 4천5백억 원으로 계획대로라면 오는 203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체 551만㎡ 부지에 제주국제공항과 비슷한 3.2km 활주로와 터미널 등이 조성되며, 연간 1,690만 명의 여객을 처리하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사업 예정지 주변에 철새도래지 4곳이 있습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지 반경 13km 이내 철새도래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국토부가 조사한 조류만 140여 종, 5만 6천여 마리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예정지와 5km 거리에는 멸종위기종 1급인 매의 서식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부터 조류 충돌 우려↑…"입지 재검토 등 대책 필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환경영향평가 조사와 기본설계 입찰 공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항공기-조류 충돌과 관련해 어떤 우려들이 제기됐는지 짚어 봅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은 검토의견서에서 입지 적정성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기관은 국토부가 항공기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해 내놓은 조류의 서식지 보전 계획은 근본적으로 제2공항 입지의 문제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것이라며 전략환경영향평가 취지에 맞지 않다고 명시했습니다.

법정보호종 조류들의 경우 서식지 복원과 적응은 10년 이상 소요돼 국토부가 제시한 대체 가능 지역으로의 조류 이동 예측은 실효성이 낮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토부가 항공기 운항 안전 측면에서 제시한 통합적 평가 방법은 일부 충돌 위험이 높은 분포 지역을 누락하고 있어 평가 방법도 적정했는지 재검토를 제안했습니다.

국립생태원 역시, 비슷한 우려를 내놓으며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당시 환경부는 이 같은 전문기관들의 조류-항공기 충돌에 대한 검토 의견에도 이후 환경영향평가 심의 과정에서 대안을 제시하라며 조건부 동의하고 공을 제주도로 넘겼습니다.

최근 제2공항 조류 환경 불확실성↑ …"사실상 대안 없어" 국내 전문가 한 목소리

국토부는 전문기관들의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조류-항공기 충돌 우려에 대해 대체서식지와 조류 퇴치 인력 확충, 새들의 분산 유도 등 대안을 마련하겠고 밝혔습니다. KBS 취재진은 조류-항공기 충돌과 관련한 대안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 봤습니다.

이우신 서울대 명예교수(한국의 새 저자) "제주 찾는 저어새에 주목해야"

지난해  10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철새도래지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무리가 올해도 제주를 찾았습니다. 사업 예정지 반경 13km 안에 있는 구좌읍 종달리에선 먹이를 분주하게 찾고 쉬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우신 서울대 명예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철새 도래지 인근에 공항이 들어오는 게 맞냐고 물으며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을 찾는 저어새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저어새는 전 세계에 6~7천 마리 밖에 남지 않았고 이 중 90% 이상이 우리나라 서해안 무인도 등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서해안을 포함해 일부 중국과 러시아에서 번식한 저어새 등 상당수가 매년 월동지나 기착점으로 제주 하도리와 종달리 철새도래지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거쳐 매년 제주로 오는 저어새 이동 경로.
이 교수는 또 "저어새들이 제주를 찾는 이유는 화산암 지대와 습지여서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법정보호종의 번식과 월동으로 충돌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토부가 대체 서식지 등을 조성한다면 저어새가 항공기 소음 등으로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다며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제대로 된 조류 조사 절실…위험 요소↑"

제주 제2공항 예정지 5km 거리 두산봉의 멸종위기종 1급 ‘매’
제주 제2공항 인근 ‘매’ 서식지 두산봉 위치도
최창용 서울대 교수 역시,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의 항공기 조류 충돌을 우려했습니다. 특히, "맹금류와 같은 종들이 통과하는 현황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이런 위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국토부가 대안으로 꼽는 대체서식지는 주로 오리류, 기러기류, 갈매기류 이런 부분만 생각한다"며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위험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보다 다양하고 정확한 조류 조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남준 한국물새네트워크 이사 "철새의 텃새화 철저히 조사해야"

지남준 한국물새네트워크 이사는 제주 지역을 찾았던 월동 조류들의 텃새화도 조류-항공기 충돌 우려를 높이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습니다.

2022년 제주시 북촌리 다려도에서 포착된 가마우지 무리와 둥지.
지남준 이사는 "실제 2022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해안의 다려도에서 어미와 새끼 왜가리 50여 쌍과 둥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2공항 예정지 인근인 성산일출봉 주변에선 보호종 가마우지의 집단 번식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는 만큼 조류 이동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 전문가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조류 조사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2공항 활주로 끝부분인 성산읍 신산리 해안에선 가마우지와 왜가리들이 잇따라 오가며 양식장 배출구를 통해 나오는 물고기나 사료를 먹기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제2공항 사업지 인근 양식장에서 나온 물고기를 먹는 모습.
현장에서 만난 한 양식장 관계자는 "조류가 무리 지어 올 때는 100여 마리 또는 그 이상일 때도 있고 4월~6월까지는 많이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토부에서 양식장 배출구 그물망 설치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조류 퇴치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기구도 "제주 제2공항 조류 충돌 위험 경고"…"대체서식지 성공 사례 거의 없어"


해외에선 제2공항 건설과 조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KBS 취재진은 영국에 본부를 두고 2천500만 명의 회원과 100여 개국 협력 단체를 둔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의 아시아 지부에 제주 제2공항 위치도와 조류 서식지 현황을 첨부해 질의했습니다.

이 기관은 "이미 제주의 철새도래지 등 환경을 알고 있다며 주변에 제2공항 건설은 하도리 등 철새도래지를 찾는 물새 개체군에 심각한 생태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철새도래지와 제2공항 예정지가 인접해 철새와 항공 안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새와 항공기의 충돌 위험도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국토부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대체서식지에 대해선 국내 전문가들과 이견이 없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성공적인 대체서식지 사례는 거의 없다며, 조성하더라도 기존 서식지 보호보다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 것이고, 기존과 같은 생물 다양성의 가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주 제2공항, 제주공항 충돌 8배 ↑…"조류 충돌 최대 쟁점"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제주 제2공항 조류 충돌 예측 결과.
국토부가 조사한 제주 제2공항의 조류 충돌 예측 조사 결과는 현 제주공항의 8배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대로라면 국토부가 내놓고 있는 대체서식지와 조류 퇴치 인력 확대 운영 등은 조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편,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도 신규 공항 건설 시 새 떼 이동 경로나 조류 선호 지역은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당시 차후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조류-항공기 충돌 대안을 제시하라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국토부는 이번 무안공항 참사 이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조류문제를 더 들여다보고 전문가들과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앞으로 진행될 환경영향평가에서 조류 충돌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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