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채용비리 백태…헌재는 “선관위 감사는 위헌”

입력 2025.02.27 (22:59) 수정 2025.02.2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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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난 10년간 조직적인 채용 부정이 있었다고 감사원이 확인했습니다.

가족회사, 친인척 채용은 전통, 이런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헌법재판소는 오늘 독립기관인 선관위를 감사원이 감사하는 건 위헌 위법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현예슬 기자, 선관위 채용 비리가 드러난 진 꽤 됐는데, 감사원이 오늘 어떤 내용 발표했습니까?

[기자]

감사원은 2023년 초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이 불거지며 감사를 시작했는데, 최종 결과를 오늘 발표했습니다.

2013년 이후 경력 채용 약 290회를 모두 조사했는데, 모든 회차에서 규정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위반 건수가 약 880건 입니다.

가족과 친척 채용을 청탁하고, 면접 점수를 바꾸고, 증거 서류를 조작하는 행위들입니다.

대부분 인사 담당자에게 거리낌 없이 연락해서 자녀 등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게 감사원 설명입니다.

감사원은 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선 감사원에 징계를 요구하거나 비위를 통보했습니다.

[앵커]

구체적인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2023년 5월 면직된 송봉섭 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사례를 보겠습니다.

2018년, 송 전 차장이 충북선관위 인사 담당자에게 딸 채용을 부탁했는데, 감사원에 따르면 "내 딸 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착하고 성실하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결국 다른 응시자 없이, 송 전 사무차장 딸 한 명만 단독으로 채용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앵커]

그야말로 특혜인데요.

[기자]

동료 자녀 붙이려고 면접 점수를 조작한 경우도 있습니다.

경남선관위 사례인데요.

2021년 경남선관위 과장 A 씨가 채용 담당자 B 씨에게 "내 자녀도 지원했다"고 알립니다.

이후 B 씨는 면접관으로 들어가서 A 씨의 자녀를 포함해 5명을 합격시키도록 다른 면접관들에게 지시했습니다.

낮은 등수 응시자를 합격권에 올려야 하니까, 점수를 조작해서, 1, 2위 지원자를 탈락시켰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앵커]

이번엔 채용 비리만 감사한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근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복무 실태도 점검했는데, '간 큰 직원들'이 적발됐습니다.

강원선관위의 한 직원은 2015년 7월 일본 여행을 떠나서 11일 뒤에 왔습니다.

승인받은 연가는 하루도 없었는데 여행 기간 모두 정상 근무한 거로 처리됐습니다.

이미 쓴 연가 25일을 '병가'로 바꿔 스스로 결재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한 이유.

연가를 병가로 바꾸면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3,800만 원을 챙겼다고 합니다.

로스쿨 진학은 휴직 사유가 안 되는데 규정 어기고 승인된 경우도 있었고요.

관리 감독해야 할 중앙 선관위도 이런 사실들을 알았지만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선관위는 애초에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고, 감사원은 선관위도 우리가 감사할 수 있다고 맞서왔는데.

오늘 결론을 내렸죠?

[기자]

그렇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감사원의 선관위 감찰이 위헌, 위법이라고 전원일치 결정했습니다.

선관위가 2023년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는데, 그 결과가 오늘 나온 겁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인데,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이 감찰하면 선관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봤습니다.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니까, 감사원이 특정 정당 이익을 대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앵커]

선관위의 비위행위를 봐주자는 취지는 아닐 텐데요.

[기자]

맞습니다.

헌재는 동시에 부패 행위를 눈감아주려는 결정은 결코 아니라고 했습니다.

감사원 감사 대상은 아니지만, 대신 선관위가 독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자체 감찰기구를 운영하라고 밝혔습니다.

선관위가 국회 국정조사나 수사까지 피할 수는 없다고도 했습니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 20분 만에 헌재 결정이 나왔는데, 감사원은 "납득하기 어렵지만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감사원 말고 다른 기관은 선관위를 감사나 감시할 수 있습니까?

[기자]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회, 수사기관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권익위는 법적으로 조사 대상이 동의를 안 하면, 조사를 못 합니다.

자료 제출도 강제할 수 없고요.

국회 국정조사, 국정감사로 선관위를 감시할 수 있는데, 국회 역시 선관위가 낸 자료에만 의존해야 하고, 수사 중이라 자료 못 낸다고 하면 방법이 없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선관위가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스스로 비위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내부 자정 가능합니까?

[기자]

그동안에도 선관위 내부에 감찰조직이 있었지만 비위를 막진 못했죠.

2023년 선관위도 자체 조사를 했는데, 적발 건수는 권익위나 감사원보다 상당히 적었습니다.

일반 행정부와 달리 선관위만의 인사 규정이 있다, 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이렇게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여론을 의식한 듯 선관위는 오늘 헌재 결정 직후 인사와 감사를 더 공정하게, 더 투명하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채용이나 복무 문제에 사과하면서, 감사원이 지적한 문제도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했는데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상편집:차정남 한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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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난 10년간 조직적인 채용 부정이 있었다고 감사원이 확인했습니다.

가족회사, 친인척 채용은 전통, 이런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헌법재판소는 오늘 독립기관인 선관위를 감사원이 감사하는 건 위헌 위법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현예슬 기자, 선관위 채용 비리가 드러난 진 꽤 됐는데, 감사원이 오늘 어떤 내용 발표했습니까?

[기자]

감사원은 2023년 초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이 불거지며 감사를 시작했는데, 최종 결과를 오늘 발표했습니다.

2013년 이후 경력 채용 약 290회를 모두 조사했는데, 모든 회차에서 규정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위반 건수가 약 880건 입니다.

가족과 친척 채용을 청탁하고, 면접 점수를 바꾸고, 증거 서류를 조작하는 행위들입니다.

대부분 인사 담당자에게 거리낌 없이 연락해서 자녀 등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게 감사원 설명입니다.

감사원은 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선 감사원에 징계를 요구하거나 비위를 통보했습니다.

[앵커]

구체적인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2023년 5월 면직된 송봉섭 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사례를 보겠습니다.

2018년, 송 전 차장이 충북선관위 인사 담당자에게 딸 채용을 부탁했는데, 감사원에 따르면 "내 딸 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착하고 성실하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결국 다른 응시자 없이, 송 전 사무차장 딸 한 명만 단독으로 채용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앵커]

그야말로 특혜인데요.

[기자]

동료 자녀 붙이려고 면접 점수를 조작한 경우도 있습니다.

경남선관위 사례인데요.

2021년 경남선관위 과장 A 씨가 채용 담당자 B 씨에게 "내 자녀도 지원했다"고 알립니다.

이후 B 씨는 면접관으로 들어가서 A 씨의 자녀를 포함해 5명을 합격시키도록 다른 면접관들에게 지시했습니다.

낮은 등수 응시자를 합격권에 올려야 하니까, 점수를 조작해서, 1, 2위 지원자를 탈락시켰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앵커]

이번엔 채용 비리만 감사한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근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복무 실태도 점검했는데, '간 큰 직원들'이 적발됐습니다.

강원선관위의 한 직원은 2015년 7월 일본 여행을 떠나서 11일 뒤에 왔습니다.

승인받은 연가는 하루도 없었는데 여행 기간 모두 정상 근무한 거로 처리됐습니다.

이미 쓴 연가 25일을 '병가'로 바꿔 스스로 결재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한 이유.

연가를 병가로 바꾸면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3,800만 원을 챙겼다고 합니다.

로스쿨 진학은 휴직 사유가 안 되는데 규정 어기고 승인된 경우도 있었고요.

관리 감독해야 할 중앙 선관위도 이런 사실들을 알았지만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선관위는 애초에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고, 감사원은 선관위도 우리가 감사할 수 있다고 맞서왔는데.

오늘 결론을 내렸죠?

[기자]

그렇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감사원의 선관위 감찰이 위헌, 위법이라고 전원일치 결정했습니다.

선관위가 2023년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는데, 그 결과가 오늘 나온 겁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인데,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이 감찰하면 선관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봤습니다.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니까, 감사원이 특정 정당 이익을 대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앵커]

선관위의 비위행위를 봐주자는 취지는 아닐 텐데요.

[기자]

맞습니다.

헌재는 동시에 부패 행위를 눈감아주려는 결정은 결코 아니라고 했습니다.

감사원 감사 대상은 아니지만, 대신 선관위가 독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자체 감찰기구를 운영하라고 밝혔습니다.

선관위가 국회 국정조사나 수사까지 피할 수는 없다고도 했습니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 20분 만에 헌재 결정이 나왔는데, 감사원은 "납득하기 어렵지만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감사원 말고 다른 기관은 선관위를 감사나 감시할 수 있습니까?

[기자]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회, 수사기관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권익위는 법적으로 조사 대상이 동의를 안 하면, 조사를 못 합니다.

자료 제출도 강제할 수 없고요.

국회 국정조사, 국정감사로 선관위를 감시할 수 있는데, 국회 역시 선관위가 낸 자료에만 의존해야 하고, 수사 중이라 자료 못 낸다고 하면 방법이 없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선관위가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스스로 비위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내부 자정 가능합니까?

[기자]

그동안에도 선관위 내부에 감찰조직이 있었지만 비위를 막진 못했죠.

2023년 선관위도 자체 조사를 했는데, 적발 건수는 권익위나 감사원보다 상당히 적었습니다.

일반 행정부와 달리 선관위만의 인사 규정이 있다, 선관위 사무총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이렇게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여론을 의식한 듯 선관위는 오늘 헌재 결정 직후 인사와 감사를 더 공정하게, 더 투명하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채용이나 복무 문제에 사과하면서, 감사원이 지적한 문제도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했는데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상편집:차정남 한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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