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드론에 3D 그래픽…달라진 북한 TV
입력 2025.03.01 (08:50)
수정 2025.03.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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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디어 플랫폼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눈길을 사로잡는 시각적 장치들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죠.
북한도 예외는 아닌데요.
대표 방송 채널인 조선중앙TV도 최근 시각적 요소를 강화해 대중 교양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된 메시지만 전달하며 선전 선동에 앞장서는 북한 TV의 변화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조선중앙TV에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면, 어김없이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북한 주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열광적으로 만세를 외치는데요.
이에 화답하듯 김 위원장이 손을 흔들면, 주민들은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짓습니다.
육성 연설이라도 있는 날이면, 그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지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열렬한 애국정신과 빛나는 공적으로 자랑 높은 조선인민군 해군과 공군부대 장병들! 까치발을 들고 제자리에서 뛰며 김정은 위원장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의 손짓에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어떤 내용을 전하든, 매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데 열을 올립니다.
["원수님,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이 같은 장면들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유는, 조선중앙TV가 당의 정책을 선전하고 주민들을 선동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조선중앙TV의 경우에는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제어 하에 메시지가 관리되고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체제의 이념이라든가 가치관 이런 부분들을 주민들이 내면화할 수 있도록 상당히 편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1963년 ‘평양텔레비전방송국’으로 개국한 조선중앙TV는 위성을 통해 해외로도 송출되는 북한 유일의 전국 종합채널입니다.
보도는 물론 각종 정보 프로그램,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오락 콘텐츠까지.
북한은 조선중앙TV를 체제 선전과 주민 선동의 핵심 도구로 활용해 왔는데요.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론 조선중앙TV를 시청하는 주민 수가 줄고 있는 추세라는 게 탈북민들의 증언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어릴 적에는 5시 30분에 아동 영화를 하거든요. 그래서 5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아동 영화를 보고 9시부터는 조선 영화를 해요. 그래서 9시부터 10시까지 영화 보고 이런 식으로 두 시간 이상을 봤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그 외 시간은 100% 김씨 일가를 찬양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해요. 그건 언제 어디에서 틀어도 똑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안 보기 시작했고."]
가장 큰 이유로는, 한류를 비롯한 외부 정보에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이 단조롭고 획일적인 북한 방송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 꼽힙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 제1차 선전부문 일꾼 강습회를 열고 선전 선동의 혁신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TV/2022년 3월 : "김정은 동지께서는 당 사상 사업에서 혁명은 형식주의를 타파하는데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 시기 당 중앙의 분석이라고 하시면서…."]
그리고 이에 맞춰 조선중앙TV는 이전과는 다른 파격적인 영상 한편을 선보였는데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이었습니다.
교차 편집과 강렬한 효과음까지 더해져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이 영상은, 선전 선동 방식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이후 조선중앙TV는 콘텐츠의 내용보다는 시각적 변화에 치중하는 모양새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빈번해진 드론 촬영.
["이제 우리 현지 방송분견대는 여기서 포태지구의 해돋이를 화면에 담으려고 합니다."]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 대부분에 드론 촬영이 빠지지 않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시각적으로 다채로운 풍광을 전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3D 컴퓨터 그래픽도 접목하며 시각적 효과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데요.
선전 선동이라는 북한 방송의 본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메시지가 상당히 딱딱하고 지루한 면이 있다면 그것을 잘 전달하려고 설탕 옷을 입히는 거예요. 메시지라는 알약에 달콤한 설탕옷을 입혀서 잘 삼킬 수 있도록. 그래서 컴퓨터 그래픽이라든가 지미집 촬영을 통해서 화면을 역동적으로 구성한다든가 그리고 드론을 통해서 스펙터클하게 시청각적 영상물을 만드는 이 모든 것들이 실제적으로는 메시지라는 알약을 잘 삼키게 하는 당의정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국의 일방적인 내용 전달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적극 활용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박강철/마식령 스키장 이용객 : "가슴이 막 설렙니다."]
[김현주/마식령 스키장 이용객 : "처음에 가서 스키를 탈 때는 힘들고 어려워 보였는데 그다음에 숙련하니까 일 없습니다."]
비싼 입장료 때문에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마식령 스키장.
그러나 조선중앙TV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주민이 당의 배려 속에서 즐겁게 스키를 타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할머니. 설마 이 대화봉 정상에서 내려가려고 생각하셨습니까?"]
["네, 오전에 한 번 타봤는데 한번 해보겠습니다."]
비록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일부 주민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활용해 체제의 우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입니다.
["춤추면서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 찬양가에서도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북 노래 '친근한 어버이' : "노래하자 김정은 위대하신 영도자 자랑하자 김정은 친근한 어버이."]
가사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영상들로 전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친근한 어버이' 속 영상물의 이미지 조합들은 이것이 순간순간으로 지나가고 있지만 굉장히 무의식에 오래 남게 되고 오래 남은 무의식은 논리적으로 아무리 설득하고 선전하고 계속 대중 교양을 한다고 해도 획득되지 않는 그런 효과가 주민에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노동신문이나 이런 데서 언어로 선전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게 소구되기 때문에 감정 효과라든가 집단적 동조 효과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군관학교 학생들의 격술 시범도 단순히 김정은 위원장의 관람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조선중앙TV 방영을 염두에 두고 시선을 사로잡을 장면을 정교하게 촬영한 뒤, 화려한 편집을 더해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송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조선중앙TV 앞에 주민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할수록 대중교양 효과는 극대화된다는 분석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시각의 정치화는 일단 시각에 이미지로 전달되고 영상에 들어가 있는 소리, 영상에 들어와 있는 여러 가지 스펙터클한 이미지 이런 부분들은 굉장히 통속화돼 있어요. 통속화돼 있는 이미지 사이사이에 정치적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가 있는데 그것이 직관적으로 수용되기 때문에 좀 더 고도의 선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김정은 결사옹위! 김정은 결사옹위!"]
물론 이러한 선전 선동의 최종 목표는 김정은 위원장 우상화와 정권 유지에 있습니다.
최근엔 주민에 적극 호응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또 그런 김 위원장에게 감격하는 주민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데 언제든지 가까이할 수 있는 지도자, 믿고 따를 수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다만, 과도한 화면 연출은 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장미/2020년 탈북 : "김정은이 등장하고 나서는 거의 근접촬영을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담배 피우는 모습도 나오고 손짓하는 모습도 나오고 해서 너무 깜짝 놀랐어요. 아 이렇게까지 전부 다 오픈 한다고? 점점 그러다가 나중엔 너무 근접촬영을 했던 나머지 ○○처럼 보이는 얼굴도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깜짝 놀랐어요. 아니 저런 모습을 방영한다고."]
또 시각적 연출 기법이 일시적으로는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충성을 강요하고 체제 선전을 반복하는 방송은 다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정은 정권을 경험한 탈북민의 증언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제일 중요한 건 형식보다는 어쨌든 주제잖아요. 주제가 안 바뀌는 이상은 또 그러다가 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 광고로 이 제품이 좋구나 하고 사람들을 유혹할 수는 있지만 몇 번 써봤을 때 품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멀리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같은 맥락으로 형식이 달라졌네. 좀 새로워졌네 라는 생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아이고 뭐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네 하고 또 안 볼 거 같아요."]
본질은 그대로 둔 채 형식적인 변화로만 주민들의 눈길을 붙잡아 두려는 북한 조선중앙TV.
이같은 시도로 주민들의 관심까지 돌려세우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미디어 플랫폼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눈길을 사로잡는 시각적 장치들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죠.
북한도 예외는 아닌데요.
대표 방송 채널인 조선중앙TV도 최근 시각적 요소를 강화해 대중 교양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된 메시지만 전달하며 선전 선동에 앞장서는 북한 TV의 변화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조선중앙TV에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면, 어김없이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북한 주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열광적으로 만세를 외치는데요.
이에 화답하듯 김 위원장이 손을 흔들면, 주민들은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짓습니다.
육성 연설이라도 있는 날이면, 그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지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열렬한 애국정신과 빛나는 공적으로 자랑 높은 조선인민군 해군과 공군부대 장병들! 까치발을 들고 제자리에서 뛰며 김정은 위원장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의 손짓에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어떤 내용을 전하든, 매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데 열을 올립니다.
["원수님,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이 같은 장면들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유는, 조선중앙TV가 당의 정책을 선전하고 주민들을 선동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조선중앙TV의 경우에는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제어 하에 메시지가 관리되고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체제의 이념이라든가 가치관 이런 부분들을 주민들이 내면화할 수 있도록 상당히 편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1963년 ‘평양텔레비전방송국’으로 개국한 조선중앙TV는 위성을 통해 해외로도 송출되는 북한 유일의 전국 종합채널입니다.
보도는 물론 각종 정보 프로그램,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오락 콘텐츠까지.
북한은 조선중앙TV를 체제 선전과 주민 선동의 핵심 도구로 활용해 왔는데요.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론 조선중앙TV를 시청하는 주민 수가 줄고 있는 추세라는 게 탈북민들의 증언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어릴 적에는 5시 30분에 아동 영화를 하거든요. 그래서 5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아동 영화를 보고 9시부터는 조선 영화를 해요. 그래서 9시부터 10시까지 영화 보고 이런 식으로 두 시간 이상을 봤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그 외 시간은 100% 김씨 일가를 찬양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해요. 그건 언제 어디에서 틀어도 똑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안 보기 시작했고."]
가장 큰 이유로는, 한류를 비롯한 외부 정보에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이 단조롭고 획일적인 북한 방송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 꼽힙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 제1차 선전부문 일꾼 강습회를 열고 선전 선동의 혁신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TV/2022년 3월 : "김정은 동지께서는 당 사상 사업에서 혁명은 형식주의를 타파하는데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 시기 당 중앙의 분석이라고 하시면서…."]
그리고 이에 맞춰 조선중앙TV는 이전과는 다른 파격적인 영상 한편을 선보였는데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이었습니다.
교차 편집과 강렬한 효과음까지 더해져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이 영상은, 선전 선동 방식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이후 조선중앙TV는 콘텐츠의 내용보다는 시각적 변화에 치중하는 모양새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빈번해진 드론 촬영.
["이제 우리 현지 방송분견대는 여기서 포태지구의 해돋이를 화면에 담으려고 합니다."]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 대부분에 드론 촬영이 빠지지 않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시각적으로 다채로운 풍광을 전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3D 컴퓨터 그래픽도 접목하며 시각적 효과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데요.
선전 선동이라는 북한 방송의 본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메시지가 상당히 딱딱하고 지루한 면이 있다면 그것을 잘 전달하려고 설탕 옷을 입히는 거예요. 메시지라는 알약에 달콤한 설탕옷을 입혀서 잘 삼킬 수 있도록. 그래서 컴퓨터 그래픽이라든가 지미집 촬영을 통해서 화면을 역동적으로 구성한다든가 그리고 드론을 통해서 스펙터클하게 시청각적 영상물을 만드는 이 모든 것들이 실제적으로는 메시지라는 알약을 잘 삼키게 하는 당의정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국의 일방적인 내용 전달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적극 활용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박강철/마식령 스키장 이용객 : "가슴이 막 설렙니다."]
[김현주/마식령 스키장 이용객 : "처음에 가서 스키를 탈 때는 힘들고 어려워 보였는데 그다음에 숙련하니까 일 없습니다."]
비싼 입장료 때문에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마식령 스키장.
그러나 조선중앙TV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주민이 당의 배려 속에서 즐겁게 스키를 타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할머니. 설마 이 대화봉 정상에서 내려가려고 생각하셨습니까?"]
["네, 오전에 한 번 타봤는데 한번 해보겠습니다."]
비록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일부 주민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활용해 체제의 우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입니다.
["춤추면서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 찬양가에서도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북 노래 '친근한 어버이' : "노래하자 김정은 위대하신 영도자 자랑하자 김정은 친근한 어버이."]
가사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영상들로 전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친근한 어버이' 속 영상물의 이미지 조합들은 이것이 순간순간으로 지나가고 있지만 굉장히 무의식에 오래 남게 되고 오래 남은 무의식은 논리적으로 아무리 설득하고 선전하고 계속 대중 교양을 한다고 해도 획득되지 않는 그런 효과가 주민에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노동신문이나 이런 데서 언어로 선전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게 소구되기 때문에 감정 효과라든가 집단적 동조 효과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군관학교 학생들의 격술 시범도 단순히 김정은 위원장의 관람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조선중앙TV 방영을 염두에 두고 시선을 사로잡을 장면을 정교하게 촬영한 뒤, 화려한 편집을 더해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송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조선중앙TV 앞에 주민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할수록 대중교양 효과는 극대화된다는 분석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시각의 정치화는 일단 시각에 이미지로 전달되고 영상에 들어가 있는 소리, 영상에 들어와 있는 여러 가지 스펙터클한 이미지 이런 부분들은 굉장히 통속화돼 있어요. 통속화돼 있는 이미지 사이사이에 정치적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가 있는데 그것이 직관적으로 수용되기 때문에 좀 더 고도의 선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김정은 결사옹위! 김정은 결사옹위!"]
물론 이러한 선전 선동의 최종 목표는 김정은 위원장 우상화와 정권 유지에 있습니다.
최근엔 주민에 적극 호응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또 그런 김 위원장에게 감격하는 주민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데 언제든지 가까이할 수 있는 지도자, 믿고 따를 수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다만, 과도한 화면 연출은 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장미/2020년 탈북 : "김정은이 등장하고 나서는 거의 근접촬영을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담배 피우는 모습도 나오고 손짓하는 모습도 나오고 해서 너무 깜짝 놀랐어요. 아 이렇게까지 전부 다 오픈 한다고? 점점 그러다가 나중엔 너무 근접촬영을 했던 나머지 ○○처럼 보이는 얼굴도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깜짝 놀랐어요. 아니 저런 모습을 방영한다고."]
또 시각적 연출 기법이 일시적으로는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충성을 강요하고 체제 선전을 반복하는 방송은 다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정은 정권을 경험한 탈북민의 증언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제일 중요한 건 형식보다는 어쨌든 주제잖아요. 주제가 안 바뀌는 이상은 또 그러다가 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 광고로 이 제품이 좋구나 하고 사람들을 유혹할 수는 있지만 몇 번 써봤을 때 품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멀리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같은 맥락으로 형식이 달라졌네. 좀 새로워졌네 라는 생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아이고 뭐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네 하고 또 안 볼 거 같아요."]
본질은 그대로 둔 채 형식적인 변화로만 주민들의 눈길을 붙잡아 두려는 북한 조선중앙TV.
이같은 시도로 주민들의 관심까지 돌려세우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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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드론에 3D 그래픽…달라진 북한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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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01 08:50:45
- 수정2025-03-01 09:10:42

[앵커]
미디어 플랫폼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눈길을 사로잡는 시각적 장치들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죠.
북한도 예외는 아닌데요.
대표 방송 채널인 조선중앙TV도 최근 시각적 요소를 강화해 대중 교양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된 메시지만 전달하며 선전 선동에 앞장서는 북한 TV의 변화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조선중앙TV에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면, 어김없이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북한 주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열광적으로 만세를 외치는데요.
이에 화답하듯 김 위원장이 손을 흔들면, 주민들은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짓습니다.
육성 연설이라도 있는 날이면, 그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지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열렬한 애국정신과 빛나는 공적으로 자랑 높은 조선인민군 해군과 공군부대 장병들! 까치발을 들고 제자리에서 뛰며 김정은 위원장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의 손짓에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어떤 내용을 전하든, 매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데 열을 올립니다.
["원수님,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이 같은 장면들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유는, 조선중앙TV가 당의 정책을 선전하고 주민들을 선동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조선중앙TV의 경우에는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제어 하에 메시지가 관리되고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체제의 이념이라든가 가치관 이런 부분들을 주민들이 내면화할 수 있도록 상당히 편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1963년 ‘평양텔레비전방송국’으로 개국한 조선중앙TV는 위성을 통해 해외로도 송출되는 북한 유일의 전국 종합채널입니다.
보도는 물론 각종 정보 프로그램,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오락 콘텐츠까지.
북한은 조선중앙TV를 체제 선전과 주민 선동의 핵심 도구로 활용해 왔는데요.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론 조선중앙TV를 시청하는 주민 수가 줄고 있는 추세라는 게 탈북민들의 증언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어릴 적에는 5시 30분에 아동 영화를 하거든요. 그래서 5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아동 영화를 보고 9시부터는 조선 영화를 해요. 그래서 9시부터 10시까지 영화 보고 이런 식으로 두 시간 이상을 봤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그 외 시간은 100% 김씨 일가를 찬양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해요. 그건 언제 어디에서 틀어도 똑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안 보기 시작했고."]
가장 큰 이유로는, 한류를 비롯한 외부 정보에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이 단조롭고 획일적인 북한 방송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 꼽힙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 제1차 선전부문 일꾼 강습회를 열고 선전 선동의 혁신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TV/2022년 3월 : "김정은 동지께서는 당 사상 사업에서 혁명은 형식주의를 타파하는데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 시기 당 중앙의 분석이라고 하시면서…."]
그리고 이에 맞춰 조선중앙TV는 이전과는 다른 파격적인 영상 한편을 선보였는데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이었습니다.
교차 편집과 강렬한 효과음까지 더해져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이 영상은, 선전 선동 방식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이후 조선중앙TV는 콘텐츠의 내용보다는 시각적 변화에 치중하는 모양새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빈번해진 드론 촬영.
["이제 우리 현지 방송분견대는 여기서 포태지구의 해돋이를 화면에 담으려고 합니다."]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 대부분에 드론 촬영이 빠지지 않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시각적으로 다채로운 풍광을 전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3D 컴퓨터 그래픽도 접목하며 시각적 효과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데요.
선전 선동이라는 북한 방송의 본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메시지가 상당히 딱딱하고 지루한 면이 있다면 그것을 잘 전달하려고 설탕 옷을 입히는 거예요. 메시지라는 알약에 달콤한 설탕옷을 입혀서 잘 삼킬 수 있도록. 그래서 컴퓨터 그래픽이라든가 지미집 촬영을 통해서 화면을 역동적으로 구성한다든가 그리고 드론을 통해서 스펙터클하게 시청각적 영상물을 만드는 이 모든 것들이 실제적으로는 메시지라는 알약을 잘 삼키게 하는 당의정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국의 일방적인 내용 전달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적극 활용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박강철/마식령 스키장 이용객 : "가슴이 막 설렙니다."]
[김현주/마식령 스키장 이용객 : "처음에 가서 스키를 탈 때는 힘들고 어려워 보였는데 그다음에 숙련하니까 일 없습니다."]
비싼 입장료 때문에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마식령 스키장.
그러나 조선중앙TV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주민이 당의 배려 속에서 즐겁게 스키를 타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할머니. 설마 이 대화봉 정상에서 내려가려고 생각하셨습니까?"]
["네, 오전에 한 번 타봤는데 한번 해보겠습니다."]
비록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일부 주민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활용해 체제의 우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입니다.
["춤추면서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 찬양가에서도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북 노래 '친근한 어버이' : "노래하자 김정은 위대하신 영도자 자랑하자 김정은 친근한 어버이."]
가사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영상들로 전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친근한 어버이' 속 영상물의 이미지 조합들은 이것이 순간순간으로 지나가고 있지만 굉장히 무의식에 오래 남게 되고 오래 남은 무의식은 논리적으로 아무리 설득하고 선전하고 계속 대중 교양을 한다고 해도 획득되지 않는 그런 효과가 주민에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노동신문이나 이런 데서 언어로 선전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게 소구되기 때문에 감정 효과라든가 집단적 동조 효과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군관학교 학생들의 격술 시범도 단순히 김정은 위원장의 관람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조선중앙TV 방영을 염두에 두고 시선을 사로잡을 장면을 정교하게 촬영한 뒤, 화려한 편집을 더해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송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조선중앙TV 앞에 주민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할수록 대중교양 효과는 극대화된다는 분석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시각의 정치화는 일단 시각에 이미지로 전달되고 영상에 들어가 있는 소리, 영상에 들어와 있는 여러 가지 스펙터클한 이미지 이런 부분들은 굉장히 통속화돼 있어요. 통속화돼 있는 이미지 사이사이에 정치적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가 있는데 그것이 직관적으로 수용되기 때문에 좀 더 고도의 선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김정은 결사옹위! 김정은 결사옹위!"]
물론 이러한 선전 선동의 최종 목표는 김정은 위원장 우상화와 정권 유지에 있습니다.
최근엔 주민에 적극 호응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또 그런 김 위원장에게 감격하는 주민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데 언제든지 가까이할 수 있는 지도자, 믿고 따를 수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다만, 과도한 화면 연출은 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장미/2020년 탈북 : "김정은이 등장하고 나서는 거의 근접촬영을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담배 피우는 모습도 나오고 손짓하는 모습도 나오고 해서 너무 깜짝 놀랐어요. 아 이렇게까지 전부 다 오픈 한다고? 점점 그러다가 나중엔 너무 근접촬영을 했던 나머지 ○○처럼 보이는 얼굴도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깜짝 놀랐어요. 아니 저런 모습을 방영한다고."]
또 시각적 연출 기법이 일시적으로는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충성을 강요하고 체제 선전을 반복하는 방송은 다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정은 정권을 경험한 탈북민의 증언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제일 중요한 건 형식보다는 어쨌든 주제잖아요. 주제가 안 바뀌는 이상은 또 그러다가 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 광고로 이 제품이 좋구나 하고 사람들을 유혹할 수는 있지만 몇 번 써봤을 때 품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멀리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같은 맥락으로 형식이 달라졌네. 좀 새로워졌네 라는 생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아이고 뭐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네 하고 또 안 볼 거 같아요."]
본질은 그대로 둔 채 형식적인 변화로만 주민들의 눈길을 붙잡아 두려는 북한 조선중앙TV.
이같은 시도로 주민들의 관심까지 돌려세우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미디어 플랫폼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눈길을 사로잡는 시각적 장치들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죠.
북한도 예외는 아닌데요.
대표 방송 채널인 조선중앙TV도 최근 시각적 요소를 강화해 대중 교양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된 메시지만 전달하며 선전 선동에 앞장서는 북한 TV의 변화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조선중앙TV에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면, 어김없이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북한 주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열광적으로 만세를 외치는데요.
이에 화답하듯 김 위원장이 손을 흔들면, 주민들은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짓습니다.
육성 연설이라도 있는 날이면, 그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지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열렬한 애국정신과 빛나는 공적으로 자랑 높은 조선인민군 해군과 공군부대 장병들! 까치발을 들고 제자리에서 뛰며 김정은 위원장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의 손짓에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어떤 내용을 전하든, 매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데 열을 올립니다.
["원수님,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이 같은 장면들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유는, 조선중앙TV가 당의 정책을 선전하고 주민들을 선동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조선중앙TV의 경우에는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제어 하에 메시지가 관리되고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체제의 이념이라든가 가치관 이런 부분들을 주민들이 내면화할 수 있도록 상당히 편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1963년 ‘평양텔레비전방송국’으로 개국한 조선중앙TV는 위성을 통해 해외로도 송출되는 북한 유일의 전국 종합채널입니다.
보도는 물론 각종 정보 프로그램,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오락 콘텐츠까지.
북한은 조선중앙TV를 체제 선전과 주민 선동의 핵심 도구로 활용해 왔는데요.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론 조선중앙TV를 시청하는 주민 수가 줄고 있는 추세라는 게 탈북민들의 증언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어릴 적에는 5시 30분에 아동 영화를 하거든요. 그래서 5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아동 영화를 보고 9시부터는 조선 영화를 해요. 그래서 9시부터 10시까지 영화 보고 이런 식으로 두 시간 이상을 봤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그 외 시간은 100% 김씨 일가를 찬양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해요. 그건 언제 어디에서 틀어도 똑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안 보기 시작했고."]
가장 큰 이유로는, 한류를 비롯한 외부 정보에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이 단조롭고 획일적인 북한 방송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 꼽힙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 제1차 선전부문 일꾼 강습회를 열고 선전 선동의 혁신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TV/2022년 3월 : "김정은 동지께서는 당 사상 사업에서 혁명은 형식주의를 타파하는데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 시기 당 중앙의 분석이라고 하시면서…."]
그리고 이에 맞춰 조선중앙TV는 이전과는 다른 파격적인 영상 한편을 선보였는데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이었습니다.
교차 편집과 강렬한 효과음까지 더해져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이 영상은, 선전 선동 방식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이후 조선중앙TV는 콘텐츠의 내용보다는 시각적 변화에 치중하는 모양새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빈번해진 드론 촬영.
["이제 우리 현지 방송분견대는 여기서 포태지구의 해돋이를 화면에 담으려고 합니다."]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 대부분에 드론 촬영이 빠지지 않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시각적으로 다채로운 풍광을 전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3D 컴퓨터 그래픽도 접목하며 시각적 효과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데요.
선전 선동이라는 북한 방송의 본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메시지가 상당히 딱딱하고 지루한 면이 있다면 그것을 잘 전달하려고 설탕 옷을 입히는 거예요. 메시지라는 알약에 달콤한 설탕옷을 입혀서 잘 삼킬 수 있도록. 그래서 컴퓨터 그래픽이라든가 지미집 촬영을 통해서 화면을 역동적으로 구성한다든가 그리고 드론을 통해서 스펙터클하게 시청각적 영상물을 만드는 이 모든 것들이 실제적으로는 메시지라는 알약을 잘 삼키게 하는 당의정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국의 일방적인 내용 전달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적극 활용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박강철/마식령 스키장 이용객 : "가슴이 막 설렙니다."]
[김현주/마식령 스키장 이용객 : "처음에 가서 스키를 탈 때는 힘들고 어려워 보였는데 그다음에 숙련하니까 일 없습니다."]
비싼 입장료 때문에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마식령 스키장.
그러나 조선중앙TV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주민이 당의 배려 속에서 즐겁게 스키를 타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할머니. 설마 이 대화봉 정상에서 내려가려고 생각하셨습니까?"]
["네, 오전에 한 번 타봤는데 한번 해보겠습니다."]
비록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일부 주민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활용해 체제의 우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입니다.
["춤추면서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 찬양가에서도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북 노래 '친근한 어버이' : "노래하자 김정은 위대하신 영도자 자랑하자 김정은 친근한 어버이."]
가사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영상들로 전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친근한 어버이' 속 영상물의 이미지 조합들은 이것이 순간순간으로 지나가고 있지만 굉장히 무의식에 오래 남게 되고 오래 남은 무의식은 논리적으로 아무리 설득하고 선전하고 계속 대중 교양을 한다고 해도 획득되지 않는 그런 효과가 주민에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노동신문이나 이런 데서 언어로 선전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게 소구되기 때문에 감정 효과라든가 집단적 동조 효과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군관학교 학생들의 격술 시범도 단순히 김정은 위원장의 관람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조선중앙TV 방영을 염두에 두고 시선을 사로잡을 장면을 정교하게 촬영한 뒤, 화려한 편집을 더해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송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조선중앙TV 앞에 주민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할수록 대중교양 효과는 극대화된다는 분석입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시각의 정치화는 일단 시각에 이미지로 전달되고 영상에 들어가 있는 소리, 영상에 들어와 있는 여러 가지 스펙터클한 이미지 이런 부분들은 굉장히 통속화돼 있어요. 통속화돼 있는 이미지 사이사이에 정치적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가 있는데 그것이 직관적으로 수용되기 때문에 좀 더 고도의 선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김정은 결사옹위! 김정은 결사옹위!"]
물론 이러한 선전 선동의 최종 목표는 김정은 위원장 우상화와 정권 유지에 있습니다.
최근엔 주민에 적극 호응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또 그런 김 위원장에게 감격하는 주민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데 언제든지 가까이할 수 있는 지도자, 믿고 따를 수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다만, 과도한 화면 연출은 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장미/2020년 탈북 : "김정은이 등장하고 나서는 거의 근접촬영을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담배 피우는 모습도 나오고 손짓하는 모습도 나오고 해서 너무 깜짝 놀랐어요. 아 이렇게까지 전부 다 오픈 한다고? 점점 그러다가 나중엔 너무 근접촬영을 했던 나머지 ○○처럼 보이는 얼굴도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깜짝 놀랐어요. 아니 저런 모습을 방영한다고."]
또 시각적 연출 기법이 일시적으로는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충성을 강요하고 체제 선전을 반복하는 방송은 다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정은 정권을 경험한 탈북민의 증언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제일 중요한 건 형식보다는 어쨌든 주제잖아요. 주제가 안 바뀌는 이상은 또 그러다가 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 광고로 이 제품이 좋구나 하고 사람들을 유혹할 수는 있지만 몇 번 써봤을 때 품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멀리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같은 맥락으로 형식이 달라졌네. 좀 새로워졌네 라는 생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아이고 뭐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네 하고 또 안 볼 거 같아요."]
본질은 그대로 둔 채 형식적인 변화로만 주민들의 눈길을 붙잡아 두려는 북한 조선중앙TV.
이같은 시도로 주민들의 관심까지 돌려세우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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