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차라리 날 죽여야 할 거야!”…두테르테는 왜 체포됐나?
입력 2025.03.13 (15:28)
수정 2025.03.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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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을 이끌었던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전격 체포됐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 ICC가 조사를 시작한 지 3년여 만입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잖아요.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 체포됐다고요?
[기자]
네 그제,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두테르테 전직 필리핀 대통령이 전격 체포됐습니다.
체포 당시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 : "당신들, 차라리 날 죽여야 할 거야!"]
체포에 나선 경찰을 상대로 항변하는 모습을 막내딸 베로니카가 촬영해서 현지 매체에 전달한 영상입니다.
그는 홍콩을 방문한 뒤 귀국하는 길에 체포돼 곧바로 구금됐습니다.
지난해에는 ICC에 당장 자신을 조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는데, 몇 개월 사이 많이 바뀐 모습입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지난해 11월 13일 : "저는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서두를 것을 요청합니다. 가능하다면 내일 여기 와서 조사를 시작하시죠. 내가 유죄라면 감옥에 가서 영원히 썩을 것입니다."]
[앵커]
체포에 구금까지 전격적으로 이뤄졌는데 지금은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현재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필리핀이 아닌 네덜란드에 수감됐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기 때문에 체포된 뒤 몇 시간 만에 필리핀에서 이곳으로 압송된 건데요.
기내에서도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고요.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 : "이것은 긴 법적 절차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제 나라를 위해 봉사할 것입니다."]
["두테르테! 두테르테! 두테르테!"]
지지자들은 그를 태운 차량이 국제형사재판소의 감옥에 도착한 뒤에도 자리를 지키며 '두테르테'를 연호했습니다.
[앵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필리핀의 대통령이었잖아요.
어떤 이유로 체포된 거죠?
[기자]
네 국제형사재판소 ICC의 입장을 요약해 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대규모 살상과 인권 침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그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재판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겁니다.
'마약과의 전쟁' 초석을 다진 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필리핀 남부 도시 다바오시 시장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그는 마약 범죄를 대대적으로 소탕하는 작전을 벌였는데요.
이 작전을 위해 경찰뿐 아니라 범죄 조직과 폭력배 등으로 구성된 '암살대'를 운영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범죄 퇴치를 위해 사법 외적인 방법을 사용한 겁니다.
2016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는 '마약과의 전쟁'을 필리핀 전역으로 확대했습니다.
당시 그의 발언, 큰 논란이 됐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2016년 9월 : "마약 중독자가 300만 명이나 됩니다. 전 기꺼이 그들을 학살하겠습니다."]
실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명령했는데요.
최근에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용의자를 살해한 경찰들에게 금전적 인센티브까지 제공했다는 전직 경찰 간부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앵커]
대통령이 나서서 '법을 넘어선 심판'을 부추긴 건데, 사상자 규모가 파악되나요?
[기자]
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용의자 약 6,20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추정치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사망자 수가 만 2000명에서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달리아 쿠알테로/'마약과의 전쟁' 피해자 어머니 : "두테르테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지 않길 바랍니다. 전 그렇게 느껴요. 매우 행복하지만,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많기 때문에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행복입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사실 지난해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된 청문회에서 '초법적인 살인'에 대한 책임을 공개적으로 시인했습니다.
이 정책이 필리핀을 위한 것이었고, 또 정책 시행에 대해서 사죄나 변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거든요.
[앵커]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데, 왜 이렇게 체포가 늦어진 거죠?
[기자]
네 한마디로 필리핀의 혼란스러운 정국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요.
국제형사재판소, ICC가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게 2018년인데, 예비조사를 시작하자 필리핀이 ICC를 탈퇴해 버립니다.
그 뒤 ICC가 정식 조사에 나서자 이번엔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섰는데요.
하지만 ICC는 필리핀 정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며 조사 재개를 결정했는데, 이 와중에 2022년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세라 두테르테가 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아버지이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반길 리가 없겠죠.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여러 차례 ICC 조사를 거부해 왔는데, 지난해 필리핀 대통령과 정치적 동맹 관계가 금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두테르테의 체포가 이뤄졌습니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한 뒤 예비 심문 기일을 잡을 것이라고 예고했는데요.
본격 재판은 수개월 뒤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나라의 전직 수장이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건 2019년 무죄 선고를 받은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이후 두 번째입니다.
영상편집:구자람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화면출처:@gma뉴스(유튜브)
한때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을 이끌었던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전격 체포됐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 ICC가 조사를 시작한 지 3년여 만입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잖아요.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 체포됐다고요?
[기자]
네 그제,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두테르테 전직 필리핀 대통령이 전격 체포됐습니다.
체포 당시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 : "당신들, 차라리 날 죽여야 할 거야!"]
체포에 나선 경찰을 상대로 항변하는 모습을 막내딸 베로니카가 촬영해서 현지 매체에 전달한 영상입니다.
그는 홍콩을 방문한 뒤 귀국하는 길에 체포돼 곧바로 구금됐습니다.
지난해에는 ICC에 당장 자신을 조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는데, 몇 개월 사이 많이 바뀐 모습입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지난해 11월 13일 : "저는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서두를 것을 요청합니다. 가능하다면 내일 여기 와서 조사를 시작하시죠. 내가 유죄라면 감옥에 가서 영원히 썩을 것입니다."]
[앵커]
체포에 구금까지 전격적으로 이뤄졌는데 지금은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현재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필리핀이 아닌 네덜란드에 수감됐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기 때문에 체포된 뒤 몇 시간 만에 필리핀에서 이곳으로 압송된 건데요.
기내에서도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고요.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 : "이것은 긴 법적 절차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제 나라를 위해 봉사할 것입니다."]
["두테르테! 두테르테! 두테르테!"]
지지자들은 그를 태운 차량이 국제형사재판소의 감옥에 도착한 뒤에도 자리를 지키며 '두테르테'를 연호했습니다.
[앵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필리핀의 대통령이었잖아요.
어떤 이유로 체포된 거죠?
[기자]
네 국제형사재판소 ICC의 입장을 요약해 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대규모 살상과 인권 침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그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재판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겁니다.
'마약과의 전쟁' 초석을 다진 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필리핀 남부 도시 다바오시 시장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그는 마약 범죄를 대대적으로 소탕하는 작전을 벌였는데요.
이 작전을 위해 경찰뿐 아니라 범죄 조직과 폭력배 등으로 구성된 '암살대'를 운영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범죄 퇴치를 위해 사법 외적인 방법을 사용한 겁니다.
2016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는 '마약과의 전쟁'을 필리핀 전역으로 확대했습니다.
당시 그의 발언, 큰 논란이 됐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2016년 9월 : "마약 중독자가 300만 명이나 됩니다. 전 기꺼이 그들을 학살하겠습니다."]
실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명령했는데요.
최근에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용의자를 살해한 경찰들에게 금전적 인센티브까지 제공했다는 전직 경찰 간부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앵커]
대통령이 나서서 '법을 넘어선 심판'을 부추긴 건데, 사상자 규모가 파악되나요?
[기자]
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용의자 약 6,20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추정치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사망자 수가 만 2000명에서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달리아 쿠알테로/'마약과의 전쟁' 피해자 어머니 : "두테르테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지 않길 바랍니다. 전 그렇게 느껴요. 매우 행복하지만,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많기 때문에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행복입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사실 지난해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된 청문회에서 '초법적인 살인'에 대한 책임을 공개적으로 시인했습니다.
이 정책이 필리핀을 위한 것이었고, 또 정책 시행에 대해서 사죄나 변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거든요.
[앵커]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데, 왜 이렇게 체포가 늦어진 거죠?
[기자]
네 한마디로 필리핀의 혼란스러운 정국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요.
국제형사재판소, ICC가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게 2018년인데, 예비조사를 시작하자 필리핀이 ICC를 탈퇴해 버립니다.
그 뒤 ICC가 정식 조사에 나서자 이번엔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섰는데요.
하지만 ICC는 필리핀 정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며 조사 재개를 결정했는데, 이 와중에 2022년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세라 두테르테가 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아버지이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반길 리가 없겠죠.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여러 차례 ICC 조사를 거부해 왔는데, 지난해 필리핀 대통령과 정치적 동맹 관계가 금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두테르테의 체포가 이뤄졌습니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한 뒤 예비 심문 기일을 잡을 것이라고 예고했는데요.
본격 재판은 수개월 뒤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나라의 전직 수장이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건 2019년 무죄 선고를 받은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이후 두 번째입니다.
영상편집:구자람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화면출처:@gma뉴스(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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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13 15:28:48
- 수정2025-03-13 15:35:26

[앵커]
한때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을 이끌었던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전격 체포됐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 ICC가 조사를 시작한 지 3년여 만입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잖아요.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 체포됐다고요?
[기자]
네 그제,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두테르테 전직 필리핀 대통령이 전격 체포됐습니다.
체포 당시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 : "당신들, 차라리 날 죽여야 할 거야!"]
체포에 나선 경찰을 상대로 항변하는 모습을 막내딸 베로니카가 촬영해서 현지 매체에 전달한 영상입니다.
그는 홍콩을 방문한 뒤 귀국하는 길에 체포돼 곧바로 구금됐습니다.
지난해에는 ICC에 당장 자신을 조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는데, 몇 개월 사이 많이 바뀐 모습입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지난해 11월 13일 : "저는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서두를 것을 요청합니다. 가능하다면 내일 여기 와서 조사를 시작하시죠. 내가 유죄라면 감옥에 가서 영원히 썩을 것입니다."]
[앵커]
체포에 구금까지 전격적으로 이뤄졌는데 지금은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현재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필리핀이 아닌 네덜란드에 수감됐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기 때문에 체포된 뒤 몇 시간 만에 필리핀에서 이곳으로 압송된 건데요.
기내에서도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고요.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 : "이것은 긴 법적 절차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제 나라를 위해 봉사할 것입니다."]
["두테르테! 두테르테! 두테르테!"]
지지자들은 그를 태운 차량이 국제형사재판소의 감옥에 도착한 뒤에도 자리를 지키며 '두테르테'를 연호했습니다.
[앵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필리핀의 대통령이었잖아요.
어떤 이유로 체포된 거죠?
[기자]
네 국제형사재판소 ICC의 입장을 요약해 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대규모 살상과 인권 침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그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재판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겁니다.
'마약과의 전쟁' 초석을 다진 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필리핀 남부 도시 다바오시 시장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그는 마약 범죄를 대대적으로 소탕하는 작전을 벌였는데요.
이 작전을 위해 경찰뿐 아니라 범죄 조직과 폭력배 등으로 구성된 '암살대'를 운영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범죄 퇴치를 위해 사법 외적인 방법을 사용한 겁니다.
2016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는 '마약과의 전쟁'을 필리핀 전역으로 확대했습니다.
당시 그의 발언, 큰 논란이 됐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2016년 9월 : "마약 중독자가 300만 명이나 됩니다. 전 기꺼이 그들을 학살하겠습니다."]
실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명령했는데요.
최근에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용의자를 살해한 경찰들에게 금전적 인센티브까지 제공했다는 전직 경찰 간부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앵커]
대통령이 나서서 '법을 넘어선 심판'을 부추긴 건데, 사상자 규모가 파악되나요?
[기자]
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용의자 약 6,20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추정치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사망자 수가 만 2000명에서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달리아 쿠알테로/'마약과의 전쟁' 피해자 어머니 : "두테르테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지 않길 바랍니다. 전 그렇게 느껴요. 매우 행복하지만,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많기 때문에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행복입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사실 지난해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된 청문회에서 '초법적인 살인'에 대한 책임을 공개적으로 시인했습니다.
이 정책이 필리핀을 위한 것이었고, 또 정책 시행에 대해서 사죄나 변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거든요.
[앵커]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데, 왜 이렇게 체포가 늦어진 거죠?
[기자]
네 한마디로 필리핀의 혼란스러운 정국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요.
국제형사재판소, ICC가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게 2018년인데, 예비조사를 시작하자 필리핀이 ICC를 탈퇴해 버립니다.
그 뒤 ICC가 정식 조사에 나서자 이번엔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섰는데요.
하지만 ICC는 필리핀 정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며 조사 재개를 결정했는데, 이 와중에 2022년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세라 두테르테가 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아버지이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반길 리가 없겠죠.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여러 차례 ICC 조사를 거부해 왔는데, 지난해 필리핀 대통령과 정치적 동맹 관계가 금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두테르테의 체포가 이뤄졌습니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한 뒤 예비 심문 기일을 잡을 것이라고 예고했는데요.
본격 재판은 수개월 뒤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나라의 전직 수장이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건 2019년 무죄 선고를 받은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이후 두 번째입니다.
영상편집:구자람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화면출처:@gma뉴스(유튜브)
한때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을 이끌었던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전격 체포됐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 ICC가 조사를 시작한 지 3년여 만입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잖아요.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 체포됐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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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당시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 : "당신들, 차라리 날 죽여야 할 거야!"]
체포에 나선 경찰을 상대로 항변하는 모습을 막내딸 베로니카가 촬영해서 현지 매체에 전달한 영상입니다.
그는 홍콩을 방문한 뒤 귀국하는 길에 체포돼 곧바로 구금됐습니다.
지난해에는 ICC에 당장 자신을 조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는데, 몇 개월 사이 많이 바뀐 모습입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지난해 11월 13일 : "저는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서두를 것을 요청합니다. 가능하다면 내일 여기 와서 조사를 시작하시죠. 내가 유죄라면 감옥에 가서 영원히 썩을 것입니다."]
[앵커]
체포에 구금까지 전격적으로 이뤄졌는데 지금은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현재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필리핀이 아닌 네덜란드에 수감됐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기 때문에 체포된 뒤 몇 시간 만에 필리핀에서 이곳으로 압송된 건데요.
기내에서도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고요.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 : "이것은 긴 법적 절차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해서 제 나라를 위해 봉사할 것입니다."]
["두테르테! 두테르테! 두테르테!"]
지지자들은 그를 태운 차량이 국제형사재판소의 감옥에 도착한 뒤에도 자리를 지키며 '두테르테'를 연호했습니다.
[앵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필리핀의 대통령이었잖아요.
어떤 이유로 체포된 거죠?
[기자]
네 국제형사재판소 ICC의 입장을 요약해 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대규모 살상과 인권 침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그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재판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겁니다.
'마약과의 전쟁' 초석을 다진 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필리핀 남부 도시 다바오시 시장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그는 마약 범죄를 대대적으로 소탕하는 작전을 벌였는데요.
이 작전을 위해 경찰뿐 아니라 범죄 조직과 폭력배 등으로 구성된 '암살대'를 운영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범죄 퇴치를 위해 사법 외적인 방법을 사용한 겁니다.
2016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는 '마약과의 전쟁'을 필리핀 전역으로 확대했습니다.
당시 그의 발언, 큰 논란이 됐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전 필리핀 대통령/2016년 9월 : "마약 중독자가 300만 명이나 됩니다. 전 기꺼이 그들을 학살하겠습니다."]
실제 마약 복용자나 판매자가 곧바로 투항하지 않으면 경찰이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명령했는데요.
최근에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용의자를 살해한 경찰들에게 금전적 인센티브까지 제공했다는 전직 경찰 간부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앵커]
대통령이 나서서 '법을 넘어선 심판'을 부추긴 건데, 사상자 규모가 파악되나요?
[기자]
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용의자 약 6,20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추정치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사망자 수가 만 2000명에서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달리아 쿠알테로/'마약과의 전쟁' 피해자 어머니 : "두테르테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지 않길 바랍니다. 전 그렇게 느껴요. 매우 행복하지만,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많기 때문에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행복입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사실 지난해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된 청문회에서 '초법적인 살인'에 대한 책임을 공개적으로 시인했습니다.
이 정책이 필리핀을 위한 것이었고, 또 정책 시행에 대해서 사죄나 변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거든요.
[앵커]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데, 왜 이렇게 체포가 늦어진 거죠?
[기자]
네 한마디로 필리핀의 혼란스러운 정국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요.
국제형사재판소, ICC가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게 2018년인데, 예비조사를 시작하자 필리핀이 ICC를 탈퇴해 버립니다.
그 뒤 ICC가 정식 조사에 나서자 이번엔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섰는데요.
하지만 ICC는 필리핀 정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며 조사 재개를 결정했는데, 이 와중에 2022년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세라 두테르테가 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아버지이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반길 리가 없겠죠.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여러 차례 ICC 조사를 거부해 왔는데, 지난해 필리핀 대통령과 정치적 동맹 관계가 금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두테르테의 체포가 이뤄졌습니다.
ICC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한 뒤 예비 심문 기일을 잡을 것이라고 예고했는데요.
본격 재판은 수개월 뒤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나라의 전직 수장이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건 2019년 무죄 선고를 받은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이후 두 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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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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