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야생화 바른 백자…접경지역 ‘활기’
입력 2025.03.15 (08:24)
수정 2025.03.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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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분단의 최전선인 접경지역에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강원도 양구에서는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양구의 백토와 야생화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데요.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는 현장에 정미정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마치 얼어 있던 금강산의 물줄기가 서서히 흐르며 생명을 불어넣는 듯.
고즈넉한 산자락을 머리에 이고, 북한과 이마를 맞대고 있는 강원도 양구군.
양구는 예로부터 조선백자를 생산했던 주요 가마터, 즉 도요지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자기의 아름다움, 그 비결은, 양구의 흙이었습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과거)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모든 백토 중에 아주 희고 고운, 흰 살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원료라고 평가를 받았더라고요."]
정두섭 관장에게 접경지역의 자원은 중요한 예술 재료입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지역으로 봤을 때는 아직까지는 아픔으로 남아있는 곳이기는 한데, 이제까지는 그렇지만 앞으로는 개발되지 않은 자원들이 있고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단의 경계를 품고 있는 양구에는 자랑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흰 빛을 띠는 흙, 백토인데요.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전통을 이어가고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물관 인근에 있는 공장.
이곳에 쌓인 흙이 바로 양구의 백토입니다.
이 백토는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지역에서 채취됩니다.
["(백토는 어디에서 생산이 되나요?) 양구 방산면 지역에서 나오는 백토고요. 이 백토는 원래 최초에는 화강암으로 시작해요."]
이토록 맑고 고운 빛을 띠는 데에는 금강산에서 발원해 남으로 흐른 물줄기가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그 물이 침투해서 화강암 속에 있는 철분을 녹여내서 만들어진 백토예요. 흙 속에 철분이 없기 때문에 하얗게 보이는 거예요."]
손끝에 닿는 단단한 질감에서 오랜 세월 쌓인 풍화의 흔적이 느껴지는데요.
백토뿐 아니라, 길가에 자라는 식물에도 양구만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물싸리라는 나무고요. 이게 북한 종이래요."]
물싸리 나무의 꽃은 도자기에 바르는 유약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이 지역에서 키울 수 있는 북한 쪽의 식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걸 태워서 유약의 재료로 삼으면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양구만이 갖고 있는 좋은 자원, 재료가 될 수 있죠."]
박물관의 가마 옆에서는 DMZ에 주로 자생하는 배초향이 건조되고 있었는데요.
야생화 유약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고 합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유약을 만들고 그 유약으로 보석처럼 만들어서 반지를 만든다든지 이런 작업을 하는 거거든요."]
이런 백토와 야생화는 도자기와 장신구의 재료가 됩니다.
정 관장은 제작 방법을 연구해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DMZ 인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식물의 재를 사용한다면, 양구 지역의 역사성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좋은 자원이라고 얘기할 수 있죠."]
박물관에서 시작된 연구는 지역 작가들과 함께 조금씩 그 결실을 맺고 있었는데요.
["안녕하세요.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예요?) 보물찾기하고 있어요. (안에 보물이 있습니까?)"]
겨우내 꽁꽁 얼었던 흙덩어리에서 자연의 결을 찾아내는 조은미 작가,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흙의 성질에 따라서 달라지는데요. 사람이 이렇게 만들려고 해도 못 만들거든요. (자연이 만들어준 보물이네요.)"]
양구 백토마을의 입주 예술가인 조 작가는, 양구의 백토와 야생화를 활용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박물관 가마에 감돌았던 배초향이 느껴집니다.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이게 약간 싸하면서 시원한 향이에요.) 지금 이게 12월에 뿌려 놓은 향인데, 지금도 이렇게 발향이 잘되고 있거든요. 굉장히 오래 지속되는 것 같아요."]
현재는 ‘반구’를 소재로 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요.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남과 북도 왠지 구가 갈라져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 두 개의 가능성이 모여서 더 큰 미래가 있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서울을 떠나와 양구에 정착했다는 조은미 작가.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이곳은 작품의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지리적으로 여기가 38.2도더라고요. 저는 ‘간’이라는 사이 공간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어서 남과 북의 사이가 이곳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조 작가는 2023년부터는 DMZ 자원과 주민을 잇는 협동조합을 운영해 예비 마을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행정안전부에서 (예비 마을기업으로) 선정해서, 마을을 위해서 일하는 단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양구는 이제 분단의 상처를 딛고 상생의 공간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습니다.
생태 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접경지역의 특성을 살려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가는 사람들.
["저희 엄청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이러한 노력은 지역의 고민을 해결하는 중요한 해법이 되고 있습니다.
[이형우/양구군청 : "생활인구를 증대시키기 위해서 창업이라는 콘셉트로 해서 인구를 늘리기 위한 그런 차원에서 저희 센터가 지어졌고요."]
DMZ경제순환센터에 사무실을 마련한 협동조합은 양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김정임/‘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이 목걸이 작년에 선생님들하고 같이 만든 거예요. 잘했죠. (이런 거 어떻게 만드세요? 신기하다.) 선생님들 덕분이죠."]
조합에서는 백토와 야생화를 이용해 장신구 제작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팔찌에는 통일의 소원이 담겼다고 합니다.
[김정식/‘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양구 백토 도자기하고, 이건 철조망이에요. 백토를 구워서 같이 (만들었어요.)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소원 팔찌라고..."]
교육을 받은 조합원들은 이제 강사가 되어 오랫동안 간직해 온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봉순/‘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보조강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산에 가서 나물을 캐서 그걸로 번 돈으로 도자기를 엄청 많이 했었어요."]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되자 저마다 연장을 활용해 익숙한 솜씨로 장신구를 제작합니다.
백토와 야생화는 지역 토박이에게는 값진 유산이 되어 주었고.
[김정식/‘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다양한 것으로 활용할 수 있구나라는 게 제일 먼저 저한테는 다가왔었어요."]
외지인에게는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서민희/‘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양구에 있는 자원으로 이 수업을 들으면서 저도 여기서 강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보니까 이제는 저도 양구사람이 다 된 것 같고..."]
접경지역의 자원과 이야기를 엮어, 미래로 나아가는 사람들.
분단의 땅에서 찾은 새로운 희망이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분단의 최전선인 접경지역에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강원도 양구에서는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양구의 백토와 야생화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데요.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는 현장에 정미정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마치 얼어 있던 금강산의 물줄기가 서서히 흐르며 생명을 불어넣는 듯.
고즈넉한 산자락을 머리에 이고, 북한과 이마를 맞대고 있는 강원도 양구군.
양구는 예로부터 조선백자를 생산했던 주요 가마터, 즉 도요지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자기의 아름다움, 그 비결은, 양구의 흙이었습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과거)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모든 백토 중에 아주 희고 고운, 흰 살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원료라고 평가를 받았더라고요."]
정두섭 관장에게 접경지역의 자원은 중요한 예술 재료입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지역으로 봤을 때는 아직까지는 아픔으로 남아있는 곳이기는 한데, 이제까지는 그렇지만 앞으로는 개발되지 않은 자원들이 있고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단의 경계를 품고 있는 양구에는 자랑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흰 빛을 띠는 흙, 백토인데요.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전통을 이어가고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물관 인근에 있는 공장.
이곳에 쌓인 흙이 바로 양구의 백토입니다.
이 백토는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지역에서 채취됩니다.
["(백토는 어디에서 생산이 되나요?) 양구 방산면 지역에서 나오는 백토고요. 이 백토는 원래 최초에는 화강암으로 시작해요."]
이토록 맑고 고운 빛을 띠는 데에는 금강산에서 발원해 남으로 흐른 물줄기가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그 물이 침투해서 화강암 속에 있는 철분을 녹여내서 만들어진 백토예요. 흙 속에 철분이 없기 때문에 하얗게 보이는 거예요."]
손끝에 닿는 단단한 질감에서 오랜 세월 쌓인 풍화의 흔적이 느껴지는데요.
백토뿐 아니라, 길가에 자라는 식물에도 양구만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물싸리라는 나무고요. 이게 북한 종이래요."]
물싸리 나무의 꽃은 도자기에 바르는 유약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이 지역에서 키울 수 있는 북한 쪽의 식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걸 태워서 유약의 재료로 삼으면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양구만이 갖고 있는 좋은 자원, 재료가 될 수 있죠."]
박물관의 가마 옆에서는 DMZ에 주로 자생하는 배초향이 건조되고 있었는데요.
야생화 유약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고 합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유약을 만들고 그 유약으로 보석처럼 만들어서 반지를 만든다든지 이런 작업을 하는 거거든요."]
이런 백토와 야생화는 도자기와 장신구의 재료가 됩니다.
정 관장은 제작 방법을 연구해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DMZ 인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식물의 재를 사용한다면, 양구 지역의 역사성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좋은 자원이라고 얘기할 수 있죠."]
박물관에서 시작된 연구는 지역 작가들과 함께 조금씩 그 결실을 맺고 있었는데요.
["안녕하세요.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예요?) 보물찾기하고 있어요. (안에 보물이 있습니까?)"]
겨우내 꽁꽁 얼었던 흙덩어리에서 자연의 결을 찾아내는 조은미 작가,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흙의 성질에 따라서 달라지는데요. 사람이 이렇게 만들려고 해도 못 만들거든요. (자연이 만들어준 보물이네요.)"]
양구 백토마을의 입주 예술가인 조 작가는, 양구의 백토와 야생화를 활용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박물관 가마에 감돌았던 배초향이 느껴집니다.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이게 약간 싸하면서 시원한 향이에요.) 지금 이게 12월에 뿌려 놓은 향인데, 지금도 이렇게 발향이 잘되고 있거든요. 굉장히 오래 지속되는 것 같아요."]
현재는 ‘반구’를 소재로 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요.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남과 북도 왠지 구가 갈라져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 두 개의 가능성이 모여서 더 큰 미래가 있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서울을 떠나와 양구에 정착했다는 조은미 작가.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이곳은 작품의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지리적으로 여기가 38.2도더라고요. 저는 ‘간’이라는 사이 공간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어서 남과 북의 사이가 이곳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조 작가는 2023년부터는 DMZ 자원과 주민을 잇는 협동조합을 운영해 예비 마을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행정안전부에서 (예비 마을기업으로) 선정해서, 마을을 위해서 일하는 단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양구는 이제 분단의 상처를 딛고 상생의 공간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습니다.
생태 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접경지역의 특성을 살려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가는 사람들.
["저희 엄청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이러한 노력은 지역의 고민을 해결하는 중요한 해법이 되고 있습니다.
[이형우/양구군청 : "생활인구를 증대시키기 위해서 창업이라는 콘셉트로 해서 인구를 늘리기 위한 그런 차원에서 저희 센터가 지어졌고요."]
DMZ경제순환센터에 사무실을 마련한 협동조합은 양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김정임/‘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이 목걸이 작년에 선생님들하고 같이 만든 거예요. 잘했죠. (이런 거 어떻게 만드세요? 신기하다.) 선생님들 덕분이죠."]
조합에서는 백토와 야생화를 이용해 장신구 제작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팔찌에는 통일의 소원이 담겼다고 합니다.
[김정식/‘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양구 백토 도자기하고, 이건 철조망이에요. 백토를 구워서 같이 (만들었어요.)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소원 팔찌라고..."]
교육을 받은 조합원들은 이제 강사가 되어 오랫동안 간직해 온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봉순/‘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보조강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산에 가서 나물을 캐서 그걸로 번 돈으로 도자기를 엄청 많이 했었어요."]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되자 저마다 연장을 활용해 익숙한 솜씨로 장신구를 제작합니다.
백토와 야생화는 지역 토박이에게는 값진 유산이 되어 주었고.
[김정식/‘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다양한 것으로 활용할 수 있구나라는 게 제일 먼저 저한테는 다가왔었어요."]
외지인에게는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서민희/‘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양구에 있는 자원으로 이 수업을 들으면서 저도 여기서 강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보니까 이제는 저도 양구사람이 다 된 것 같고..."]
접경지역의 자원과 이야기를 엮어, 미래로 나아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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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15 08:24:40
- 수정2025-03-15 08:34:49

[앵커]
분단의 최전선인 접경지역에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강원도 양구에서는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양구의 백토와 야생화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데요.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는 현장에 정미정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마치 얼어 있던 금강산의 물줄기가 서서히 흐르며 생명을 불어넣는 듯.
고즈넉한 산자락을 머리에 이고, 북한과 이마를 맞대고 있는 강원도 양구군.
양구는 예로부터 조선백자를 생산했던 주요 가마터, 즉 도요지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자기의 아름다움, 그 비결은, 양구의 흙이었습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과거)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모든 백토 중에 아주 희고 고운, 흰 살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원료라고 평가를 받았더라고요."]
정두섭 관장에게 접경지역의 자원은 중요한 예술 재료입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지역으로 봤을 때는 아직까지는 아픔으로 남아있는 곳이기는 한데, 이제까지는 그렇지만 앞으로는 개발되지 않은 자원들이 있고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단의 경계를 품고 있는 양구에는 자랑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흰 빛을 띠는 흙, 백토인데요.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전통을 이어가고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물관 인근에 있는 공장.
이곳에 쌓인 흙이 바로 양구의 백토입니다.
이 백토는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지역에서 채취됩니다.
["(백토는 어디에서 생산이 되나요?) 양구 방산면 지역에서 나오는 백토고요. 이 백토는 원래 최초에는 화강암으로 시작해요."]
이토록 맑고 고운 빛을 띠는 데에는 금강산에서 발원해 남으로 흐른 물줄기가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그 물이 침투해서 화강암 속에 있는 철분을 녹여내서 만들어진 백토예요. 흙 속에 철분이 없기 때문에 하얗게 보이는 거예요."]
손끝에 닿는 단단한 질감에서 오랜 세월 쌓인 풍화의 흔적이 느껴지는데요.
백토뿐 아니라, 길가에 자라는 식물에도 양구만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물싸리라는 나무고요. 이게 북한 종이래요."]
물싸리 나무의 꽃은 도자기에 바르는 유약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이 지역에서 키울 수 있는 북한 쪽의 식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걸 태워서 유약의 재료로 삼으면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양구만이 갖고 있는 좋은 자원, 재료가 될 수 있죠."]
박물관의 가마 옆에서는 DMZ에 주로 자생하는 배초향이 건조되고 있었는데요.
야생화 유약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고 합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유약을 만들고 그 유약으로 보석처럼 만들어서 반지를 만든다든지 이런 작업을 하는 거거든요."]
이런 백토와 야생화는 도자기와 장신구의 재료가 됩니다.
정 관장은 제작 방법을 연구해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DMZ 인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식물의 재를 사용한다면, 양구 지역의 역사성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좋은 자원이라고 얘기할 수 있죠."]
박물관에서 시작된 연구는 지역 작가들과 함께 조금씩 그 결실을 맺고 있었는데요.
["안녕하세요.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예요?) 보물찾기하고 있어요. (안에 보물이 있습니까?)"]
겨우내 꽁꽁 얼었던 흙덩어리에서 자연의 결을 찾아내는 조은미 작가,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흙의 성질에 따라서 달라지는데요. 사람이 이렇게 만들려고 해도 못 만들거든요. (자연이 만들어준 보물이네요.)"]
양구 백토마을의 입주 예술가인 조 작가는, 양구의 백토와 야생화를 활용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박물관 가마에 감돌았던 배초향이 느껴집니다.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이게 약간 싸하면서 시원한 향이에요.) 지금 이게 12월에 뿌려 놓은 향인데, 지금도 이렇게 발향이 잘되고 있거든요. 굉장히 오래 지속되는 것 같아요."]
현재는 ‘반구’를 소재로 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요.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남과 북도 왠지 구가 갈라져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 두 개의 가능성이 모여서 더 큰 미래가 있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서울을 떠나와 양구에 정착했다는 조은미 작가.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이곳은 작품의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지리적으로 여기가 38.2도더라고요. 저는 ‘간’이라는 사이 공간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어서 남과 북의 사이가 이곳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조 작가는 2023년부터는 DMZ 자원과 주민을 잇는 협동조합을 운영해 예비 마을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행정안전부에서 (예비 마을기업으로) 선정해서, 마을을 위해서 일하는 단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양구는 이제 분단의 상처를 딛고 상생의 공간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습니다.
생태 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접경지역의 특성을 살려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가는 사람들.
["저희 엄청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이러한 노력은 지역의 고민을 해결하는 중요한 해법이 되고 있습니다.
[이형우/양구군청 : "생활인구를 증대시키기 위해서 창업이라는 콘셉트로 해서 인구를 늘리기 위한 그런 차원에서 저희 센터가 지어졌고요."]
DMZ경제순환센터에 사무실을 마련한 협동조합은 양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김정임/‘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이 목걸이 작년에 선생님들하고 같이 만든 거예요. 잘했죠. (이런 거 어떻게 만드세요? 신기하다.) 선생님들 덕분이죠."]
조합에서는 백토와 야생화를 이용해 장신구 제작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팔찌에는 통일의 소원이 담겼다고 합니다.
[김정식/‘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양구 백토 도자기하고, 이건 철조망이에요. 백토를 구워서 같이 (만들었어요.)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소원 팔찌라고..."]
교육을 받은 조합원들은 이제 강사가 되어 오랫동안 간직해 온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봉순/‘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보조강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산에 가서 나물을 캐서 그걸로 번 돈으로 도자기를 엄청 많이 했었어요."]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되자 저마다 연장을 활용해 익숙한 솜씨로 장신구를 제작합니다.
백토와 야생화는 지역 토박이에게는 값진 유산이 되어 주었고.
[김정식/‘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다양한 것으로 활용할 수 있구나라는 게 제일 먼저 저한테는 다가왔었어요."]
외지인에게는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서민희/‘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양구에 있는 자원으로 이 수업을 들으면서 저도 여기서 강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보니까 이제는 저도 양구사람이 다 된 것 같고..."]
접경지역의 자원과 이야기를 엮어, 미래로 나아가는 사람들.
분단의 땅에서 찾은 새로운 희망이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분단의 최전선인 접경지역에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강원도 양구에서는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양구의 백토와 야생화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데요.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는 현장에 정미정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마치 얼어 있던 금강산의 물줄기가 서서히 흐르며 생명을 불어넣는 듯.
고즈넉한 산자락을 머리에 이고, 북한과 이마를 맞대고 있는 강원도 양구군.
양구는 예로부터 조선백자를 생산했던 주요 가마터, 즉 도요지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자기의 아름다움, 그 비결은, 양구의 흙이었습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과거)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모든 백토 중에 아주 희고 고운, 흰 살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원료라고 평가를 받았더라고요."]
정두섭 관장에게 접경지역의 자원은 중요한 예술 재료입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지역으로 봤을 때는 아직까지는 아픔으로 남아있는 곳이기는 한데, 이제까지는 그렇지만 앞으로는 개발되지 않은 자원들이 있고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단의 경계를 품고 있는 양구에는 자랑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흰 빛을 띠는 흙, 백토인데요.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전통을 이어가고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물관 인근에 있는 공장.
이곳에 쌓인 흙이 바로 양구의 백토입니다.
이 백토는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지역에서 채취됩니다.
["(백토는 어디에서 생산이 되나요?) 양구 방산면 지역에서 나오는 백토고요. 이 백토는 원래 최초에는 화강암으로 시작해요."]
이토록 맑고 고운 빛을 띠는 데에는 금강산에서 발원해 남으로 흐른 물줄기가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그 물이 침투해서 화강암 속에 있는 철분을 녹여내서 만들어진 백토예요. 흙 속에 철분이 없기 때문에 하얗게 보이는 거예요."]
손끝에 닿는 단단한 질감에서 오랜 세월 쌓인 풍화의 흔적이 느껴지는데요.
백토뿐 아니라, 길가에 자라는 식물에도 양구만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물싸리라는 나무고요. 이게 북한 종이래요."]
물싸리 나무의 꽃은 도자기에 바르는 유약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이 지역에서 키울 수 있는 북한 쪽의 식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걸 태워서 유약의 재료로 삼으면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양구만이 갖고 있는 좋은 자원, 재료가 될 수 있죠."]
박물관의 가마 옆에서는 DMZ에 주로 자생하는 배초향이 건조되고 있었는데요.
야생화 유약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고 합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유약을 만들고 그 유약으로 보석처럼 만들어서 반지를 만든다든지 이런 작업을 하는 거거든요."]
이런 백토와 야생화는 도자기와 장신구의 재료가 됩니다.
정 관장은 제작 방법을 연구해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장 : "DMZ 인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식물의 재를 사용한다면, 양구 지역의 역사성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좋은 자원이라고 얘기할 수 있죠."]
박물관에서 시작된 연구는 지역 작가들과 함께 조금씩 그 결실을 맺고 있었는데요.
["안녕하세요.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예요?) 보물찾기하고 있어요. (안에 보물이 있습니까?)"]
겨우내 꽁꽁 얼었던 흙덩어리에서 자연의 결을 찾아내는 조은미 작가,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흙의 성질에 따라서 달라지는데요. 사람이 이렇게 만들려고 해도 못 만들거든요. (자연이 만들어준 보물이네요.)"]
양구 백토마을의 입주 예술가인 조 작가는, 양구의 백토와 야생화를 활용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박물관 가마에 감돌았던 배초향이 느껴집니다.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이게 약간 싸하면서 시원한 향이에요.) 지금 이게 12월에 뿌려 놓은 향인데, 지금도 이렇게 발향이 잘되고 있거든요. 굉장히 오래 지속되는 것 같아요."]
현재는 ‘반구’를 소재로 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요.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남과 북도 왠지 구가 갈라져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 두 개의 가능성이 모여서 더 큰 미래가 있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서울을 떠나와 양구에 정착했다는 조은미 작가.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이곳은 작품의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지리적으로 여기가 38.2도더라고요. 저는 ‘간’이라는 사이 공간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어서 남과 북의 사이가 이곳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조 작가는 2023년부터는 DMZ 자원과 주민을 잇는 협동조합을 운영해 예비 마을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조은미/‘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대표 : "행정안전부에서 (예비 마을기업으로) 선정해서, 마을을 위해서 일하는 단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양구는 이제 분단의 상처를 딛고 상생의 공간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습니다.
생태 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접경지역의 특성을 살려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가는 사람들.
["저희 엄청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이러한 노력은 지역의 고민을 해결하는 중요한 해법이 되고 있습니다.
[이형우/양구군청 : "생활인구를 증대시키기 위해서 창업이라는 콘셉트로 해서 인구를 늘리기 위한 그런 차원에서 저희 센터가 지어졌고요."]
DMZ경제순환센터에 사무실을 마련한 협동조합은 양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김정임/‘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이 목걸이 작년에 선생님들하고 같이 만든 거예요. 잘했죠. (이런 거 어떻게 만드세요? 신기하다.) 선생님들 덕분이죠."]
조합에서는 백토와 야생화를 이용해 장신구 제작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팔찌에는 통일의 소원이 담겼다고 합니다.
[김정식/‘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양구 백토 도자기하고, 이건 철조망이에요. 백토를 구워서 같이 (만들었어요.)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소원 팔찌라고..."]
교육을 받은 조합원들은 이제 강사가 되어 오랫동안 간직해 온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봉순/‘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보조강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산에 가서 나물을 캐서 그걸로 번 돈으로 도자기를 엄청 많이 했었어요."]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되자 저마다 연장을 활용해 익숙한 솜씨로 장신구를 제작합니다.
백토와 야생화는 지역 토박이에게는 값진 유산이 되어 주었고.
[김정식/‘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다양한 것으로 활용할 수 있구나라는 게 제일 먼저 저한테는 다가왔었어요."]
외지인에게는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서민희/‘사이 잇는 DMZ마을’ 협동조합 : "양구에 있는 자원으로 이 수업을 들으면서 저도 여기서 강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보니까 이제는 저도 양구사람이 다 된 것 같고..."]
접경지역의 자원과 이야기를 엮어, 미래로 나아가는 사람들.
분단의 땅에서 찾은 새로운 희망이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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