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동물원 다중 역할…관광 상품화 모색
입력 2025.03.15 (08:15)
수정 2025.03.1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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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나들이 계획하는 분들 많으시죠?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동물원을 많이 찾으실 텐데요.
북한에서도 동물원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평양의 중앙동물원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동물 관람 시설이 아니라, 체제 선전과 지도자 우상화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0여 마리의 동물을 기증하며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평양 중앙동물원의 다중적인 역할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위엄있는 호랑이와 용맹한 사자, 영리한 원숭이와 우아한 기린.
다양한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이곳은 평양 대성산 기슭에 있는 중앙동물원입니다.
어린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신기한 듯 동물들을 바라보는데요.
["코끼리 코가 정말 깁니다."]
["엄마 코끼리랑 아빠 코끼리랑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사랑스러운 새끼 동물들이 천 마리나 넘게 태어났다고 합니다.
[조선중앙TV/2024년 11월 : "여기 중앙동물원에서는 올해 들어와 현재까지 150여 종의 동물들이 1,000여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기는, 새끼 호랑이!
[박성국/중앙동물원 부원/2024년 : "2017년생 조선범도 작년에 이어서 올해 새끼를 또 낳았습니다. 그리고 2021년 3월생 조선범 2마리도 올해 7월에 새끼를 낳았고 4월생도 10월 초에 들어와서 새끼를 또 낳았습니다."]
이 작은 새 식구들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959년 문을 연 이후 중앙동물원은 북한을 대표하는 동물원이자, 주민들의 주요 여가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명절에 친구끼리 가거나 가족 단위로 갔었고 아주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조직해서 가기도 했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갔던 거 같아요."]
그런데 평범해 보이는 중앙동물원에는 특별한 역할이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동물 보호나 전시, 오락 공간 외에 최고지도자의 업적을 홍보하고 주민들에게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겁니다.
[오덕열/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결국 이 중앙동물원도 동물원이긴 하지만 인민들의 관심들이 국가 차원에서 이곳에 어려있다고 하는 홍보 수단이 되는 것이죠. 그다음에 이런 표현들도 사용합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문명적인 시설에 맞는 것들이 건설되고 있다는 표현하고 있거든요. 특히 중앙동물원 자체를 세계적인 수준의 동물원으로 만들려 하고 있는데 그 정도로 우리나라 국가 위상이 올라갔다고 하는 개념도 있는 것이고 거기에 국가 지도자의 공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밝혀주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앙동물원은 정확한 개체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수백여 종에 걸쳐 수만 마리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러한 동물들을 대중에 공개하고 관련 여가 시설을 갖춘 것이 주민들의 교양 수준을 고려한 당의 배려라는 설명입니다.
["우리 당의 은정 속에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하고 문명한 문화 정서 생활을 안겨주고 있는 중앙동물원."]
또 대부분의 동물들이 외국 수반에게서 받은 선물이라고 소개하며 최고지도자의 외교 성과를 과시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 : "외국의 국가수반들과 인사들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 올린 선물 동물들은 날을 따라 늘어났으며, 동물원의 식구 수도 점차 불어났습니다."]
그중에는 동물원에 있는 것 자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러시아 정당 지역위원장인 제레미신 윅도르 유리에비치가 선물로 올린 개 옵챠르까(오브차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로 받은 러시아 태생의 대형견, 오브차카인데요.
러시아에서는 주로 가축을 지키는 목적으로 활용되지만, 북한에서는 이렇게 중앙동물원의 일원으로 주민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선물로 받아서 혼자 키울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민들 보라고 동물원에 기증한 거라는 식으로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북한에 있을 때는 그냥 강아지가 동물원에 있나 보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한국에 와서 그게 참 이상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거지 북한에 있을 때는 이상한 걸 못 느꼈어요."]
개인의 즐거움보다는 조직과 체제에 대한 충성심 강조가 우선인 중앙동물원.
그러나 유희를 통한 충성심 고취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으로 평가됩니다.
["중앙동물원의 수많은 동물들을 보내주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에 대하여 더욱더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덕열/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우리는 휴식이나 휴양을 개인의 권리 차원에서 본다면 (북한은) 국가가 보장해 주는 차원으로서 인식이 전환되는 것입니다. 국가가 휴양이나 휴식을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에 더군다나 동물원을 통해서 해주기 때문에 국가가 우리를 위해서 힘을 쓴다는 개념들이 있게 되는 거고 내부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하나의 기제가 되는 것인데…"]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초부터 중앙동물원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동물원을 찾아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하는가 하면 2016년에는 김 위원장의 지시로 중앙동물원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재개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물원이 선전 선동의 도구로만 활용되다 보니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조선중앙TV : "사자가 유럽에서는 자연계의 왕이라고 하지만 아마 조선범한테는 못 견딜 겁니다."]
조선범의 우위를 강조하려고 사자와의 싸움을 유도해 일방적인 승부를 연출하는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조선중앙TV : "역시 조선범은 우리나라 동물의 자랑이죠."]
중앙동물원의 담배 피우는 침팬지 모습은 국제 동물보호 단체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동물 교예입니다.
학습된 훈련을 통해 동물들은 특정 행동을 수행하며, 심지어 주민들과 퀴즈쇼를 주고받는 모습까지 연출됩니다.
["물개가 짐승인지 물고기인지 아시는 분들이 계시면 대답해 주십시오."]
["물개는 짐승입니다!"]
물개가 정말로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물개류, 물개가 물고기인가요? 네,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짐승이 옳은가요?"]
["네, 옳다고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비록 조건 반사적으로 내는 소리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즐거워합니다.
["물개류, 노래를 잘 불러서 손님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나요?"]
그 밖에도 원숭이, 강아지, 염소 등 훈련이 가능한 동물들은 대부분 교예에 동원됩니다.
[조령은/중앙동물원 관람객 : "내가 찬 공을 문지기 원숭이가 다 막아냅니다."]
[인송련/중앙동물원 관람객 : "애완용 개들도 정말 재주를 잘합니다. 정말 재미납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명절날 중앙동물원에서 공연도 따로 해요. 그때 숫자 계산하는 강아지도 있고 시소를 뛰는 원숭이 동물 교예도 많잖아요. 암컷 곰이 치마 입고 나와서 여러 가지 묘기를 부리고 이런 것도 많고 해서 되게 재밌게 봤어요."]
[조선중앙TV/2024년 11월 : "러시아연방 대통령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비치 푸틴 동지가 희귀한 동물들을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동물원의 사자, 불곰, 꿩, 원앙 등 70마리 이상의 동물을 평양 중앙동물원에 선물했습니다.
동물 외교라는 방식을 활용해 양국 간 친선 관계를 더욱 강조한 것이죠.
[알렉산드르 코즐로프/러시아 천연자원·환경부 장관/2024년 11월 : "동물은 역사적으로 국가 간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동물은 지지, 친절, 보살핌의 표시로 보내는 선물입니다. 오늘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게 선물한 70여 마리의 동물을 평양 동물원에 전달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온 동물이 백 마리에 가까운 규모인 만큼, 앞으로 중앙동물원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오덕열/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할 때 보통 보면 그 나라의 특수한 시설이라든가 규모가 상당히 크거나 이럴 경우 주요한 홍보 수단이 되는데 실제로 중앙동물원이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기도 하고 그 안에서 각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받은 선물들을 전시용으로 활용한다고 하면 우리 국가의 지도자도 일반 국가와 다를 바 없이 이렇게 국제 관계 속에서 외교 관계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대외적인 홍보 수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기 때문에 향후 중앙동물원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프로그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동물원을 넘어 체제 선전, 지도자 우상화, 외교 홍보까지 담당하는 중앙동물원.
동물권 문제가 논란이 되는 와중에 북한이 앞으로 중앙동물원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방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나들이 계획하는 분들 많으시죠?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동물원을 많이 찾으실 텐데요.
북한에서도 동물원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평양의 중앙동물원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동물 관람 시설이 아니라, 체제 선전과 지도자 우상화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0여 마리의 동물을 기증하며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평양 중앙동물원의 다중적인 역할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위엄있는 호랑이와 용맹한 사자, 영리한 원숭이와 우아한 기린.
다양한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이곳은 평양 대성산 기슭에 있는 중앙동물원입니다.
어린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신기한 듯 동물들을 바라보는데요.
["코끼리 코가 정말 깁니다."]
["엄마 코끼리랑 아빠 코끼리랑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사랑스러운 새끼 동물들이 천 마리나 넘게 태어났다고 합니다.
[조선중앙TV/2024년 11월 : "여기 중앙동물원에서는 올해 들어와 현재까지 150여 종의 동물들이 1,000여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기는, 새끼 호랑이!
[박성국/중앙동물원 부원/2024년 : "2017년생 조선범도 작년에 이어서 올해 새끼를 또 낳았습니다. 그리고 2021년 3월생 조선범 2마리도 올해 7월에 새끼를 낳았고 4월생도 10월 초에 들어와서 새끼를 또 낳았습니다."]
이 작은 새 식구들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959년 문을 연 이후 중앙동물원은 북한을 대표하는 동물원이자, 주민들의 주요 여가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명절에 친구끼리 가거나 가족 단위로 갔었고 아주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조직해서 가기도 했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갔던 거 같아요."]
그런데 평범해 보이는 중앙동물원에는 특별한 역할이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동물 보호나 전시, 오락 공간 외에 최고지도자의 업적을 홍보하고 주민들에게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겁니다.
[오덕열/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결국 이 중앙동물원도 동물원이긴 하지만 인민들의 관심들이 국가 차원에서 이곳에 어려있다고 하는 홍보 수단이 되는 것이죠. 그다음에 이런 표현들도 사용합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문명적인 시설에 맞는 것들이 건설되고 있다는 표현하고 있거든요. 특히 중앙동물원 자체를 세계적인 수준의 동물원으로 만들려 하고 있는데 그 정도로 우리나라 국가 위상이 올라갔다고 하는 개념도 있는 것이고 거기에 국가 지도자의 공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밝혀주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앙동물원은 정확한 개체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수백여 종에 걸쳐 수만 마리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러한 동물들을 대중에 공개하고 관련 여가 시설을 갖춘 것이 주민들의 교양 수준을 고려한 당의 배려라는 설명입니다.
["우리 당의 은정 속에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하고 문명한 문화 정서 생활을 안겨주고 있는 중앙동물원."]
또 대부분의 동물들이 외국 수반에게서 받은 선물이라고 소개하며 최고지도자의 외교 성과를 과시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 : "외국의 국가수반들과 인사들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 올린 선물 동물들은 날을 따라 늘어났으며, 동물원의 식구 수도 점차 불어났습니다."]
그중에는 동물원에 있는 것 자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러시아 정당 지역위원장인 제레미신 윅도르 유리에비치가 선물로 올린 개 옵챠르까(오브차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로 받은 러시아 태생의 대형견, 오브차카인데요.
러시아에서는 주로 가축을 지키는 목적으로 활용되지만, 북한에서는 이렇게 중앙동물원의 일원으로 주민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선물로 받아서 혼자 키울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민들 보라고 동물원에 기증한 거라는 식으로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북한에 있을 때는 그냥 강아지가 동물원에 있나 보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한국에 와서 그게 참 이상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거지 북한에 있을 때는 이상한 걸 못 느꼈어요."]
개인의 즐거움보다는 조직과 체제에 대한 충성심 강조가 우선인 중앙동물원.
그러나 유희를 통한 충성심 고취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으로 평가됩니다.
["중앙동물원의 수많은 동물들을 보내주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에 대하여 더욱더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덕열/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우리는 휴식이나 휴양을 개인의 권리 차원에서 본다면 (북한은) 국가가 보장해 주는 차원으로서 인식이 전환되는 것입니다. 국가가 휴양이나 휴식을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에 더군다나 동물원을 통해서 해주기 때문에 국가가 우리를 위해서 힘을 쓴다는 개념들이 있게 되는 거고 내부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하나의 기제가 되는 것인데…"]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초부터 중앙동물원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동물원을 찾아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하는가 하면 2016년에는 김 위원장의 지시로 중앙동물원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재개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물원이 선전 선동의 도구로만 활용되다 보니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조선중앙TV : "사자가 유럽에서는 자연계의 왕이라고 하지만 아마 조선범한테는 못 견딜 겁니다."]
조선범의 우위를 강조하려고 사자와의 싸움을 유도해 일방적인 승부를 연출하는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조선중앙TV : "역시 조선범은 우리나라 동물의 자랑이죠."]
중앙동물원의 담배 피우는 침팬지 모습은 국제 동물보호 단체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동물 교예입니다.
학습된 훈련을 통해 동물들은 특정 행동을 수행하며, 심지어 주민들과 퀴즈쇼를 주고받는 모습까지 연출됩니다.
["물개가 짐승인지 물고기인지 아시는 분들이 계시면 대답해 주십시오."]
["물개는 짐승입니다!"]
물개가 정말로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물개류, 물개가 물고기인가요? 네,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짐승이 옳은가요?"]
["네, 옳다고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비록 조건 반사적으로 내는 소리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즐거워합니다.
["물개류, 노래를 잘 불러서 손님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나요?"]
그 밖에도 원숭이, 강아지, 염소 등 훈련이 가능한 동물들은 대부분 교예에 동원됩니다.
[조령은/중앙동물원 관람객 : "내가 찬 공을 문지기 원숭이가 다 막아냅니다."]
[인송련/중앙동물원 관람객 : "애완용 개들도 정말 재주를 잘합니다. 정말 재미납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명절날 중앙동물원에서 공연도 따로 해요. 그때 숫자 계산하는 강아지도 있고 시소를 뛰는 원숭이 동물 교예도 많잖아요. 암컷 곰이 치마 입고 나와서 여러 가지 묘기를 부리고 이런 것도 많고 해서 되게 재밌게 봤어요."]
[조선중앙TV/2024년 11월 : "러시아연방 대통령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비치 푸틴 동지가 희귀한 동물들을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동물원의 사자, 불곰, 꿩, 원앙 등 70마리 이상의 동물을 평양 중앙동물원에 선물했습니다.
동물 외교라는 방식을 활용해 양국 간 친선 관계를 더욱 강조한 것이죠.
[알렉산드르 코즐로프/러시아 천연자원·환경부 장관/2024년 11월 : "동물은 역사적으로 국가 간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동물은 지지, 친절, 보살핌의 표시로 보내는 선물입니다. 오늘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게 선물한 70여 마리의 동물을 평양 동물원에 전달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온 동물이 백 마리에 가까운 규모인 만큼, 앞으로 중앙동물원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오덕열/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할 때 보통 보면 그 나라의 특수한 시설이라든가 규모가 상당히 크거나 이럴 경우 주요한 홍보 수단이 되는데 실제로 중앙동물원이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기도 하고 그 안에서 각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받은 선물들을 전시용으로 활용한다고 하면 우리 국가의 지도자도 일반 국가와 다를 바 없이 이렇게 국제 관계 속에서 외교 관계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대외적인 홍보 수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기 때문에 향후 중앙동물원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프로그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동물원을 넘어 체제 선전, 지도자 우상화, 외교 홍보까지 담당하는 중앙동물원.
동물권 문제가 논란이 되는 와중에 북한이 앞으로 중앙동물원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방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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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동물원 다중 역할…관광 상품화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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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15 08:15:34
- 수정2025-03-15 08:33:27

[앵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나들이 계획하는 분들 많으시죠?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동물원을 많이 찾으실 텐데요.
북한에서도 동물원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평양의 중앙동물원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동물 관람 시설이 아니라, 체제 선전과 지도자 우상화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0여 마리의 동물을 기증하며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평양 중앙동물원의 다중적인 역할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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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엄있는 호랑이와 용맹한 사자, 영리한 원숭이와 우아한 기린.
다양한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이곳은 평양 대성산 기슭에 있는 중앙동물원입니다.
어린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신기한 듯 동물들을 바라보는데요.
["코끼리 코가 정말 깁니다."]
["엄마 코끼리랑 아빠 코끼리랑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사랑스러운 새끼 동물들이 천 마리나 넘게 태어났다고 합니다.
[조선중앙TV/2024년 11월 : "여기 중앙동물원에서는 올해 들어와 현재까지 150여 종의 동물들이 1,000여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기는, 새끼 호랑이!
[박성국/중앙동물원 부원/2024년 : "2017년생 조선범도 작년에 이어서 올해 새끼를 또 낳았습니다. 그리고 2021년 3월생 조선범 2마리도 올해 7월에 새끼를 낳았고 4월생도 10월 초에 들어와서 새끼를 또 낳았습니다."]
이 작은 새 식구들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959년 문을 연 이후 중앙동물원은 북한을 대표하는 동물원이자, 주민들의 주요 여가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명절에 친구끼리 가거나 가족 단위로 갔었고 아주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조직해서 가기도 했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갔던 거 같아요."]
그런데 평범해 보이는 중앙동물원에는 특별한 역할이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동물 보호나 전시, 오락 공간 외에 최고지도자의 업적을 홍보하고 주민들에게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겁니다.
[오덕열/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결국 이 중앙동물원도 동물원이긴 하지만 인민들의 관심들이 국가 차원에서 이곳에 어려있다고 하는 홍보 수단이 되는 것이죠. 그다음에 이런 표현들도 사용합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문명적인 시설에 맞는 것들이 건설되고 있다는 표현하고 있거든요. 특히 중앙동물원 자체를 세계적인 수준의 동물원으로 만들려 하고 있는데 그 정도로 우리나라 국가 위상이 올라갔다고 하는 개념도 있는 것이고 거기에 국가 지도자의 공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밝혀주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앙동물원은 정확한 개체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수백여 종에 걸쳐 수만 마리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러한 동물들을 대중에 공개하고 관련 여가 시설을 갖춘 것이 주민들의 교양 수준을 고려한 당의 배려라는 설명입니다.
["우리 당의 은정 속에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하고 문명한 문화 정서 생활을 안겨주고 있는 중앙동물원."]
또 대부분의 동물들이 외국 수반에게서 받은 선물이라고 소개하며 최고지도자의 외교 성과를 과시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 : "외국의 국가수반들과 인사들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 올린 선물 동물들은 날을 따라 늘어났으며, 동물원의 식구 수도 점차 불어났습니다."]
그중에는 동물원에 있는 것 자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러시아 정당 지역위원장인 제레미신 윅도르 유리에비치가 선물로 올린 개 옵챠르까(오브차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로 받은 러시아 태생의 대형견, 오브차카인데요.
러시아에서는 주로 가축을 지키는 목적으로 활용되지만, 북한에서는 이렇게 중앙동물원의 일원으로 주민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선물로 받아서 혼자 키울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민들 보라고 동물원에 기증한 거라는 식으로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북한에 있을 때는 그냥 강아지가 동물원에 있나 보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한국에 와서 그게 참 이상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거지 북한에 있을 때는 이상한 걸 못 느꼈어요."]
개인의 즐거움보다는 조직과 체제에 대한 충성심 강조가 우선인 중앙동물원.
그러나 유희를 통한 충성심 고취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으로 평가됩니다.
["중앙동물원의 수많은 동물들을 보내주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에 대하여 더욱더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덕열/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우리는 휴식이나 휴양을 개인의 권리 차원에서 본다면 (북한은) 국가가 보장해 주는 차원으로서 인식이 전환되는 것입니다. 국가가 휴양이나 휴식을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에 더군다나 동물원을 통해서 해주기 때문에 국가가 우리를 위해서 힘을 쓴다는 개념들이 있게 되는 거고 내부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하나의 기제가 되는 것인데…"]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초부터 중앙동물원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동물원을 찾아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하는가 하면 2016년에는 김 위원장의 지시로 중앙동물원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재개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물원이 선전 선동의 도구로만 활용되다 보니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조선중앙TV : "사자가 유럽에서는 자연계의 왕이라고 하지만 아마 조선범한테는 못 견딜 겁니다."]
조선범의 우위를 강조하려고 사자와의 싸움을 유도해 일방적인 승부를 연출하는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조선중앙TV : "역시 조선범은 우리나라 동물의 자랑이죠."]
중앙동물원의 담배 피우는 침팬지 모습은 국제 동물보호 단체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동물 교예입니다.
학습된 훈련을 통해 동물들은 특정 행동을 수행하며, 심지어 주민들과 퀴즈쇼를 주고받는 모습까지 연출됩니다.
["물개가 짐승인지 물고기인지 아시는 분들이 계시면 대답해 주십시오."]
["물개는 짐승입니다!"]
물개가 정말로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물개류, 물개가 물고기인가요? 네,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짐승이 옳은가요?"]
["네, 옳다고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비록 조건 반사적으로 내는 소리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즐거워합니다.
["물개류, 노래를 잘 불러서 손님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나요?"]
그 밖에도 원숭이, 강아지, 염소 등 훈련이 가능한 동물들은 대부분 교예에 동원됩니다.
[조령은/중앙동물원 관람객 : "내가 찬 공을 문지기 원숭이가 다 막아냅니다."]
[인송련/중앙동물원 관람객 : "애완용 개들도 정말 재주를 잘합니다. 정말 재미납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명절날 중앙동물원에서 공연도 따로 해요. 그때 숫자 계산하는 강아지도 있고 시소를 뛰는 원숭이 동물 교예도 많잖아요. 암컷 곰이 치마 입고 나와서 여러 가지 묘기를 부리고 이런 것도 많고 해서 되게 재밌게 봤어요."]
[조선중앙TV/2024년 11월 : "러시아연방 대통령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비치 푸틴 동지가 희귀한 동물들을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동물원의 사자, 불곰, 꿩, 원앙 등 70마리 이상의 동물을 평양 중앙동물원에 선물했습니다.
동물 외교라는 방식을 활용해 양국 간 친선 관계를 더욱 강조한 것이죠.
[알렉산드르 코즐로프/러시아 천연자원·환경부 장관/2024년 11월 : "동물은 역사적으로 국가 간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동물은 지지, 친절, 보살핌의 표시로 보내는 선물입니다. 오늘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게 선물한 70여 마리의 동물을 평양 동물원에 전달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온 동물이 백 마리에 가까운 규모인 만큼, 앞으로 중앙동물원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오덕열/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할 때 보통 보면 그 나라의 특수한 시설이라든가 규모가 상당히 크거나 이럴 경우 주요한 홍보 수단이 되는데 실제로 중앙동물원이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기도 하고 그 안에서 각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받은 선물들을 전시용으로 활용한다고 하면 우리 국가의 지도자도 일반 국가와 다를 바 없이 이렇게 국제 관계 속에서 외교 관계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대외적인 홍보 수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기 때문에 향후 중앙동물원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프로그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동물원을 넘어 체제 선전, 지도자 우상화, 외교 홍보까지 담당하는 중앙동물원.
동물권 문제가 논란이 되는 와중에 북한이 앞으로 중앙동물원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방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나들이 계획하는 분들 많으시죠?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동물원을 많이 찾으실 텐데요.
북한에서도 동물원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평양의 중앙동물원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동물 관람 시설이 아니라, 체제 선전과 지도자 우상화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0여 마리의 동물을 기증하며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평양 중앙동물원의 다중적인 역할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위엄있는 호랑이와 용맹한 사자, 영리한 원숭이와 우아한 기린.
다양한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이곳은 평양 대성산 기슭에 있는 중앙동물원입니다.
어린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신기한 듯 동물들을 바라보는데요.
["코끼리 코가 정말 깁니다."]
["엄마 코끼리랑 아빠 코끼리랑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사랑스러운 새끼 동물들이 천 마리나 넘게 태어났다고 합니다.
[조선중앙TV/2024년 11월 : "여기 중앙동물원에서는 올해 들어와 현재까지 150여 종의 동물들이 1,000여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기는, 새끼 호랑이!
[박성국/중앙동물원 부원/2024년 : "2017년생 조선범도 작년에 이어서 올해 새끼를 또 낳았습니다. 그리고 2021년 3월생 조선범 2마리도 올해 7월에 새끼를 낳았고 4월생도 10월 초에 들어와서 새끼를 또 낳았습니다."]
이 작은 새 식구들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959년 문을 연 이후 중앙동물원은 북한을 대표하는 동물원이자, 주민들의 주요 여가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명절에 친구끼리 가거나 가족 단위로 갔었고 아주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조직해서 가기도 했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갔던 거 같아요."]
그런데 평범해 보이는 중앙동물원에는 특별한 역할이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동물 보호나 전시, 오락 공간 외에 최고지도자의 업적을 홍보하고 주민들에게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겁니다.
[오덕열/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결국 이 중앙동물원도 동물원이긴 하지만 인민들의 관심들이 국가 차원에서 이곳에 어려있다고 하는 홍보 수단이 되는 것이죠. 그다음에 이런 표현들도 사용합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문명적인 시설에 맞는 것들이 건설되고 있다는 표현하고 있거든요. 특히 중앙동물원 자체를 세계적인 수준의 동물원으로 만들려 하고 있는데 그 정도로 우리나라 국가 위상이 올라갔다고 하는 개념도 있는 것이고 거기에 국가 지도자의 공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밝혀주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앙동물원은 정확한 개체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수백여 종에 걸쳐 수만 마리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러한 동물들을 대중에 공개하고 관련 여가 시설을 갖춘 것이 주민들의 교양 수준을 고려한 당의 배려라는 설명입니다.
["우리 당의 은정 속에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하고 문명한 문화 정서 생활을 안겨주고 있는 중앙동물원."]
또 대부분의 동물들이 외국 수반에게서 받은 선물이라고 소개하며 최고지도자의 외교 성과를 과시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 : "외국의 국가수반들과 인사들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 올린 선물 동물들은 날을 따라 늘어났으며, 동물원의 식구 수도 점차 불어났습니다."]
그중에는 동물원에 있는 것 자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러시아 정당 지역위원장인 제레미신 윅도르 유리에비치가 선물로 올린 개 옵챠르까(오브차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로 받은 러시아 태생의 대형견, 오브차카인데요.
러시아에서는 주로 가축을 지키는 목적으로 활용되지만, 북한에서는 이렇게 중앙동물원의 일원으로 주민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선물로 받아서 혼자 키울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민들 보라고 동물원에 기증한 거라는 식으로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북한에 있을 때는 그냥 강아지가 동물원에 있나 보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한국에 와서 그게 참 이상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거지 북한에 있을 때는 이상한 걸 못 느꼈어요."]
개인의 즐거움보다는 조직과 체제에 대한 충성심 강조가 우선인 중앙동물원.
그러나 유희를 통한 충성심 고취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으로 평가됩니다.
["중앙동물원의 수많은 동물들을 보내주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에 대하여 더욱더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덕열/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우리는 휴식이나 휴양을 개인의 권리 차원에서 본다면 (북한은) 국가가 보장해 주는 차원으로서 인식이 전환되는 것입니다. 국가가 휴양이나 휴식을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에 더군다나 동물원을 통해서 해주기 때문에 국가가 우리를 위해서 힘을 쓴다는 개념들이 있게 되는 거고 내부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하나의 기제가 되는 것인데…"]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초부터 중앙동물원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동물원을 찾아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하는가 하면 2016년에는 김 위원장의 지시로 중앙동물원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재개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물원이 선전 선동의 도구로만 활용되다 보니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조선중앙TV : "사자가 유럽에서는 자연계의 왕이라고 하지만 아마 조선범한테는 못 견딜 겁니다."]
조선범의 우위를 강조하려고 사자와의 싸움을 유도해 일방적인 승부를 연출하는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조선중앙TV : "역시 조선범은 우리나라 동물의 자랑이죠."]
중앙동물원의 담배 피우는 침팬지 모습은 국제 동물보호 단체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동물 교예입니다.
학습된 훈련을 통해 동물들은 특정 행동을 수행하며, 심지어 주민들과 퀴즈쇼를 주고받는 모습까지 연출됩니다.
["물개가 짐승인지 물고기인지 아시는 분들이 계시면 대답해 주십시오."]
["물개는 짐승입니다!"]
물개가 정말로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물개류, 물개가 물고기인가요? 네,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 짐승이 옳은가요?"]
["네, 옳다고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비록 조건 반사적으로 내는 소리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즐거워합니다.
["물개류, 노래를 잘 불러서 손님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나요?"]
그 밖에도 원숭이, 강아지, 염소 등 훈련이 가능한 동물들은 대부분 교예에 동원됩니다.
[조령은/중앙동물원 관람객 : "내가 찬 공을 문지기 원숭이가 다 막아냅니다."]
[인송련/중앙동물원 관람객 : "애완용 개들도 정말 재주를 잘합니다. 정말 재미납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명절날 중앙동물원에서 공연도 따로 해요. 그때 숫자 계산하는 강아지도 있고 시소를 뛰는 원숭이 동물 교예도 많잖아요. 암컷 곰이 치마 입고 나와서 여러 가지 묘기를 부리고 이런 것도 많고 해서 되게 재밌게 봤어요."]
[조선중앙TV/2024년 11월 : "러시아연방 대통령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비치 푸틴 동지가 희귀한 동물들을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동물원의 사자, 불곰, 꿩, 원앙 등 70마리 이상의 동물을 평양 중앙동물원에 선물했습니다.
동물 외교라는 방식을 활용해 양국 간 친선 관계를 더욱 강조한 것이죠.
[알렉산드르 코즐로프/러시아 천연자원·환경부 장관/2024년 11월 : "동물은 역사적으로 국가 간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동물은 지지, 친절, 보살핌의 표시로 보내는 선물입니다. 오늘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게 선물한 70여 마리의 동물을 평양 동물원에 전달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온 동물이 백 마리에 가까운 규모인 만큼, 앞으로 중앙동물원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오덕열/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할 때 보통 보면 그 나라의 특수한 시설이라든가 규모가 상당히 크거나 이럴 경우 주요한 홍보 수단이 되는데 실제로 중앙동물원이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기도 하고 그 안에서 각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받은 선물들을 전시용으로 활용한다고 하면 우리 국가의 지도자도 일반 국가와 다를 바 없이 이렇게 국제 관계 속에서 외교 관계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대외적인 홍보 수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기 때문에 향후 중앙동물원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프로그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동물원을 넘어 체제 선전, 지도자 우상화, 외교 홍보까지 담당하는 중앙동물원.
동물권 문제가 논란이 되는 와중에 북한이 앞으로 중앙동물원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방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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