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경쟁국, 토고

입력 2006.01.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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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 운명의 첫 경기를 치르게 될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 바로 2002년 월드컵에서 검은 돌풍을 일으킨 세네갈을 누르고 월드컵에 처녀 출전하는 나라인데요.

우리에게는 생소한 토고인들의 삶과 축구에 대한 열정 또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현지 취재했습니다. 한상덕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인구 450만명, 면적은 우리나라의 절반을 조금 넘는 서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 시내 중심가라고 해야 길거리에 좌판을 벌인 노점상들만 눈에 띌 뿐 국민 소득 400달러 수준의 어려운 살림살이가 그대로 느껴지는 나랍니다.

삼각 비닐봉지에 물을 넣어 팔기도 하고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빵이나 바나나를 구워 파는 모습에서 서부 아프리카 최빈국 토고의 오늘을 읽을 수 있습니다.

얌이라 불리는 나무뿌리를 절구에 넣고 찧으면 우리나라의 인절미와 비슷하게 되는 데 이를 닭고기 양고기등과 버무려 먹는 모습이 매우 이색적입니다. 토고의 해변은 공동 빨래터 역할도 합니다. 해변 모래사장의 샘터에서 물을 길어 옷가지를 빤 뒤 이를 복사열을 이용해 모래 위에 널어 말리는 것입니다.

정부의 살림살이도 서민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KBS 취재팀은 토고의 월드컵 주무 부서인 해변가에 위치한 문화 체육부를 찾아보았습니다. 정부 청사라고 하기엔 초라하기 그지없고 고장난 에어컨과 회의용 탁자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낡은 모습입니다.

그래도 토고인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과 열기만큼은 남다릅니다. 어디를 가나 국가대표의 유니폼이나 축구공, 축구화 등 축구관련 용품은 최고의 인기 품목들입니다.

<인터뷰> "(축구화를 사는 사람들이 꽤 있나요?)전에는 잘 됐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경기가 나빠져 이전과 같지 않아요."

시내 곳곳에서는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어김없이 한판 경기가 벌어집니다. 벌건 황토위, 내리쬐는 뙤약 볕 아래서도 땀을 쏟으며 축구에 몰두하는 나라가 바로 토고입니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이지만 공을 다루는 솜씨만은 일류 선수 뺨치는 수준입니다.

<인터뷰> "우리 토고팀이 한국한테 이길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 팀은 한국 심지어 프랑스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그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서양을 끼고 끝없이 이어지는 부드러운 모래사장은 자연이 토고에 선사한 축구장입니다. 골대라야 커다란 말뚝을 세워 놓은 것이 고작이지만 놀라운 발재간으로 공을 다루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바로 이곳 모래사장이 현재 유럽에서 맹활약중인 토고의 주포 아데 바요르가 기량을 닦은 곳입니다.

<인터뷰>아데바요르 (토고 주전선수): "한국팀은 체력적으로 상당히 강하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입니다. 최선을 다해 싸울 겁니다. 승패는 차후의 문제이겠지요."

이번 월드컵에서 돌풍의 주역이 된다는 자신감에 차있는 토고 감독은 1차전에서 맞붙을 한국팀에 대해 덕담을 아끼지 않습니다.

<인터뷰>스티븐 캐시 (토고팀 감독):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토고와 한국에 행복한 결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로메시내 입구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탑이 서 있습니다. 북한 예술가의 작품인 이 조형물은 지난 60-70년대에는 토고가 한국보다는 북한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진출하면서 관계는 역전됐습니다. 특히 밥은 못 먹어도 머리는 꾸민다는 토고인들을 상대로 가발업은 1500여명의 현지직원을 거느린 탄탄한 기업체로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대형 (아미나 토고부사장/토고한인회장]): "나라 경제가 발달돼서 아무래도 소비가 늘어나고 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이곳에서 사업체를 꾸려가는 사람들은 토고인들의 광적인 축구 열기로 독일 월드컵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고 말합니다. 토고 정부는 주요 국제 경기가 있는 날이면 불상사를 우려해 길거리에서 TV 시청을 할 수 없도록 단전 조처까지 내리고 있을 정돕니다.

<인터뷰>안정원 (아미나 토고 생산관리부차장): "이 모든 국민들이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예요."

축구가 온 국민의 희망이자, 활력소인 서부 아프리카의 빈국 토고... 토고는 이번 독일 월드컵을 통해 세계에 얼굴을 알리고 작지만 큰 나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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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지의 경쟁국, 토고
    • 입력 2006-01-06 11:20:2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 운명의 첫 경기를 치르게 될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 바로 2002년 월드컵에서 검은 돌풍을 일으킨 세네갈을 누르고 월드컵에 처녀 출전하는 나라인데요. 우리에게는 생소한 토고인들의 삶과 축구에 대한 열정 또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현지 취재했습니다. 한상덕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인구 450만명, 면적은 우리나라의 절반을 조금 넘는 서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 시내 중심가라고 해야 길거리에 좌판을 벌인 노점상들만 눈에 띌 뿐 국민 소득 400달러 수준의 어려운 살림살이가 그대로 느껴지는 나랍니다. 삼각 비닐봉지에 물을 넣어 팔기도 하고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빵이나 바나나를 구워 파는 모습에서 서부 아프리카 최빈국 토고의 오늘을 읽을 수 있습니다. 얌이라 불리는 나무뿌리를 절구에 넣고 찧으면 우리나라의 인절미와 비슷하게 되는 데 이를 닭고기 양고기등과 버무려 먹는 모습이 매우 이색적입니다. 토고의 해변은 공동 빨래터 역할도 합니다. 해변 모래사장의 샘터에서 물을 길어 옷가지를 빤 뒤 이를 복사열을 이용해 모래 위에 널어 말리는 것입니다. 정부의 살림살이도 서민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KBS 취재팀은 토고의 월드컵 주무 부서인 해변가에 위치한 문화 체육부를 찾아보았습니다. 정부 청사라고 하기엔 초라하기 그지없고 고장난 에어컨과 회의용 탁자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낡은 모습입니다. 그래도 토고인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과 열기만큼은 남다릅니다. 어디를 가나 국가대표의 유니폼이나 축구공, 축구화 등 축구관련 용품은 최고의 인기 품목들입니다. <인터뷰> "(축구화를 사는 사람들이 꽤 있나요?)전에는 잘 됐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경기가 나빠져 이전과 같지 않아요." 시내 곳곳에서는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어김없이 한판 경기가 벌어집니다. 벌건 황토위, 내리쬐는 뙤약 볕 아래서도 땀을 쏟으며 축구에 몰두하는 나라가 바로 토고입니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이지만 공을 다루는 솜씨만은 일류 선수 뺨치는 수준입니다. <인터뷰> "우리 토고팀이 한국한테 이길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 팀은 한국 심지어 프랑스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그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서양을 끼고 끝없이 이어지는 부드러운 모래사장은 자연이 토고에 선사한 축구장입니다. 골대라야 커다란 말뚝을 세워 놓은 것이 고작이지만 놀라운 발재간으로 공을 다루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바로 이곳 모래사장이 현재 유럽에서 맹활약중인 토고의 주포 아데 바요르가 기량을 닦은 곳입니다. <인터뷰>아데바요르 (토고 주전선수): "한국팀은 체력적으로 상당히 강하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입니다. 최선을 다해 싸울 겁니다. 승패는 차후의 문제이겠지요." 이번 월드컵에서 돌풍의 주역이 된다는 자신감에 차있는 토고 감독은 1차전에서 맞붙을 한국팀에 대해 덕담을 아끼지 않습니다. <인터뷰>스티븐 캐시 (토고팀 감독):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토고와 한국에 행복한 결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로메시내 입구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탑이 서 있습니다. 북한 예술가의 작품인 이 조형물은 지난 60-70년대에는 토고가 한국보다는 북한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진출하면서 관계는 역전됐습니다. 특히 밥은 못 먹어도 머리는 꾸민다는 토고인들을 상대로 가발업은 1500여명의 현지직원을 거느린 탄탄한 기업체로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대형 (아미나 토고부사장/토고한인회장]): "나라 경제가 발달돼서 아무래도 소비가 늘어나고 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이곳에서 사업체를 꾸려가는 사람들은 토고인들의 광적인 축구 열기로 독일 월드컵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고 말합니다. 토고 정부는 주요 국제 경기가 있는 날이면 불상사를 우려해 길거리에서 TV 시청을 할 수 없도록 단전 조처까지 내리고 있을 정돕니다. <인터뷰>안정원 (아미나 토고 생산관리부차장): "이 모든 국민들이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예요." 축구가 온 국민의 희망이자, 활력소인 서부 아프리카의 빈국 토고... 토고는 이번 독일 월드컵을 통해 세계에 얼굴을 알리고 작지만 큰 나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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