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설이 피임 시술 권유…“여성 장애인 보호 위해”

[앵커]

장애인 학대 혐의가 불거진 영동지역 한 장애인 이용 시설과 관련해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시설 측이 지적장애인 여성들에게 피임을 권유해 시술로까지 이어진 건데, 적절성 논란이 예상됩니다.

김보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장애인 학대 혐의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강원 영동지역의 한 장애인 이용 시설을 다니는 지적장애인 A 씨입니다.

A 씨는 2021년 지역의 한 산부인과에서 팔뚝에 삽입하는 호르몬 피임장치 시술을 받았습니다.

해당 장애인 시설 관계자가 A 씨에게 시술을 권했고, 직접 산부인과까지 동행했습니다.

[A 씨/시설 이용 장애인/음성변조 : "(시설 관계자가) 그 아기 갖지 말라고, 그리고 생리 나오지 말라고…."]

당시 시설 측 권유로 동일한 피임 시술을 받은 지적 장애인 여성은 A 씨를 포함해 모두 4명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설 관계자는 원치 않은 성관계로 인한 출산 예방과 생리혈 처치 문제를 위해 피임 시술을 권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또, 장애인 이용자를 보호해 줘야 한다며, 당사자와 부모님 등 동의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장애 여성 인권 운동 단체는 피임 시술 권유만으로 인권 침해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 발언을 통해, 피임 시술 권유가 시설 측 번거로움 해소를 위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장애인의 성을 문제적으로 보고, 안전을 이유로 사회적 소수자를 관리 통제하는 익숙한 방식이라며, 장애인의 성적 권리 침해를 우려했습니다.

해당 시설은 지적 장애인에 대한 상담 지원과 자기 권리 주장 활동 지원, 자립 지원 등이 주요 업무입니다.

피임 시술을 받은 지적장애인 여성들이 어느 정도의 자기 결정권을 갖고 시술에 동의했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보람입니다.

촬영기자:최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