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금융 교육…자본주의 첫걸음
입력 2025.03.29 (08:17)
수정 2025.03.2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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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금 이자’, ‘신용 등급’, ‘연체 이율’…
남한에서 사는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용어들인데요.
자본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탈북민들에게는 더욱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접해본 적 없는 개념들이 많다 보니,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실생활에서 혼란을 겪기 일쑤라고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최근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초부터 응용까지 청소년의 시선에 맞춘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는데요.
그 현장에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탈북 청소년들의 배움터, 여명학교입니다.
경제 공부가 한창인 사회 과목 시간.
["선택은 곧 포기다."]
탈북민 학생들은 경제 지식을 조금씩 깨우쳐 나가고 있었는데요.
["나는 인플레이션이 뭔지 알고 있다."]
경제 용어도 제법 자신 있게 설명합니다.
[박영미/여명학교 학생 : "(인플레이션이 뭐예요?) 경제적으로 대공황이 온 적도 있고 돈이 흐르다 보니까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막연하게 느껴진다는 ‘금융’.
["나는 금융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여기서도 두 친구만 ‘o’를 들었는데..."]
북한, 혹은 제3국을 거쳐 온 탈북 청소년 상당수는, 경제 개념이 부족한 상태에서 남한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김희진/여명학교 학생 :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른이 되면 제가 금융을 혼자 관리해야 하는데 관리하는 방법도 몰라 가지고...."]
탈북 청소년을 위한 금융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신동/여명학교 교사 : "아이들이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고 또 돈을 갖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하고 싶어 하는데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교육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금융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자립과 정착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석주/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장 : "우리나라와 북한은 경제 시스템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금융에 대해서 굉장히 생소할 수 있고요. 북한개발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약 60% 정도가 금융 사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도 있었습니다."]
계좌를 만들고, 현금을 인출하고 이런 기본적인 사용법조차 탈북민들에게는 낯선 일일 수 있습니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눈높이 금융교육은 꼭 필요합니다.
곧 시작될 ‘금융’ 수업을 앞두고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과 호기심이 엿보입니다.
[박효동/여명학교 학생 : "(‘금융’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올라요?) 먼저 금융경제라고 말하면 돈이나 숫자 계산을 떠올리는데 실제로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금융 수업은 중고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요.
제3국 출생 학생들을 위해 중국어 통역도 이뤄집니다.
["선택 기준은 각자 다를 수도 있어요."]
금감원과 학교에서는 오랜 준비 끝에, 실생활에 맞닿는 교육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문주환/금융감독원 학교금육교육팀장 : "여명학교와 협의해서 학생들이 가장 필요한 교육내용이 뭔지 파악했고요. 저축, 신용, 금융사기 예방 진로 탐색 이런 다양한 주제를 학생들 눈높이에 맞게 쉽게 교육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
학생들은 ‘금융’의 의미부터 알아갑니다.
[함유림/금융감독원 전문인증강사 : "금융이란 건 여러분 돈이 움직이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화폐의 역사와 필요성을 배우는데, 퀴즈를 통해 자연스레 질문해 봅니다.
["이 그림들의 공통점을 한번 찾아볼까요?"]
학생들이 각자 자신만의 답을 내놓습니다.
["(모두 다 돈이다.) ‘모두 다 돈이다’ 좋습니다. 혹시 또. ‘결제 수단’ 좋습니다."]
화폐의 발달부터 예산 계획, 그리고 올바른 용돈 사용에 대한 수업이 차근차근 진행됩니다.
["여러분 생각했을 때 ‘이런 소비는 하면 안 된다’ 라는 게 어떤 게 있을까요?"]
때로는 서로의 생각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충동구매, 도박..."]
학생들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도 차분히 적어가며, 하나하나 배워갑니다.
여느 때보다 진지한 눈빛에서 학습에 대한 열의가 고스란히 느껴졌는데요.
[함유림/금융감독원 전문인증강사 : "굉장히 호응을 잘 해줘서 진행을 잘할 수 있었고요. 모든 학생이 가계부를 쓰고 있어서 굉장히 놀랐던 부분이 있습니다."]
교육을 마친 뒤, 학생들의 생각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강일권/여명학교 학생 : "예전에는 게임에 (돈을) 썼는데, 이번에 교육을 듣고 나서 어떻게 써야 되는지 방향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빼곡하게 필기한 노트에선 앞으로의 다짐이 느껴집니다.
["(저축도 할 거야?) 저축 60~70% 할 거예요."]
무엇보다 스스로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합니다.
[강하은/여명학교 학생 : "과도 소비, 과시 소비, 충동 소비, 그리고 모방 소비까지 배웠는데 저는 진짜 과도 소비인 것 같은데, 나중에 돈을 어떻게 써야 될지 반성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은 청소년들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든든한 발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오수찬/여명학교 교사 : "이런 교육들이 친구들이 소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졸업하고 한국 사회에서 적응할 때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실정에 어두운 탈북민들은 보이스 피싱같은 각종 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탈북민 금융교육을 기획한 사람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탈북민을 위한 금융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남북의 차이를 분석해 읽기 쉬운 교재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문종필/금융감독원 금융교육기획팀 조사역 : "북한에는 가계 대출이 없다고 알고 있고 북한에서는 저축성 보험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융을 잘 알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것뿐 아니라, 통장을 빌려주거나 투자사기에 연루돼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되는 일도 많다는데요.
[문종필/금융감독원 금융교육기획팀 조사역 : "다단계나 가상자산 사기 같은 경우 금융을 잘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까 주변 지인들로부터 소개를 받거나 해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고, 탈북민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미리 방지하려면, 조기 교육을 통해 금융 감각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석주/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장 : "어렸을 때부터 금융 지식을 쌓아서 성인이 돼서 안정적인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낯선 땅에서 시작하는 또 하나의 배움.
탈북 청소년들에게 금융교육은 스스로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예금 이자’, ‘신용 등급’, ‘연체 이율’…
남한에서 사는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용어들인데요.
자본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탈북민들에게는 더욱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접해본 적 없는 개념들이 많다 보니,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실생활에서 혼란을 겪기 일쑤라고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최근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초부터 응용까지 청소년의 시선에 맞춘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는데요.
그 현장에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탈북 청소년들의 배움터, 여명학교입니다.
경제 공부가 한창인 사회 과목 시간.
["선택은 곧 포기다."]
탈북민 학생들은 경제 지식을 조금씩 깨우쳐 나가고 있었는데요.
["나는 인플레이션이 뭔지 알고 있다."]
경제 용어도 제법 자신 있게 설명합니다.
[박영미/여명학교 학생 : "(인플레이션이 뭐예요?) 경제적으로 대공황이 온 적도 있고 돈이 흐르다 보니까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막연하게 느껴진다는 ‘금융’.
["나는 금융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여기서도 두 친구만 ‘o’를 들었는데..."]
북한, 혹은 제3국을 거쳐 온 탈북 청소년 상당수는, 경제 개념이 부족한 상태에서 남한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김희진/여명학교 학생 :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른이 되면 제가 금융을 혼자 관리해야 하는데 관리하는 방법도 몰라 가지고...."]
탈북 청소년을 위한 금융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신동/여명학교 교사 : "아이들이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고 또 돈을 갖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하고 싶어 하는데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교육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금융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자립과 정착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석주/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장 : "우리나라와 북한은 경제 시스템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금융에 대해서 굉장히 생소할 수 있고요. 북한개발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약 60% 정도가 금융 사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도 있었습니다."]
계좌를 만들고, 현금을 인출하고 이런 기본적인 사용법조차 탈북민들에게는 낯선 일일 수 있습니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눈높이 금융교육은 꼭 필요합니다.
곧 시작될 ‘금융’ 수업을 앞두고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과 호기심이 엿보입니다.
[박효동/여명학교 학생 : "(‘금융’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올라요?) 먼저 금융경제라고 말하면 돈이나 숫자 계산을 떠올리는데 실제로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금융 수업은 중고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요.
제3국 출생 학생들을 위해 중국어 통역도 이뤄집니다.
["선택 기준은 각자 다를 수도 있어요."]
금감원과 학교에서는 오랜 준비 끝에, 실생활에 맞닿는 교육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문주환/금융감독원 학교금육교육팀장 : "여명학교와 협의해서 학생들이 가장 필요한 교육내용이 뭔지 파악했고요. 저축, 신용, 금융사기 예방 진로 탐색 이런 다양한 주제를 학생들 눈높이에 맞게 쉽게 교육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
학생들은 ‘금융’의 의미부터 알아갑니다.
[함유림/금융감독원 전문인증강사 : "금융이란 건 여러분 돈이 움직이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화폐의 역사와 필요성을 배우는데, 퀴즈를 통해 자연스레 질문해 봅니다.
["이 그림들의 공통점을 한번 찾아볼까요?"]
학생들이 각자 자신만의 답을 내놓습니다.
["(모두 다 돈이다.) ‘모두 다 돈이다’ 좋습니다. 혹시 또. ‘결제 수단’ 좋습니다."]
화폐의 발달부터 예산 계획, 그리고 올바른 용돈 사용에 대한 수업이 차근차근 진행됩니다.
["여러분 생각했을 때 ‘이런 소비는 하면 안 된다’ 라는 게 어떤 게 있을까요?"]
때로는 서로의 생각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충동구매, 도박..."]
학생들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도 차분히 적어가며, 하나하나 배워갑니다.
여느 때보다 진지한 눈빛에서 학습에 대한 열의가 고스란히 느껴졌는데요.
[함유림/금융감독원 전문인증강사 : "굉장히 호응을 잘 해줘서 진행을 잘할 수 있었고요. 모든 학생이 가계부를 쓰고 있어서 굉장히 놀랐던 부분이 있습니다."]
교육을 마친 뒤, 학생들의 생각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강일권/여명학교 학생 : "예전에는 게임에 (돈을) 썼는데, 이번에 교육을 듣고 나서 어떻게 써야 되는지 방향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빼곡하게 필기한 노트에선 앞으로의 다짐이 느껴집니다.
["(저축도 할 거야?) 저축 60~70% 할 거예요."]
무엇보다 스스로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합니다.
[강하은/여명학교 학생 : "과도 소비, 과시 소비, 충동 소비, 그리고 모방 소비까지 배웠는데 저는 진짜 과도 소비인 것 같은데, 나중에 돈을 어떻게 써야 될지 반성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은 청소년들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든든한 발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오수찬/여명학교 교사 : "이런 교육들이 친구들이 소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졸업하고 한국 사회에서 적응할 때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실정에 어두운 탈북민들은 보이스 피싱같은 각종 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탈북민 금융교육을 기획한 사람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탈북민을 위한 금융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남북의 차이를 분석해 읽기 쉬운 교재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문종필/금융감독원 금융교육기획팀 조사역 : "북한에는 가계 대출이 없다고 알고 있고 북한에서는 저축성 보험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융을 잘 알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것뿐 아니라, 통장을 빌려주거나 투자사기에 연루돼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되는 일도 많다는데요.
[문종필/금융감독원 금융교육기획팀 조사역 : "다단계나 가상자산 사기 같은 경우 금융을 잘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까 주변 지인들로부터 소개를 받거나 해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고, 탈북민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미리 방지하려면, 조기 교육을 통해 금융 감각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석주/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장 : "어렸을 때부터 금융 지식을 쌓아서 성인이 돼서 안정적인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낯선 땅에서 시작하는 또 하나의 배움.
탈북 청소년들에게 금융교육은 스스로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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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금융 교육…자본주의 첫걸음
-
- 입력 2025-03-29 08:17:06
- 수정2025-03-29 08:27:25

[앵커]
‘예금 이자’, ‘신용 등급’, ‘연체 이율’…
남한에서 사는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용어들인데요.
자본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탈북민들에게는 더욱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접해본 적 없는 개념들이 많다 보니,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실생활에서 혼란을 겪기 일쑤라고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최근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초부터 응용까지 청소년의 시선에 맞춘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는데요.
그 현장에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탈북 청소년들의 배움터, 여명학교입니다.
경제 공부가 한창인 사회 과목 시간.
["선택은 곧 포기다."]
탈북민 학생들은 경제 지식을 조금씩 깨우쳐 나가고 있었는데요.
["나는 인플레이션이 뭔지 알고 있다."]
경제 용어도 제법 자신 있게 설명합니다.
[박영미/여명학교 학생 : "(인플레이션이 뭐예요?) 경제적으로 대공황이 온 적도 있고 돈이 흐르다 보니까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막연하게 느껴진다는 ‘금융’.
["나는 금융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여기서도 두 친구만 ‘o’를 들었는데..."]
북한, 혹은 제3국을 거쳐 온 탈북 청소년 상당수는, 경제 개념이 부족한 상태에서 남한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김희진/여명학교 학생 :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른이 되면 제가 금융을 혼자 관리해야 하는데 관리하는 방법도 몰라 가지고...."]
탈북 청소년을 위한 금융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신동/여명학교 교사 : "아이들이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고 또 돈을 갖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하고 싶어 하는데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교육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금융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자립과 정착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석주/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장 : "우리나라와 북한은 경제 시스템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금융에 대해서 굉장히 생소할 수 있고요. 북한개발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약 60% 정도가 금융 사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도 있었습니다."]
계좌를 만들고, 현금을 인출하고 이런 기본적인 사용법조차 탈북민들에게는 낯선 일일 수 있습니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눈높이 금융교육은 꼭 필요합니다.
곧 시작될 ‘금융’ 수업을 앞두고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과 호기심이 엿보입니다.
[박효동/여명학교 학생 : "(‘금융’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올라요?) 먼저 금융경제라고 말하면 돈이나 숫자 계산을 떠올리는데 실제로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금융 수업은 중고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요.
제3국 출생 학생들을 위해 중국어 통역도 이뤄집니다.
["선택 기준은 각자 다를 수도 있어요."]
금감원과 학교에서는 오랜 준비 끝에, 실생활에 맞닿는 교육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문주환/금융감독원 학교금육교육팀장 : "여명학교와 협의해서 학생들이 가장 필요한 교육내용이 뭔지 파악했고요. 저축, 신용, 금융사기 예방 진로 탐색 이런 다양한 주제를 학생들 눈높이에 맞게 쉽게 교육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
학생들은 ‘금융’의 의미부터 알아갑니다.
[함유림/금융감독원 전문인증강사 : "금융이란 건 여러분 돈이 움직이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화폐의 역사와 필요성을 배우는데, 퀴즈를 통해 자연스레 질문해 봅니다.
["이 그림들의 공통점을 한번 찾아볼까요?"]
학생들이 각자 자신만의 답을 내놓습니다.
["(모두 다 돈이다.) ‘모두 다 돈이다’ 좋습니다. 혹시 또. ‘결제 수단’ 좋습니다."]
화폐의 발달부터 예산 계획, 그리고 올바른 용돈 사용에 대한 수업이 차근차근 진행됩니다.
["여러분 생각했을 때 ‘이런 소비는 하면 안 된다’ 라는 게 어떤 게 있을까요?"]
때로는 서로의 생각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충동구매, 도박..."]
학생들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도 차분히 적어가며, 하나하나 배워갑니다.
여느 때보다 진지한 눈빛에서 학습에 대한 열의가 고스란히 느껴졌는데요.
[함유림/금융감독원 전문인증강사 : "굉장히 호응을 잘 해줘서 진행을 잘할 수 있었고요. 모든 학생이 가계부를 쓰고 있어서 굉장히 놀랐던 부분이 있습니다."]
교육을 마친 뒤, 학생들의 생각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강일권/여명학교 학생 : "예전에는 게임에 (돈을) 썼는데, 이번에 교육을 듣고 나서 어떻게 써야 되는지 방향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빼곡하게 필기한 노트에선 앞으로의 다짐이 느껴집니다.
["(저축도 할 거야?) 저축 60~70% 할 거예요."]
무엇보다 스스로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합니다.
[강하은/여명학교 학생 : "과도 소비, 과시 소비, 충동 소비, 그리고 모방 소비까지 배웠는데 저는 진짜 과도 소비인 것 같은데, 나중에 돈을 어떻게 써야 될지 반성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은 청소년들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든든한 발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오수찬/여명학교 교사 : "이런 교육들이 친구들이 소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졸업하고 한국 사회에서 적응할 때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실정에 어두운 탈북민들은 보이스 피싱같은 각종 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탈북민 금융교육을 기획한 사람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탈북민을 위한 금융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남북의 차이를 분석해 읽기 쉬운 교재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문종필/금융감독원 금융교육기획팀 조사역 : "북한에는 가계 대출이 없다고 알고 있고 북한에서는 저축성 보험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융을 잘 알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것뿐 아니라, 통장을 빌려주거나 투자사기에 연루돼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되는 일도 많다는데요.
[문종필/금융감독원 금융교육기획팀 조사역 : "다단계나 가상자산 사기 같은 경우 금융을 잘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까 주변 지인들로부터 소개를 받거나 해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고, 탈북민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미리 방지하려면, 조기 교육을 통해 금융 감각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석주/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장 : "어렸을 때부터 금융 지식을 쌓아서 성인이 돼서 안정적인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낯선 땅에서 시작하는 또 하나의 배움.
탈북 청소년들에게 금융교육은 스스로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예금 이자’, ‘신용 등급’, ‘연체 이율’…
남한에서 사는 우리에게도 쉽지 않은 용어들인데요.
자본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탈북민들에게는 더욱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접해본 적 없는 개념들이 많다 보니,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실생활에서 혼란을 겪기 일쑤라고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최근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초부터 응용까지 청소년의 시선에 맞춘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는데요.
그 현장에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탈북 청소년들의 배움터, 여명학교입니다.
경제 공부가 한창인 사회 과목 시간.
["선택은 곧 포기다."]
탈북민 학생들은 경제 지식을 조금씩 깨우쳐 나가고 있었는데요.
["나는 인플레이션이 뭔지 알고 있다."]
경제 용어도 제법 자신 있게 설명합니다.
[박영미/여명학교 학생 : "(인플레이션이 뭐예요?) 경제적으로 대공황이 온 적도 있고 돈이 흐르다 보니까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막연하게 느껴진다는 ‘금융’.
["나는 금융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여기서도 두 친구만 ‘o’를 들었는데..."]
북한, 혹은 제3국을 거쳐 온 탈북 청소년 상당수는, 경제 개념이 부족한 상태에서 남한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김희진/여명학교 학생 :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른이 되면 제가 금융을 혼자 관리해야 하는데 관리하는 방법도 몰라 가지고...."]
탈북 청소년을 위한 금융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신동/여명학교 교사 : "아이들이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고 또 돈을 갖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하고 싶어 하는데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교육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금융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자립과 정착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석주/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장 : "우리나라와 북한은 경제 시스템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금융에 대해서 굉장히 생소할 수 있고요. 북한개발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약 60% 정도가 금융 사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도 있었습니다."]
계좌를 만들고, 현금을 인출하고 이런 기본적인 사용법조차 탈북민들에게는 낯선 일일 수 있습니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눈높이 금융교육은 꼭 필요합니다.
곧 시작될 ‘금융’ 수업을 앞두고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과 호기심이 엿보입니다.
[박효동/여명학교 학생 : "(‘금융’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올라요?) 먼저 금융경제라고 말하면 돈이나 숫자 계산을 떠올리는데 실제로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금융 수업은 중고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요.
제3국 출생 학생들을 위해 중국어 통역도 이뤄집니다.
["선택 기준은 각자 다를 수도 있어요."]
금감원과 학교에서는 오랜 준비 끝에, 실생활에 맞닿는 교육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문주환/금융감독원 학교금육교육팀장 : "여명학교와 협의해서 학생들이 가장 필요한 교육내용이 뭔지 파악했고요. 저축, 신용, 금융사기 예방 진로 탐색 이런 다양한 주제를 학생들 눈높이에 맞게 쉽게 교육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
학생들은 ‘금융’의 의미부터 알아갑니다.
[함유림/금융감독원 전문인증강사 : "금융이란 건 여러분 돈이 움직이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화폐의 역사와 필요성을 배우는데, 퀴즈를 통해 자연스레 질문해 봅니다.
["이 그림들의 공통점을 한번 찾아볼까요?"]
학생들이 각자 자신만의 답을 내놓습니다.
["(모두 다 돈이다.) ‘모두 다 돈이다’ 좋습니다. 혹시 또. ‘결제 수단’ 좋습니다."]
화폐의 발달부터 예산 계획, 그리고 올바른 용돈 사용에 대한 수업이 차근차근 진행됩니다.
["여러분 생각했을 때 ‘이런 소비는 하면 안 된다’ 라는 게 어떤 게 있을까요?"]
때로는 서로의 생각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충동구매, 도박..."]
학생들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도 차분히 적어가며, 하나하나 배워갑니다.
여느 때보다 진지한 눈빛에서 학습에 대한 열의가 고스란히 느껴졌는데요.
[함유림/금융감독원 전문인증강사 : "굉장히 호응을 잘 해줘서 진행을 잘할 수 있었고요. 모든 학생이 가계부를 쓰고 있어서 굉장히 놀랐던 부분이 있습니다."]
교육을 마친 뒤, 학생들의 생각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강일권/여명학교 학생 : "예전에는 게임에 (돈을) 썼는데, 이번에 교육을 듣고 나서 어떻게 써야 되는지 방향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빼곡하게 필기한 노트에선 앞으로의 다짐이 느껴집니다.
["(저축도 할 거야?) 저축 60~70% 할 거예요."]
무엇보다 스스로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합니다.
[강하은/여명학교 학생 : "과도 소비, 과시 소비, 충동 소비, 그리고 모방 소비까지 배웠는데 저는 진짜 과도 소비인 것 같은데, 나중에 돈을 어떻게 써야 될지 반성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은 청소년들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든든한 발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오수찬/여명학교 교사 : "이런 교육들이 친구들이 소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졸업하고 한국 사회에서 적응할 때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실정에 어두운 탈북민들은 보이스 피싱같은 각종 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탈북민 금융교육을 기획한 사람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탈북민을 위한 금융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남북의 차이를 분석해 읽기 쉬운 교재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문종필/금융감독원 금융교육기획팀 조사역 : "북한에는 가계 대출이 없다고 알고 있고 북한에서는 저축성 보험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융을 잘 알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것뿐 아니라, 통장을 빌려주거나 투자사기에 연루돼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되는 일도 많다는데요.
[문종필/금융감독원 금융교육기획팀 조사역 : "다단계나 가상자산 사기 같은 경우 금융을 잘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까 주변 지인들로부터 소개를 받거나 해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고, 탈북민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미리 방지하려면, 조기 교육을 통해 금융 감각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석주/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장 : "어렸을 때부터 금융 지식을 쌓아서 성인이 돼서 안정적인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낯선 땅에서 시작하는 또 하나의 배움.
탈북 청소년들에게 금융교육은 스스로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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