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더” 마지막 지킨 소방관들

입력 2025.04.07 (19:27) 수정 2025.04.0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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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참사를 겪은 이들에게 모두 깊게 각인된 그날.

베테랑도 난생 처음 목격했던 처참한 현장에서 밤샘 작업을 이어간 소방관들 역시 트라우마를 호소했습니다.

한 분이라도 더 온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려 애썼던 그들은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조희주/함평소방서 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함평이 무안소방서와 바로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보니까 출동이 같이 걸렸어요. 여객기 추락이라는 출동 지령서를 보고 ‘크게 부풀려서 누가 신고를 했겠거니’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어요."]

[조양현/전남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 "12월 29일 09시 03분입니다 저희에게 신고가 들어왔던 시간이고, 특수구조대 교대 시간이었거든요. 공항 여객기 화재는 대형사고의 부류에 들어가기 때문에 바로 출동을 하게 됐죠.]

[조희주/함평소방서 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먼저 도착한 지휘 차에서 무전이 계속 들려오는데 '연기가 난다', '안에 탑승 인원이 몇 명이다', '생존 인원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현장 도착해서 이제 처음 드는 생각은 '아...이건 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

믿기지 않는 현실 눈앞에서 마주한 처참한 광경.

[조양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 "(30년 넘게 근무하신 대장님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나요?) 삼풍백화점(붕괴 당시)도 제가 수습 활동을 했었고, 근데 여객기 사고, 이런 참사는 처음이었죠. 피해 정도가 일상적이지 않고, 좀 특별한. 일단 1개 팀을 4명으로 구축을 했어요. 의료 전문가인 구급대원 2명, 구조 수습 전문가인 구조대원 2명. 기내에서 흘러나온 항공유와 기내에 있는 물, 화재 진압을 위해서 방수했던 물들에 의해서, 거의 진흙밭이 돼 가지고 발이 한 20~30Cm는 빠지는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37년차 베테랑에게도 쉽지 않았던 현장 수습.

[조양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 "활주로, 동체(가 떨어진)부위, (외곽) 갈대밭을 세 권역으로 나눠서 크게 권역을 정했고 동체 부위에서도 또 권역을 정해서 수습을 했고."]

현장 훼손을 줄이고 효율적인 수색을 위한 또 다른 조치.

[조양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 갈대밭에 있는 빨간색, 노란색 깃발이 저희가 꽂았던 표식입니다."]

[조희주/함평소방서 구급대원 : "깃발에 번호가 다 써져 있었어요. ‘1-2, 가 구역’ 이런 식으로. 그럼 이 분은 ‘1-2 가 구역에서 발견됐고, 체크무늬 남방을 입었다’ 이런 식으로 중증도 분류표를 다 적어놓고."]

[조희주/함평소방서 구급대원 : "구급대원들이 다 망설이고 다가가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아이를 수습하는 걸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치마를 예쁘게 내려주고 수습했던. 무안공항을 생각하면 저는 제일 먼저 그 아이가 떠올라요. (머뭇거리셨다는 게 너무 이해가 돼요.) 직원들이 그 앞에 서서 그냥 3초~5초 정도는 못 움직였어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다 보니까, 대부분."]

여전히 생생한 그날의 기억 또 다시 복받치는 감정

[조양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 "안 잊혀요. 안 잊혀요. 그 아이는 안 지워질 것 같아요. 저희도 사람이기에 수습을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요. 일은 하고 있는데, 눈물이 흐른다고요."]

사투의 현장 참을 수 없는 슬픔을 억누르며 희생자들 마지막을 지킨 대원들

[조양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첫날은 일단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179명의 수습을 마쳤고요. 그날 저녁부터 야간작업을 실시했죠. (그리고) 아주 조그마한 신체 조직이라도 다 찾아드리기 위해서 20여 일간의 작업을 계속 꾸준히 했었고요. (조금이나마 더 온전하게 가족들 품으로 돌려드리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군요.) 소방관으로서 희생자분과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목적은 뭐냐 하면, 온전하게 수습하고 돌려드리는 역할이거든요."]

[조희주/함평소방서 구급대원 : (그러면 유가족들을 위한 구급차는 언제까지 무안공항에 있었던 건가요?) 49재 하는 그날까지. 무안공항에 유가족들이 오랜 시간 계셨잖아요. 공항 1, 2층에 구급차를 번갈아가면서 배치를 했었거든요."]

[조희주/함평소방서 구급대원 : "몸이 아프시거나 병원에 가실 일 있으면 구급차를 이용해서 이송하기도 하고 그런 업무를 구급차가 마지막까지 했었습니다."]

[조양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 "(참사 이후에 두 분의 생활, 삶은 평안하신지?) 이게 100% 포맷이라는 건 없거든요. 동료들 간에도 이 사고 내용에 대해서 너무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보다도 '그때 너 고생했어' '너 참 잘하더라' 이런 말들이 이 상처를 치유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거든요. (아예 언급을 안 하는 것보다는 그런 식으로.) 그렇죠. 아예 언급을 안 하는 것보다는 격려의 말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다독거려 주는거죠."]

[조희주/함평소방서 구급대원 : "너무 잊으려고 하면 또 안 잊히니까. 일상으로 하나씩 하나씩 덮어나가는 것 같아요. 하나씩 하나씩 다른 경험들을 위에 올려서 맨 밑에 두는 그런 노력을 하다 보니까 지금은 좀, 평온해졌습니다."]

소방관, 경찰, 군인까지 빠른 수습에 나선 대응 인력들.

이들의 숨은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다신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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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07 19:27:31
    • 수정2025-04-07 20: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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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를 겪은 이들에게 모두 깊게 각인된 그날.

베테랑도 난생 처음 목격했던 처참한 현장에서 밤샘 작업을 이어간 소방관들 역시 트라우마를 호소했습니다.

한 분이라도 더 온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려 애썼던 그들은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조희주/함평소방서 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함평이 무안소방서와 바로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보니까 출동이 같이 걸렸어요. 여객기 추락이라는 출동 지령서를 보고 ‘크게 부풀려서 누가 신고를 했겠거니’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어요."]

[조양현/전남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 "12월 29일 09시 03분입니다 저희에게 신고가 들어왔던 시간이고, 특수구조대 교대 시간이었거든요. 공항 여객기 화재는 대형사고의 부류에 들어가기 때문에 바로 출동을 하게 됐죠.]

[조희주/함평소방서 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먼저 도착한 지휘 차에서 무전이 계속 들려오는데 '연기가 난다', '안에 탑승 인원이 몇 명이다', '생존 인원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현장 도착해서 이제 처음 드는 생각은 '아...이건 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

믿기지 않는 현실 눈앞에서 마주한 처참한 광경.

[조양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 "(30년 넘게 근무하신 대장님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나요?) 삼풍백화점(붕괴 당시)도 제가 수습 활동을 했었고, 근데 여객기 사고, 이런 참사는 처음이었죠. 피해 정도가 일상적이지 않고, 좀 특별한. 일단 1개 팀을 4명으로 구축을 했어요. 의료 전문가인 구급대원 2명, 구조 수습 전문가인 구조대원 2명. 기내에서 흘러나온 항공유와 기내에 있는 물, 화재 진압을 위해서 방수했던 물들에 의해서, 거의 진흙밭이 돼 가지고 발이 한 20~30Cm는 빠지는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37년차 베테랑에게도 쉽지 않았던 현장 수습.

[조양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 "활주로, 동체(가 떨어진)부위, (외곽) 갈대밭을 세 권역으로 나눠서 크게 권역을 정했고 동체 부위에서도 또 권역을 정해서 수습을 했고."]

현장 훼손을 줄이고 효율적인 수색을 위한 또 다른 조치.

[조양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 갈대밭에 있는 빨간색, 노란색 깃발이 저희가 꽂았던 표식입니다."]

[조희주/함평소방서 구급대원 : "깃발에 번호가 다 써져 있었어요. ‘1-2, 가 구역’ 이런 식으로. 그럼 이 분은 ‘1-2 가 구역에서 발견됐고, 체크무늬 남방을 입었다’ 이런 식으로 중증도 분류표를 다 적어놓고."]

[조희주/함평소방서 구급대원 : "구급대원들이 다 망설이고 다가가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아이를 수습하는 걸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치마를 예쁘게 내려주고 수습했던. 무안공항을 생각하면 저는 제일 먼저 그 아이가 떠올라요. (머뭇거리셨다는 게 너무 이해가 돼요.) 직원들이 그 앞에 서서 그냥 3초~5초 정도는 못 움직였어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다 보니까, 대부분."]

여전히 생생한 그날의 기억 또 다시 복받치는 감정

[조양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 "안 잊혀요. 안 잊혀요. 그 아이는 안 지워질 것 같아요. 저희도 사람이기에 수습을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요. 일은 하고 있는데, 눈물이 흐른다고요."]

사투의 현장 참을 수 없는 슬픔을 억누르며 희생자들 마지막을 지킨 대원들

[조양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첫날은 일단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179명의 수습을 마쳤고요. 그날 저녁부터 야간작업을 실시했죠. (그리고) 아주 조그마한 신체 조직이라도 다 찾아드리기 위해서 20여 일간의 작업을 계속 꾸준히 했었고요. (조금이나마 더 온전하게 가족들 품으로 돌려드리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군요.) 소방관으로서 희생자분과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목적은 뭐냐 하면, 온전하게 수습하고 돌려드리는 역할이거든요."]

[조희주/함평소방서 구급대원 : (그러면 유가족들을 위한 구급차는 언제까지 무안공항에 있었던 건가요?) 49재 하는 그날까지. 무안공항에 유가족들이 오랜 시간 계셨잖아요. 공항 1, 2층에 구급차를 번갈아가면서 배치를 했었거든요."]

[조희주/함평소방서 구급대원 : "몸이 아프시거나 병원에 가실 일 있으면 구급차를 이용해서 이송하기도 하고 그런 업무를 구급차가 마지막까지 했었습니다."]

[조양현/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장 : "(참사 이후에 두 분의 생활, 삶은 평안하신지?) 이게 100% 포맷이라는 건 없거든요. 동료들 간에도 이 사고 내용에 대해서 너무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보다도 '그때 너 고생했어' '너 참 잘하더라' 이런 말들이 이 상처를 치유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거든요. (아예 언급을 안 하는 것보다는 그런 식으로.) 그렇죠. 아예 언급을 안 하는 것보다는 격려의 말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다독거려 주는거죠."]

[조희주/함평소방서 구급대원 : "너무 잊으려고 하면 또 안 잊히니까. 일상으로 하나씩 하나씩 덮어나가는 것 같아요. 하나씩 하나씩 다른 경험들을 위에 올려서 맨 밑에 두는 그런 노력을 하다 보니까 지금은 좀, 평온해졌습니다."]

소방관, 경찰, 군인까지 빠른 수습에 나선 대응 인력들.

이들의 숨은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다신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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