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된 산불] ‘비상소화장치’ 보급 늘리고 활용도 높여야

입력 2025.04.29 (21:42) 수정 2025.04.2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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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형 재난으로 커질 수 있는 산불 예방을 위한 연속 보도 순서입니다.

올해 들어 충북에선 산불이 얼마나 자주 났을까요?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 20건에 육박하는데요.

산불을 초기에 잡도록 곳곳에 비상소화장치가 보급됐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고, 어렵게 설치해도 활용도가 떨어진단 지적입니다.

그 실태를 진희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단양 소백산 자락의 한 마을.

지난해 마을회관 앞에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됐습니다.

가까운 소방서가 차로 20분 넘게 걸리다 보니, 화재 초기에 주민들이 직접 대처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춘 겁니다.

옥외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둬 소화전 밸브만 열면 물이 분사되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이 마을 30여 가구 중에 사용법을 배운 곳은 서너 집뿐입니다.

[마을 주민 : "불났을 때 대비해서 설치해 놓는 것은 이장님이 말해주셔서 아는데, 사용하는 법은 잘 모르겠는데요."]

그나마도 현장에 안내된 사용법과 달리 소화전 자체가 잠겨 있어, 개폐 장치를 전용 도구로 따로 풀어야 하는 상태입니다.

주민들은 설치 당시 한 차례 눈으로만 익혔다고 말합니다.

[김영만/단양군 대강면 : "가서 호스 당겨서, 줄을 풀어서, 밸브만 틀면 되죠. 교육은 딱 한 번 받았어요. 동네 주민들, 딱 한 번 받고 말았죠."]

또 다른 마을의 비상소화장치는 장치함이 아예 잠겨 있습니다.

도난을 막기 위해 일부 주민만 열 수 있게 해둔 겁니다.

1분 1초가 급한 비상 상황이 닥쳤을 때, 누구나 신속하게 활용하는 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면적의 80%가 산림인 단양군에 이런 산불 대비용 비상소화장치는 단 3개뿐입니다.

충북 전체로는 110여 개로, 한 시·군에 10개 꼴 정도입니다.

[정정희/단양군 단성면 : "가정에서 물을 끌어다 (진화)한다는 게 힘들거든요, 사실. 긴 호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런 게 많으면 좋죠."]

강원도는 2019년 대형 산불 이후 영동 지방에 천 6백여 대를 설치한 데 이어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산불 예방 효과도 큰 만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상임전문위원 : "효과도 검증됐고, 우리나라 대형 산불의 가장 큰 특징인 강풍에 불씨나 불길이 마을로 오기 전에, 미리 (물을) 뿌려서 화재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예방 중심의 실질적 효과가 있는 시설이고요."]

기후 위기 속에 점점 국지적으로 대형화하는 산불.

산림과 주민 터전을 지킬 수 있는 장비 확충과 활용 노력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진희정입니다.

촬영기자:최영준/영상편집:정진욱/그래픽:최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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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이 된 산불] ‘비상소화장치’ 보급 늘리고 활용도 높여야
    • 입력 2025-04-29 21:42:40
    • 수정2025-04-29 22:02:36
    뉴스9(청주)
[앵커]

대형 재난으로 커질 수 있는 산불 예방을 위한 연속 보도 순서입니다.

올해 들어 충북에선 산불이 얼마나 자주 났을까요?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 20건에 육박하는데요.

산불을 초기에 잡도록 곳곳에 비상소화장치가 보급됐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고, 어렵게 설치해도 활용도가 떨어진단 지적입니다.

그 실태를 진희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단양 소백산 자락의 한 마을.

지난해 마을회관 앞에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됐습니다.

가까운 소방서가 차로 20분 넘게 걸리다 보니, 화재 초기에 주민들이 직접 대처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춘 겁니다.

옥외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둬 소화전 밸브만 열면 물이 분사되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이 마을 30여 가구 중에 사용법을 배운 곳은 서너 집뿐입니다.

[마을 주민 : "불났을 때 대비해서 설치해 놓는 것은 이장님이 말해주셔서 아는데, 사용하는 법은 잘 모르겠는데요."]

그나마도 현장에 안내된 사용법과 달리 소화전 자체가 잠겨 있어, 개폐 장치를 전용 도구로 따로 풀어야 하는 상태입니다.

주민들은 설치 당시 한 차례 눈으로만 익혔다고 말합니다.

[김영만/단양군 대강면 : "가서 호스 당겨서, 줄을 풀어서, 밸브만 틀면 되죠. 교육은 딱 한 번 받았어요. 동네 주민들, 딱 한 번 받고 말았죠."]

또 다른 마을의 비상소화장치는 장치함이 아예 잠겨 있습니다.

도난을 막기 위해 일부 주민만 열 수 있게 해둔 겁니다.

1분 1초가 급한 비상 상황이 닥쳤을 때, 누구나 신속하게 활용하는 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면적의 80%가 산림인 단양군에 이런 산불 대비용 비상소화장치는 단 3개뿐입니다.

충북 전체로는 110여 개로, 한 시·군에 10개 꼴 정도입니다.

[정정희/단양군 단성면 : "가정에서 물을 끌어다 (진화)한다는 게 힘들거든요, 사실. 긴 호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런 게 많으면 좋죠."]

강원도는 2019년 대형 산불 이후 영동 지방에 천 6백여 대를 설치한 데 이어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산불 예방 효과도 큰 만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상임전문위원 : "효과도 검증됐고, 우리나라 대형 산불의 가장 큰 특징인 강풍에 불씨나 불길이 마을로 오기 전에, 미리 (물을) 뿌려서 화재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예방 중심의 실질적 효과가 있는 시설이고요."]

기후 위기 속에 점점 국지적으로 대형화하는 산불.

산림과 주민 터전을 지킬 수 있는 장비 확충과 활용 노력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진희정입니다.

촬영기자:최영준/영상편집:정진욱/그래픽:최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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