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체 반군, 재앙 딛고 평화로

입력 2006.01.1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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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진해일이 휩쓸고 간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에서도 정부군과 반군이 함께 피해 복구에 나서면서 평화 무드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무장독립투쟁을 벌여온 반군측은 무기를 반납하고 내전종식에 합의했습니다. 박상민 순회특파원이 아체 반군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강제 합병에 이은 무장 독립 투쟁, 지난 30년 동안 계속된 인도네시아 정부군과의 내전에서 아체 반군 만5천 여명이 학살당했고, 끊임없는 갈등은 인도네시아 현대사의 최대 과제였습니다. 사망자만 12만여명, 갑자기 들이닥친 지진해일은 반군의 본거지 '반다 아체'를 초토화시켰습니다. 그리고 폐허로 변한 반역의 땅에선 지금 평화와 공존의 싹이 조금씩 움트고 있습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 위에 1년째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해안가에서 떨어진 내륙쪽엔 대규모 정착촌이 들어섰고, 무너져 내렸던 주택들은 반짝이는 새 지붕을 얹었습니다.

아체주의 주도 '반다 아체'의 한 영구주택 건설현장, 뙤약볕 아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은 모두 반군들입니다. 지역 사령관 출신인 이브라힘은 지난 지진해일 때 아내를 잃었습니다.
10여년 이상 산에서 게릴라 활동을 벌이다 가족이 숨지고 아체가 황폐화되자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인터뷰>람리 이브라힘 (아체반군 지역사령관): "모두 힘을 합쳐 지진해일의 피해를 빨리 복구하기 위해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

올해 25살인 바레이니는 정부군과 90여차례의 전투를 벌이며 25번이나 총상을 입었습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후회하진 않았습니다.

<인터뷰>바레이니: "지난 99년부터 반군 활동을 했습니다. 아체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하기를 바랍니다."

이슬람의 동남아 전파 창구인 '아체' 지역에서는 지난 1976년 무장독립단체 '자유아체 운동'이 조직돼 분리독립운동이 계속돼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석유 등 아체의 풍부한 자원 때문에 강제 귀속 당시 약속했던 자치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해 8월 '자유아체 운동'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평화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지진해일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전투지역인 이곳을 외부에 개방하고 국제사회와도 협력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마르티 아티사리 (핀란드 대통령): "평화안의 목적은 아체 주민들이 평화롭고 공정하며 민주적인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반군 측은 합의안에 따라 독립 대신 자치를 추진하기로 하고 무장을 해제했습니다. 세차례로 나눠 진행된 무기 반납은 지난 연말 모두 끝났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에 화답해 아체에 주둔중인 군 병력 3만5천명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또 교도소에 복역중인 반군 출신 수감자들을 사면하는 등 합의안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루완디 유수프 (아체 감시단 반군대표): "합의안이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09년에 자치정부가 들어서고 독립국가에 준하는 권리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무장 독립투쟁을 포기한 아체 반군은 정치세력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올해 아체 주의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총을 버리고 자치의 길을 가는 아체 반군의 선택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입니다.

30년 동안 독립을 꿈꿔온 '아체'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있습니다. 최악의 자연재앙을 딛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힘겨운 싸움입니다. 사선에서 돌아온 반군들은 폐허가 된 고향, 갈등과 절망의 땅에서 희망의 첫삽을 뜨며 자치의 꿈에 한발짝 다가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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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체 반군, 재앙 딛고 평화로
    • 입력 2006-01-13 11:29:5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진해일이 휩쓸고 간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에서도 정부군과 반군이 함께 피해 복구에 나서면서 평화 무드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무장독립투쟁을 벌여온 반군측은 무기를 반납하고 내전종식에 합의했습니다. 박상민 순회특파원이 아체 반군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강제 합병에 이은 무장 독립 투쟁, 지난 30년 동안 계속된 인도네시아 정부군과의 내전에서 아체 반군 만5천 여명이 학살당했고, 끊임없는 갈등은 인도네시아 현대사의 최대 과제였습니다. 사망자만 12만여명, 갑자기 들이닥친 지진해일은 반군의 본거지 '반다 아체'를 초토화시켰습니다. 그리고 폐허로 변한 반역의 땅에선 지금 평화와 공존의 싹이 조금씩 움트고 있습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 위에 1년째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해안가에서 떨어진 내륙쪽엔 대규모 정착촌이 들어섰고, 무너져 내렸던 주택들은 반짝이는 새 지붕을 얹었습니다. 아체주의 주도 '반다 아체'의 한 영구주택 건설현장, 뙤약볕 아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은 모두 반군들입니다. 지역 사령관 출신인 이브라힘은 지난 지진해일 때 아내를 잃었습니다. 10여년 이상 산에서 게릴라 활동을 벌이다 가족이 숨지고 아체가 황폐화되자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인터뷰>람리 이브라힘 (아체반군 지역사령관): "모두 힘을 합쳐 지진해일의 피해를 빨리 복구하기 위해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 올해 25살인 바레이니는 정부군과 90여차례의 전투를 벌이며 25번이나 총상을 입었습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후회하진 않았습니다. <인터뷰>바레이니: "지난 99년부터 반군 활동을 했습니다. 아체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하기를 바랍니다." 이슬람의 동남아 전파 창구인 '아체' 지역에서는 지난 1976년 무장독립단체 '자유아체 운동'이 조직돼 분리독립운동이 계속돼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석유 등 아체의 풍부한 자원 때문에 강제 귀속 당시 약속했던 자치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해 8월 '자유아체 운동'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평화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지진해일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전투지역인 이곳을 외부에 개방하고 국제사회와도 협력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마르티 아티사리 (핀란드 대통령): "평화안의 목적은 아체 주민들이 평화롭고 공정하며 민주적인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반군 측은 합의안에 따라 독립 대신 자치를 추진하기로 하고 무장을 해제했습니다. 세차례로 나눠 진행된 무기 반납은 지난 연말 모두 끝났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에 화답해 아체에 주둔중인 군 병력 3만5천명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또 교도소에 복역중인 반군 출신 수감자들을 사면하는 등 합의안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루완디 유수프 (아체 감시단 반군대표): "합의안이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09년에 자치정부가 들어서고 독립국가에 준하는 권리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무장 독립투쟁을 포기한 아체 반군은 정치세력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올해 아체 주의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총을 버리고 자치의 길을 가는 아체 반군의 선택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입니다. 30년 동안 독립을 꿈꿔온 '아체'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있습니다. 최악의 자연재앙을 딛고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힘겨운 싸움입니다. 사선에서 돌아온 반군들은 폐허가 된 고향, 갈등과 절망의 땅에서 희망의 첫삽을 뜨며 자치의 꿈에 한발짝 다가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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