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전국 최초라더니…“원상복구 지침 유명무실”

입력 2025.05.01 (08:48) 수정 2025.05.0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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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KBS는 앞서 불법 산림 훼손 현장의 엉터리 복구 실태를 전해드렸죠.

이미 7년 전,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제주도가 전국 최초로 원상복구 지침을 만들었는데,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민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축구장 4개 면적의 임야를 훼손한 관광농원.

운영자는 지난달 산지관리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 전, 서귀포시에 성실관리서약서를 제출했습니다.

복구한 나무를 5년간 성실하게 관리하고, 1년에 4번 이상 현장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현장엔 복구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1.5m 이하의 나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나무가 죽거나 생육이 불량하면 한 달 이내에 조치하고, 관련 부서에 통보하겠다는 서약 내용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산림 훼손 사범들이 원상복구 지침에 따라 제출하는 '성실관리서약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겁니다.

3년 전 축구장 8개 면적의 임야를 훼손한 또 다른 운영자 역시 서귀포시에 원상복구 성실관리서약서를 제출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운영자/음성변조 : "보고는 제가 못 드렸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처벌받고 교도소에서 나와서, 작년 12월 말까지가 집행유예 기간이라서 일체 활동을 거의 안 했습니다."]

서약 내용을 어겨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 "토지주가, 산림 훼손한 장본인이 그것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동기가 전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이거는 정말 유명무실하고."]

토양 복구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입니다.

땅까지 마구 파헤쳐진 산림에서 나무가 크려면 토양의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침엔 나무를 심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만, '토양 복구'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습니다.

[송관철/토양학 박사 : "가장 중요한 게 현재 있는 토양하고, 비슷한 토양을 갖다 넣어야 하지, (토양) 성질이 아주 다르게 되면 식물이 잘 못 자라게 됩니다. 아주 엉뚱한 토양 갖다 놓게 되면은 서로 혼합되니까 식물이 잘 자라도록 하기에 어려운 조건이 될 수가 있습니다."]

2018년 '눈가림식 원상복구'를 막겠다며 지침을 만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제주도,

7년이 흐른 지금, 면죄부만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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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전국 최초라더니…“원상복구 지침 유명무실”
    • 입력 2025-05-01 08:48:32
    • 수정2025-05-01 09:19:18
    뉴스광장(제주)
[기자]

KBS는 앞서 불법 산림 훼손 현장의 엉터리 복구 실태를 전해드렸죠.

이미 7년 전,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제주도가 전국 최초로 원상복구 지침을 만들었는데,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민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축구장 4개 면적의 임야를 훼손한 관광농원.

운영자는 지난달 산지관리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 전, 서귀포시에 성실관리서약서를 제출했습니다.

복구한 나무를 5년간 성실하게 관리하고, 1년에 4번 이상 현장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현장엔 복구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1.5m 이하의 나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나무가 죽거나 생육이 불량하면 한 달 이내에 조치하고, 관련 부서에 통보하겠다는 서약 내용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산림 훼손 사범들이 원상복구 지침에 따라 제출하는 '성실관리서약서'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겁니다.

3년 전 축구장 8개 면적의 임야를 훼손한 또 다른 운영자 역시 서귀포시에 원상복구 성실관리서약서를 제출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운영자/음성변조 : "보고는 제가 못 드렸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처벌받고 교도소에서 나와서, 작년 12월 말까지가 집행유예 기간이라서 일체 활동을 거의 안 했습니다."]

서약 내용을 어겨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 "토지주가, 산림 훼손한 장본인이 그것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동기가 전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이거는 정말 유명무실하고."]

토양 복구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입니다.

땅까지 마구 파헤쳐진 산림에서 나무가 크려면 토양의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침엔 나무를 심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만, '토양 복구'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습니다.

[송관철/토양학 박사 : "가장 중요한 게 현재 있는 토양하고, 비슷한 토양을 갖다 넣어야 하지, (토양) 성질이 아주 다르게 되면 식물이 잘 못 자라게 됩니다. 아주 엉뚱한 토양 갖다 놓게 되면은 서로 혼합되니까 식물이 잘 자라도록 하기에 어려운 조건이 될 수가 있습니다."]

2018년 '눈가림식 원상복구'를 막겠다며 지침을 만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제주도,

7년이 흐른 지금, 면죄부만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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