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 ‘검은 이물질’…3년 지나서야 원인 조사

[앵커]

대전의 한 마을의 수돗물에서 수년째 검은 이물질이 나와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한 눈에도 검은 이물질이 분명히 보이는데도, 수질검사에서 적합판정이 나왔다며 대전시는 제대로 된 원인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보도에 정재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대전 장태산 인근의 한 마을.

수도 계량기를 열어보니 여느 가정집에서는 볼 수 없는 필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필터를 꺼내 보니 교체한 지 두달 밖에 안됐지만, 겉은 벌겋게 변해 있고, 수도관과 이어진 내부는 까만 이물질이 가득합니다.

[임성빈/대전시 산직동 : "설마 수돗물에서 이런 게 나올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 했죠. 저 역시 수돗물은 먹는 거예요. 이렇게 광고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물로 당연히 알고 마셨죠."]

이 지역 수돗물에서 이물질 민원이 공식 접수된 것은 지난 2021년 12월.

50여 가구중 4가구에서 검은 이물질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나 대전시 수질검사에서 적합판정이 나와 별다른 조치가 없었고 계속된 민원제기에 지난 2023년에서야 필터가 제공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2개월에 한번씩 필터를 바꿔야 할 만큼 심각해 음용수로 쓸 수 없었습니다.

[조판호/대전시 산직동 : "수돗물을 못 먹죠. 안 먹고 계속 정수기 쓰고, 물은 사 먹고 허드렛물만 쓰죠."]

그러나 민원제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전시는 원인을 모르고 있습니다.

2021년과 2023년 수질검사에서 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이물질이 나오는 원인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KBS취재과정에서 검은 이물질이 실제로 확인되자 정밀 검사를 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전시 상수도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거기 필터층에 있는 층하고 이물질하고 화학반응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것도 의뢰를 해보고…."]

육안으로도 보이는 이물질을 놓고 3년이 지나서야 뒷북 조사에 나선 대전시의 수도행정에 주민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강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