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인권이 경제다”…농수산물 수출 괜찮나?

입력 2025.05.07 (19:22) 수정 2025.05.0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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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팝과 드라마의 인기, 건강한 이미지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푸드.

'농도' 전남의 올해 1분기 농수산물 수출액도 15% 증가하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 등장한 농수산물 수출의 복병, 바로 인권 문젭니다.

'염전 노예'라는 오명을 쓴 신안 천일염에 대해 미국 정부가 최근 수출 금지를 발표했고, 또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인권 문제에 대한 실태 조사도 착수하면섭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연계된 미국의 '압박 카드'라는 분석도 있지만.

인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전남 농수산업이 더 나아가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찾아가는K 김대영 뉴스캐스터가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미국 국무부가 매년 각국 실정을 조사해 펴내는 '인신매매 보고서'.

2024년 보고서를 보면, 한국 상황에 대해 "최소 기준을 만족했다"면서도 여러 면에서 우려를 나타냅니다.

특히 "인신매매 범죄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정부가 어업 분야에서 어떤 외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계절근로자 등 취약 계층에 대해서도 선제적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전남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가 정면으로 언급된 셈입니다.

더 나아가, 미국 국무부는 올해 초 한국의 계절근로자 문제에 대해 실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관세 정책과 겹쳐 전남은 농수산물 수출 타격까지 우려됩니다.

[박명기/정의당 전남도당 위원장/4월 24일 : "인권 문제로 수출길이 막힌다면 지역 경제의 악영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실태는 어떨까.

찾아가는K 취재진은 전남 곳곳을 돌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다수는 침묵했지만,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지난 1월 한국에 온 A씨.

우리말이 서툰 탓에, 번역기를 통해 소통을 시도해 봤습니다.

대화가 어느 정도 이어지자 일터에서 한 달치 월급을 못 받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A씨 : "(혹시 월급 못 받은 적이 있나요?) 저희는 여기서 3개월 16일 동안 일했고, 급여를 받은 건 겨우 2개월치입니다."]

2년 전 입국했다는 또 다른 외국인 B씨.

양식장에서 일하거나 배를 타며 임금 체불을 겪은 동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외국인 노동자 B씨 : "가두리 (양식장) 많아요. (거기서 일 했는데 돈을 못 받았어요?) 여수, 완도, 진도 전라남도 많아요."]

일터를 옮기려면 실질적으로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문제 제기가 어렵다고도 말합니다.

[외국인 노동자 B씨 : "월급 안 줘(라고 말하면) '다른 데 가, 다른 데.' 그렇게 말을. (여기서 돈을 벌어야 되니까) 응, 맞아요."]

외국인들을 고용하는 업주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임금 체불은 물론이고, 이탈을 막기 위해 통장을 빼앗아 보관한다는 사실까지 시인합니다.

[어민/음성변조 : "한 달씩 월급 안 주는 경우가 많아요. 요새는 다 그런 건 아니고 30~40% 업주들이 통장 관리하고 못 도망가게 그렇게 해요. 그런 실정이에요."]

올해 초 영암에서는 네팔 국적 외국인 노동자가 숨졌는데, 농장주의 폭행과 괴롭힘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임금 체불'과 '이동 제한', '괴롭힘' 등의 정황은 국제노동기구의 강제 노동 지표에 포함됩니다.

미국의 조사 착수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남도는 최근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종관/전라남도 외국인지원팀장 : "고용주·근로자 인식 개선 교육이라든가 그다음에 실태조사를 사전 예방 차원에서 하려고 하고..."]

하지만 실효성은 미지수입니다.

[박명기/정의당 전남도당 위원장 : "사안이 심각하니까 (전남도가) 전면적으로 실태 조사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핵심은 뭐가 문제냐면 인권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인권 때문에 미국의 눈길을 받고 있는 또 다른 곳, 염전입니다.

미국 대사관은 이미 2014년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때부터 이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1년, 가혹한 환경에 탈출한 이들의 사연이 알려지며 다시 주목받은 염전 노동자 문제.

이듬해 미국 국무부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염전 문제 등을 사례로 들며 한국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강등했습니다.

특히, 당국의 점검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 역시 연장선상에 있는 걸로 해석됩니다.

[최정규/변호사/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 법률 대리인 : "2014년 이후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어서 2021년도에 또 유사한 사건이 벌어진 거잖아요. 그래서 7년이란 시간이 있었는데 제대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라는 게 확인된 것이 아닌가..."]

전남도는 이번 금수 조치와 관련해 "지난해 조사 결과 폭력·착취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옛날 일'이라고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불과 2~3년 전 조사에서도 인권 침해를 겪었다는 응답이 상당수였다며 지금도 장애인 고용과 강제노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최정규/변호사/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 법률 대리인 : "이게 어떻게 개선됐는지, 실태조사는 어떤 결과인지 투명하게 공개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계속 의심하고 물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인권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제공하라."

한국에 대한 미국 '인신매매 보고서'의 핵심 권고 사항, 경제적 타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제대로 이행할 때입니다.

찾아가는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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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찾아가는K] “인권이 경제다”…농수산물 수출 괜찮나?
    • 입력 2025-05-07 19:22:20
    • 수정2025-05-07 20:55:51
    뉴스7(광주)
[앵커]

K팝과 드라마의 인기, 건강한 이미지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푸드.

'농도' 전남의 올해 1분기 농수산물 수출액도 15% 증가하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 등장한 농수산물 수출의 복병, 바로 인권 문젭니다.

'염전 노예'라는 오명을 쓴 신안 천일염에 대해 미국 정부가 최근 수출 금지를 발표했고, 또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인권 문제에 대한 실태 조사도 착수하면섭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연계된 미국의 '압박 카드'라는 분석도 있지만.

인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전남 농수산업이 더 나아가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찾아가는K 김대영 뉴스캐스터가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미국 국무부가 매년 각국 실정을 조사해 펴내는 '인신매매 보고서'.

2024년 보고서를 보면, 한국 상황에 대해 "최소 기준을 만족했다"면서도 여러 면에서 우려를 나타냅니다.

특히 "인신매매 범죄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정부가 어업 분야에서 어떤 외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계절근로자 등 취약 계층에 대해서도 선제적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전남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가 정면으로 언급된 셈입니다.

더 나아가, 미국 국무부는 올해 초 한국의 계절근로자 문제에 대해 실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관세 정책과 겹쳐 전남은 농수산물 수출 타격까지 우려됩니다.

[박명기/정의당 전남도당 위원장/4월 24일 : "인권 문제로 수출길이 막힌다면 지역 경제의 악영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실태는 어떨까.

찾아가는K 취재진은 전남 곳곳을 돌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다수는 침묵했지만,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지난 1월 한국에 온 A씨.

우리말이 서툰 탓에, 번역기를 통해 소통을 시도해 봤습니다.

대화가 어느 정도 이어지자 일터에서 한 달치 월급을 못 받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A씨 : "(혹시 월급 못 받은 적이 있나요?) 저희는 여기서 3개월 16일 동안 일했고, 급여를 받은 건 겨우 2개월치입니다."]

2년 전 입국했다는 또 다른 외국인 B씨.

양식장에서 일하거나 배를 타며 임금 체불을 겪은 동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외국인 노동자 B씨 : "가두리 (양식장) 많아요. (거기서 일 했는데 돈을 못 받았어요?) 여수, 완도, 진도 전라남도 많아요."]

일터를 옮기려면 실질적으로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문제 제기가 어렵다고도 말합니다.

[외국인 노동자 B씨 : "월급 안 줘(라고 말하면) '다른 데 가, 다른 데.' 그렇게 말을. (여기서 돈을 벌어야 되니까) 응, 맞아요."]

외국인들을 고용하는 업주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임금 체불은 물론이고, 이탈을 막기 위해 통장을 빼앗아 보관한다는 사실까지 시인합니다.

[어민/음성변조 : "한 달씩 월급 안 주는 경우가 많아요. 요새는 다 그런 건 아니고 30~40% 업주들이 통장 관리하고 못 도망가게 그렇게 해요. 그런 실정이에요."]

올해 초 영암에서는 네팔 국적 외국인 노동자가 숨졌는데, 농장주의 폭행과 괴롭힘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임금 체불'과 '이동 제한', '괴롭힘' 등의 정황은 국제노동기구의 강제 노동 지표에 포함됩니다.

미국의 조사 착수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남도는 최근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종관/전라남도 외국인지원팀장 : "고용주·근로자 인식 개선 교육이라든가 그다음에 실태조사를 사전 예방 차원에서 하려고 하고..."]

하지만 실효성은 미지수입니다.

[박명기/정의당 전남도당 위원장 : "사안이 심각하니까 (전남도가) 전면적으로 실태 조사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핵심은 뭐가 문제냐면 인권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인권 때문에 미국의 눈길을 받고 있는 또 다른 곳, 염전입니다.

미국 대사관은 이미 2014년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때부터 이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1년, 가혹한 환경에 탈출한 이들의 사연이 알려지며 다시 주목받은 염전 노동자 문제.

이듬해 미국 국무부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염전 문제 등을 사례로 들며 한국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강등했습니다.

특히, 당국의 점검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 역시 연장선상에 있는 걸로 해석됩니다.

[최정규/변호사/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 법률 대리인 : "2014년 이후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어서 2021년도에 또 유사한 사건이 벌어진 거잖아요. 그래서 7년이란 시간이 있었는데 제대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라는 게 확인된 것이 아닌가..."]

전남도는 이번 금수 조치와 관련해 "지난해 조사 결과 폭력·착취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옛날 일'이라고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불과 2~3년 전 조사에서도 인권 침해를 겪었다는 응답이 상당수였다며 지금도 장애인 고용과 강제노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최정규/변호사/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 법률 대리인 : "이게 어떻게 개선됐는지, 실태조사는 어떤 결과인지 투명하게 공개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계속 의심하고 물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인권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제공하라."

한국에 대한 미국 '인신매매 보고서'의 핵심 권고 사항, 경제적 타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제대로 이행할 때입니다.

찾아가는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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