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남아에 한국 짝퉁 기승

입력 2006.01.2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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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아시아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요? 중국과 동남아 일대에서는 한류 열풍 만큼이나 한국 제품들의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한국 제품을 본 뜬 모조품, 이른바 짝퉁이 판을 치면서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김진희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3억 인구를 상대로 전세계 자동차들이 뜨겁게 경쟁하고 있는 중국. 이 곳에서 현대차가 시장 점유율 2,3위를 다툴만큼 인기를 끌자, 이른바 '짝퉁'들이 기승입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자동차 부품 도매상가. 현대차 로고를 버젓이 내걸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한국산 정품은 없고, 모조품 천지입니다.

<녹취>상인: "진품은 없어요. 이 시장엔 다 이런(가짜) 제품입니다."

'짝퉁'들의 경쟁력은 정품보다 50% 이상 싼 값입니다.

<녹취>상인: "진짜는 2백 원이지만 이건 70원입니다. 자체적으로 테스트 다 해서 만든 겁니다."

짝퉁의 천국 '중국'에선 없는 게 없습니다.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에서 유행하는 옷들이 잘 팔리자,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가짜'들을 파는 가게들도 늘었습니다. 물론 진짜 한국제품이라고 속입니다.

이처럼 무늬만 한국제품인 중국산 모조품들은 이제 중국을 넘어 동남아 전역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곳 태국에서도 한국제품을 베낀 것으로 의심되는 모조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태국에서 가장 판을 치는 짝퉁은 한류와 관련된 DVD와 VCD ... '겨울연가'와 '대장금' 등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이 마구잡이로 복제돼 불법 유통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상인: "적은 양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 팝니다. 우리처럼 작은 가게는 대량으로 하진 않아요."

이런 불법 복제품들은 정품을 파는 가게들엔 직격탄입니다.

<인터뷰>정품 판매상인: "사실 모조품 때문에 손해보죠. 날마다 양은 다르지만, 손해를 봅니다."

짝퉁으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의 중견 업체에서 수출한 이 손톱깎이는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중국산 때문에 시장 확대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인터뷰>상인: "왼쪽이 중국, 오른쪽이 한국 제품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차이가 나요. 틀립니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는 걸까? 베트남 호치민시의 재래시장... 이 곳에선 색조화장품 중 1위를 달리는 한국제품 '에쌍스'의 짝퉁들이 넘쳐납니다.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돼 보따리상들을 통해 흘러들어온 것들입니다.

<녹취>상인: "사람들이 한국 것을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사니까, 중국 제품이 더 많이 팔리죠."

사정이 이쯤 되자 현지회사 측은 가짜와 진짜를 판별하는 이 같은 홍보전단 3만장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여성 잡지와 신문에도 모조품 판별법을 실은 광고를 냈습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품목은 립스틱과 투웨이 케잌, 그리고 헤어 무스... 아무리 정교한 짝퉁이라도 자세히 보면, 다른 구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당장의 수익 감소도 문제지만 고품질로 승부해 온 브랜드 이미지에 흠집이 갈까 더 걱정입니다.

<인터뷰>조영규 (LG생활건강 베트남 법인장): "가짜 제품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이 돼 있을 걸로 예상을 해서 한국에 보내서 분석을 하는 중입니다."

'법'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97년, 베트남에 진출한 뒤 에어컨 판매 1위를 기록 중인 LG전자는 한 현지기업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입니다. 얼핏 보면 착각할 정도로 로고를 심하게 베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성낙길 (LG전자 베트남 법인장): "실제 LG 로고를 참고로 했다. 이런 얘기를 본인들도 하고 있고...그렇지만 자기들도 그걸 하지 말아야 되는 이유에 대해선 전혀 모릅니다."

그러나, 법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이 게임업체는 자사의 게임을 그대로 베낀 중국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비용에 수차례 법정 출석까지 물질적, 시간적 손해가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싸움입니다.

<인터뷰>최기철 (위메이드 상해지사장): "이 선례가 중국 측에 유리하게 나온다면 후발주자들도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접수하였다."

그래서일까?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현지에 출시되지 않은 신제품까지 모조품이 나돌만큼 짝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삼성 휴대전화...

<녹취>상인:"(이거 삼성 것이랑 똑같네요?) 네.똑같은 거계요. 기능도 같구요."

삼성은 이 같은 모조품 회사가 2-30개나 된다고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대응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에 그다지 영향이 없고, 유통경로 추적도 어려운 등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삼성 현지 관계자: "본사 차원에서 대응이 없기 때문에 현지 법인 자체에서 대응할 수 있다 없다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그러나, 외국 유명기업들은 지적재산권 보호에 훨씬 적극적입니다. 미국의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는 수년 간에 걸친 소송 끝에 중국의 '상하이 싱바커'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샤넬과 프라다도 중국의 불법 복제제품 판매상들에 대한 상표권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그러나, 현지 진출 기업인들은 이같은 외국기업들의 승소가 외교의 힘과도 무관치 않다며,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정양진 (중국 상해 한인회 사무국장): "한국기업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적재산권의 침해가 있을 때 정부 차원에서 중국정부에 대응을 해야 합니다."

또한, 중국이나 베트남 등 경제 개방이 뒤쳐진 나라들의 경우, 왜 모조품을 만들면 안 되는지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것도 문젭니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약 4천 8백여 곳.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짝퉁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화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선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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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동남아에 한국 짝퉁 기승
    • 입력 2006-01-20 10:36:0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금 아시아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요? 중국과 동남아 일대에서는 한류 열풍 만큼이나 한국 제품들의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한국 제품을 본 뜬 모조품, 이른바 짝퉁이 판을 치면서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김진희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3억 인구를 상대로 전세계 자동차들이 뜨겁게 경쟁하고 있는 중국. 이 곳에서 현대차가 시장 점유율 2,3위를 다툴만큼 인기를 끌자, 이른바 '짝퉁'들이 기승입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자동차 부품 도매상가. 현대차 로고를 버젓이 내걸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한국산 정품은 없고, 모조품 천지입니다. <녹취>상인: "진품은 없어요. 이 시장엔 다 이런(가짜) 제품입니다." '짝퉁'들의 경쟁력은 정품보다 50% 이상 싼 값입니다. <녹취>상인: "진짜는 2백 원이지만 이건 70원입니다. 자체적으로 테스트 다 해서 만든 겁니다." 짝퉁의 천국 '중국'에선 없는 게 없습니다.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에서 유행하는 옷들이 잘 팔리자,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가짜'들을 파는 가게들도 늘었습니다. 물론 진짜 한국제품이라고 속입니다. 이처럼 무늬만 한국제품인 중국산 모조품들은 이제 중국을 넘어 동남아 전역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곳 태국에서도 한국제품을 베낀 것으로 의심되는 모조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태국에서 가장 판을 치는 짝퉁은 한류와 관련된 DVD와 VCD ... '겨울연가'와 '대장금' 등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이 마구잡이로 복제돼 불법 유통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상인: "적은 양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 팝니다. 우리처럼 작은 가게는 대량으로 하진 않아요." 이런 불법 복제품들은 정품을 파는 가게들엔 직격탄입니다. <인터뷰>정품 판매상인: "사실 모조품 때문에 손해보죠. 날마다 양은 다르지만, 손해를 봅니다." 짝퉁으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의 중견 업체에서 수출한 이 손톱깎이는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중국산 때문에 시장 확대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인터뷰>상인: "왼쪽이 중국, 오른쪽이 한국 제품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차이가 나요. 틀립니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는 걸까? 베트남 호치민시의 재래시장... 이 곳에선 색조화장품 중 1위를 달리는 한국제품 '에쌍스'의 짝퉁들이 넘쳐납니다.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돼 보따리상들을 통해 흘러들어온 것들입니다. <녹취>상인: "사람들이 한국 것을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 사니까, 중국 제품이 더 많이 팔리죠." 사정이 이쯤 되자 현지회사 측은 가짜와 진짜를 판별하는 이 같은 홍보전단 3만장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여성 잡지와 신문에도 모조품 판별법을 실은 광고를 냈습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품목은 립스틱과 투웨이 케잌, 그리고 헤어 무스... 아무리 정교한 짝퉁이라도 자세히 보면, 다른 구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당장의 수익 감소도 문제지만 고품질로 승부해 온 브랜드 이미지에 흠집이 갈까 더 걱정입니다. <인터뷰>조영규 (LG생활건강 베트남 법인장): "가짜 제품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이 돼 있을 걸로 예상을 해서 한국에 보내서 분석을 하는 중입니다." '법'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97년, 베트남에 진출한 뒤 에어컨 판매 1위를 기록 중인 LG전자는 한 현지기업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입니다. 얼핏 보면 착각할 정도로 로고를 심하게 베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성낙길 (LG전자 베트남 법인장): "실제 LG 로고를 참고로 했다. 이런 얘기를 본인들도 하고 있고...그렇지만 자기들도 그걸 하지 말아야 되는 이유에 대해선 전혀 모릅니다." 그러나, 법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이 게임업체는 자사의 게임을 그대로 베낀 중국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비용에 수차례 법정 출석까지 물질적, 시간적 손해가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싸움입니다. <인터뷰>최기철 (위메이드 상해지사장): "이 선례가 중국 측에 유리하게 나온다면 후발주자들도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접수하였다." 그래서일까?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현지에 출시되지 않은 신제품까지 모조품이 나돌만큼 짝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삼성 휴대전화... <녹취>상인:"(이거 삼성 것이랑 똑같네요?) 네.똑같은 거계요. 기능도 같구요." 삼성은 이 같은 모조품 회사가 2-30개나 된다고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대응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에 그다지 영향이 없고, 유통경로 추적도 어려운 등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삼성 현지 관계자: "본사 차원에서 대응이 없기 때문에 현지 법인 자체에서 대응할 수 있다 없다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그러나, 외국 유명기업들은 지적재산권 보호에 훨씬 적극적입니다. 미국의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는 수년 간에 걸친 소송 끝에 중국의 '상하이 싱바커'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샤넬과 프라다도 중국의 불법 복제제품 판매상들에 대한 상표권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그러나, 현지 진출 기업인들은 이같은 외국기업들의 승소가 외교의 힘과도 무관치 않다며,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정양진 (중국 상해 한인회 사무국장): "한국기업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적재산권의 침해가 있을 때 정부 차원에서 중국정부에 대응을 해야 합니다." 또한, 중국이나 베트남 등 경제 개방이 뒤쳐진 나라들의 경우, 왜 모조품을 만들면 안 되는지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것도 문젭니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약 4천 8백여 곳.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짝퉁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화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선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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