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조폭 원숭이’ 골칫거리

입력 2006.01.20 (11:51) 수정 2006.01.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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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 원숭이가 일부 지역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일본 수도권의 유명 관광지인 닛꼬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 닛꼬의 명물로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사랑받던 원숭이들이 이제는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도쿄의 양지우 특파원이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인간 사회로 편입된 일본 원숭이들... 사람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닛코의 명물 '원숭이 군단'. 원숭이 수는 소대 규모지만, 사람들에게 주는 즐거움은 군단급입니다. 일본 전국시대의 주역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당인 도쇼구. 건물 처마밑 조각에 원숭이 세마리가 있습니다.

한 마리는 귀를 막고, 또 한 마리는 눈을 가리고, 나머지 한 마리는 입을 봉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는 나쁜 것을 보게 해서도, 듣게 해서도, 말하게 해서도 안 된다 라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인간 처세술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때론 코믹 배우에, 때론 현자 역할도 하는 이 일본 원숭이가, 그런데 닛코의 다른 지역에선 영 다른 평판을 받고 있습니다.

닛코의 게곤노다키. 높이가 97m나 되는 폭포로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경승집니다. 겨울을 맞아 관광객이 줄어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도는 이 곳에 갑자기 긴장감이 조성됩니다. 폭포 주변 상점가에 나타난 원숭이들... 나뭇가지를 꺾어 먹으면서 한편으론 상점가를 주시합니다. 불안한 모습으로 원숭이들을 지켜보던 가게 주인은 장난감 총을 꺼내 들고 위협사격까지 합니다. 사람과 원숭이 사이의 이 같은 신경전은 연중행사가 됐습니다.

<인터뷰>오야이데 닛코지역 (음식점 주인): "토산품점에서 먹을 것을 팔고 있잖습니까? 가게에 사람이 있으면 괜찮지만, 없으면 원숭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상점들의 영업에 가장 큰 지장을 초래하는 존재가 다름 아닌 야생 원숭입니다. 원숭이들의 행패는 관광객들이 많아지는 봄과 가을에 절정을 치닫습니다. 지난 가을 이 곳 상점가에선 가게 털이 원숭이들의 대활극이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가게 털이 전문이 된 원숭이들은 대범하게 관광객 물건까지 빼앗아갑니다.

<인터뷰>음식점 주인: "손님이 좀처럼 물건을 주지 않으면 빼앗습니다. 빼앗으면 어느 정도 도망간 후 먹을 것이면 가져가고, 아니면 던져 버립니다."

조직 범죄를 일삼는 원숭이들도 있습니다. 한 녀석이 사람을 위협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면, 다른 녀석은 가방이나 음식물 봉지를 챙겨 들고 유유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숭이들의 약탈은 자연 경관 훼손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원숭이들이 알맹이를 꺼내 먹은 후 비닐봉지들을 마구 버리기 때문입니다. 게곤노다키의 장엄함을 망가뜨리는 원숭이들에게 관리소측은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인터뷰>다나카 게곤노다키 영업소: "아무데나 버립니다. 쓰레기가 되니까 곤란하죠.(관광지 이미지도 훼손돼) 심각한 문제입니다.

<인터뷰>"(원숭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누군가 죽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야생 원숭이들이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그런 사례가 한 해 40건을 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토산품점 주인: "예쁜 프랑스 여성이 게곤노다키를 찾아왔어요. 여름이라서 브라우스만 입고 있었는데 원숭이가 확 할퀴었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여러가지 피해가 있지만 손님들이 습격당하는 게 제일 곤란합니다. 상품은 물건이라 상관없지만..."

닛코 지역 야생 원숭이 수는 840마리 정도... 시 당국은 관광객들이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피해들이 확산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기타야마 닛코시 농림과: "관광객이 주는 단 음식물이나 과일이 영양가가 훨씬 높기 때문에, 원숭이들이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숭이 출산율도 높아집니다. 악순환이 되는 거죠."

그래서 닛코시는 야생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도록 지난 2000년 조례를 정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폭죽과 공기총 등을 동원해 야생 원숭이를 산으로 쫓아내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기타야마 닛코시 농림과 주사: "너무 접근하거나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동물원이 아니니까 보는 것은 괜찮아도 먹이를 주는 것은 곤란합니다."

원숭이 피해가 줄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워 보입니다. 인간 사회의 달콤함을 알아버린 원숭이들이, 호락호락 물러설 리 없는데다, 또 알고 보면 귀하신 몸이라 퇴치 대책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원숭이는 혹한이 몰아치는 아오모리현에서도 서식합니다. 그만큼 생물학적 가치가 높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다루기도 어렵습니다. 피해 주민들의 속이 답답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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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조폭 원숭이’ 골칫거리
    • 입력 2006-01-20 10:36:36
    • 수정2006-01-20 15:22:3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 원숭이가 일부 지역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일본 수도권의 유명 관광지인 닛꼬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 닛꼬의 명물로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사랑받던 원숭이들이 이제는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도쿄의 양지우 특파원이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인간 사회로 편입된 일본 원숭이들... 사람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닛코의 명물 '원숭이 군단'. 원숭이 수는 소대 규모지만, 사람들에게 주는 즐거움은 군단급입니다. 일본 전국시대의 주역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당인 도쇼구. 건물 처마밑 조각에 원숭이 세마리가 있습니다. 한 마리는 귀를 막고, 또 한 마리는 눈을 가리고, 나머지 한 마리는 입을 봉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는 나쁜 것을 보게 해서도, 듣게 해서도, 말하게 해서도 안 된다 라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인간 처세술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때론 코믹 배우에, 때론 현자 역할도 하는 이 일본 원숭이가, 그런데 닛코의 다른 지역에선 영 다른 평판을 받고 있습니다. 닛코의 게곤노다키. 높이가 97m나 되는 폭포로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경승집니다. 겨울을 맞아 관광객이 줄어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도는 이 곳에 갑자기 긴장감이 조성됩니다. 폭포 주변 상점가에 나타난 원숭이들... 나뭇가지를 꺾어 먹으면서 한편으론 상점가를 주시합니다. 불안한 모습으로 원숭이들을 지켜보던 가게 주인은 장난감 총을 꺼내 들고 위협사격까지 합니다. 사람과 원숭이 사이의 이 같은 신경전은 연중행사가 됐습니다. <인터뷰>오야이데 닛코지역 (음식점 주인): "토산품점에서 먹을 것을 팔고 있잖습니까? 가게에 사람이 있으면 괜찮지만, 없으면 원숭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상점들의 영업에 가장 큰 지장을 초래하는 존재가 다름 아닌 야생 원숭입니다. 원숭이들의 행패는 관광객들이 많아지는 봄과 가을에 절정을 치닫습니다. 지난 가을 이 곳 상점가에선 가게 털이 원숭이들의 대활극이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가게 털이 전문이 된 원숭이들은 대범하게 관광객 물건까지 빼앗아갑니다. <인터뷰>음식점 주인: "손님이 좀처럼 물건을 주지 않으면 빼앗습니다. 빼앗으면 어느 정도 도망간 후 먹을 것이면 가져가고, 아니면 던져 버립니다." 조직 범죄를 일삼는 원숭이들도 있습니다. 한 녀석이 사람을 위협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면, 다른 녀석은 가방이나 음식물 봉지를 챙겨 들고 유유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숭이들의 약탈은 자연 경관 훼손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원숭이들이 알맹이를 꺼내 먹은 후 비닐봉지들을 마구 버리기 때문입니다. 게곤노다키의 장엄함을 망가뜨리는 원숭이들에게 관리소측은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인터뷰>다나카 게곤노다키 영업소: "아무데나 버립니다. 쓰레기가 되니까 곤란하죠.(관광지 이미지도 훼손돼) 심각한 문제입니다. <인터뷰>"(원숭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누군가 죽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야생 원숭이들이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그런 사례가 한 해 40건을 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토산품점 주인: "예쁜 프랑스 여성이 게곤노다키를 찾아왔어요. 여름이라서 브라우스만 입고 있었는데 원숭이가 확 할퀴었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여러가지 피해가 있지만 손님들이 습격당하는 게 제일 곤란합니다. 상품은 물건이라 상관없지만..." 닛코 지역 야생 원숭이 수는 840마리 정도... 시 당국은 관광객들이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피해들이 확산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기타야마 닛코시 농림과: "관광객이 주는 단 음식물이나 과일이 영양가가 훨씬 높기 때문에, 원숭이들이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숭이 출산율도 높아집니다. 악순환이 되는 거죠." 그래서 닛코시는 야생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도록 지난 2000년 조례를 정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폭죽과 공기총 등을 동원해 야생 원숭이를 산으로 쫓아내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기타야마 닛코시 농림과 주사: "너무 접근하거나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동물원이 아니니까 보는 것은 괜찮아도 먹이를 주는 것은 곤란합니다." 원숭이 피해가 줄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워 보입니다. 인간 사회의 달콤함을 알아버린 원숭이들이, 호락호락 물러설 리 없는데다, 또 알고 보면 귀하신 몸이라 퇴치 대책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원숭이는 혹한이 몰아치는 아오모리현에서도 서식합니다. 그만큼 생물학적 가치가 높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다루기도 어렵습니다. 피해 주민들의 속이 답답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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