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트럼프 “넌 경기서 빠져!”…논란 된 미 고교 육상대회

입력 2025.06.05 (15:25) 수정 2025.06.0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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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고교 육상대회가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학생의 출전을 금지하라고 했기 때문인데요.

자세한 이야기,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출전을 금지하라'고 말하다니, 대체 어떤 학생인가요?

[기자]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학생은 16살의 AB 에르난데스인데요.

캘리포니아주 후루파 밸리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보시면 여느 소녀들과 특별히 다를 것 없이 한껏 꾸민 모습이죠?

하지만 에르난데스의 생물학적 성별은 남성입니다.

그런 에르난데스가 여자부 고교 육상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논란이 일기 시작했는데요.

불을 지핀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출전을 놓고 "공정하지 않고, 여성과 소녀들을 완전히 모욕하는 짓”이라는 비난 글을 올렸는데요.

더 나아가 관련 행정명령을 어기면 캘리포니아주에 지원하는 대규모 연방 자금을 영원히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앵커]

정부 지원을 끊겠다니, 굉장히 강한 압박인데, 관련 행정 명령,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미국에서 성별은 남자와 여자, 둘만 존재한다", 이렇게 당선인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했던 말, 기억하실 겁니다.

자기 소신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현실화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2월 5일 : "잠시 뒤, 저는 남성이 여성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역사적인 행정 명령에 서명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여성 스포츠는 여성만을 위한 것입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스포츠 경기 참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건데요.

그런데 성전환 여성의 출전을 허용하다니, 자신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한 거죠.

반면 캘리포니아주에는 학생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부합하는 종목에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주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에르난데스가 여성 경기에 출전이 가능했던 건데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한해 약 163억 달러의 연방 자금을 끊을 수 있다는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할 수만은 없었겠죠?

주최 측은 결국 이번 대회에만 적용되는 특별 규정을 만들어 냈습니다.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한 종목에는 다른 1명이 더 출전할 수 있도록 했고요.

또 성전환 선수가 우승할 경우 차순위자를 공동 우승자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에르난데스가 이 와중에 여자 높이뛰기와 3단 뛰기에서 우승을 했고요.

결국 급히 만든 특별 규정에 따라 공동 우승하게 된 여성 선수와 시상대에 함께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선수가 여자부 경기에 출전해서 논란이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자부 경기에 참가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생물학적 여성 선수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라는 논란이 계속돼 왔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결승 경기장 밖에서는 출전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열렸는데요.

[다이애나 머피/시위 참가자 : "그들(성전환 선수)은 선례를 남기려고 하는 겁니다. 그들은 늘 여성에게 그러듯이 우리를 밀어내려고 하는 거죠."]

대표적으로 2022년, 미국 대학 선수권 수영대회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인 리아 토마스는 이전 남자부 경기에선 400위 권 정도였는데, 여자부에 나온 뒤에는 전국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생물학적 남성이었던 선수를 여자부 경기에 참가시키는 건 공정성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다른 한쪽에서는 트랜스젠더 선수를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고, 이들이 신체적 이점을 갖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도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양측 논리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행정명령과 주법이 충돌하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이미 트랜스젠더의 경기 출전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주가 꽤 있는데요.

대표적인 곳이 미 북동부 메인주입니다.

메인주는 주 인권법에 따라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근거로 스포츠에서 개인의 평등한 기회를 거부하는걸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들 모인 백악관 만찬에서 메인 주지사를 직접 겨냥해 이 문제를 거론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2월 21일 : "당신, (행정명령에) 따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연방 자금을 전혀 받지 못할 겁니다."]

[자넷 밀스/메인주 주지사/현지 시각 2월 21일 : "법정에서 보시죠."]

이 말에 트럼프 대통령은 똑같이 법정에서 보자며, "당신은 더 이상 선출직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악담으로 받아쳤습니다.

트랜스젠더 선수가 여자부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둘러싼 미국 내 갈등은, 이젠 트럼프 행정부 대 주 정부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 제작:유건수/영상출처:@collegeperformance6862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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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이슈] 트럼프 “넌 경기서 빠져!”…논란 된 미 고교 육상대회
    • 입력 2025-06-05 15:25:01
    • 수정2025-06-05 15: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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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고교 육상대회가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학생의 출전을 금지하라고 했기 때문인데요.

자세한 이야기,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출전을 금지하라'고 말하다니, 대체 어떤 학생인가요?

[기자]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학생은 16살의 AB 에르난데스인데요.

캘리포니아주 후루파 밸리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보시면 여느 소녀들과 특별히 다를 것 없이 한껏 꾸민 모습이죠?

하지만 에르난데스의 생물학적 성별은 남성입니다.

그런 에르난데스가 여자부 고교 육상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논란이 일기 시작했는데요.

불을 지핀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출전을 놓고 "공정하지 않고, 여성과 소녀들을 완전히 모욕하는 짓”이라는 비난 글을 올렸는데요.

더 나아가 관련 행정명령을 어기면 캘리포니아주에 지원하는 대규모 연방 자금을 영원히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앵커]

정부 지원을 끊겠다니, 굉장히 강한 압박인데, 관련 행정 명령,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미국에서 성별은 남자와 여자, 둘만 존재한다", 이렇게 당선인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했던 말, 기억하실 겁니다.

자기 소신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현실화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2월 5일 : "잠시 뒤, 저는 남성이 여성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역사적인 행정 명령에 서명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여성 스포츠는 여성만을 위한 것입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스포츠 경기 참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건데요.

그런데 성전환 여성의 출전을 허용하다니, 자신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한 거죠.

반면 캘리포니아주에는 학생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부합하는 종목에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주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에르난데스가 여성 경기에 출전이 가능했던 건데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한해 약 163억 달러의 연방 자금을 끊을 수 있다는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할 수만은 없었겠죠?

주최 측은 결국 이번 대회에만 적용되는 특별 규정을 만들어 냈습니다.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한 종목에는 다른 1명이 더 출전할 수 있도록 했고요.

또 성전환 선수가 우승할 경우 차순위자를 공동 우승자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에르난데스가 이 와중에 여자 높이뛰기와 3단 뛰기에서 우승을 했고요.

결국 급히 만든 특별 규정에 따라 공동 우승하게 된 여성 선수와 시상대에 함께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선수가 여자부 경기에 출전해서 논란이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자부 경기에 참가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생물학적 여성 선수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라는 논란이 계속돼 왔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결승 경기장 밖에서는 출전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열렸는데요.

[다이애나 머피/시위 참가자 : "그들(성전환 선수)은 선례를 남기려고 하는 겁니다. 그들은 늘 여성에게 그러듯이 우리를 밀어내려고 하는 거죠."]

대표적으로 2022년, 미국 대학 선수권 수영대회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인 리아 토마스는 이전 남자부 경기에선 400위 권 정도였는데, 여자부에 나온 뒤에는 전국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생물학적 남성이었던 선수를 여자부 경기에 참가시키는 건 공정성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다른 한쪽에서는 트랜스젠더 선수를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고, 이들이 신체적 이점을 갖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도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양측 논리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행정명령과 주법이 충돌하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이미 트랜스젠더의 경기 출전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주가 꽤 있는데요.

대표적인 곳이 미 북동부 메인주입니다.

메인주는 주 인권법에 따라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근거로 스포츠에서 개인의 평등한 기회를 거부하는걸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들 모인 백악관 만찬에서 메인 주지사를 직접 겨냥해 이 문제를 거론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2월 21일 : "당신, (행정명령에) 따르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연방 자금을 전혀 받지 못할 겁니다."]

[자넷 밀스/메인주 주지사/현지 시각 2월 21일 : "법정에서 보시죠."]

이 말에 트럼프 대통령은 똑같이 법정에서 보자며, "당신은 더 이상 선출직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악담으로 받아쳤습니다.

트랜스젠더 선수가 여자부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둘러싼 미국 내 갈등은, 이젠 트럼프 행정부 대 주 정부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 제작:유건수/영상출처:@collegeperformance6862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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