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신나는 아동절…“특권층만 혜택”
입력 2025.06.07 (08:20)
수정 2025.06.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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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일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기념하는 '국제아동절'이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열렸는데요.
노래하고 춤추며 '우리는 행복해요'라고 외치는 아이들...
북한 매체는 '가장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란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현실은 다르다고 합니다.
부모의 성분과 지역에 따라 아이들의 일상은 완전히 다르고, 아동절 행사조차 특권층 아동에 집중됐다는 지적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뿌리내린 계급 구분과 차별.
북한 아동들이 마주한 현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평양 대성산 기슭에 위치한 대성산 유원지.
6월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평양시 유치원생과 학부모 등 3천여 명이 이곳에 모였습니다.
달리기, 공 옮기기, 축구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펼치면서 어린이 너나 할 것 없이 밝은 표정으로 즐거워했는데요.
["나는 6.1절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나는 이제 학교에 가면 공부도 더 잘하고 좋은 일도 많이 찾아 하겠습니다."]
이날 행사엔 북한 주재 외교관들도 자녀들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평양뿐 아니라 지방 도시들에서도 지역별로 다양한 기념 모임이 열렸는데요.
육아원과 애육원 등 우리로 치면 보육시설에 해당하는 기관과 장애 아동들 역시 축하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선중앙TV/6월 1일 : "기념 모임을 통해서 장애어린이들은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제도의 장애자 보호정책 속에 세상에 부러움 없는 생활을 마음껏 누리는 자기들의 행복 상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2년 전 목선을 타고 동해로 탈북한 강규리 씨.
그에게도 국제아동절은 어린 시절 손꼽아 기다리던 날로 기억됩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일반 날 보다는 기대되는 하루, 북한에서는 학교 학생들에게 일도 많이 시키거든요. 그런데 그런 날에는 부모님들이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잘 못 먹잖아요. 북한에서는. 그러다 보니 맛있는 걸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날. 지방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아이들이 기대하는 날인 것 같아요."]
하지만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는데요.
북한 당국의 주장처럼 모든 어린이가 평등하게 국제아동절을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가난하면 못 참여하죠. 왜냐하면 밥도 사야 하는데 만약 참여했다면 밥도 사지 못해요. 그렇게 가난한 학생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선생님이 저희가 싸 온 밥과 음식을 같이 먹게 하고. 어떻게 보면 북한의 (체제) 홍보나 같은 역할이고 이렇게 세상에 부러움 없다고 전 세계에 알리는 거거든요. 그건 전혀 아니고 그냥 내부에서 자체 부담으로 즐기는 그런 하루인 것 같아요. 무조건 즐겨야 하는 하루."]
행사 자체는 국가 지시에 따라 열리지만, 실제 준비와 비용 부담은 대부분 학부모 몫이라는 건데요.
때문에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방에서는 아예 행사가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실질적으로 방송되는 장면들을 보면 대부분 이제 평양 중심이죠. 평양에 있는 유치원들과 평양에 있는 교육기관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후에 지방 교육기관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대도시, 우리가 좀 들어봤던 대도시의 교육기관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산골 지역이라든가 교육 소외 지역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이고..."]
탈북민과 전문가들은 북한 사회에서 아동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부모의 직위와 소속 기관, 거주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평양에 거주하며 당, 군, 보위부 등 권력기관에 소속된 고위 간부의 자녀들은 이른바 '특권층 아동'으로 분류되는데요.
이들은 잘 갖춰진 교육시설과 문화 환경,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생활 여건 속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 아동절을 맞아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특별 공연 '우리는 행복해요'.
이날 무대에는 여섯 명의 어린이들이 MC로 등장해 공연을 이끌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아~ 나는야 조선의 꽃봉오리."]
눈여겨 볼 점은 진행을 맡은 어린이 모두 평양 중심부의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공연을 진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양 어린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혜택 속에 살아가는지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 지금 재간둥이들이 많이 모여왔습니다.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해요. 잘 봐주십시오."]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붓글씨 등 아직 유치원생이지만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재능을 조기에 발굴하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한향란/모란봉구역 유치원 교양원 : "유치원들에서는 오후마다 여러 가지 과외 소조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유치원만 놓고 봐도 로봇 소조, 바둑 소조, 그리기 소조, 외국어 소조를 비롯하여 근 40여 개의 소조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연 무대에 오른 아동들의 모습에서도 상대적으로 넉넉한 환경을 누리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원장 선생님이십니까?"]
하지만 이런 기회는 평양 중심의 특정 계층 아동에게만 주어진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됩니다.
북한 당국은 무상교육 평등교육을 주장하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아이들, 특히 농민 같은 경제적 취약 계층 자녀들은 기본적인 교육의 권리도 누리기 힘들다는 증언입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농장원의 자녀라고 하면 일단 분배를 잘 줘야지 그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있는데 장사도 못 하게 하고 국가의 일만 시키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기가 살아야지 농장 일도 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 자녀들도 공부를 못 시키는 사례가 되게 많아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민 계급은 북한 사회에서 최하위 계층으로 분류되고, 사회 전반에 걸친 차별까지 당한다는 것이 농민 출신 탈북민들의 이야깁니다.
[권민철/2023년 탈북 : "밖에 나가선 농민이지만 농민이라는 말을 못 해요. 친구들을 외지에 나가서 사귀었다가도 내가 농민이라고 하면 인식이 싹 달라지거든요. 그때부터. 그다음에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지니까 농민이라는 수치감이 북한에서 엄청 커요."]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출신 성분이 평가의 기준이 되고, 지역 간 이동까지 제한되는 북한 사회에서 계층을 극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북한의 계층 구조가 아이들의 내면에 자연스럽게 각인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나아가 북한 당국은 이런 구조를 통해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어릴 때부터 유도하는 한편, 누가 '충성의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은연중에 구분 짓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북한 당국도 차별은 하지 말자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분명히 주장을 하죠. 그러나 교육의 목표들이 달라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개인의 자유라든가 자율성, 개인의 어떤 발전을 위한 것이 교육 목표로 들어가 있다고 하면 북한에서는 어쨌든지 국가 사회를 위한 애국심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들어가 있죠. 그렇다고 하면 본인이 노력을 제대로 안 한다면 이것은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위배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죄인과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 거고 차별하는 것 자체가 정당화되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계층 구분은 북한 당국이 사회를 통제하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화를 일정 부분 받아들인 청년 세대에게는 이런 구조가 오히려 사회적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실제 탈북민들 가운데는 자녀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노력이나 나름대로 성실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부모의 직업을 그대로 물려받는 사회 구조라면 적어도 자신이 경험했던 똑같은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상당히 크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능력에 맞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로의 이탈을 꿈꿀 수밖에 없겠죠.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국제아동절을 계기로 아동을 '국가의 보배'로 내세우며 어린이들을 극진히 대하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부각한 북한 당국.
["축하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엔 계층에 따라 차별을 겪으면서도 차별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그런 이야기도 있잖아요. '평양 주민들만 있어도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국가도 아니지만. 아무튼 정권을 운영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옛날부터 그랬었어요. 그래서 지방은 격차가 되게 심해요."]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감춰진 현실 사이에서 자라는 북한 어린이들.
이들이 겪는 오늘의 현실이 결국 북한 사회가 마주하게 될 내일일 것입니다.
지난 1일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기념하는 '국제아동절'이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열렸는데요.
노래하고 춤추며 '우리는 행복해요'라고 외치는 아이들...
북한 매체는 '가장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란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현실은 다르다고 합니다.
부모의 성분과 지역에 따라 아이들의 일상은 완전히 다르고, 아동절 행사조차 특권층 아동에 집중됐다는 지적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뿌리내린 계급 구분과 차별.
북한 아동들이 마주한 현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평양 대성산 기슭에 위치한 대성산 유원지.
6월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평양시 유치원생과 학부모 등 3천여 명이 이곳에 모였습니다.
달리기, 공 옮기기, 축구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펼치면서 어린이 너나 할 것 없이 밝은 표정으로 즐거워했는데요.
["나는 6.1절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나는 이제 학교에 가면 공부도 더 잘하고 좋은 일도 많이 찾아 하겠습니다."]
이날 행사엔 북한 주재 외교관들도 자녀들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평양뿐 아니라 지방 도시들에서도 지역별로 다양한 기념 모임이 열렸는데요.
육아원과 애육원 등 우리로 치면 보육시설에 해당하는 기관과 장애 아동들 역시 축하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선중앙TV/6월 1일 : "기념 모임을 통해서 장애어린이들은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제도의 장애자 보호정책 속에 세상에 부러움 없는 생활을 마음껏 누리는 자기들의 행복 상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2년 전 목선을 타고 동해로 탈북한 강규리 씨.
그에게도 국제아동절은 어린 시절 손꼽아 기다리던 날로 기억됩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일반 날 보다는 기대되는 하루, 북한에서는 학교 학생들에게 일도 많이 시키거든요. 그런데 그런 날에는 부모님들이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잘 못 먹잖아요. 북한에서는. 그러다 보니 맛있는 걸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날. 지방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아이들이 기대하는 날인 것 같아요."]
하지만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는데요.
북한 당국의 주장처럼 모든 어린이가 평등하게 국제아동절을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가난하면 못 참여하죠. 왜냐하면 밥도 사야 하는데 만약 참여했다면 밥도 사지 못해요. 그렇게 가난한 학생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선생님이 저희가 싸 온 밥과 음식을 같이 먹게 하고. 어떻게 보면 북한의 (체제) 홍보나 같은 역할이고 이렇게 세상에 부러움 없다고 전 세계에 알리는 거거든요. 그건 전혀 아니고 그냥 내부에서 자체 부담으로 즐기는 그런 하루인 것 같아요. 무조건 즐겨야 하는 하루."]
행사 자체는 국가 지시에 따라 열리지만, 실제 준비와 비용 부담은 대부분 학부모 몫이라는 건데요.
때문에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방에서는 아예 행사가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실질적으로 방송되는 장면들을 보면 대부분 이제 평양 중심이죠. 평양에 있는 유치원들과 평양에 있는 교육기관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후에 지방 교육기관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대도시, 우리가 좀 들어봤던 대도시의 교육기관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산골 지역이라든가 교육 소외 지역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이고..."]
탈북민과 전문가들은 북한 사회에서 아동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부모의 직위와 소속 기관, 거주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평양에 거주하며 당, 군, 보위부 등 권력기관에 소속된 고위 간부의 자녀들은 이른바 '특권층 아동'으로 분류되는데요.
이들은 잘 갖춰진 교육시설과 문화 환경,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생활 여건 속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 아동절을 맞아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특별 공연 '우리는 행복해요'.
이날 무대에는 여섯 명의 어린이들이 MC로 등장해 공연을 이끌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아~ 나는야 조선의 꽃봉오리."]
눈여겨 볼 점은 진행을 맡은 어린이 모두 평양 중심부의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공연을 진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양 어린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혜택 속에 살아가는지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 지금 재간둥이들이 많이 모여왔습니다.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해요. 잘 봐주십시오."]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붓글씨 등 아직 유치원생이지만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재능을 조기에 발굴하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한향란/모란봉구역 유치원 교양원 : "유치원들에서는 오후마다 여러 가지 과외 소조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유치원만 놓고 봐도 로봇 소조, 바둑 소조, 그리기 소조, 외국어 소조를 비롯하여 근 40여 개의 소조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연 무대에 오른 아동들의 모습에서도 상대적으로 넉넉한 환경을 누리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원장 선생님이십니까?"]
하지만 이런 기회는 평양 중심의 특정 계층 아동에게만 주어진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됩니다.
북한 당국은 무상교육 평등교육을 주장하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아이들, 특히 농민 같은 경제적 취약 계층 자녀들은 기본적인 교육의 권리도 누리기 힘들다는 증언입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농장원의 자녀라고 하면 일단 분배를 잘 줘야지 그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있는데 장사도 못 하게 하고 국가의 일만 시키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기가 살아야지 농장 일도 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 자녀들도 공부를 못 시키는 사례가 되게 많아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민 계급은 북한 사회에서 최하위 계층으로 분류되고, 사회 전반에 걸친 차별까지 당한다는 것이 농민 출신 탈북민들의 이야깁니다.
[권민철/2023년 탈북 : "밖에 나가선 농민이지만 농민이라는 말을 못 해요. 친구들을 외지에 나가서 사귀었다가도 내가 농민이라고 하면 인식이 싹 달라지거든요. 그때부터. 그다음에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지니까 농민이라는 수치감이 북한에서 엄청 커요."]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출신 성분이 평가의 기준이 되고, 지역 간 이동까지 제한되는 북한 사회에서 계층을 극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북한의 계층 구조가 아이들의 내면에 자연스럽게 각인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나아가 북한 당국은 이런 구조를 통해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어릴 때부터 유도하는 한편, 누가 '충성의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은연중에 구분 짓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북한 당국도 차별은 하지 말자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분명히 주장을 하죠. 그러나 교육의 목표들이 달라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개인의 자유라든가 자율성, 개인의 어떤 발전을 위한 것이 교육 목표로 들어가 있다고 하면 북한에서는 어쨌든지 국가 사회를 위한 애국심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들어가 있죠. 그렇다고 하면 본인이 노력을 제대로 안 한다면 이것은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위배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죄인과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 거고 차별하는 것 자체가 정당화되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계층 구분은 북한 당국이 사회를 통제하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화를 일정 부분 받아들인 청년 세대에게는 이런 구조가 오히려 사회적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실제 탈북민들 가운데는 자녀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노력이나 나름대로 성실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부모의 직업을 그대로 물려받는 사회 구조라면 적어도 자신이 경험했던 똑같은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상당히 크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능력에 맞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로의 이탈을 꿈꿀 수밖에 없겠죠.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국제아동절을 계기로 아동을 '국가의 보배'로 내세우며 어린이들을 극진히 대하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부각한 북한 당국.
["축하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엔 계층에 따라 차별을 겪으면서도 차별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그런 이야기도 있잖아요. '평양 주민들만 있어도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국가도 아니지만. 아무튼 정권을 운영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옛날부터 그랬었어요. 그래서 지방은 격차가 되게 심해요."]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감춰진 현실 사이에서 자라는 북한 어린이들.
이들이 겪는 오늘의 현실이 결국 북한 사회가 마주하게 될 내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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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신나는 아동절…“특권층만 혜택”
-
- 입력 2025-06-07 08:20:35
- 수정2025-06-07 08:37:43

[앵커]
지난 1일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기념하는 '국제아동절'이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열렸는데요.
노래하고 춤추며 '우리는 행복해요'라고 외치는 아이들...
북한 매체는 '가장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란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현실은 다르다고 합니다.
부모의 성분과 지역에 따라 아이들의 일상은 완전히 다르고, 아동절 행사조차 특권층 아동에 집중됐다는 지적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뿌리내린 계급 구분과 차별.
북한 아동들이 마주한 현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평양 대성산 기슭에 위치한 대성산 유원지.
6월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평양시 유치원생과 학부모 등 3천여 명이 이곳에 모였습니다.
달리기, 공 옮기기, 축구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펼치면서 어린이 너나 할 것 없이 밝은 표정으로 즐거워했는데요.
["나는 6.1절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나는 이제 학교에 가면 공부도 더 잘하고 좋은 일도 많이 찾아 하겠습니다."]
이날 행사엔 북한 주재 외교관들도 자녀들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평양뿐 아니라 지방 도시들에서도 지역별로 다양한 기념 모임이 열렸는데요.
육아원과 애육원 등 우리로 치면 보육시설에 해당하는 기관과 장애 아동들 역시 축하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선중앙TV/6월 1일 : "기념 모임을 통해서 장애어린이들은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제도의 장애자 보호정책 속에 세상에 부러움 없는 생활을 마음껏 누리는 자기들의 행복 상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2년 전 목선을 타고 동해로 탈북한 강규리 씨.
그에게도 국제아동절은 어린 시절 손꼽아 기다리던 날로 기억됩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일반 날 보다는 기대되는 하루, 북한에서는 학교 학생들에게 일도 많이 시키거든요. 그런데 그런 날에는 부모님들이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잘 못 먹잖아요. 북한에서는. 그러다 보니 맛있는 걸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날. 지방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아이들이 기대하는 날인 것 같아요."]
하지만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는데요.
북한 당국의 주장처럼 모든 어린이가 평등하게 국제아동절을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가난하면 못 참여하죠. 왜냐하면 밥도 사야 하는데 만약 참여했다면 밥도 사지 못해요. 그렇게 가난한 학생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선생님이 저희가 싸 온 밥과 음식을 같이 먹게 하고. 어떻게 보면 북한의 (체제) 홍보나 같은 역할이고 이렇게 세상에 부러움 없다고 전 세계에 알리는 거거든요. 그건 전혀 아니고 그냥 내부에서 자체 부담으로 즐기는 그런 하루인 것 같아요. 무조건 즐겨야 하는 하루."]
행사 자체는 국가 지시에 따라 열리지만, 실제 준비와 비용 부담은 대부분 학부모 몫이라는 건데요.
때문에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방에서는 아예 행사가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실질적으로 방송되는 장면들을 보면 대부분 이제 평양 중심이죠. 평양에 있는 유치원들과 평양에 있는 교육기관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후에 지방 교육기관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대도시, 우리가 좀 들어봤던 대도시의 교육기관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산골 지역이라든가 교육 소외 지역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이고..."]
탈북민과 전문가들은 북한 사회에서 아동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부모의 직위와 소속 기관, 거주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평양에 거주하며 당, 군, 보위부 등 권력기관에 소속된 고위 간부의 자녀들은 이른바 '특권층 아동'으로 분류되는데요.
이들은 잘 갖춰진 교육시설과 문화 환경,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생활 여건 속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 아동절을 맞아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특별 공연 '우리는 행복해요'.
이날 무대에는 여섯 명의 어린이들이 MC로 등장해 공연을 이끌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아~ 나는야 조선의 꽃봉오리."]
눈여겨 볼 점은 진행을 맡은 어린이 모두 평양 중심부의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공연을 진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양 어린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혜택 속에 살아가는지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 지금 재간둥이들이 많이 모여왔습니다.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해요. 잘 봐주십시오."]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붓글씨 등 아직 유치원생이지만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재능을 조기에 발굴하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한향란/모란봉구역 유치원 교양원 : "유치원들에서는 오후마다 여러 가지 과외 소조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유치원만 놓고 봐도 로봇 소조, 바둑 소조, 그리기 소조, 외국어 소조를 비롯하여 근 40여 개의 소조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연 무대에 오른 아동들의 모습에서도 상대적으로 넉넉한 환경을 누리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원장 선생님이십니까?"]
하지만 이런 기회는 평양 중심의 특정 계층 아동에게만 주어진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됩니다.
북한 당국은 무상교육 평등교육을 주장하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아이들, 특히 농민 같은 경제적 취약 계층 자녀들은 기본적인 교육의 권리도 누리기 힘들다는 증언입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농장원의 자녀라고 하면 일단 분배를 잘 줘야지 그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있는데 장사도 못 하게 하고 국가의 일만 시키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기가 살아야지 농장 일도 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 자녀들도 공부를 못 시키는 사례가 되게 많아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민 계급은 북한 사회에서 최하위 계층으로 분류되고, 사회 전반에 걸친 차별까지 당한다는 것이 농민 출신 탈북민들의 이야깁니다.
[권민철/2023년 탈북 : "밖에 나가선 농민이지만 농민이라는 말을 못 해요. 친구들을 외지에 나가서 사귀었다가도 내가 농민이라고 하면 인식이 싹 달라지거든요. 그때부터. 그다음에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지니까 농민이라는 수치감이 북한에서 엄청 커요."]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출신 성분이 평가의 기준이 되고, 지역 간 이동까지 제한되는 북한 사회에서 계층을 극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북한의 계층 구조가 아이들의 내면에 자연스럽게 각인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나아가 북한 당국은 이런 구조를 통해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어릴 때부터 유도하는 한편, 누가 '충성의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은연중에 구분 짓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북한 당국도 차별은 하지 말자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분명히 주장을 하죠. 그러나 교육의 목표들이 달라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개인의 자유라든가 자율성, 개인의 어떤 발전을 위한 것이 교육 목표로 들어가 있다고 하면 북한에서는 어쨌든지 국가 사회를 위한 애국심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들어가 있죠. 그렇다고 하면 본인이 노력을 제대로 안 한다면 이것은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위배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죄인과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 거고 차별하는 것 자체가 정당화되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계층 구분은 북한 당국이 사회를 통제하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화를 일정 부분 받아들인 청년 세대에게는 이런 구조가 오히려 사회적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실제 탈북민들 가운데는 자녀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노력이나 나름대로 성실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부모의 직업을 그대로 물려받는 사회 구조라면 적어도 자신이 경험했던 똑같은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상당히 크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능력에 맞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로의 이탈을 꿈꿀 수밖에 없겠죠.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국제아동절을 계기로 아동을 '국가의 보배'로 내세우며 어린이들을 극진히 대하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부각한 북한 당국.
["축하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엔 계층에 따라 차별을 겪으면서도 차별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그런 이야기도 있잖아요. '평양 주민들만 있어도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국가도 아니지만. 아무튼 정권을 운영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옛날부터 그랬었어요. 그래서 지방은 격차가 되게 심해요."]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감춰진 현실 사이에서 자라는 북한 어린이들.
이들이 겪는 오늘의 현실이 결국 북한 사회가 마주하게 될 내일일 것입니다.
지난 1일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기념하는 '국제아동절'이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열렸는데요.
노래하고 춤추며 '우리는 행복해요'라고 외치는 아이들...
북한 매체는 '가장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란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현실은 다르다고 합니다.
부모의 성분과 지역에 따라 아이들의 일상은 완전히 다르고, 아동절 행사조차 특권층 아동에 집중됐다는 지적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뿌리내린 계급 구분과 차별.
북한 아동들이 마주한 현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평양 대성산 기슭에 위치한 대성산 유원지.
6월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평양시 유치원생과 학부모 등 3천여 명이 이곳에 모였습니다.
달리기, 공 옮기기, 축구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펼치면서 어린이 너나 할 것 없이 밝은 표정으로 즐거워했는데요.
["나는 6.1절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나는 이제 학교에 가면 공부도 더 잘하고 좋은 일도 많이 찾아 하겠습니다."]
이날 행사엔 북한 주재 외교관들도 자녀들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평양뿐 아니라 지방 도시들에서도 지역별로 다양한 기념 모임이 열렸는데요.
육아원과 애육원 등 우리로 치면 보육시설에 해당하는 기관과 장애 아동들 역시 축하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선중앙TV/6월 1일 : "기념 모임을 통해서 장애어린이들은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제도의 장애자 보호정책 속에 세상에 부러움 없는 생활을 마음껏 누리는 자기들의 행복 상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2년 전 목선을 타고 동해로 탈북한 강규리 씨.
그에게도 국제아동절은 어린 시절 손꼽아 기다리던 날로 기억됩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일반 날 보다는 기대되는 하루, 북한에서는 학교 학생들에게 일도 많이 시키거든요. 그런데 그런 날에는 부모님들이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잘 못 먹잖아요. 북한에서는. 그러다 보니 맛있는 걸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날. 지방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아이들이 기대하는 날인 것 같아요."]
하지만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는데요.
북한 당국의 주장처럼 모든 어린이가 평등하게 국제아동절을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가난하면 못 참여하죠. 왜냐하면 밥도 사야 하는데 만약 참여했다면 밥도 사지 못해요. 그렇게 가난한 학생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선생님이 저희가 싸 온 밥과 음식을 같이 먹게 하고. 어떻게 보면 북한의 (체제) 홍보나 같은 역할이고 이렇게 세상에 부러움 없다고 전 세계에 알리는 거거든요. 그건 전혀 아니고 그냥 내부에서 자체 부담으로 즐기는 그런 하루인 것 같아요. 무조건 즐겨야 하는 하루."]
행사 자체는 국가 지시에 따라 열리지만, 실제 준비와 비용 부담은 대부분 학부모 몫이라는 건데요.
때문에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방에서는 아예 행사가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실질적으로 방송되는 장면들을 보면 대부분 이제 평양 중심이죠. 평양에 있는 유치원들과 평양에 있는 교육기관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후에 지방 교육기관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대도시, 우리가 좀 들어봤던 대도시의 교육기관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산골 지역이라든가 교육 소외 지역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이고..."]
탈북민과 전문가들은 북한 사회에서 아동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부모의 직위와 소속 기관, 거주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평양에 거주하며 당, 군, 보위부 등 권력기관에 소속된 고위 간부의 자녀들은 이른바 '특권층 아동'으로 분류되는데요.
이들은 잘 갖춰진 교육시설과 문화 환경,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생활 여건 속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 아동절을 맞아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특별 공연 '우리는 행복해요'.
이날 무대에는 여섯 명의 어린이들이 MC로 등장해 공연을 이끌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아~ 나는야 조선의 꽃봉오리."]
눈여겨 볼 점은 진행을 맡은 어린이 모두 평양 중심부의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공연을 진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양 어린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혜택 속에 살아가는지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 지금 재간둥이들이 많이 모여왔습니다.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해요. 잘 봐주십시오."]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붓글씨 등 아직 유치원생이지만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재능을 조기에 발굴하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한향란/모란봉구역 유치원 교양원 : "유치원들에서는 오후마다 여러 가지 과외 소조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유치원만 놓고 봐도 로봇 소조, 바둑 소조, 그리기 소조, 외국어 소조를 비롯하여 근 40여 개의 소조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연 무대에 오른 아동들의 모습에서도 상대적으로 넉넉한 환경을 누리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원장 선생님이십니까?"]
하지만 이런 기회는 평양 중심의 특정 계층 아동에게만 주어진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됩니다.
북한 당국은 무상교육 평등교육을 주장하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아이들, 특히 농민 같은 경제적 취약 계층 자녀들은 기본적인 교육의 권리도 누리기 힘들다는 증언입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농장원의 자녀라고 하면 일단 분배를 잘 줘야지 그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있는데 장사도 못 하게 하고 국가의 일만 시키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기가 살아야지 농장 일도 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 자녀들도 공부를 못 시키는 사례가 되게 많아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민 계급은 북한 사회에서 최하위 계층으로 분류되고, 사회 전반에 걸친 차별까지 당한다는 것이 농민 출신 탈북민들의 이야깁니다.
[권민철/2023년 탈북 : "밖에 나가선 농민이지만 농민이라는 말을 못 해요. 친구들을 외지에 나가서 사귀었다가도 내가 농민이라고 하면 인식이 싹 달라지거든요. 그때부터. 그다음에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지니까 농민이라는 수치감이 북한에서 엄청 커요."]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출신 성분이 평가의 기준이 되고, 지역 간 이동까지 제한되는 북한 사회에서 계층을 극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북한의 계층 구조가 아이들의 내면에 자연스럽게 각인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나아가 북한 당국은 이런 구조를 통해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어릴 때부터 유도하는 한편, 누가 '충성의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은연중에 구분 짓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북한 당국도 차별은 하지 말자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분명히 주장을 하죠. 그러나 교육의 목표들이 달라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개인의 자유라든가 자율성, 개인의 어떤 발전을 위한 것이 교육 목표로 들어가 있다고 하면 북한에서는 어쨌든지 국가 사회를 위한 애국심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들어가 있죠. 그렇다고 하면 본인이 노력을 제대로 안 한다면 이것은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위배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죄인과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 거고 차별하는 것 자체가 정당화되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계층 구분은 북한 당국이 사회를 통제하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화를 일정 부분 받아들인 청년 세대에게는 이런 구조가 오히려 사회적 불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실제 탈북민들 가운데는 자녀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노력이나 나름대로 성실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부모의 직업을 그대로 물려받는 사회 구조라면 적어도 자신이 경험했던 똑같은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상당히 크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능력에 맞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로의 이탈을 꿈꿀 수밖에 없겠죠.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국제아동절을 계기로 아동을 '국가의 보배'로 내세우며 어린이들을 극진히 대하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부각한 북한 당국.
["축하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엔 계층에 따라 차별을 겪으면서도 차별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강규리/2023년 탈북 : "그런 이야기도 있잖아요. '평양 주민들만 있어도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국가도 아니지만. 아무튼 정권을 운영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옛날부터 그랬었어요. 그래서 지방은 격차가 되게 심해요."]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감춰진 현실 사이에서 자라는 북한 어린이들.
이들이 겪는 오늘의 현실이 결국 북한 사회가 마주하게 될 내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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