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방치돼 사망했는데 중처법은 ‘무혐의’…이유는?

입력 2025.07.01 (19:04) 수정 2025.07.0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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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에어컨 설치 작업 중 열사병 증상으로 쓰러져 숨진 고 양준혁 씨 사건과 관련해 노동 당국이 회사 관계자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유족들과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데요.

취재 결과 1차 수사에서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가 판단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손민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20대 청년.

지난해 8월, 27살 에어컨 설치기사 양준혁 씨는 35도가 넘는 더위 속에 전남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다 숨졌습니다.

구급대원이 출동 직후 측정한 양 씨의 체온은 40도가 넘었고, 국과수 부검 결과도 열사병으로 확인됐습니다.

광주지방노동청이 원청인 삼성전자와 하청업체를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를 벌였지만 10개월 만에 내린 결론은 '혐의없음'이었습니다.

["노동청을 규탄한다 규탄한다 규탄한다!"]

노동계와 유가족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로 무더운 환경에서 일하게 하고, 쓰러진 뒤에도 1시간이나 방치한 게 안전보건 조치를 다 한 것이냐며 비판했습니다.

당시 현장 관계자는 바로 구조요청을 하지 않고 양 씨의 어머니에게 "아들을 데려가라"는 문자만 보냈습니다.

[박영민/노무사/유가족 대리인 : "우리 주변에 누군가가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면 당연히 방치할 게 아니라 119에 신고하거나 도움을 주는 것이 너무 당연합니다."]

취재 결과 노동청이 지난 1차 수사에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보완 수사 요청을 받고 판단을 바꿨습니다.

노동청은 그 이유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물, 그늘, 휴식 같은 온열질환 예방 조치를 다 해 사망과 직접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고, 산업안전보건법에 119 신고 의무까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미선/공인노무사 : "명시적으로 이런 조항, 이런 조항이 있으면 당연히 예방적인 효과가 더 많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다만) 관련 조항 하나를 끌어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진 않은 것 같습니다."]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여름도 폭염 속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의 즉각적인 재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손민주입니다.

촬영기자:안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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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속 방치돼 사망했는데 중처법은 ‘무혐의’…이유는?
    • 입력 2025-07-01 19:04:24
    • 수정2025-07-01 19:22:20
    뉴스7(광주)
[앵커]

지난해 에어컨 설치 작업 중 열사병 증상으로 쓰러져 숨진 고 양준혁 씨 사건과 관련해 노동 당국이 회사 관계자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유족들과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데요.

취재 결과 1차 수사에서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가 판단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손민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20대 청년.

지난해 8월, 27살 에어컨 설치기사 양준혁 씨는 35도가 넘는 더위 속에 전남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다 숨졌습니다.

구급대원이 출동 직후 측정한 양 씨의 체온은 40도가 넘었고, 국과수 부검 결과도 열사병으로 확인됐습니다.

광주지방노동청이 원청인 삼성전자와 하청업체를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를 벌였지만 10개월 만에 내린 결론은 '혐의없음'이었습니다.

["노동청을 규탄한다 규탄한다 규탄한다!"]

노동계와 유가족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로 무더운 환경에서 일하게 하고, 쓰러진 뒤에도 1시간이나 방치한 게 안전보건 조치를 다 한 것이냐며 비판했습니다.

당시 현장 관계자는 바로 구조요청을 하지 않고 양 씨의 어머니에게 "아들을 데려가라"는 문자만 보냈습니다.

[박영민/노무사/유가족 대리인 : "우리 주변에 누군가가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면 당연히 방치할 게 아니라 119에 신고하거나 도움을 주는 것이 너무 당연합니다."]

취재 결과 노동청이 지난 1차 수사에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보완 수사 요청을 받고 판단을 바꿨습니다.

노동청은 그 이유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물, 그늘, 휴식 같은 온열질환 예방 조치를 다 해 사망과 직접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고, 산업안전보건법에 119 신고 의무까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미선/공인노무사 : "명시적으로 이런 조항, 이런 조항이 있으면 당연히 예방적인 효과가 더 많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다만) 관련 조항 하나를 끌어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진 않은 것 같습니다."]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여름도 폭염 속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의 즉각적인 재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손민주입니다.

촬영기자:안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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