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9m 높이 쓰나미 덮쳤다”…캠프 갔던 8살 꼬마들 주검으로

입력 2025.07.09 (15:29) 수정 2025.07.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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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부터 미국 텍사스주 중부에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자세한 소식 정리해 보겠습니다.

현지 홍수 규모가 어느 정도였길래 천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홍수라고 하는 거죠?

[기자]

네, 불과 45분 만에 강 수위가 8~9미터나 불어날 정도였는데요.

이 정도면 아파트 3층 높이 정도로 강 수위가 올라간 겁니다.

얼마나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온 건지 감이 오시죠?

이런 홍수를 돌발 홍수, 플래시 홍수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려서 강물이나 하천 수위가 급격하게 불어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 돌발홍수는 텍사스주 중부 커 카운티에서 샌안토니오 쪽으로 흐르는 과달루페 강이 기록적인 폭우로 범람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실제 이날 커 카운티에는 4개월 동안 내려야 할 비가 단 몇 시간 만에 쏟아졌습니다.

한 시간도 안 돼 강 수위는 8m 이상 치솟았고, 급류가 돼 곳곳을 덮쳤는데요.

그런데 돌발 홍수가 하필 밤사이 발생하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대부분 주민이 잠을 자다가 대피할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주민은 순식간에 강물이 차올랐다면서 당시 느꼈던 공포를 전했습니다.

[스캇 왈든/텍사스 커빌 주민 : "그런데 5분쯤 지나니까 물이 저기서 여기까지 차오르고, 또 10분쯤 지나니까 물이 이렇게 높아졌어요. 무서웠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앵커]

그렇게 빠르게 물이 불어났다면 인명 피해도 컸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텍사스에선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지 시각 8일까지 사망자가 계속 늘어서 110명으로 집계됐는데요.

특히 여자 어린이 피해자가 많았습니다.

현지 시각 4일 새벽 4시부터 4시 30분 사이 과달루페 강 지대에선 가장 심각한 범람이 발생했는데요.

그런데 이 과달루페 강 일대 주변에선 매년 여름방학이면 크고 작은 캠프가 열립니다.

1926년부터 시작된 여학생 전용 기독교 여름 캠프, '캠프 미스틱'도 그 중 하나인데요.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자녀와 손녀들도 다녔을 만큼 지역의 명문 캠프로 알려졌습니다.

올해도 진행된 이 캠프에 8살, 9살 여자 어린이 750명이 참가 중이었는데요.

새벽에 급격히 불어난 강물이 사실상 '9미터 쓰나미'가 돼 주변 캠프와 오두막을 휩쓸어버렸습니다.

27명이 목숨을 잃었고, 어린이와 상담원 등 여러 명이 실종 상태입니다.

[마이클/실종 어린이 아버지 : "'캠프 미스틱'에서 아이들을 찾고 있어요. 밤새 커빌에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있을 만한 곳을 찾고 있어요. 저 어딘가에 아직 20명 넘게 있습니다."]

캠프 미스틱 운영자인 74살 리처드 이스트랜드도 어린이 3명을 구하려다 함께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스트랜드는 이 캠프를 3대째 물려받아 50년 동안 일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정말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있는 만큼 실종자 수색에도 속도를 내야 할 텐데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현재까지 커 카운티 한 곳에서만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이 160명이 넘는데요.

당국은 헬리콥터와 보트, 드론 등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동원해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레그 애벗/텍사스 주지사 : "그들(실종자 가족)은 아셔야 합니다. 텍사스는 여기 힐 컨트리 사람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 일이 끝날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참사 발생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나 7월 4일이 미국 독립 기념일 연휴라 이 지역에 놀러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여행객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는 탓에 실종자 규모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나무와 쓰레기 잔햇더미, 계속된 악천후로 수색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과 지역민들을 분노하게 한 건 따로 있는데요.

[짐 벌튜노/AP 기자 : "일부 가족들은 홍수가 발생하기 전에 충분한 경고를 받지 못해 분노를 표했습니다."]

[앵커]

대홍수가 예보됐는데, 대피 명령이 없었다는 건가요?

[기자]

네, 위험 지역에 있던 일부 캠프 참여자와 주민들이, 실제 적절한 시점에 대피 명령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이번 일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건데요.

이게 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기관의 인력을 너무 많이 감축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기상청 국립해양대기국 같은 연방 기관이, 홍수 심각성을 정확히 예측하고 대응했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하질 못했다는 겁니다.

당장 민주당은 국립기상청의 인력이 부족했던 것이 인명 피해를 키웠는지 미국 상무부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물난리가 "1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참사일 뿐"이라면서 정부의 인력 감축과는 상관없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번 텍사스 대홍수는 미국의 재난 대비 시스템과 정부의 재난 대응 역량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권애림/영상출처:BBC·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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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09 15:29:34
    • 수정2025-07-09 15: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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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미국 텍사스주 중부에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자세한 소식 정리해 보겠습니다.

현지 홍수 규모가 어느 정도였길래 천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홍수라고 하는 거죠?

[기자]

네, 불과 45분 만에 강 수위가 8~9미터나 불어날 정도였는데요.

이 정도면 아파트 3층 높이 정도로 강 수위가 올라간 겁니다.

얼마나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온 건지 감이 오시죠?

이런 홍수를 돌발 홍수, 플래시 홍수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려서 강물이나 하천 수위가 급격하게 불어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 돌발홍수는 텍사스주 중부 커 카운티에서 샌안토니오 쪽으로 흐르는 과달루페 강이 기록적인 폭우로 범람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실제 이날 커 카운티에는 4개월 동안 내려야 할 비가 단 몇 시간 만에 쏟아졌습니다.

한 시간도 안 돼 강 수위는 8m 이상 치솟았고, 급류가 돼 곳곳을 덮쳤는데요.

그런데 돌발 홍수가 하필 밤사이 발생하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대부분 주민이 잠을 자다가 대피할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주민은 순식간에 강물이 차올랐다면서 당시 느꼈던 공포를 전했습니다.

[스캇 왈든/텍사스 커빌 주민 : "그런데 5분쯤 지나니까 물이 저기서 여기까지 차오르고, 또 10분쯤 지나니까 물이 이렇게 높아졌어요. 무서웠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앵커]

그렇게 빠르게 물이 불어났다면 인명 피해도 컸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텍사스에선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지 시각 8일까지 사망자가 계속 늘어서 110명으로 집계됐는데요.

특히 여자 어린이 피해자가 많았습니다.

현지 시각 4일 새벽 4시부터 4시 30분 사이 과달루페 강 지대에선 가장 심각한 범람이 발생했는데요.

그런데 이 과달루페 강 일대 주변에선 매년 여름방학이면 크고 작은 캠프가 열립니다.

1926년부터 시작된 여학생 전용 기독교 여름 캠프, '캠프 미스틱'도 그 중 하나인데요.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자녀와 손녀들도 다녔을 만큼 지역의 명문 캠프로 알려졌습니다.

올해도 진행된 이 캠프에 8살, 9살 여자 어린이 750명이 참가 중이었는데요.

새벽에 급격히 불어난 강물이 사실상 '9미터 쓰나미'가 돼 주변 캠프와 오두막을 휩쓸어버렸습니다.

27명이 목숨을 잃었고, 어린이와 상담원 등 여러 명이 실종 상태입니다.

[마이클/실종 어린이 아버지 : "'캠프 미스틱'에서 아이들을 찾고 있어요. 밤새 커빌에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있을 만한 곳을 찾고 있어요. 저 어딘가에 아직 20명 넘게 있습니다."]

캠프 미스틱 운영자인 74살 리처드 이스트랜드도 어린이 3명을 구하려다 함께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스트랜드는 이 캠프를 3대째 물려받아 50년 동안 일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정말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있는 만큼 실종자 수색에도 속도를 내야 할 텐데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현재까지 커 카운티 한 곳에서만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이 160명이 넘는데요.

당국은 헬리콥터와 보트, 드론 등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동원해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레그 애벗/텍사스 주지사 : "그들(실종자 가족)은 아셔야 합니다. 텍사스는 여기 힐 컨트리 사람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 일이 끝날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참사 발생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나 7월 4일이 미국 독립 기념일 연휴라 이 지역에 놀러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여행객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는 탓에 실종자 규모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나무와 쓰레기 잔햇더미, 계속된 악천후로 수색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과 지역민들을 분노하게 한 건 따로 있는데요.

[짐 벌튜노/AP 기자 : "일부 가족들은 홍수가 발생하기 전에 충분한 경고를 받지 못해 분노를 표했습니다."]

[앵커]

대홍수가 예보됐는데, 대피 명령이 없었다는 건가요?

[기자]

네, 위험 지역에 있던 일부 캠프 참여자와 주민들이, 실제 적절한 시점에 대피 명령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이번 일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건데요.

이게 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기관의 인력을 너무 많이 감축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기상청 국립해양대기국 같은 연방 기관이, 홍수 심각성을 정확히 예측하고 대응했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하질 못했다는 겁니다.

당장 민주당은 국립기상청의 인력이 부족했던 것이 인명 피해를 키웠는지 미국 상무부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물난리가 "1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참사일 뿐"이라면서 정부의 인력 감축과는 상관없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번 텍사스 대홍수는 미국의 재난 대비 시스템과 정부의 재난 대응 역량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권애림/영상출처:BBC·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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