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중국은 이렇게 춘절을 맞아서 들떠 있지만 이웃나라 몽골은 춥기만 합니다.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몽골의 노숙자들, 특히 거리로 내몰린 어린이, 청소년들은 이 모진 겨울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까요? 이병도 순회 특파원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3구역의 도로 한 복판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피해 땅 속 맨홀로 잠을 자러 들어온 청소년들입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언제부터 여기 살았어요?) 지금 여기서 산 지 8년 됐어요."
대개는 고아이거나 가출 청소년들입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어떻게 여기서 생활하게 됐어요?) 고아가 됐어요."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왜 집에서 나왔어요?) 부모님이 이혼했어요."
이들이 사는 맨홀 속으로 직접 들어가봤습니다. 현재 바깥의 기온은 영하 20도가 넘는 추운 날씹니다. 하지만 이 맨홀 안은 들어오자마자 안경에 김이 서릴 정도로 따뜻합니다. 이 맨홀 바닥으로 난방용 배관이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난방배관의 따뜻한 기운을 빌려 한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8명이 모여 잠을 잡니다.
<녹취> 뭉근사르 (17살): "(몇 살이에요?) 17살이요.(남녀 함께 지내는데 불편하지 않아요?) 모두 친구니까 괜찮아요. 누가 뭐 얻어오면 같이 나눠 먹고..."
추위는 이렇게라도 피할 수 있지만 배고픔은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 빵과 음료 등 먹을 것을 건네자 단숨에 먹어 치웁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먹는 것은 어떻게 해결해요?) 식당에서 음식 쓰레기 버린 것 먹어요."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집니다.
<녹취> "함부로 들어오면 되냐? 나가라!"
어른 노숙자들이 자기네 구역이라며 이들을 쫓아냅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이렇게 어른들이 자주 와요?) 자주 와요. 어른들이 맨홀에 들어와서 때려요."
배고픔에 시달리고 맨홀에서 쫓겨나는 생활이 거듭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아뇨. 집에 가면 나가라고 쫓아서 가고 싶지 않아요."
노숙자 가족이 살고 있는 또 다른 주택가 맨홀을 찾았습니다. 먹다남은 음식과 물, 두 조각의 빵이 이들 가족의 하루 양식입니다. 이 40대 여성 노숙자는 얼마 전 뜨거운 난방 배관 위에서 잠을 자다 화상을 입었습니다.
<녹취> "뜨거운 스팀에 화상 입었어요. 여기 보세요. 이렇게 화상 입었어요."
맨홀 노숙자들에게 이같은 경우는 다반사, 하지만 돈없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따깁니다.
<녹취> "(아프지 않아요?) 아파요 열나고 밤에 잠도 못자요 열나고 아프고 쑤시고... 병원 가서 연고 하나 받았는데 잘 낫지가 않아요."
몽골에서 맨홀 노숙자가 생겨난 것은 10여년 전 사회주의 붕괴 이후입니다. 시장경제의 바람 속에 물가가 50배 이상 폭등하면서 집 없는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90년대 초 2천 명을 넘었던 노숙자가 현재 200여 명으로 줄었다고 하지만 이는 정부의 통계상 수치일 뿐입니다.
이보다 두 세배는 더 많을 것이란 게 국제 자선단체들의 추산입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노숙자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몽골의 큰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버려지거나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 청소년들이 부랑아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울란바토르 시 외곽에 있는 시립 어린이 복지시설, 4살부터 18살까지의 거리 아이들 150 명이 살고 있습니다. 거리를 떠돌며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돈을 구걸하던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녹취>바트첸겔 (15살): "병모아서 돈벌기도 했고 추울 때 가게 들어가서 몸 녹이고 가게 문닫으면 아파트 현관에 들어가서 몸 녹이고 나와요. 여기 오니까 옷도 깨긋하고 침대도 깨끗하고 너무 좋았어요. 다 키워주고 학교도 보내주고..."
이들에게 거리 생활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아픈 기억일 뿐입니다.
<녹취> 오치르 도르지 (13살): "(맨홀생활은 어땠어요?)따뜻한 것 빼곤 다 나빴어요. 먹을 것도 없고 같이 사는 어른들이 먹을 거 안주고 자기들만 먹고 우리가 스스로 찾아먹었어요. 어른들이 일 시키고 돈 갖다주지 않으면 때렸어요. 그 어른들 피해 다니다가 또 잡혀서 맞았어요."
거리아이들이 이 곳에 오면 처음엔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녹취> 툭스자르갈 (지도교사): "담배 피고 술이나 마약을 하거나 폭행을 자주 당해서 난폭해진 아이들이 오고 그 아이들은 적응에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따뜻한 잠자리와 먹을거리가 제공되는 이곳에서 한 두주 정도면 거의 대부분이 적응한다는 게 시설 측의 설명입니다.
<인터뷰>"(이 그림은 누구죠?) 산타할아버지요!(누가 그렸니?)우리 방 큰 언니요."
난생 처음 음악을 배우고...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마음의 안정도 찾습니다. 재봉과 목공 등 기본적인 직업 교육을 통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문제는 이같은 시설이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몽골에서 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시설은 이 곳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이곳마저도 예산과 시설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시설의 올해 예산은 우리 돈으로 1억 5천만 원 정도, 하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두 배는 더 필요합니다.
<인터뷰>나랑델게르 (교육센터 원장): "수도관이라든지 전기 시스템이 다 낙후됐고 교체하려면 경비가 많이 필요합니다. 이것조차도 할 예산이 우리에겐 없습니다."
맨홀 노숙자들이 좀처럼 줄지 않자 몽골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전국의 빈곤층 어린이 60여만 명에게 매달 3천 원 정도씩 모두 20억 원가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복지 예산이 40억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예산의 한계에 부딪히긴 마찬가집니다.
<녹취>다그바도르 (몽골 사회복지노동부 국장): "가장 어려운 문제점은 역시 재정문젭니다. 모든 하고 싶은 사업이 있어도 돈이 모자라는 거죠. 지금은 필요 예산의 4-5%정도만 확보하는 상황입니다."
몽골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백달러 안팎, 국민 80% 가량이 하루 천원 정도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로 돌아선 지난 15년 동안 어느 정도 경제성장은 이뤘다고 하지만 사회복지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겨울날 땅 속 맨홀과 거리를 떠도는 몽골 노숙자들의 모습은 시장경제로 거듭 나려는 몽골의 고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렇게 춘절을 맞아서 들떠 있지만 이웃나라 몽골은 춥기만 합니다.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몽골의 노숙자들, 특히 거리로 내몰린 어린이, 청소년들은 이 모진 겨울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까요? 이병도 순회 특파원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3구역의 도로 한 복판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피해 땅 속 맨홀로 잠을 자러 들어온 청소년들입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언제부터 여기 살았어요?) 지금 여기서 산 지 8년 됐어요."
대개는 고아이거나 가출 청소년들입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어떻게 여기서 생활하게 됐어요?) 고아가 됐어요."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왜 집에서 나왔어요?) 부모님이 이혼했어요."
이들이 사는 맨홀 속으로 직접 들어가봤습니다. 현재 바깥의 기온은 영하 20도가 넘는 추운 날씹니다. 하지만 이 맨홀 안은 들어오자마자 안경에 김이 서릴 정도로 따뜻합니다. 이 맨홀 바닥으로 난방용 배관이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난방배관의 따뜻한 기운을 빌려 한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8명이 모여 잠을 잡니다.
<녹취> 뭉근사르 (17살): "(몇 살이에요?) 17살이요.(남녀 함께 지내는데 불편하지 않아요?) 모두 친구니까 괜찮아요. 누가 뭐 얻어오면 같이 나눠 먹고..."
추위는 이렇게라도 피할 수 있지만 배고픔은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 빵과 음료 등 먹을 것을 건네자 단숨에 먹어 치웁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먹는 것은 어떻게 해결해요?) 식당에서 음식 쓰레기 버린 것 먹어요."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집니다.
<녹취> "함부로 들어오면 되냐? 나가라!"
어른 노숙자들이 자기네 구역이라며 이들을 쫓아냅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이렇게 어른들이 자주 와요?) 자주 와요. 어른들이 맨홀에 들어와서 때려요."
배고픔에 시달리고 맨홀에서 쫓겨나는 생활이 거듭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아뇨. 집에 가면 나가라고 쫓아서 가고 싶지 않아요."
노숙자 가족이 살고 있는 또 다른 주택가 맨홀을 찾았습니다. 먹다남은 음식과 물, 두 조각의 빵이 이들 가족의 하루 양식입니다. 이 40대 여성 노숙자는 얼마 전 뜨거운 난방 배관 위에서 잠을 자다 화상을 입었습니다.
<녹취> "뜨거운 스팀에 화상 입었어요. 여기 보세요. 이렇게 화상 입었어요."
맨홀 노숙자들에게 이같은 경우는 다반사, 하지만 돈없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따깁니다.
<녹취> "(아프지 않아요?) 아파요 열나고 밤에 잠도 못자요 열나고 아프고 쑤시고... 병원 가서 연고 하나 받았는데 잘 낫지가 않아요."
몽골에서 맨홀 노숙자가 생겨난 것은 10여년 전 사회주의 붕괴 이후입니다. 시장경제의 바람 속에 물가가 50배 이상 폭등하면서 집 없는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90년대 초 2천 명을 넘었던 노숙자가 현재 200여 명으로 줄었다고 하지만 이는 정부의 통계상 수치일 뿐입니다.
이보다 두 세배는 더 많을 것이란 게 국제 자선단체들의 추산입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노숙자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몽골의 큰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버려지거나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 청소년들이 부랑아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울란바토르 시 외곽에 있는 시립 어린이 복지시설, 4살부터 18살까지의 거리 아이들 150 명이 살고 있습니다. 거리를 떠돌며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돈을 구걸하던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녹취>바트첸겔 (15살): "병모아서 돈벌기도 했고 추울 때 가게 들어가서 몸 녹이고 가게 문닫으면 아파트 현관에 들어가서 몸 녹이고 나와요. 여기 오니까 옷도 깨긋하고 침대도 깨끗하고 너무 좋았어요. 다 키워주고 학교도 보내주고..."
이들에게 거리 생활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아픈 기억일 뿐입니다.
<녹취> 오치르 도르지 (13살): "(맨홀생활은 어땠어요?)따뜻한 것 빼곤 다 나빴어요. 먹을 것도 없고 같이 사는 어른들이 먹을 거 안주고 자기들만 먹고 우리가 스스로 찾아먹었어요. 어른들이 일 시키고 돈 갖다주지 않으면 때렸어요. 그 어른들 피해 다니다가 또 잡혀서 맞았어요."
거리아이들이 이 곳에 오면 처음엔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녹취> 툭스자르갈 (지도교사): "담배 피고 술이나 마약을 하거나 폭행을 자주 당해서 난폭해진 아이들이 오고 그 아이들은 적응에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따뜻한 잠자리와 먹을거리가 제공되는 이곳에서 한 두주 정도면 거의 대부분이 적응한다는 게 시설 측의 설명입니다.
<인터뷰>"(이 그림은 누구죠?) 산타할아버지요!(누가 그렸니?)우리 방 큰 언니요."
난생 처음 음악을 배우고...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마음의 안정도 찾습니다. 재봉과 목공 등 기본적인 직업 교육을 통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문제는 이같은 시설이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몽골에서 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시설은 이 곳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이곳마저도 예산과 시설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시설의 올해 예산은 우리 돈으로 1억 5천만 원 정도, 하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두 배는 더 필요합니다.
<인터뷰>나랑델게르 (교육센터 원장): "수도관이라든지 전기 시스템이 다 낙후됐고 교체하려면 경비가 많이 필요합니다. 이것조차도 할 예산이 우리에겐 없습니다."
맨홀 노숙자들이 좀처럼 줄지 않자 몽골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전국의 빈곤층 어린이 60여만 명에게 매달 3천 원 정도씩 모두 20억 원가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복지 예산이 40억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예산의 한계에 부딪히긴 마찬가집니다.
<녹취>다그바도르 (몽골 사회복지노동부 국장): "가장 어려운 문제점은 역시 재정문젭니다. 모든 하고 싶은 사업이 있어도 돈이 모자라는 거죠. 지금은 필요 예산의 4-5%정도만 확보하는 상황입니다."
몽골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백달러 안팎, 국민 80% 가량이 하루 천원 정도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로 돌아선 지난 15년 동안 어느 정도 경제성장은 이뤘다고 하지만 사회복지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겨울날 땅 속 맨홀과 거리를 떠도는 몽골 노숙자들의 모습은 시장경제로 거듭 나려는 몽골의 고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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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맨홀 아이들’ 겨울나기
-
- 입력 2006-01-27 10:14:03
<앵커 멘트>
중국은 이렇게 춘절을 맞아서 들떠 있지만 이웃나라 몽골은 춥기만 합니다.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몽골의 노숙자들, 특히 거리로 내몰린 어린이, 청소년들은 이 모진 겨울을 어디서, 어떻게 보낼까요? 이병도 순회 특파원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3구역의 도로 한 복판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피해 땅 속 맨홀로 잠을 자러 들어온 청소년들입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언제부터 여기 살았어요?) 지금 여기서 산 지 8년 됐어요."
대개는 고아이거나 가출 청소년들입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어떻게 여기서 생활하게 됐어요?) 고아가 됐어요."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왜 집에서 나왔어요?) 부모님이 이혼했어요."
이들이 사는 맨홀 속으로 직접 들어가봤습니다. 현재 바깥의 기온은 영하 20도가 넘는 추운 날씹니다. 하지만 이 맨홀 안은 들어오자마자 안경에 김이 서릴 정도로 따뜻합니다. 이 맨홀 바닥으로 난방용 배관이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난방배관의 따뜻한 기운을 빌려 한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8명이 모여 잠을 잡니다.
<녹취> 뭉근사르 (17살): "(몇 살이에요?) 17살이요.(남녀 함께 지내는데 불편하지 않아요?) 모두 친구니까 괜찮아요. 누가 뭐 얻어오면 같이 나눠 먹고..."
추위는 이렇게라도 피할 수 있지만 배고픔은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 빵과 음료 등 먹을 것을 건네자 단숨에 먹어 치웁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먹는 것은 어떻게 해결해요?) 식당에서 음식 쓰레기 버린 것 먹어요."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집니다.
<녹취> "함부로 들어오면 되냐? 나가라!"
어른 노숙자들이 자기네 구역이라며 이들을 쫓아냅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이렇게 어른들이 자주 와요?) 자주 와요. 어른들이 맨홀에 들어와서 때려요."
배고픔에 시달리고 맨홀에서 쫓겨나는 생활이 거듭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녹취> 맨홀 노숙 청소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아뇨. 집에 가면 나가라고 쫓아서 가고 싶지 않아요."
노숙자 가족이 살고 있는 또 다른 주택가 맨홀을 찾았습니다. 먹다남은 음식과 물, 두 조각의 빵이 이들 가족의 하루 양식입니다. 이 40대 여성 노숙자는 얼마 전 뜨거운 난방 배관 위에서 잠을 자다 화상을 입었습니다.
<녹취> "뜨거운 스팀에 화상 입었어요. 여기 보세요. 이렇게 화상 입었어요."
맨홀 노숙자들에게 이같은 경우는 다반사, 하지만 돈없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따깁니다.
<녹취> "(아프지 않아요?) 아파요 열나고 밤에 잠도 못자요 열나고 아프고 쑤시고... 병원 가서 연고 하나 받았는데 잘 낫지가 않아요."
몽골에서 맨홀 노숙자가 생겨난 것은 10여년 전 사회주의 붕괴 이후입니다. 시장경제의 바람 속에 물가가 50배 이상 폭등하면서 집 없는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90년대 초 2천 명을 넘었던 노숙자가 현재 200여 명으로 줄었다고 하지만 이는 정부의 통계상 수치일 뿐입니다.
이보다 두 세배는 더 많을 것이란 게 국제 자선단체들의 추산입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노숙자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몽골의 큰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버려지거나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 청소년들이 부랑아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울란바토르 시 외곽에 있는 시립 어린이 복지시설, 4살부터 18살까지의 거리 아이들 150 명이 살고 있습니다. 거리를 떠돌며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돈을 구걸하던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녹취>바트첸겔 (15살): "병모아서 돈벌기도 했고 추울 때 가게 들어가서 몸 녹이고 가게 문닫으면 아파트 현관에 들어가서 몸 녹이고 나와요. 여기 오니까 옷도 깨긋하고 침대도 깨끗하고 너무 좋았어요. 다 키워주고 학교도 보내주고..."
이들에게 거리 생활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아픈 기억일 뿐입니다.
<녹취> 오치르 도르지 (13살): "(맨홀생활은 어땠어요?)따뜻한 것 빼곤 다 나빴어요. 먹을 것도 없고 같이 사는 어른들이 먹을 거 안주고 자기들만 먹고 우리가 스스로 찾아먹었어요. 어른들이 일 시키고 돈 갖다주지 않으면 때렸어요. 그 어른들 피해 다니다가 또 잡혀서 맞았어요."
거리아이들이 이 곳에 오면 처음엔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녹취> 툭스자르갈 (지도교사): "담배 피고 술이나 마약을 하거나 폭행을 자주 당해서 난폭해진 아이들이 오고 그 아이들은 적응에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따뜻한 잠자리와 먹을거리가 제공되는 이곳에서 한 두주 정도면 거의 대부분이 적응한다는 게 시설 측의 설명입니다.
<인터뷰>"(이 그림은 누구죠?) 산타할아버지요!(누가 그렸니?)우리 방 큰 언니요."
난생 처음 음악을 배우고...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마음의 안정도 찾습니다. 재봉과 목공 등 기본적인 직업 교육을 통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문제는 이같은 시설이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몽골에서 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시설은 이 곳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이곳마저도 예산과 시설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시설의 올해 예산은 우리 돈으로 1억 5천만 원 정도, 하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두 배는 더 필요합니다.
<인터뷰>나랑델게르 (교육센터 원장): "수도관이라든지 전기 시스템이 다 낙후됐고 교체하려면 경비가 많이 필요합니다. 이것조차도 할 예산이 우리에겐 없습니다."
맨홀 노숙자들이 좀처럼 줄지 않자 몽골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전국의 빈곤층 어린이 60여만 명에게 매달 3천 원 정도씩 모두 20억 원가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복지 예산이 40억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예산의 한계에 부딪히긴 마찬가집니다.
<녹취>다그바도르 (몽골 사회복지노동부 국장): "가장 어려운 문제점은 역시 재정문젭니다. 모든 하고 싶은 사업이 있어도 돈이 모자라는 거죠. 지금은 필요 예산의 4-5%정도만 확보하는 상황입니다."
몽골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백달러 안팎, 국민 80% 가량이 하루 천원 정도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로 돌아선 지난 15년 동안 어느 정도 경제성장은 이뤘다고 하지만 사회복지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겨울날 땅 속 맨홀과 거리를 떠도는 몽골 노숙자들의 모습은 시장경제로 거듭 나려는 몽골의 고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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