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독립국가 되나?

입력 2006.01.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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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기억하시죠? 우리는 이 바르셀로나를 스페인의 제2의 도시로 알고 있습니다만 정작 이 곳 사람들은 카탈루냐의 수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스페인 북동부 지역에 고유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카탈루냐, 오래 전부터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주장해왔는데요, 요즘 카탈루냐인들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 고조되고 있는 분리주의 바람, 오늘은 먼저, 카탈루냐로 가보겠습니다. 김철우 순회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세계 3대 축구 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이 가운데 최고의 라이벌 전은 바로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경깁니다. 매 경기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투우 경기처럼 격렬한 일전을 치룹니다.

더욱 뜨거운 것은 양 팀 관객들의 응원 경쟁... 거의 전쟁 수준입니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꿈꾸는 카탈루냐 인들의 저항과 투쟁 의식에 뿌리를 둔 현상입니다.

<인터뷰>호세 프란시스코(카탈루냐 주민): "축구는 다른 나라처럼 카탈루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기였는데요. 프랑코 독재시대에 카탈루냐말도 못하게하고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축구 경기장에서 더욱 열심히 응원하는 것이죠."

아름다운 항구와 건축물들로 소설가 세르반테스가 유럽의 꽃으로 불렀던 스페인 제 2의 도시 바르셀로나. 이곳을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인구의 70%가 스페인어가 아닌 카탈루냐 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라몬(가탈루냐 주민):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죠. 이 언어에서 출발해 카탈루냐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호세 엔리케(바르셀로나 주민): "우리들은 스페인의 다른 지역과 같이 자신의 습관과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스페인에 속해 있습니다."

특히, 무역과 섬유공업 등이 발달해 경제적 번영을 누렸던 인구 6백여만 명의 카탈루냐.. 스페인 중앙정부와 끝없는 경쟁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느 곳보다 독립의지가 강했던 곳입니다.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직전 카탈루냐 주정부가 내건 선전 문구입니다. 이처럼 올림픽 때 정점에 달했던 카탈루냐 민족주의의 열기는 여전히 계속돼 거리 곳곳에 독립 의지가 묻어납니다. 이곳 바르셀로나 거리 곳곳엔 이처럼 카탈루냐기만 펄럭인 채 스페인 국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르셀로나를 처음 찾는 외국인들은 카탈루냐 국기를 스페인 국기로 착각할 정돕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지난해 10월 카탈루냐의 한 정당이 중심이 돼 새로운 법안이 카탈루냐 주의회에 제출됐습니다. 카탈루냐 지방의 경제단체와 노동조합, 문화, 종교, 스포츠 단체 의견까지 모아 70%가 넘는 지지 속에 만들어진 법안입니다.

<인터뷰>요셉 까롯로비라(카탈루냐 독립당 당수): "카탈루냐 사람의 90%는 카탈루냐가 하나의 독립국가라고 생각합니다.카탈루냐 사람의 90%가 스페인 마드리드와 관계없이 EU와 직접 관계를 맺고 싶어합니다."

카탈루냐 독립을 반대하는 극우파들의 화염병 투척 등 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카탈루냐 의회는 120명 찬성, 15명 반대로 개혁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인터뷰>셉 리우스(바르셀로나 주민): "시대가 바뀌면서 카탈루냐 지방도 새 법이 필요하게 됐죠.부와 권한에 대해서도 지방 정부가 대등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11월 3일 스페인 의회.. 카탈루냐 주의회를 통과한 개혁안을 카탈루냐 의회의 대표자가 제출하면서 여야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자립니다. 12시간 넘는 여야 의원들의 격론 끝에 카탈루냐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개혁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곳 스페인 의회에서 본격 논의 중인 개혁안에는 조세권과 법률 개정권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개혁안은 앞으로 여섯 달 동안의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 되면 카탈루냐는 사실상 독립 국가의 지위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법안이 카탈루냐 지방에 대해 국가란 명칭을 사용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이에 대해 제 1 야당인 민중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총선 승리를 위해 사파테로 현 총리가 카탈루냐 지방에 더 많은 자치권을 주기로 공약을 내 걸어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됐고, 결국 국가가 분열 상태에 놓이게 됐다는 것입니다.

<인터뷰>호르헤 페르난데스 디아스(민중당 사무총장): "카탈루냐 개혁 안의 내용에 있는 국가의 의미는 자주국가를 의미합니다. 개혁안은 위헌이란 뜻이죠."

이에 대해 여당은 카탈루냐 개혁안이 국가로 독립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방 정부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발의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인터뷰>엘리센다 말라레 가르시아(사회당 의원): "카탈루냐 개혁안은 독립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스페인과의 단결을 더 굳건히 하겠다는 것이죠. 카탈루냐는 정치, 경제, 사회, 복지 분야에서 스페인과 더 가까워지길 원하는 것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오는 7월 카탈루냐 개혁안은 여야의 의견을 종합해 스페인 의회를 통과하고 카탈루냐 주민 투표를 거쳐 확정됩니다. 10년 넘게 전 세계 110 여개의 단체를 상대로 카탈루냐 자주독립의 필요성을 홍보해 했던 이 시민단체는 더욱 바빠졌습니다. 카탈루냐 개혁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각 단체의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몬세 마리(카탈루냐 해외 알림이 대표): "카탈루냐 개혁안은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유와 자주를 보다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카탈루냐의 완전한 분리 독립을 외쳤던 예전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대신 많은 지식인들과 주민들은 스페인 안에서 독립적인 정부로 카탈루냐의 입지를 견고히 다져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카탈루냐의 많은 사람들은 중앙정부나 다른 지역과의 극한 대립보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현실 노선을 택했습니다.

이 같은 방법이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방으로 번영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카탈루냐의 개혁안 논의는 바스크 분리독립주의자들을 크게 자극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스크 민족주의 단체 중 과격한 테러 활동으로 세계 이목을 끌었던 에따는 지난달 모든 폭력 활동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폭력을 통한 분립독립 주장보다는 카탈루냐와 같이 법률 개정을 통한 자치권 확대 등을 주장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공존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개혁안과 맞물려 카탈루냐가 어떤 형태로 변모하는 지에 따라 스페인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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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카탈루냐’ 독립국가 되나?
    • 입력 2006-01-27 10:14:3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기억하시죠? 우리는 이 바르셀로나를 스페인의 제2의 도시로 알고 있습니다만 정작 이 곳 사람들은 카탈루냐의 수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스페인 북동부 지역에 고유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카탈루냐, 오래 전부터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주장해왔는데요, 요즘 카탈루냐인들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 고조되고 있는 분리주의 바람, 오늘은 먼저, 카탈루냐로 가보겠습니다. 김철우 순회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세계 3대 축구 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이 가운데 최고의 라이벌 전은 바로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경깁니다. 매 경기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투우 경기처럼 격렬한 일전을 치룹니다. 더욱 뜨거운 것은 양 팀 관객들의 응원 경쟁... 거의 전쟁 수준입니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꿈꾸는 카탈루냐 인들의 저항과 투쟁 의식에 뿌리를 둔 현상입니다. <인터뷰>호세 프란시스코(카탈루냐 주민): "축구는 다른 나라처럼 카탈루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기였는데요. 프랑코 독재시대에 카탈루냐말도 못하게하고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축구 경기장에서 더욱 열심히 응원하는 것이죠." 아름다운 항구와 건축물들로 소설가 세르반테스가 유럽의 꽃으로 불렀던 스페인 제 2의 도시 바르셀로나. 이곳을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인구의 70%가 스페인어가 아닌 카탈루냐 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라몬(가탈루냐 주민):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죠. 이 언어에서 출발해 카탈루냐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호세 엔리케(바르셀로나 주민): "우리들은 스페인의 다른 지역과 같이 자신의 습관과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스페인에 속해 있습니다." 특히, 무역과 섬유공업 등이 발달해 경제적 번영을 누렸던 인구 6백여만 명의 카탈루냐.. 스페인 중앙정부와 끝없는 경쟁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느 곳보다 독립의지가 강했던 곳입니다.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직전 카탈루냐 주정부가 내건 선전 문구입니다. 이처럼 올림픽 때 정점에 달했던 카탈루냐 민족주의의 열기는 여전히 계속돼 거리 곳곳에 독립 의지가 묻어납니다. 이곳 바르셀로나 거리 곳곳엔 이처럼 카탈루냐기만 펄럭인 채 스페인 국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르셀로나를 처음 찾는 외국인들은 카탈루냐 국기를 스페인 국기로 착각할 정돕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지난해 10월 카탈루냐의 한 정당이 중심이 돼 새로운 법안이 카탈루냐 주의회에 제출됐습니다. 카탈루냐 지방의 경제단체와 노동조합, 문화, 종교, 스포츠 단체 의견까지 모아 70%가 넘는 지지 속에 만들어진 법안입니다. <인터뷰>요셉 까롯로비라(카탈루냐 독립당 당수): "카탈루냐 사람의 90%는 카탈루냐가 하나의 독립국가라고 생각합니다.카탈루냐 사람의 90%가 스페인 마드리드와 관계없이 EU와 직접 관계를 맺고 싶어합니다." 카탈루냐 독립을 반대하는 극우파들의 화염병 투척 등 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카탈루냐 의회는 120명 찬성, 15명 반대로 개혁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인터뷰>셉 리우스(바르셀로나 주민): "시대가 바뀌면서 카탈루냐 지방도 새 법이 필요하게 됐죠.부와 권한에 대해서도 지방 정부가 대등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11월 3일 스페인 의회.. 카탈루냐 주의회를 통과한 개혁안을 카탈루냐 의회의 대표자가 제출하면서 여야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자립니다. 12시간 넘는 여야 의원들의 격론 끝에 카탈루냐의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개혁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곳 스페인 의회에서 본격 논의 중인 개혁안에는 조세권과 법률 개정권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개혁안은 앞으로 여섯 달 동안의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 되면 카탈루냐는 사실상 독립 국가의 지위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법안이 카탈루냐 지방에 대해 국가란 명칭을 사용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이에 대해 제 1 야당인 민중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총선 승리를 위해 사파테로 현 총리가 카탈루냐 지방에 더 많은 자치권을 주기로 공약을 내 걸어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됐고, 결국 국가가 분열 상태에 놓이게 됐다는 것입니다. <인터뷰>호르헤 페르난데스 디아스(민중당 사무총장): "카탈루냐 개혁 안의 내용에 있는 국가의 의미는 자주국가를 의미합니다. 개혁안은 위헌이란 뜻이죠." 이에 대해 여당은 카탈루냐 개혁안이 국가로 독립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방 정부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발의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인터뷰>엘리센다 말라레 가르시아(사회당 의원): "카탈루냐 개혁안은 독립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스페인과의 단결을 더 굳건히 하겠다는 것이죠. 카탈루냐는 정치, 경제, 사회, 복지 분야에서 스페인과 더 가까워지길 원하는 것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오는 7월 카탈루냐 개혁안은 여야의 의견을 종합해 스페인 의회를 통과하고 카탈루냐 주민 투표를 거쳐 확정됩니다. 10년 넘게 전 세계 110 여개의 단체를 상대로 카탈루냐 자주독립의 필요성을 홍보해 했던 이 시민단체는 더욱 바빠졌습니다. 카탈루냐 개혁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각 단체의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몬세 마리(카탈루냐 해외 알림이 대표): "카탈루냐 개혁안은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유와 자주를 보다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카탈루냐의 완전한 분리 독립을 외쳤던 예전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대신 많은 지식인들과 주민들은 스페인 안에서 독립적인 정부로 카탈루냐의 입지를 견고히 다져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카탈루냐의 많은 사람들은 중앙정부나 다른 지역과의 극한 대립보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현실 노선을 택했습니다. 이 같은 방법이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방으로 번영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카탈루냐의 개혁안 논의는 바스크 분리독립주의자들을 크게 자극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스크 민족주의 단체 중 과격한 테러 활동으로 세계 이목을 끌었던 에따는 지난달 모든 폭력 활동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폭력을 통한 분립독립 주장보다는 카탈루냐와 같이 법률 개정을 통한 자치권 확대 등을 주장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공존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개혁안과 맞물려 카탈루냐가 어떤 형태로 변모하는 지에 따라 스페인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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