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이게 다 잘못된 지도 1장 탓?…‘118년 악연’ 태국·캄보디아
입력 2025.07.30 (15:31)
수정 2025.07.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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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무력 충돌한 태국과 캄보디아가 어제 새벽 0시를 기해 휴전에 들어가면서 진정 국면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교전 당시 상황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네, 현지 시각 태국 동부와 캄보디아 북부 두 나라가 맞닿은 국경에서 지난주죠, 24일 교전이 시작됐는데요.
양국 모두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폭격을 주고받는 바람에 민간인 피해가 커졌습니다.
교전이 시작된 당시, 태국 동부 수린주입니다.
아이들과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기 시작하는데요.
마을 곳곳에 총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주민들은 비좁은 방공호에 간신히 대피한 모습입니다.
교전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한 주유소 편의점도 캄보디아의 폭격에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태국인 프라찬은 이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 간 아내와 두 자녀를 모두 잃었습니다.
[콤산 프라찬/양국 교전 피해자 : "제가 주차를 하고 아내가 차에서 나온 지 1~2분 정도 지났을 때 폭발음을 들었어요. 그리고 모든 게 사라졌습니다."]
전투기까지 동원해 닷새 동안 교전을 이어가면서, 양국에서 목숨을 잃은 민간인과 군인 등은 모두 35명입니다.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벌어졌던 분쟁 사망자 28명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또 140명 이상이 다쳤고 26만 명 정도가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앵커]
무력 갈등이 상당히 심각했는데, 닷새째 되는 날 전격적으로 휴전했어요.
어떻게 이게 가능했던 거죠?
[기자]
네, 무력 충돌이 격화되자 일단 주변국들이 발 벗고 나섰는데요.
태국과 캄보디아가 속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아세안의 올해 의장국이 말레이시아인데, 그래서 말레이시아 이브라힘 총리가 중재를 주도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스스로를 '평화 중재자'라고 자처하는 이 사람 역시 빠질 수 없겠죠.
태국의 동맹국인 미국, 정확히는 트럼프 대통령도 중재에 나섰습니다.
지난 주말 양국 정상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서 휴전하라고 말하면서, 관세 카드를 빼 들었습니다.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을 멈추고, 예고한 대로 각각 36%의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건데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27일 : "그들(양국)은 싸우고 있습니다. 아주 거칠게요. 두 총리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야기를 끝낼 때쯤 그들이 이제 합의하길 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양국은 교전을 시작한 지 닷새째 날에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28일 전격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양국 충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순식간에 격화됐을까 싶거든요.
양국 갈등에 또 다른 내막이 있을까요?
[기자]
네,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태국과 캄보디아 역시 서로에게 오랜 적대감과 분노가 쌓여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분쟁의 기원은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04년 캄보디아를 지배하던 프랑스는 당시 시암 왕국이었던 태국과 국경 조약을 맺습니다.
이때 두 나라 국경 지대에 있는 쁘레아비히어르 사원을 태국 영토에 넣는데요.
문제는 3년 뒤인 1907년, 프랑스가 국경 지도를 만들면서, 측량 실수로 이 사원을 캄보디아 영토로 표시합니다.
태국은 수십 년 뒤 오류를 발견했고요.
1954년 이 사원을 무력으로 점령했는데요.
국제사법재판소에 두 번이나 간 끝에 이 사원은 결국 캄보디아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이 사원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태국, 자국 문화재라는 캄보디아,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 보니 산발적인 교전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잘못 만들어진 지도 한 장이 118년 악연을 불러온 것이죠.
그래도 2011년 충돌을 마지막으로 양국은 10여 년 동안 평화를 유지해 왔는데요.
지난 5월 또다시 이 사원 근처 국경 지대에서 교전이 일어나면서 갈등 조짐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더니 6월에는 사태 해결을 위해서 통화에 나섰던 양국의 권력자들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는데요.
태국 총리가 국경 지대를 담당하는 태국군 사령관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한 걸 캄보디아 쪽에서 사실상 유출해 버리면서, 양국 사이는 더 나빠졌습니다.
[앵커]
이렇게 서로 으르렁댄다면, 사실 휴전을 약속했다고 해도 언제든 다시 충돌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언제든지가 아니라 이미 충돌 기미가 보인다, 이렇게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두 나라가 어제 새벽 0시에 휴전에 돌입했는데, 캄보디아가 여전히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이 벌써 나왔습니다.
[품탐 웨차야차이/태국 총리 권한 대행 : "캄보디아군은 합의된 휴전 시한 이후에도 태국 국경 지대 여러 지역에 지속적이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함으로써 합의를 위반했습니다."]
태국 당국은 벌써 이건 합의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캄보디아 당국은 무력 충돌은 아예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어느 쪽이든 또다시 맞서는 순간 교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휴전 협정은 잠정적이고 취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중론입니다.
영상편집:이은빈 추예빈/자료조사:권애림/영상출처:@Cambodia_Kingdom_of_Wonder (유튜브)
최근 무력 충돌한 태국과 캄보디아가 어제 새벽 0시를 기해 휴전에 들어가면서 진정 국면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교전 당시 상황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네, 현지 시각 태국 동부와 캄보디아 북부 두 나라가 맞닿은 국경에서 지난주죠, 24일 교전이 시작됐는데요.
양국 모두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폭격을 주고받는 바람에 민간인 피해가 커졌습니다.
교전이 시작된 당시, 태국 동부 수린주입니다.
아이들과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기 시작하는데요.
마을 곳곳에 총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주민들은 비좁은 방공호에 간신히 대피한 모습입니다.
교전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한 주유소 편의점도 캄보디아의 폭격에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태국인 프라찬은 이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 간 아내와 두 자녀를 모두 잃었습니다.
[콤산 프라찬/양국 교전 피해자 : "제가 주차를 하고 아내가 차에서 나온 지 1~2분 정도 지났을 때 폭발음을 들었어요. 그리고 모든 게 사라졌습니다."]
전투기까지 동원해 닷새 동안 교전을 이어가면서, 양국에서 목숨을 잃은 민간인과 군인 등은 모두 35명입니다.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벌어졌던 분쟁 사망자 28명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또 140명 이상이 다쳤고 26만 명 정도가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앵커]
무력 갈등이 상당히 심각했는데, 닷새째 되는 날 전격적으로 휴전했어요.
어떻게 이게 가능했던 거죠?
[기자]
네, 무력 충돌이 격화되자 일단 주변국들이 발 벗고 나섰는데요.
태국과 캄보디아가 속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아세안의 올해 의장국이 말레이시아인데, 그래서 말레이시아 이브라힘 총리가 중재를 주도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스스로를 '평화 중재자'라고 자처하는 이 사람 역시 빠질 수 없겠죠.
태국의 동맹국인 미국, 정확히는 트럼프 대통령도 중재에 나섰습니다.
지난 주말 양국 정상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서 휴전하라고 말하면서, 관세 카드를 빼 들었습니다.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을 멈추고, 예고한 대로 각각 36%의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건데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27일 : "그들(양국)은 싸우고 있습니다. 아주 거칠게요. 두 총리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야기를 끝낼 때쯤 그들이 이제 합의하길 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양국은 교전을 시작한 지 닷새째 날에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28일 전격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양국 충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순식간에 격화됐을까 싶거든요.
양국 갈등에 또 다른 내막이 있을까요?
[기자]
네,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태국과 캄보디아 역시 서로에게 오랜 적대감과 분노가 쌓여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분쟁의 기원은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04년 캄보디아를 지배하던 프랑스는 당시 시암 왕국이었던 태국과 국경 조약을 맺습니다.
이때 두 나라 국경 지대에 있는 쁘레아비히어르 사원을 태국 영토에 넣는데요.
문제는 3년 뒤인 1907년, 프랑스가 국경 지도를 만들면서, 측량 실수로 이 사원을 캄보디아 영토로 표시합니다.
태국은 수십 년 뒤 오류를 발견했고요.
1954년 이 사원을 무력으로 점령했는데요.
국제사법재판소에 두 번이나 간 끝에 이 사원은 결국 캄보디아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이 사원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태국, 자국 문화재라는 캄보디아,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 보니 산발적인 교전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잘못 만들어진 지도 한 장이 118년 악연을 불러온 것이죠.
그래도 2011년 충돌을 마지막으로 양국은 10여 년 동안 평화를 유지해 왔는데요.
지난 5월 또다시 이 사원 근처 국경 지대에서 교전이 일어나면서 갈등 조짐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더니 6월에는 사태 해결을 위해서 통화에 나섰던 양국의 권력자들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는데요.
태국 총리가 국경 지대를 담당하는 태국군 사령관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한 걸 캄보디아 쪽에서 사실상 유출해 버리면서, 양국 사이는 더 나빠졌습니다.
[앵커]
이렇게 서로 으르렁댄다면, 사실 휴전을 약속했다고 해도 언제든 다시 충돌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언제든지가 아니라 이미 충돌 기미가 보인다, 이렇게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두 나라가 어제 새벽 0시에 휴전에 돌입했는데, 캄보디아가 여전히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이 벌써 나왔습니다.
[품탐 웨차야차이/태국 총리 권한 대행 : "캄보디아군은 합의된 휴전 시한 이후에도 태국 국경 지대 여러 지역에 지속적이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함으로써 합의를 위반했습니다."]
태국 당국은 벌써 이건 합의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캄보디아 당국은 무력 충돌은 아예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어느 쪽이든 또다시 맞서는 순간 교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휴전 협정은 잠정적이고 취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중론입니다.
영상편집:이은빈 추예빈/자료조사:권애림/영상출처:@Cambodia_Kingdom_of_Wonder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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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7-30 15:31:42
- 수정2025-07-30 15:37:10

[앵커]
최근 무력 충돌한 태국과 캄보디아가 어제 새벽 0시를 기해 휴전에 들어가면서 진정 국면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교전 당시 상황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네, 현지 시각 태국 동부와 캄보디아 북부 두 나라가 맞닿은 국경에서 지난주죠, 24일 교전이 시작됐는데요.
양국 모두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폭격을 주고받는 바람에 민간인 피해가 커졌습니다.
교전이 시작된 당시, 태국 동부 수린주입니다.
아이들과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기 시작하는데요.
마을 곳곳에 총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주민들은 비좁은 방공호에 간신히 대피한 모습입니다.
교전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한 주유소 편의점도 캄보디아의 폭격에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태국인 프라찬은 이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 간 아내와 두 자녀를 모두 잃었습니다.
[콤산 프라찬/양국 교전 피해자 : "제가 주차를 하고 아내가 차에서 나온 지 1~2분 정도 지났을 때 폭발음을 들었어요. 그리고 모든 게 사라졌습니다."]
전투기까지 동원해 닷새 동안 교전을 이어가면서, 양국에서 목숨을 잃은 민간인과 군인 등은 모두 35명입니다.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벌어졌던 분쟁 사망자 28명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또 140명 이상이 다쳤고 26만 명 정도가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앵커]
무력 갈등이 상당히 심각했는데, 닷새째 되는 날 전격적으로 휴전했어요.
어떻게 이게 가능했던 거죠?
[기자]
네, 무력 충돌이 격화되자 일단 주변국들이 발 벗고 나섰는데요.
태국과 캄보디아가 속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아세안의 올해 의장국이 말레이시아인데, 그래서 말레이시아 이브라힘 총리가 중재를 주도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스스로를 '평화 중재자'라고 자처하는 이 사람 역시 빠질 수 없겠죠.
태국의 동맹국인 미국, 정확히는 트럼프 대통령도 중재에 나섰습니다.
지난 주말 양국 정상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서 휴전하라고 말하면서, 관세 카드를 빼 들었습니다.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을 멈추고, 예고한 대로 각각 36%의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건데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27일 : "그들(양국)은 싸우고 있습니다. 아주 거칠게요. 두 총리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야기를 끝낼 때쯤 그들이 이제 합의하길 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양국은 교전을 시작한 지 닷새째 날에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28일 전격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양국 충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순식간에 격화됐을까 싶거든요.
양국 갈등에 또 다른 내막이 있을까요?
[기자]
네,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태국과 캄보디아 역시 서로에게 오랜 적대감과 분노가 쌓여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분쟁의 기원은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04년 캄보디아를 지배하던 프랑스는 당시 시암 왕국이었던 태국과 국경 조약을 맺습니다.
이때 두 나라 국경 지대에 있는 쁘레아비히어르 사원을 태국 영토에 넣는데요.
문제는 3년 뒤인 1907년, 프랑스가 국경 지도를 만들면서, 측량 실수로 이 사원을 캄보디아 영토로 표시합니다.
태국은 수십 년 뒤 오류를 발견했고요.
1954년 이 사원을 무력으로 점령했는데요.
국제사법재판소에 두 번이나 간 끝에 이 사원은 결국 캄보디아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이 사원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태국, 자국 문화재라는 캄보디아,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 보니 산발적인 교전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잘못 만들어진 지도 한 장이 118년 악연을 불러온 것이죠.
그래도 2011년 충돌을 마지막으로 양국은 10여 년 동안 평화를 유지해 왔는데요.
지난 5월 또다시 이 사원 근처 국경 지대에서 교전이 일어나면서 갈등 조짐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더니 6월에는 사태 해결을 위해서 통화에 나섰던 양국의 권력자들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는데요.
태국 총리가 국경 지대를 담당하는 태국군 사령관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한 걸 캄보디아 쪽에서 사실상 유출해 버리면서, 양국 사이는 더 나빠졌습니다.
[앵커]
이렇게 서로 으르렁댄다면, 사실 휴전을 약속했다고 해도 언제든 다시 충돌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언제든지가 아니라 이미 충돌 기미가 보인다, 이렇게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두 나라가 어제 새벽 0시에 휴전에 돌입했는데, 캄보디아가 여전히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이 벌써 나왔습니다.
[품탐 웨차야차이/태국 총리 권한 대행 : "캄보디아군은 합의된 휴전 시한 이후에도 태국 국경 지대 여러 지역에 지속적이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함으로써 합의를 위반했습니다."]
태국 당국은 벌써 이건 합의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캄보디아 당국은 무력 충돌은 아예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어느 쪽이든 또다시 맞서는 순간 교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휴전 협정은 잠정적이고 취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중론입니다.
영상편집:이은빈 추예빈/자료조사:권애림/영상출처:@Cambodia_Kingdom_of_Wonder (유튜브)
최근 무력 충돌한 태국과 캄보디아가 어제 새벽 0시를 기해 휴전에 들어가면서 진정 국면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교전 당시 상황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네, 현지 시각 태국 동부와 캄보디아 북부 두 나라가 맞닿은 국경에서 지난주죠, 24일 교전이 시작됐는데요.
양국 모두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폭격을 주고받는 바람에 민간인 피해가 커졌습니다.
교전이 시작된 당시, 태국 동부 수린주입니다.
아이들과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기 시작하는데요.
마을 곳곳에 총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주민들은 비좁은 방공호에 간신히 대피한 모습입니다.
교전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한 주유소 편의점도 캄보디아의 폭격에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태국인 프라찬은 이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 간 아내와 두 자녀를 모두 잃었습니다.
[콤산 프라찬/양국 교전 피해자 : "제가 주차를 하고 아내가 차에서 나온 지 1~2분 정도 지났을 때 폭발음을 들었어요. 그리고 모든 게 사라졌습니다."]
전투기까지 동원해 닷새 동안 교전을 이어가면서, 양국에서 목숨을 잃은 민간인과 군인 등은 모두 35명입니다.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벌어졌던 분쟁 사망자 28명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또 140명 이상이 다쳤고 26만 명 정도가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앵커]
무력 갈등이 상당히 심각했는데, 닷새째 되는 날 전격적으로 휴전했어요.
어떻게 이게 가능했던 거죠?
[기자]
네, 무력 충돌이 격화되자 일단 주변국들이 발 벗고 나섰는데요.
태국과 캄보디아가 속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아세안의 올해 의장국이 말레이시아인데, 그래서 말레이시아 이브라힘 총리가 중재를 주도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스스로를 '평화 중재자'라고 자처하는 이 사람 역시 빠질 수 없겠죠.
태국의 동맹국인 미국, 정확히는 트럼프 대통령도 중재에 나섰습니다.
지난 주말 양국 정상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서 휴전하라고 말하면서, 관세 카드를 빼 들었습니다.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을 멈추고, 예고한 대로 각각 36%의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건데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27일 : "그들(양국)은 싸우고 있습니다. 아주 거칠게요. 두 총리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야기를 끝낼 때쯤 그들이 이제 합의하길 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양국은 교전을 시작한 지 닷새째 날에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28일 전격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양국 충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순식간에 격화됐을까 싶거든요.
양국 갈등에 또 다른 내막이 있을까요?
[기자]
네,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태국과 캄보디아 역시 서로에게 오랜 적대감과 분노가 쌓여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분쟁의 기원은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04년 캄보디아를 지배하던 프랑스는 당시 시암 왕국이었던 태국과 국경 조약을 맺습니다.
이때 두 나라 국경 지대에 있는 쁘레아비히어르 사원을 태국 영토에 넣는데요.
문제는 3년 뒤인 1907년, 프랑스가 국경 지도를 만들면서, 측량 실수로 이 사원을 캄보디아 영토로 표시합니다.
태국은 수십 년 뒤 오류를 발견했고요.
1954년 이 사원을 무력으로 점령했는데요.
국제사법재판소에 두 번이나 간 끝에 이 사원은 결국 캄보디아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이 사원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태국, 자국 문화재라는 캄보디아,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 보니 산발적인 교전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잘못 만들어진 지도 한 장이 118년 악연을 불러온 것이죠.
그래도 2011년 충돌을 마지막으로 양국은 10여 년 동안 평화를 유지해 왔는데요.
지난 5월 또다시 이 사원 근처 국경 지대에서 교전이 일어나면서 갈등 조짐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더니 6월에는 사태 해결을 위해서 통화에 나섰던 양국의 권력자들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는데요.
태국 총리가 국경 지대를 담당하는 태국군 사령관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한 걸 캄보디아 쪽에서 사실상 유출해 버리면서, 양국 사이는 더 나빠졌습니다.
[앵커]
이렇게 서로 으르렁댄다면, 사실 휴전을 약속했다고 해도 언제든 다시 충돌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언제든지가 아니라 이미 충돌 기미가 보인다, 이렇게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두 나라가 어제 새벽 0시에 휴전에 돌입했는데, 캄보디아가 여전히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이 벌써 나왔습니다.
[품탐 웨차야차이/태국 총리 권한 대행 : "캄보디아군은 합의된 휴전 시한 이후에도 태국 국경 지대 여러 지역에 지속적이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함으로써 합의를 위반했습니다."]
태국 당국은 벌써 이건 합의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캄보디아 당국은 무력 충돌은 아예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어느 쪽이든 또다시 맞서는 순간 교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휴전 협정은 잠정적이고 취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중론입니다.
영상편집:이은빈 추예빈/자료조사:권애림/영상출처:@Cambodia_Kingdom_of_Wonder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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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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