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전남 함평에 요란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함평에 설치된 기상청의 AWS(자동관측기기)가 고장 나 자료 전송이 끊기기도 했습니다. 수리 과정에서 당시 강수 자료가 확보됐는데, 여기에 기록된 강수량은 1시간에 147.5mm였습니다. 근래 가장 강한 비로 평가받는 지난해 7월 전북 군산 어청도의 시간당 146mm를 넘어선 것입니다. 이에 다수 언론은 함평에 내린 비를 '역대 최강 폭우'라고 보도했습니다.
■부산·전남 구례·제주 등 곳곳에 더 강한 비 있었다
하지만 더 강한 비가 내린 적이 있습니다. 23년 전 이맘때 부산 영도에는 1시간 동안 162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당시 기상 자료를 보면 남서쪽에서 계속해서 비구름이 들어왔고, 산을 끼고 있는 지형의 영향으로 더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당시 폭우 상황은 KBS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산뿐만 아니라 남부 지방에 며칠째 계속된 호우로 낙동강 유역 마을이 물에 잠겼고, 산사태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축대가 무너지면서 산에서 쏟아져 내린 바위와 흙이 집 전체를 덮쳤습니다. 1시간에 160mm, 오늘 하루 460mm가 넘는 폭우가 만들어낸 상처입니다." -2002년 8월 9일 KBS 9시 뉴스 |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남 구례에도 1시간 동안 151.5mm의 폭우가 쏟아진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지리산 기습 폭우' 때입니다. 당시 보도를 살펴보면 7월 31일에서 8월 1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서쪽에서 들어오는 비구름이 지리산에 부딪히며 폭우가 쏟아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틀 동안 지리산 부근에만 평균 200mm 이상, 전남 구례에는 316mm의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밤사이 폭우로 계곡물이 급격히 불어나 야영객 인명 피해가 컸고, 산사태와 침수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지리산 일대는 어젯밤 시간당 70mm가 넘는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마치 양동이로 쏟아붓는 듯 거센 비가 내리면서 계곡물은 순식간에 불어났고,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던 등산객들은 미처 대피할 틈도 없이 텐트와 함께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습니다." -1998년 8월 1일 KBS 9시 뉴스 |

제주 산지에는 태풍 '차바'가 덮쳤던 2016년 10월에 시간당 173.5mm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역대 최강'이라고 최근 보도된 함평 폭우를 뛰어넘는 비가 적어도 세 번은 있었던 겁니다. KBS 취재진이 지난 30년 간의 관측 자료를 검색한 결과입니다.

■ 더 강한 비 기록 있는데…'역대 최강' 붙여진 이유는?
이렇게 더 강한 비 기록이 있는데도 함평 폭우가 '역대 최강'이 된 데는 우선 기상 관측 자료 관리의 문제가 있습니다.
기상청의 관측은 ①기후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관측'과 ②기후적 특성을 반영할 수 없지만 '방재 목적을 가진 관측'으로 나뉩니다. ①은 최소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자리에서 관측이 수행돼 평년값이나 극값 기록 등 통계에 사용되지만, ②의 경우는 호우특보 발령 등을 위해 관측지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일 뿐 통계에는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② 관측들에 대해선 극값이나 순위 기록 역시 정리된 게 없습니다. 전남 함평, 전북 군산 어청도 기록과 앞서 취재진이 찾아낸 부산 영도와 전남 구례 기록 역시 ② 관측에 속합니다. 취재진은 과거 30년 치 관측을 검색했지만, 더 긴 기간을 검색해 보면 추가로 '역대 최강' 폭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기상청은 언론에 ② 관측 내용에 대해 설명할 때 '순위 비교' 등에는 쓸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은 무책임하게 '역대 최강'을 붙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상청도 차제에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방재 목적 관측에 대한 기록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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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강’ 폭우라더니…진짜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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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8-08 06:00:39

지난 3일 전남 함평에 요란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함평에 설치된 기상청의 AWS(자동관측기기)가 고장 나 자료 전송이 끊기기도 했습니다. 수리 과정에서 당시 강수 자료가 확보됐는데, 여기에 기록된 강수량은 1시간에 147.5mm였습니다. 근래 가장 강한 비로 평가받는 지난해 7월 전북 군산 어청도의 시간당 146mm를 넘어선 것입니다. 이에 다수 언론은 함평에 내린 비를 '역대 최강 폭우'라고 보도했습니다.
■부산·전남 구례·제주 등 곳곳에 더 강한 비 있었다
하지만 더 강한 비가 내린 적이 있습니다. 23년 전 이맘때 부산 영도에는 1시간 동안 162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당시 기상 자료를 보면 남서쪽에서 계속해서 비구름이 들어왔고, 산을 끼고 있는 지형의 영향으로 더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당시 폭우 상황은 KBS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산뿐만 아니라 남부 지방에 며칠째 계속된 호우로 낙동강 유역 마을이 물에 잠겼고, 산사태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축대가 무너지면서 산에서 쏟아져 내린 바위와 흙이 집 전체를 덮쳤습니다. 1시간에 160mm, 오늘 하루 460mm가 넘는 폭우가 만들어낸 상처입니다." -2002년 8월 9일 KBS 9시 뉴스 |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남 구례에도 1시간 동안 151.5mm의 폭우가 쏟아진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지리산 기습 폭우' 때입니다. 당시 보도를 살펴보면 7월 31일에서 8월 1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서쪽에서 들어오는 비구름이 지리산에 부딪히며 폭우가 쏟아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틀 동안 지리산 부근에만 평균 200mm 이상, 전남 구례에는 316mm의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밤사이 폭우로 계곡물이 급격히 불어나 야영객 인명 피해가 컸고, 산사태와 침수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지리산 일대는 어젯밤 시간당 70mm가 넘는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마치 양동이로 쏟아붓는 듯 거센 비가 내리면서 계곡물은 순식간에 불어났고,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던 등산객들은 미처 대피할 틈도 없이 텐트와 함께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습니다." -1998년 8월 1일 KBS 9시 뉴스 |

제주 산지에는 태풍 '차바'가 덮쳤던 2016년 10월에 시간당 173.5mm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역대 최강'이라고 최근 보도된 함평 폭우를 뛰어넘는 비가 적어도 세 번은 있었던 겁니다. KBS 취재진이 지난 30년 간의 관측 자료를 검색한 결과입니다.

■ 더 강한 비 기록 있는데…'역대 최강' 붙여진 이유는?
이렇게 더 강한 비 기록이 있는데도 함평 폭우가 '역대 최강'이 된 데는 우선 기상 관측 자료 관리의 문제가 있습니다.
기상청의 관측은 ①기후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관측'과 ②기후적 특성을 반영할 수 없지만 '방재 목적을 가진 관측'으로 나뉩니다. ①은 최소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자리에서 관측이 수행돼 평년값이나 극값 기록 등 통계에 사용되지만, ②의 경우는 호우특보 발령 등을 위해 관측지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일 뿐 통계에는 반영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② 관측들에 대해선 극값이나 순위 기록 역시 정리된 게 없습니다. 전남 함평, 전북 군산 어청도 기록과 앞서 취재진이 찾아낸 부산 영도와 전남 구례 기록 역시 ② 관측에 속합니다. 취재진은 과거 30년 치 관측을 검색했지만, 더 긴 기간을 검색해 보면 추가로 '역대 최강' 폭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기상청은 언론에 ② 관측 내용에 대해 설명할 때 '순위 비교' 등에는 쓸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은 무책임하게 '역대 최강'을 붙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상청도 차제에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방재 목적 관측에 대한 기록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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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 기자 weat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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