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돌아온 한일 ‘셔틀 외교’…미 통상·안보 압박 속 협력 모색

입력 2025.08.25 (15:19) 수정 2025.08.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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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일본에서도 가장 큰 이슈는 바로 한일 정상회담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는 경제와 안보 각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는데요.

월드이슈에서 박원기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본 측은 이번 회담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죠?

[기자]

네 한국의 대통령이 셔틀 외교 재개를 선언하며 취임 이후 동맹국인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방문한 데 대해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시바 총리 또한 '역사적 방문'이라며 반겼습니다.

[이시바 시게루/일본 총리/23일 : "(1965년) 수교 이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한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올해 그와 같은 역사적 방문으로서 이재명 대통령님을 모시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두 정상은 도쿄 총리관저에서 113분간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언론발표문을 내놓았는데요.

여기엔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협력을 비롯해 글로벌 협력과 미래산업 협력, 인적교류 확대 등 5가지 합의 사항이 담겼습니다.

두 정상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인 공동 이익을 위해 협력해 가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상회담 이후에 한일 양국이 합의된 문서 형태로 같은 메시지를 내놓은 건 2008년 이후 17년 만입니다.

[앵커]

이처럼 두 정상이 긴밀하게 협력하게 된 배경은 뭘까요?

[기자]

네, 한국이나 일본이나 최근 미국발 관세 전쟁과 미국의 국방비 지출 증액 요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압박 문제를 주요 의제로 꺼내며 여러 질문을 했다고 하고요.

이에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정상회담했던 경험을 공유했다고 측근이 전했습니다.

[나가시마 아키히사/일본 총리보좌관 : "이시바 총리는 이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두 차례 했고, 총리 나름의 경험담 같은 것을 이재명 대통령과 공유할 수 있어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요.

위 실장은 양국 정상이 소인수 회담의 상당 시간을 대미 관계와 관세 협상에 할애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언론도 한국과 일본이 미래 지향 협력을 강조하는 배경엔 안보, 통상과 관련한 국제정세 변화가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아사히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한일 간 상호 접근을 강화하는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열흘 전이죠.

이시바 총리가 패전일 추도식 때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을 언급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발언이 있었습니까?

[기자]

사죄나 반성 같은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습니다.

다만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말을 발표문에 담았는데요.

과거 선언 내용이 뭔지, 한번 들어보시죠.

[오부치 게이조/당시 일본 총리/1998년 10월 : "일본이 과거 한때 한국 국민에게 식민지 지배에 따른 커다란 피해와 고통을 안겨준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했습니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가 일제의 식민지배와 침략으로 피해 입은 아시아인들에게 사죄를 표명했다면, 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일본이 한국을 명시해 사죄했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 표현 없이 '과거 입장을 계승한다'는 식의 어정쩡한 이번 표현은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이전의 정상회담에서 했던 것과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일각에서 과거사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단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그런 지적이 나오는걸 잘 알고 있다고 일본에서 미국으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첫술에 배부르려 하면 체할 수 있지 않냐"며 "시간을 주시면 과거사나 영토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앵커]

이시바 총리는 잇따른 선거 참패로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렸는데, 최근 외교 활동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고요?

[기자]

한 때는 당장 사임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기까지 갔는데요.

최근 지지율 반등 속에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이시바 총리에게 득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시바 총리 내각 지지율은 39%로 지난달보다 무려 17% 포인트나 올랐고요.

도쿄 국회 주변엔 이시바 정권을 지지한다는 집회도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 이후엔 정상 외교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는데요.

오늘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나흘 뒤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도쿄에서 잇따라 정상회담을 합니다.

인도 정부는 이시바 총리가 사임하면 만나기 어려울 거란 의사를 일본 측에 밝혔다고도 합니다.

양자 회담뿐 아니라 다음 달 유엔 총회와 경주 APEC 정상회의 등 정상 외교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는데요.

이시바 총리는 이런 일정을 내세워 정치 공백을 만들 수는 없다며 총리직 유지에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권애림/그래픽:유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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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이슈] 돌아온 한일 ‘셔틀 외교’…미 통상·안보 압박 속 협력 모색
    • 입력 2025-08-25 15:19:49
    • 수정2025-08-25 15: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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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일본에서도 가장 큰 이슈는 바로 한일 정상회담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는 경제와 안보 각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는데요.

월드이슈에서 박원기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본 측은 이번 회담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죠?

[기자]

네 한국의 대통령이 셔틀 외교 재개를 선언하며 취임 이후 동맹국인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방문한 데 대해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시바 총리 또한 '역사적 방문'이라며 반겼습니다.

[이시바 시게루/일본 총리/23일 : "(1965년) 수교 이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한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올해 그와 같은 역사적 방문으로서 이재명 대통령님을 모시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두 정상은 도쿄 총리관저에서 113분간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언론발표문을 내놓았는데요.

여기엔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협력을 비롯해 글로벌 협력과 미래산업 협력, 인적교류 확대 등 5가지 합의 사항이 담겼습니다.

두 정상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인 공동 이익을 위해 협력해 가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상회담 이후에 한일 양국이 합의된 문서 형태로 같은 메시지를 내놓은 건 2008년 이후 17년 만입니다.

[앵커]

이처럼 두 정상이 긴밀하게 협력하게 된 배경은 뭘까요?

[기자]

네, 한국이나 일본이나 최근 미국발 관세 전쟁과 미국의 국방비 지출 증액 요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압박 문제를 주요 의제로 꺼내며 여러 질문을 했다고 하고요.

이에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정상회담했던 경험을 공유했다고 측근이 전했습니다.

[나가시마 아키히사/일본 총리보좌관 : "이시바 총리는 이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두 차례 했고, 총리 나름의 경험담 같은 것을 이재명 대통령과 공유할 수 있어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요.

위 실장은 양국 정상이 소인수 회담의 상당 시간을 대미 관계와 관세 협상에 할애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언론도 한국과 일본이 미래 지향 협력을 강조하는 배경엔 안보, 통상과 관련한 국제정세 변화가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아사히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한일 간 상호 접근을 강화하는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열흘 전이죠.

이시바 총리가 패전일 추도식 때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을 언급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발언이 있었습니까?

[기자]

사죄나 반성 같은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습니다.

다만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말을 발표문에 담았는데요.

과거 선언 내용이 뭔지, 한번 들어보시죠.

[오부치 게이조/당시 일본 총리/1998년 10월 : "일본이 과거 한때 한국 국민에게 식민지 지배에 따른 커다란 피해와 고통을 안겨준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했습니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가 일제의 식민지배와 침략으로 피해 입은 아시아인들에게 사죄를 표명했다면, 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일본이 한국을 명시해 사죄했다는 점이 특징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 표현 없이 '과거 입장을 계승한다'는 식의 어정쩡한 이번 표현은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이전의 정상회담에서 했던 것과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일각에서 과거사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단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그런 지적이 나오는걸 잘 알고 있다고 일본에서 미국으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첫술에 배부르려 하면 체할 수 있지 않냐"며 "시간을 주시면 과거사나 영토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앵커]

이시바 총리는 잇따른 선거 참패로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렸는데, 최근 외교 활동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고요?

[기자]

한 때는 당장 사임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기까지 갔는데요.

최근 지지율 반등 속에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이시바 총리에게 득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시바 총리 내각 지지율은 39%로 지난달보다 무려 17% 포인트나 올랐고요.

도쿄 국회 주변엔 이시바 정권을 지지한다는 집회도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 이후엔 정상 외교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는데요.

오늘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나흘 뒤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도쿄에서 잇따라 정상회담을 합니다.

인도 정부는 이시바 총리가 사임하면 만나기 어려울 거란 의사를 일본 측에 밝혔다고도 합니다.

양자 회담뿐 아니라 다음 달 유엔 총회와 경주 APEC 정상회의 등 정상 외교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는데요.

이시바 총리는 이런 일정을 내세워 정치 공백을 만들 수는 없다며 총리직 유지에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권애림/그래픽:유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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