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아침]지하철 유실물 백태…‘틀니’까지

입력 2006.02.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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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지하철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일단 당황하지 말고, 역무원에게 신고를 해야겠죠.

그리곤 유실물 센터에 알아보면 되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유실물 센터에 직접 가지 않아도 요즘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하면 되는데요.

문제는 승객들이 이런 절차를 잘 모른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유실물을 되찾아가는 확률이 평균 30% 정도밖에 안된다고 하죠?

유실물들 보면 그 내용도 가지가지라는데요.

박지윤 아나운서. 유실물을 찾아가지 않으면 경매처분 된다구요?

근데 그 안에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많다고 하던데...

<리포트>

네, 목발에서 전자기타, 심지어 가발에서 틀니까지 지하철 유실물 센터는 만물상 저리가는 물건들의 집합소인데요.

자세한 이야기, 화면 통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서울 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객 650만 명.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에 하루의 분주함이 묻어납니다.

전동차 내부 역시 책을 읽고 신문을 보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하지만 하나 둘, 승객들이 떠난 자리.

텅빈 전동차 내부엔 주인을 잃어버린 물건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녹취> "3008열차 유실물 지갑 하나를 습득했습니다. 역무원 수배 부탁합니다."

이렇게 수거된 물건들은 역무원들에 의해 유실물 센터로 모아집니다.

그 수가 무려 한 달 평균 600여 건.

이러다보니 물건이 들어오는 족족 주인을 찾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일단 연락처와 내용물을 확인하고 각도 잘 잡아 사진 찍고, Lost 114 홈페이지에 등록하는데요.

<인터뷰> 김창숙(서울메트로 충무로 유실물 센터 대리) : "(유실물) 종류별로 내용을 상세하게 써야 해요. 그래야만 (홈페이지에서) 그 내용을 본 손님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저희도 손님에게 전화가 왔을 때 상세 내용을 확인하면 찾아 주기가 더 쉽거든요."

이제부터는 주인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충무로 유실물 센터 한 곳만도 5,000여 개에 달하는 물건들이 보관돼 있는데요.

없을 건 빼고 있을 건 다 있는 유실물 센터 그 내부를 공개합니다.

가장 많은 품목은 바로 가방, 여전히 가고 있는 벽시계, 지하철에선 필요없는 오토바이 헬멧, 그리고 둘둘 말린 카펫트, 완벽한 허리 라인을 위한 지압 훌라후프, 흥겨운 농악 장단이 연상되는 상모, 또 머리에 쓰면 귀여운 소로 변신하는 크기부터 남다른 인형극 탈.

<인터뷰> 이종금(서울메트로 충무로 유실물 센터 대리) : "자주 들어오는 물건은 아니고 가끔 하나씩 들어오는데 찾아가지 않아서 계속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물건이에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양호합니다.

어쩌다 이런 걸 잃어버렸을까 싶은 물건들도 제법 있는데요.

꽁꽁 싼 포장지 열고 확인한 것은 낯 뜨거운 성인용품, 이어서 고가의 전자기타에서 여성용 가발, 심지어 만지기 거북한 틀니까지 있습니다.

<인터뷰> 이종금(서울메트로 충무로 유실물 센터 대리) : "술 마시고 가시는 길에 답답해서 (틀니를) 빼놓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물건도 아니고 자신이 항상 착용하는 물건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좀 그렇더라고요."

충무로 유실물 센터에서 주인을 찾아주는 확률은 평균 30%입니다.

깜빡하고 새로 장만한 그릇셋트를 놓고 내렸던 이 주부는 다행히 이곳에서 찾던 물건을 발견했는데요.

<인터뷰> 김춘자(49살 / 경기도 의정부시) : "좋아요. 너무 좋아요. 그날 밤 잃어버리고 잠 한숨 못 잤어요. 찾으니깐 기분이 너무 좋네요."

유실물 전체가 보관센터에 있는 건 아닙니다.

신분증과 현금, 전자제품, 금은 보석과 같은 고가의 귀중품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관할 경찰서로 옮겨져 분리 보관됩니다.

<인터뷰> 김승규(서울 중부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장) : "인수 받은 후 14일간 공고를 하는데 14일의 공고 기간이 지나도 분실자가 찾으러 오지 않으면 서울지방경찰청 유실물 센터로 보내고..."

각 관할 경찰서에서 보내진 귀중품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유실물 센터 금고 속에 보관됩니다.

하지만 소유주를 찾을 수 없어 대부분 경매로 넘어가는데요.

유실물은 14일의 공고 기간이 지난 후, 1년간 보관 되게 됩니다.

이후 6개월의 습득자 권리 기간 동안 소유자나 습득자가 나서지 않으면 경매를 통해 일괄 처리해 그 대금을 국고에 환수하는데요.

<인터뷰> 김흥식(서울지방경찰청 유실물관리 담당자) : "(유실물) 경매는 분기별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월 25일을 기준으로 해서 3월, 6월 이런 식으로 3개월에 한번 씩 하고 있습니다."

경매에서 제외된 상품들.

즉 현금화 가치가 없는 책, 옷가지, 신발 등은 장애우 권익 문제 연구소로 넘겨져 판매되거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집니다.

<인터뷰> 서동운(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 "다양한 물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좋은 주인들이 좋은 제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가 있죠. (판매 수익금은) 장애인 자립 사업장을 건립, 추진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주인을 찾고 있는 곳, 지하철 유실물 센터.

이 곳엔 잃어버린 물건 뿐만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의 삶의 흔적들이 함께합니다.

<앵커 멘트>

유실물 센터를 통해 우리네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참 재밌는데요.

앞으로 지하철에서 물건 잃어버리시면 인터넷 홈페이지 꼼꼼히 검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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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의 아침]지하철 유실물 백태…‘틀니’까지
    • 입력 2006-02-10 08:04:33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여러분, 지하철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일단 당황하지 말고, 역무원에게 신고를 해야겠죠. 그리곤 유실물 센터에 알아보면 되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유실물 센터에 직접 가지 않아도 요즘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하면 되는데요. 문제는 승객들이 이런 절차를 잘 모른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유실물을 되찾아가는 확률이 평균 30% 정도밖에 안된다고 하죠? 유실물들 보면 그 내용도 가지가지라는데요. 박지윤 아나운서. 유실물을 찾아가지 않으면 경매처분 된다구요? 근데 그 안에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많다고 하던데... <리포트> 네, 목발에서 전자기타, 심지어 가발에서 틀니까지 지하철 유실물 센터는 만물상 저리가는 물건들의 집합소인데요. 자세한 이야기, 화면 통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서울 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객 650만 명.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에 하루의 분주함이 묻어납니다. 전동차 내부 역시 책을 읽고 신문을 보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하지만 하나 둘, 승객들이 떠난 자리. 텅빈 전동차 내부엔 주인을 잃어버린 물건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녹취> "3008열차 유실물 지갑 하나를 습득했습니다. 역무원 수배 부탁합니다." 이렇게 수거된 물건들은 역무원들에 의해 유실물 센터로 모아집니다. 그 수가 무려 한 달 평균 600여 건. 이러다보니 물건이 들어오는 족족 주인을 찾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일단 연락처와 내용물을 확인하고 각도 잘 잡아 사진 찍고, Lost 114 홈페이지에 등록하는데요. <인터뷰> 김창숙(서울메트로 충무로 유실물 센터 대리) : "(유실물) 종류별로 내용을 상세하게 써야 해요. 그래야만 (홈페이지에서) 그 내용을 본 손님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저희도 손님에게 전화가 왔을 때 상세 내용을 확인하면 찾아 주기가 더 쉽거든요." 이제부터는 주인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충무로 유실물 센터 한 곳만도 5,000여 개에 달하는 물건들이 보관돼 있는데요. 없을 건 빼고 있을 건 다 있는 유실물 센터 그 내부를 공개합니다. 가장 많은 품목은 바로 가방, 여전히 가고 있는 벽시계, 지하철에선 필요없는 오토바이 헬멧, 그리고 둘둘 말린 카펫트, 완벽한 허리 라인을 위한 지압 훌라후프, 흥겨운 농악 장단이 연상되는 상모, 또 머리에 쓰면 귀여운 소로 변신하는 크기부터 남다른 인형극 탈. <인터뷰> 이종금(서울메트로 충무로 유실물 센터 대리) : "자주 들어오는 물건은 아니고 가끔 하나씩 들어오는데 찾아가지 않아서 계속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물건이에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양호합니다. 어쩌다 이런 걸 잃어버렸을까 싶은 물건들도 제법 있는데요. 꽁꽁 싼 포장지 열고 확인한 것은 낯 뜨거운 성인용품, 이어서 고가의 전자기타에서 여성용 가발, 심지어 만지기 거북한 틀니까지 있습니다. <인터뷰> 이종금(서울메트로 충무로 유실물 센터 대리) : "술 마시고 가시는 길에 답답해서 (틀니를) 빼놓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물건도 아니고 자신이 항상 착용하는 물건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좀 그렇더라고요." 충무로 유실물 센터에서 주인을 찾아주는 확률은 평균 30%입니다. 깜빡하고 새로 장만한 그릇셋트를 놓고 내렸던 이 주부는 다행히 이곳에서 찾던 물건을 발견했는데요. <인터뷰> 김춘자(49살 / 경기도 의정부시) : "좋아요. 너무 좋아요. 그날 밤 잃어버리고 잠 한숨 못 잤어요. 찾으니깐 기분이 너무 좋네요." 유실물 전체가 보관센터에 있는 건 아닙니다. 신분증과 현금, 전자제품, 금은 보석과 같은 고가의 귀중품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관할 경찰서로 옮겨져 분리 보관됩니다. <인터뷰> 김승규(서울 중부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장) : "인수 받은 후 14일간 공고를 하는데 14일의 공고 기간이 지나도 분실자가 찾으러 오지 않으면 서울지방경찰청 유실물 센터로 보내고..." 각 관할 경찰서에서 보내진 귀중품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유실물 센터 금고 속에 보관됩니다. 하지만 소유주를 찾을 수 없어 대부분 경매로 넘어가는데요. 유실물은 14일의 공고 기간이 지난 후, 1년간 보관 되게 됩니다. 이후 6개월의 습득자 권리 기간 동안 소유자나 습득자가 나서지 않으면 경매를 통해 일괄 처리해 그 대금을 국고에 환수하는데요. <인터뷰> 김흥식(서울지방경찰청 유실물관리 담당자) : "(유실물) 경매는 분기별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월 25일을 기준으로 해서 3월, 6월 이런 식으로 3개월에 한번 씩 하고 있습니다." 경매에서 제외된 상품들. 즉 현금화 가치가 없는 책, 옷가지, 신발 등은 장애우 권익 문제 연구소로 넘겨져 판매되거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집니다. <인터뷰> 서동운(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 "다양한 물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좋은 주인들이 좋은 제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가 있죠. (판매 수익금은) 장애인 자립 사업장을 건립, 추진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주인을 찾고 있는 곳, 지하철 유실물 센터. 이 곳엔 잃어버린 물건 뿐만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의 삶의 흔적들이 함께합니다. <앵커 멘트> 유실물 센터를 통해 우리네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참 재밌는데요. 앞으로 지하철에서 물건 잃어버리시면 인터넷 홈페이지 꼼꼼히 검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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