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꿈의 공장 ‘볼리우드(Bollwood)’

입력 2006.02.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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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FTA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결정에 대해 국내 영화인들이 농성을 벌이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인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은 찾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인도 영화 제작의 중심도시라 할 수 있는 뭄바이와 헐리우드를 결합시킨 볼리우드란 말이 있는데요.

인도 안에서는 이 볼리우드 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미국 헐리우드 영화가 전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철우 순회 특파원이 볼리우드 영화의 제작 현장과 그 매력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장엄한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

거리를 누비는 빨간색 2층 버스.

영국 런던이 아닙니다.

인도 재정의 중심지이자 최대 경제 도시인 뭄바입니다.

이처럼 뭄바이는 인도의 어느 도시보다 서구적이고 경제 수준도 높은 곳입니다.

그러나, 극장에 걸린 영화 간판을 보면 특이한 점이 발견됩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국 헐리우드 영화는 찾아 보기 어렵고 인도 영화 일색입니다.

이른바 볼리우드 영화 때문.

인도 영화 제작의 중심 도시인 이곳 뭄바이의 옛이름 봄베이와 헐리우드를 결합시킨 표현으로 미국의 헐리우드를 빗댄 인도의 영화 산업을 뜻합니다.

인도에는 이곳 뭄바이 외에도 짼나이와 하이드라바드 등이 영화도시로 유명하고 2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영화 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상영하는 이동식 극장까지 합쳐 인도에는 만3천개의 영화관이 있습니다.

영화의 높은 인기에 비례해 인도 영화 산업의 규모도 세계 최대입니다.

1년에 천편 가까운 영화를 제작해 영화 작품 제작 편수로는 헐리우드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영화 제작국입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 역시 독특합니다.

대부분 길이가 3시간 이상인 볼리우드 영화는 춤과 노래, 멜로 드라마와 폭력을 적절히 뒤섞은 것으로 인도가 개발한 독특한 쟝르입니다.

<'볼리우드' 영화의 특징>

1.<신분 차이있는 인물 간의 삼각 관계>

사랑의 삼각 관계를 다룬 영화의 경우 갈등은 반드시 신분 차이에서 옵니다.

2.<음악과 춤은 영화의 필수 구성 요소>

배우들이 노래를 하거나 노래가 배경으로 깔리는 경우, 쇼 프로그램과 비슷한 구조를 갖게 됩니다.

3. <인도 영화는 해피 엔딩>

인도 영화는 대부분 비극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극적인 해피 엔딩이 아니면, 희망이 비극을 압도한 채 영화가 끝납니다.

이처럼 볼리우드 영화는 갈등과 그 해결 구조가 비슷한 형태여서 처음보는 사람도 영화 내용을 미리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인들의 생활과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 볼리우드 영화에 열광합니다.

뭄바이 도심의 한 극장.

하루 일과가 끝난 오후 6시쯤 영화를 보기위해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비리 형사가 한 여인을 사랑하면서 겪게되는 일을 화려한 영상과 흥겨운 음악으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배우가 펼치는 경쾌한 동작에 환호성을 지르고, 재미있는 대사가 나오면 함께 웃습니다.

이같은 열정적인 관객들이 연출하는 영화관 내부 모습도 인도 특유의 광경입니다

<인터뷰> 수메트 반다(뭄바이 시민) : "생동감 있고 음악과 춤이 많아 흥겹고, 영화 줄거리도 무겁지 않아 지루하지 않아요. 부담없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즐기고 집에 들어가면 되는 거죠. 아주 즐거운 일이죠."

<인터뷰>에린 뽀델(뭄바이 시민) : "헐리우드 영화 등은 1시간 반이면 끝나지 않습니까? 영화가 끝나면 저녁 때 할 게 없잖아요."

이곳 뭄바이에서 영화 한편을 감상하는데 드는 비용은 천원에서 2천원 정도.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소재를 3시간 이상 표현하는 볼리우드영화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값싸고 인기있는 오락 거리입니다.

볼리우드 영화의 인기는 집 안에도 이어집니다.

40 여개의 TV 채널 중 서너개가 볼리우드 영화만 상영합니다.

회사원 네슈마씨는 일주일에 2번씩 자녀들과 함께 영화를 봅니다.

직장과 학교 생활로 함께 있는 시간을 갖기 어려운 네슈마씨 가족은 영화를 보며 평소 나누지 못한 대화를 나눕니다.

<인터뷰> 네슈마(엄마) : 우리의 일상 생활을 담고 있으면서 흥겨워서 좋아요. 영화에 출연하는 남녀 배우들을 보며 우리는 커왔죠."

<터뷰> 니달 불가리아(네슈마 씨 딸) : "볼리우드 영화는 우리의 일상 생활의 모습과 문화를 담고 있죠. 그래서 볼리우드 영화를 좋아해요."

볼리우드 영화의 성공에는 잘 갖춰진 기반시설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뭄바이 도심에서 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필름 시티.

16개의 대형 세트장이 마련돼 있는 이른바 영화 공장입니다.

천민 출신의 남성과 사랑에 빠진 귀족 계급의 여성.

사랑은 더욱 깊어가고 두남녀는 신분을 뛰어넘은 결혼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이 여자를 사랑한 귀족 계급의 남자가 나타나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면서 겪는 갈등을 담은 영화가 한창 촬영 중입니다.

특별히 돈을 들여 세트를 만들지 않아도 70만원 정도를 내면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세트를 하루 종일 쓸 수 있습니다.

<인터뷰> 무케쉬 바트(영화 제작자) : "시대 변화에 따라 세트 개념이 바뀌지 않습니까. 부모 세대 때의 영화 세트 개념과는 크게 차이가 있죠."

영화 촬영을 위한 개인 세트장도 뭄바이에만 백 여곳 정도 있습니다.

영화 촬영 감독 : "찻장의 문 틀을 조금 자르고, 그것을 오리면 빛이 반사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무자헤인! 두 개 문 연 것을 더 열어보세요."

지난해 11월 중순 서울 한복판에서 촬영을 했던 한 볼리우드 영화입니다.

갱단 두목의 오른팔인 다야와 그의 연인인 심란, 그리고 데이아를 잡으러 한국에 잠입한 경찰 아카시의 삼각 관계를 그린 이 영화는 한국을 배경으로 촬영한 첫 인도영화입니다.

<인터뷰> 무케쉬 바트('갱스터' 영화 제작자) : "고층 건물과 화려한 쇼핑 상가, 현대적으로 잘 가꿔진 자연 풍경..."

전통적인 볼리우드 영화와 달리 춤과 노래가 없고 결말도 비극적입니다,

한국을 배경으로 전체 영화의 7-80%를 촬영한 이 영화는 인도 현지에서 막바지 촬영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 영화는 올 상반기에 뭄바이는 물론 한국에서도 영화제 등을 통해 상영될 예정입니다.

<인터뷰> 아누락 보세('갱스터' 영화 감독) : "한국 배우들은 학교에서 연기 수업을 잘 받는 것 같아요. 배우들의 연기나 감정 표현 등이 훌륭해 함께 일해보고 싶어요."

힌두교나 불교 등 종교적 이미지가 강해 대중적 상업 영화와는 거리가 먼 듯 느껴지는 인도.

그러나, 그들만의 독특한 쟝르인 볼리우드 영화는 인도인들의 꿈을 키워줬고, 이제 새로운 얼굴로 세계를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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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꿈의 공장 ‘볼리우드(Bollwood)’
    • 입력 2006-02-17 11:12:1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FTA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결정에 대해 국내 영화인들이 농성을 벌이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인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은 찾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인도 영화 제작의 중심도시라 할 수 있는 뭄바이와 헐리우드를 결합시킨 볼리우드란 말이 있는데요. 인도 안에서는 이 볼리우드 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미국 헐리우드 영화가 전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철우 순회 특파원이 볼리우드 영화의 제작 현장과 그 매력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장엄한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 거리를 누비는 빨간색 2층 버스. 영국 런던이 아닙니다. 인도 재정의 중심지이자 최대 경제 도시인 뭄바입니다. 이처럼 뭄바이는 인도의 어느 도시보다 서구적이고 경제 수준도 높은 곳입니다. 그러나, 극장에 걸린 영화 간판을 보면 특이한 점이 발견됩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국 헐리우드 영화는 찾아 보기 어렵고 인도 영화 일색입니다. 이른바 볼리우드 영화 때문. 인도 영화 제작의 중심 도시인 이곳 뭄바이의 옛이름 봄베이와 헐리우드를 결합시킨 표현으로 미국의 헐리우드를 빗댄 인도의 영화 산업을 뜻합니다. 인도에는 이곳 뭄바이 외에도 짼나이와 하이드라바드 등이 영화도시로 유명하고 2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영화 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상영하는 이동식 극장까지 합쳐 인도에는 만3천개의 영화관이 있습니다. 영화의 높은 인기에 비례해 인도 영화 산업의 규모도 세계 최대입니다. 1년에 천편 가까운 영화를 제작해 영화 작품 제작 편수로는 헐리우드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영화 제작국입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 역시 독특합니다. 대부분 길이가 3시간 이상인 볼리우드 영화는 춤과 노래, 멜로 드라마와 폭력을 적절히 뒤섞은 것으로 인도가 개발한 독특한 쟝르입니다. <'볼리우드' 영화의 특징> 1.<신분 차이있는 인물 간의 삼각 관계> 사랑의 삼각 관계를 다룬 영화의 경우 갈등은 반드시 신분 차이에서 옵니다. 2.<음악과 춤은 영화의 필수 구성 요소> 배우들이 노래를 하거나 노래가 배경으로 깔리는 경우, 쇼 프로그램과 비슷한 구조를 갖게 됩니다. 3. <인도 영화는 해피 엔딩> 인도 영화는 대부분 비극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극적인 해피 엔딩이 아니면, 희망이 비극을 압도한 채 영화가 끝납니다. 이처럼 볼리우드 영화는 갈등과 그 해결 구조가 비슷한 형태여서 처음보는 사람도 영화 내용을 미리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인들의 생활과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 볼리우드 영화에 열광합니다. 뭄바이 도심의 한 극장. 하루 일과가 끝난 오후 6시쯤 영화를 보기위해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비리 형사가 한 여인을 사랑하면서 겪게되는 일을 화려한 영상과 흥겨운 음악으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배우가 펼치는 경쾌한 동작에 환호성을 지르고, 재미있는 대사가 나오면 함께 웃습니다. 이같은 열정적인 관객들이 연출하는 영화관 내부 모습도 인도 특유의 광경입니다 <인터뷰> 수메트 반다(뭄바이 시민) : "생동감 있고 음악과 춤이 많아 흥겹고, 영화 줄거리도 무겁지 않아 지루하지 않아요. 부담없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즐기고 집에 들어가면 되는 거죠. 아주 즐거운 일이죠." <인터뷰>에린 뽀델(뭄바이 시민) : "헐리우드 영화 등은 1시간 반이면 끝나지 않습니까? 영화가 끝나면 저녁 때 할 게 없잖아요." 이곳 뭄바이에서 영화 한편을 감상하는데 드는 비용은 천원에서 2천원 정도.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소재를 3시간 이상 표현하는 볼리우드영화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값싸고 인기있는 오락 거리입니다. 볼리우드 영화의 인기는 집 안에도 이어집니다. 40 여개의 TV 채널 중 서너개가 볼리우드 영화만 상영합니다. 회사원 네슈마씨는 일주일에 2번씩 자녀들과 함께 영화를 봅니다. 직장과 학교 생활로 함께 있는 시간을 갖기 어려운 네슈마씨 가족은 영화를 보며 평소 나누지 못한 대화를 나눕니다. <인터뷰> 네슈마(엄마) : 우리의 일상 생활을 담고 있으면서 흥겨워서 좋아요. 영화에 출연하는 남녀 배우들을 보며 우리는 커왔죠." <터뷰> 니달 불가리아(네슈마 씨 딸) : "볼리우드 영화는 우리의 일상 생활의 모습과 문화를 담고 있죠. 그래서 볼리우드 영화를 좋아해요." 볼리우드 영화의 성공에는 잘 갖춰진 기반시설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뭄바이 도심에서 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필름 시티. 16개의 대형 세트장이 마련돼 있는 이른바 영화 공장입니다. 천민 출신의 남성과 사랑에 빠진 귀족 계급의 여성. 사랑은 더욱 깊어가고 두남녀는 신분을 뛰어넘은 결혼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이 여자를 사랑한 귀족 계급의 남자가 나타나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면서 겪는 갈등을 담은 영화가 한창 촬영 중입니다. 특별히 돈을 들여 세트를 만들지 않아도 70만원 정도를 내면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세트를 하루 종일 쓸 수 있습니다. <인터뷰> 무케쉬 바트(영화 제작자) : "시대 변화에 따라 세트 개념이 바뀌지 않습니까. 부모 세대 때의 영화 세트 개념과는 크게 차이가 있죠." 영화 촬영을 위한 개인 세트장도 뭄바이에만 백 여곳 정도 있습니다. 영화 촬영 감독 : "찻장의 문 틀을 조금 자르고, 그것을 오리면 빛이 반사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무자헤인! 두 개 문 연 것을 더 열어보세요." 지난해 11월 중순 서울 한복판에서 촬영을 했던 한 볼리우드 영화입니다. 갱단 두목의 오른팔인 다야와 그의 연인인 심란, 그리고 데이아를 잡으러 한국에 잠입한 경찰 아카시의 삼각 관계를 그린 이 영화는 한국을 배경으로 촬영한 첫 인도영화입니다. <인터뷰> 무케쉬 바트('갱스터' 영화 제작자) : "고층 건물과 화려한 쇼핑 상가, 현대적으로 잘 가꿔진 자연 풍경..." 전통적인 볼리우드 영화와 달리 춤과 노래가 없고 결말도 비극적입니다, 한국을 배경으로 전체 영화의 7-80%를 촬영한 이 영화는 인도 현지에서 막바지 촬영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 영화는 올 상반기에 뭄바이는 물론 한국에서도 영화제 등을 통해 상영될 예정입니다. <인터뷰> 아누락 보세('갱스터' 영화 감독) : "한국 배우들은 학교에서 연기 수업을 잘 받는 것 같아요. 배우들의 연기나 감정 표현 등이 훌륭해 함께 일해보고 싶어요." 힌두교나 불교 등 종교적 이미지가 강해 대중적 상업 영화와는 거리가 먼 듯 느껴지는 인도. 그러나, 그들만의 독특한 쟝르인 볼리우드 영화는 인도인들의 꿈을 키워줬고, 이제 새로운 얼굴로 세계를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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