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강국의 뿌리 시베리아

입력 2006.03.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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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 2위의 산유국이자 1위의 가스 생산국인 러시아가 핵무기에 이어 에너지를 앞세워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와 가스 분쟁을 야기하면서 전체 유럽 국가들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위력을 과시한 바 있는데요.

21세기 수퍼 파워로 거듭나려는 에너지 대국 러시아 힘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신성범 특파원이 시베리아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천 6백킬로미터, 4천리 떨어진 황량한 벌판...

눈을 뒤집어 쓴 타이가(Taiga), 침엽수림 지대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하얀 눈 속에서 숲을 태우기라도 하듯 빨간 불길이 솟구칩니다. 유정에서 원유를 파내면서 불순물을 태우는 중입니다.

한쪽에는 기술자도 없는 무인 유정이 끝도 없이 원유를 퍼 올리고 있습니다. 북위 66도.. 러시아 연방 내 21개 공화국 가운데 하나인 코미 공화국에 있는 우흐타 가스 유전지대입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이땅을 가스 파이프 라인이 지나고 있습니다. 지름 140센티미터의 가스관들이 시베리아 땅에서 난 가스를 유럽으로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수천 킬로미터의 파이프망을 따라 150 킬로미터 간격으로 있는 압축 기지에서 가스를 고압상태로 만들어 가스관으로 계속 밀어 보냅니다.

<녹취>발레리 (압축기지 책임자): "가스를 압축시켜 부피를 줄인 다음 다음 기지로 보내면 그곳에서 다시 압력을 가해 간선 파이프로 운반합니다."

유럽행 가스의 출발지는 지하에서 천연가스를 처음 뽑아내는 가스정입니다. 수십 개가 즐비하게 늘려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가스정의 규모는 작았습니다.

<녹취>라쉬드 (`북방 가즈프롬' 생산과장): "이것이 전형적인 가스정으로 깊이는 3천2백미터에서 3천5백미터입니다. 이곳이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곳입니다."


20년된 이 가스정에서 아직도 하루 50만 입방미터의 가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땅속에 거대한 가스덩어리가 묻혀 있을 것이라는 상상과는 다르게 가스를 뽑아내는 곳은 작은 구멍이 숭숭뚫린 돌멩이 지층입니다. 백만년에서 수십만년전의 동식물 화석이 굳으면서 가스가 고인 곳입니다.

<녹취>이바노프 ('북방가즈프롬'기술부장): "가스량이 확인되면 굴착기를 설치하고 시추공을 지하 가스지층까지 뚫습니다."

다음 단계는 처리 공장, 땅속에서 막 퍼올린 가스에 섞여 있는 다른 성분을 없애고 파이프 라인으로 운반할 정제된 가스를 만듭니다.

<녹취>올레그 ('북방가즈프롬'정제소장): "우리 정제소의 연간 가스생산능력은 28억 입방미터에서 30억입망미터입니다."

이 공장 한곳에서만 한국이 1년간 사용하는 가스의 1/10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제1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수출국입니다. 확인된 매장량만 48조 입방미터, 한국이 무려 천 600년 동안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양입니다.

완전히 풀렸다고 하는 날씨가 영하 20도입니다. 지난 1월달 한창 추울때는 영하 50도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혹한의 땅 아래 자연의 섭리랄까 조물주의 배려라고나할까 현대 인류의 생명줄인 석유와 가스가 숨어 있습니다.

에너지 강국 러시아의 뿌리는 바로 이곳 시베리아입니다. 러시아가 생산하는 가스의 80%, 원유의 75%가 시베리아 땅에서 나옵니다. 이 지역의 중심지인 우흐타시는 유전과 가스전 위에 세워진 인구 10만명의 도시입니다.

우흐타에서 가스와 석유를 본격적으로 파내기 시작한 것은 소련 시절인 1930년대, 그러나 역사는 한참 거슬러 올라갑니다.

<녹취>마리나 (우흐타 박물관 관장): "수백년동안 기름과 가스성분이 강물위로 떠올라 기름층을 만들곤 했습니다. 우흐타라는 도시 이름의 유래도 '냄새나는 강'이라는 의미입니다."

지구 육지 면적의 1/12, 끝에서 끝까지 비행기로 7시간, 광대한 시베리아의 80%가 인간의 발길이 닫지 않은 미지의 땅입니다. 곳곳에서 새 유전과 가스전이 발견되지만 혹독한 기후와 개발 비용 때문에 그냥 보고 있습니다.

<녹취>세르게이 ('북방 가즈프롬'기술이사): "겨울에는 장비와 보급품을 썰매나 트럭으로 툰드라 오지에 있는 가스전으로 일일이 배달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무한한 잠재력의 땅 시베리아... 하지만 러시아 경제가 지나치게 가스와 석유에만 의존하고 다른 제조업은 뒤로 밀리면서 '시베리아의 저주'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모스크바 시내 남쪽... 35층짜리 초현대식 건물이 위압적입니다.

러시아 정부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입니다. 가즈프롬은 러시아 최대 기업 수준을 넘어 세계 최대의 가스회사입니다. 러시아 가스 매장량의 93%, 곧 세계 전체 매장량의 1/4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단순한 회사가 아니라 에너지 제국이자 정부속의 정부입니다.

러시아 정부 재정의 1/4이 가즈프롬이 내는 세금이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즈프롬 회장까지 겸임하다가 경제 부총리로 승진했습니다.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퇴임후 가즈프롬 이사장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까지 떠 돌 정도입니다. 가즈프롬은 이제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녹취>쿠르피야노프 ('가즈프롬'대변인 ):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가스전개발을 계속 추진중입니다. 한국가스공사와도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자원을 지렛대로 한 위대한 러시아의 부활, 가스와 석유는 러시아의 국가 전략 무기입니다. 그 한가운데 있는 가즈 프롬은 21세기 형 에너지 '수퍼 파워'로 거듭나려는 러시아의 꿈을 실현해가는 견인차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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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강국의 뿌리 시베리아
    • 입력 2006-03-10 10:45:3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세계 2위의 산유국이자 1위의 가스 생산국인 러시아가 핵무기에 이어 에너지를 앞세워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와 가스 분쟁을 야기하면서 전체 유럽 국가들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위력을 과시한 바 있는데요. 21세기 수퍼 파워로 거듭나려는 에너지 대국 러시아 힘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신성범 특파원이 시베리아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천 6백킬로미터, 4천리 떨어진 황량한 벌판... 눈을 뒤집어 쓴 타이가(Taiga), 침엽수림 지대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하얀 눈 속에서 숲을 태우기라도 하듯 빨간 불길이 솟구칩니다. 유정에서 원유를 파내면서 불순물을 태우는 중입니다. 한쪽에는 기술자도 없는 무인 유정이 끝도 없이 원유를 퍼 올리고 있습니다. 북위 66도.. 러시아 연방 내 21개 공화국 가운데 하나인 코미 공화국에 있는 우흐타 가스 유전지대입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이땅을 가스 파이프 라인이 지나고 있습니다. 지름 140센티미터의 가스관들이 시베리아 땅에서 난 가스를 유럽으로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수천 킬로미터의 파이프망을 따라 150 킬로미터 간격으로 있는 압축 기지에서 가스를 고압상태로 만들어 가스관으로 계속 밀어 보냅니다. <녹취>발레리 (압축기지 책임자): "가스를 압축시켜 부피를 줄인 다음 다음 기지로 보내면 그곳에서 다시 압력을 가해 간선 파이프로 운반합니다." 유럽행 가스의 출발지는 지하에서 천연가스를 처음 뽑아내는 가스정입니다. 수십 개가 즐비하게 늘려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가스정의 규모는 작았습니다. <녹취>라쉬드 (`북방 가즈프롬' 생산과장): "이것이 전형적인 가스정으로 깊이는 3천2백미터에서 3천5백미터입니다. 이곳이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곳입니다." 20년된 이 가스정에서 아직도 하루 50만 입방미터의 가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땅속에 거대한 가스덩어리가 묻혀 있을 것이라는 상상과는 다르게 가스를 뽑아내는 곳은 작은 구멍이 숭숭뚫린 돌멩이 지층입니다. 백만년에서 수십만년전의 동식물 화석이 굳으면서 가스가 고인 곳입니다. <녹취>이바노프 ('북방가즈프롬'기술부장): "가스량이 확인되면 굴착기를 설치하고 시추공을 지하 가스지층까지 뚫습니다." 다음 단계는 처리 공장, 땅속에서 막 퍼올린 가스에 섞여 있는 다른 성분을 없애고 파이프 라인으로 운반할 정제된 가스를 만듭니다. <녹취>올레그 ('북방가즈프롬'정제소장): "우리 정제소의 연간 가스생산능력은 28억 입방미터에서 30억입망미터입니다." 이 공장 한곳에서만 한국이 1년간 사용하는 가스의 1/10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제1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수출국입니다. 확인된 매장량만 48조 입방미터, 한국이 무려 천 600년 동안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양입니다. 완전히 풀렸다고 하는 날씨가 영하 20도입니다. 지난 1월달 한창 추울때는 영하 50도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혹한의 땅 아래 자연의 섭리랄까 조물주의 배려라고나할까 현대 인류의 생명줄인 석유와 가스가 숨어 있습니다. 에너지 강국 러시아의 뿌리는 바로 이곳 시베리아입니다. 러시아가 생산하는 가스의 80%, 원유의 75%가 시베리아 땅에서 나옵니다. 이 지역의 중심지인 우흐타시는 유전과 가스전 위에 세워진 인구 10만명의 도시입니다. 우흐타에서 가스와 석유를 본격적으로 파내기 시작한 것은 소련 시절인 1930년대, 그러나 역사는 한참 거슬러 올라갑니다. <녹취>마리나 (우흐타 박물관 관장): "수백년동안 기름과 가스성분이 강물위로 떠올라 기름층을 만들곤 했습니다. 우흐타라는 도시 이름의 유래도 '냄새나는 강'이라는 의미입니다." 지구 육지 면적의 1/12, 끝에서 끝까지 비행기로 7시간, 광대한 시베리아의 80%가 인간의 발길이 닫지 않은 미지의 땅입니다. 곳곳에서 새 유전과 가스전이 발견되지만 혹독한 기후와 개발 비용 때문에 그냥 보고 있습니다. <녹취>세르게이 ('북방 가즈프롬'기술이사): "겨울에는 장비와 보급품을 썰매나 트럭으로 툰드라 오지에 있는 가스전으로 일일이 배달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무한한 잠재력의 땅 시베리아... 하지만 러시아 경제가 지나치게 가스와 석유에만 의존하고 다른 제조업은 뒤로 밀리면서 '시베리아의 저주'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모스크바 시내 남쪽... 35층짜리 초현대식 건물이 위압적입니다. 러시아 정부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입니다. 가즈프롬은 러시아 최대 기업 수준을 넘어 세계 최대의 가스회사입니다. 러시아 가스 매장량의 93%, 곧 세계 전체 매장량의 1/4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단순한 회사가 아니라 에너지 제국이자 정부속의 정부입니다. 러시아 정부 재정의 1/4이 가즈프롬이 내는 세금이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즈프롬 회장까지 겸임하다가 경제 부총리로 승진했습니다.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퇴임후 가즈프롬 이사장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까지 떠 돌 정도입니다. 가즈프롬은 이제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녹취>쿠르피야노프 ('가즈프롬'대변인 ):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가스전개발을 계속 추진중입니다. 한국가스공사와도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자원을 지렛대로 한 위대한 러시아의 부활, 가스와 석유는 러시아의 국가 전략 무기입니다. 그 한가운데 있는 가즈 프롬은 21세기 형 에너지 '수퍼 파워'로 거듭나려는 러시아의 꿈을 실현해가는 견인차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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