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성매매로 내몰리는 10대 소녀들

입력 2006.03.1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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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또 다른 여성 인권 유린 현장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필리핀의 밤거리, 인신매매 조직에 의해 팔려온 필리핀 10대 소녀들이 외국인을 상대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 미성년 성매매의 추악한 현장에는 한국 관광객들도 빠지지 않습니다. 이승철 순회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란한 불빛으로 붉게 물든 앙헬레스의 밤거리. 밤이 되자 거리는 어디선가 쏟아져 나온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술 집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앳된 얼굴들. 관광객들 곁에는 대부분 젊은 필리핀 여성들이 있습니다. 성매매를 전제로한 만남입니다.

<인터뷰> 술집 지배인: "행복한 밤 생활 뭐 그런거 아니겠어요. 여자들이랑 즐기고, 놀고,,"

성의 해방구가 되다싶이한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인터뷰> "좀 편안하고,나이 먹은 사람들은 돈도 좀 있고..."

과거 이 거리는 미군을 상대로 하는 술집이 성업하던 곳이었습니다. 미군이 철수한 뒤 이젠 외국 관광객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음악소리가 요란한 술집 무대에서 반라의 여성이 춤을 춥니다.

종업원은 파트너를 선택하라며 연신 손짓을 보냅니다. 번호표를 보고 상대를 지명한 뒤 돈을 지불하는
'인간시장'그대롭니다. 그 가운데서 미성년 소녀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인터뷰> "(14살?)15살이요.( 미성년자가 온다구요?) 네"


외국인들이 몰리는 마닐라의 한 술집 앞. 젊은 여성들이 계속 드나듭니다. 이곳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인터뷰>술집 여성 관리책: "(아가씨가 몇 명이나 있나요?)2천 명 정도 드나듭니다."

필리핀에선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지만 돈만 낸다면 몇 명이라도 데리고 나갈 수 있다는 식입니다. 길거리에서도 미성년 성매매는 공공연히 이뤄집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3명의 소녀들. 모두 돈 벌이를 위해 거리에 나왔습니다.

<인터뷰> "(여기 신분증 있어요?)1989년 생(17살)이다. 89년 12월 16일날 태어났어요"


18세 미만은 술집에 들어갈 수도 없지만 경찰의 단속은 지극히 형식적입니다.

<녹취> "여기 단속을 나오긴 하는데 우리에게 알려줘요. 사전에 알게 되죠"


이곳에서도 한국인은 빼놓을 수 없는 고객입니다.

<인터뷰> 호객꾼: "한국 사람 4명인데,미스터 김,미스터 리가 왔었어요. 3일 간 4명이 왔고, 12월에는 9명 정도..."


이 호객꾼이 안내한 곳은 일반 주택가에 숨어있는 비밀 술집인 일명 '카사' 어두운 복도를 통과하자 넓은 방안에 30~40명의 젊은 여성들이 앉아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16세 소녀는 부모가 이혼 한 뒤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얼마 전 이곳까지 흘러들어왔습니다.

<인터뷰>16세 소녀: "(고등학교?)중학교 (졸업했나요?)아니요 돈 벌면 학교로 돌아갈거예요."

한국 남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다보니 이젠 더 은밀한 거래까지 횡행합니다.

<인터뷰> 한국 가라오케 매니저: "처녀를 데려다 줄 수 있다. 시골에서 데려오는데,내가 한국 가라오케에서 3년 넘게 일했으니 믿어도 된다"

7천 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필리핀. 술집으로 흘러드는 대부분의 어린 소녀들은 배를 타고 이곳 항구를 통해 마닐라로 오게 됩니다. 필리핀 전국민의 절반 정도가 하루 1달러 미만의 극빈자 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도시에서 일자리를 준다는 제의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입니다.

그러나 며칠 씩 배를 타고 오는 동안 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약속은 술을 따라야 돈을 벌 수 있다는 협박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갈 곳이 없는 이들에게 술집은 곧 감옥이 되고 맙니다.

<인터뷰> 마리나 울레그 (인신매매 방지 단체): "모집책들이 숙소에 데려갔는데 15살, 16살들이었습니다.기술 훈련을 시킨다면서 매일 밤 차로 술집에 데려가 일하게 한 거예요"


지난 2000년부터 지난달 까지 이곳 마닐라 북부항에서만 인신매매 되던 4천 500여 명의 여성들이 구출됐습니다. 한달 평균 70여 명에 이릅니다.

웃는 모습이 너무도 환한 쌍둥이 소녀. 그러나 이 둘에겐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있습니다. 15살 때 친 어머니가 그들을 술집에 팔아 넘겼고, 탈출할 때까지 2년 간 지옥같은 술집 생활을 해야했습니다. 매일밤 10시간 이상씩 춤을 췄고 어린 여자를 찾는 외국 관광객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인터뷰>앤: "테이블로 가게됐는데, 남자가 팔을 두르고는 안고 그랬어요. 뚱뚱하고 늙은 사람이요. 왜 이일을 해야하나 생각하며 많이 울었어요."

초조한 마음으로 법정으로 향하는 메리도 불과 13살 때 술집에서 댄서로 일했습니다. 오늘은 당시 그녀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던 미국인 매니저에 대한 선고가 있는 날입니다.

<인터뷰>메리안 : "좀 긴장되긴 하지만 할 수 있어요"

그러나 피고인 변호사 측의 요청으로 3년간 끌어온 재판의 선고는 결국 연기됐습니다.

<인터뷰> "실망스러워요. 오늘은 끝날 줄 알았는데"


필리핀에서 성매매에는 공급과 수요 모두 외국인이 깊숙이 개입돼 있지만 이들을 처벌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본력이 있는 외국인이 성산업에 투자하고 이를 미끼로 다시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성매매 고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성년 성매매 등이 버젓이 이뤄져도 현지의 특권층과 검은 고리를 맺고 있는 외국 투자자들을 적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마셀론 (아동성착취 관광 근절 운동): "외국인들은 정치인,법률가들과 결탁하고 있어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다.사법당국과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만다는 겁니다."


스페인, 미국 등에 의해 400년 간 짓밟힌 필리핀. 이제 필리핀의 밤거리가 탐욕에 가득찬 외국 남자들에 의해 또 다른 식민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피플 파워'로 들어선 정권마다 경제 살리기에 실패하고, 성윤리의 왜곡이 심화되면서 어두운 터널 속으로 내몰리고 있는 필리핀 10대 소녀들의 아픔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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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 성매매로 내몰리는 10대 소녀들
    • 입력 2006-03-17 10:52:4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또 다른 여성 인권 유린 현장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필리핀의 밤거리, 인신매매 조직에 의해 팔려온 필리핀 10대 소녀들이 외국인을 상대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 미성년 성매매의 추악한 현장에는 한국 관광객들도 빠지지 않습니다. 이승철 순회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란한 불빛으로 붉게 물든 앙헬레스의 밤거리. 밤이 되자 거리는 어디선가 쏟아져 나온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술 집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앳된 얼굴들. 관광객들 곁에는 대부분 젊은 필리핀 여성들이 있습니다. 성매매를 전제로한 만남입니다. <인터뷰> 술집 지배인: "행복한 밤 생활 뭐 그런거 아니겠어요. 여자들이랑 즐기고, 놀고,," 성의 해방구가 되다싶이한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인터뷰> "좀 편안하고,나이 먹은 사람들은 돈도 좀 있고..." 과거 이 거리는 미군을 상대로 하는 술집이 성업하던 곳이었습니다. 미군이 철수한 뒤 이젠 외국 관광객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음악소리가 요란한 술집 무대에서 반라의 여성이 춤을 춥니다. 종업원은 파트너를 선택하라며 연신 손짓을 보냅니다. 번호표를 보고 상대를 지명한 뒤 돈을 지불하는 '인간시장'그대롭니다. 그 가운데서 미성년 소녀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인터뷰> "(14살?)15살이요.( 미성년자가 온다구요?) 네" 외국인들이 몰리는 마닐라의 한 술집 앞. 젊은 여성들이 계속 드나듭니다. 이곳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인터뷰>술집 여성 관리책: "(아가씨가 몇 명이나 있나요?)2천 명 정도 드나듭니다." 필리핀에선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지만 돈만 낸다면 몇 명이라도 데리고 나갈 수 있다는 식입니다. 길거리에서도 미성년 성매매는 공공연히 이뤄집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3명의 소녀들. 모두 돈 벌이를 위해 거리에 나왔습니다. <인터뷰> "(여기 신분증 있어요?)1989년 생(17살)이다. 89년 12월 16일날 태어났어요" 18세 미만은 술집에 들어갈 수도 없지만 경찰의 단속은 지극히 형식적입니다. <녹취> "여기 단속을 나오긴 하는데 우리에게 알려줘요. 사전에 알게 되죠" 이곳에서도 한국인은 빼놓을 수 없는 고객입니다. <인터뷰> 호객꾼: "한국 사람 4명인데,미스터 김,미스터 리가 왔었어요. 3일 간 4명이 왔고, 12월에는 9명 정도..." 이 호객꾼이 안내한 곳은 일반 주택가에 숨어있는 비밀 술집인 일명 '카사' 어두운 복도를 통과하자 넓은 방안에 30~40명의 젊은 여성들이 앉아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16세 소녀는 부모가 이혼 한 뒤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얼마 전 이곳까지 흘러들어왔습니다. <인터뷰>16세 소녀: "(고등학교?)중학교 (졸업했나요?)아니요 돈 벌면 학교로 돌아갈거예요." 한국 남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다보니 이젠 더 은밀한 거래까지 횡행합니다. <인터뷰> 한국 가라오케 매니저: "처녀를 데려다 줄 수 있다. 시골에서 데려오는데,내가 한국 가라오케에서 3년 넘게 일했으니 믿어도 된다" 7천 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필리핀. 술집으로 흘러드는 대부분의 어린 소녀들은 배를 타고 이곳 항구를 통해 마닐라로 오게 됩니다. 필리핀 전국민의 절반 정도가 하루 1달러 미만의 극빈자 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도시에서 일자리를 준다는 제의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입니다. 그러나 며칠 씩 배를 타고 오는 동안 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약속은 술을 따라야 돈을 벌 수 있다는 협박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갈 곳이 없는 이들에게 술집은 곧 감옥이 되고 맙니다. <인터뷰> 마리나 울레그 (인신매매 방지 단체): "모집책들이 숙소에 데려갔는데 15살, 16살들이었습니다.기술 훈련을 시킨다면서 매일 밤 차로 술집에 데려가 일하게 한 거예요" 지난 2000년부터 지난달 까지 이곳 마닐라 북부항에서만 인신매매 되던 4천 500여 명의 여성들이 구출됐습니다. 한달 평균 70여 명에 이릅니다. 웃는 모습이 너무도 환한 쌍둥이 소녀. 그러나 이 둘에겐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있습니다. 15살 때 친 어머니가 그들을 술집에 팔아 넘겼고, 탈출할 때까지 2년 간 지옥같은 술집 생활을 해야했습니다. 매일밤 10시간 이상씩 춤을 췄고 어린 여자를 찾는 외국 관광객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인터뷰>앤: "테이블로 가게됐는데, 남자가 팔을 두르고는 안고 그랬어요. 뚱뚱하고 늙은 사람이요. 왜 이일을 해야하나 생각하며 많이 울었어요." 초조한 마음으로 법정으로 향하는 메리도 불과 13살 때 술집에서 댄서로 일했습니다. 오늘은 당시 그녀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던 미국인 매니저에 대한 선고가 있는 날입니다. <인터뷰>메리안 : "좀 긴장되긴 하지만 할 수 있어요" 그러나 피고인 변호사 측의 요청으로 3년간 끌어온 재판의 선고는 결국 연기됐습니다. <인터뷰> "실망스러워요. 오늘은 끝날 줄 알았는데" 필리핀에서 성매매에는 공급과 수요 모두 외국인이 깊숙이 개입돼 있지만 이들을 처벌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본력이 있는 외국인이 성산업에 투자하고 이를 미끼로 다시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성매매 고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성년 성매매 등이 버젓이 이뤄져도 현지의 특권층과 검은 고리를 맺고 있는 외국 투자자들을 적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마셀론 (아동성착취 관광 근절 운동): "외국인들은 정치인,법률가들과 결탁하고 있어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다.사법당국과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만다는 겁니다." 스페인, 미국 등에 의해 400년 간 짓밟힌 필리핀. 이제 필리핀의 밤거리가 탐욕에 가득찬 외국 남자들에 의해 또 다른 식민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피플 파워'로 들어선 정권마다 경제 살리기에 실패하고, 성윤리의 왜곡이 심화되면서 어두운 터널 속으로 내몰리고 있는 필리핀 10대 소녀들의 아픔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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