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비평]① 이산가족 상봉 기자단 철수…‘대북 유감‘ 진실은

입력 2006.04.02 (15:16) 수정 2006.04.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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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지난달 하순 금강산에서 열렸죠. 그런데 북측 행사진행 요원들이 남측 취재단의 취재를 제한하고.. 이에 항의해 남측 취재단이 철수하는 사태가 빚어졌는데요. 이슈 앤 비평. 먼저 이번 기자단 철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이재원 기자, 그리고 한국기자협회 정일용 회장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먼저 이번 사건의 경위부터 알아보죠.

<이재원 기자> 네, 사건의 발단은 남측 기자단이 37년 만에 만나게 된 노부부의 소식을 전하면서 ‘납북’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북측의 보장성원 즉, 행사진행요원들이 항의하면서 촉발됐습니다.
남측 공동취재단은 북측의 취재 제한 조치에 항의해서 전원 철수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는데요, 남북 당국간 회담이나 행사 중간에 남측 취재진이 철수한 것은 1970년대 남북 대화가 시작된 이후 처음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달 20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열린 제13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37년 전 납북된 신성호 선원 천문석 씨와 남측의 부인 서순애 씨와의 만남이었습니다.

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SBS와 MBC는 노부부의 상봉 순간을 기사로 작성해 위성 송출하려고 했지만, 북측 행사진행요원들이 가로 막았습니다.
북측은 이 과정에서 남측 SNG, 즉 위성중계차량 안에까지 들어왔고, 방송사의 오디오 테이프를 빼앗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기사에‘납북’과‘나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역시‘납북’표현을 사용한 KBS도 기사 송출을 제지당했습니다.

결국 상봉 첫날, 방송 3사 저녁 메인뉴스는 금강산에서 현장을 직접 취재한 기자가 아니라 서울에 있는 기자가 대신 보도하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다음 날, 북측은 SBS와 MBC 기자의 취재 중단과 남측의 사과 등을 요구했고, 남측 공동취재단은 이에 반발해 이날 예정된 행사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22일 작별 상봉 때도, 북측은 MBC 기자의 현장 리포트를 제지했고, 2진 상봉단 취재가 끝날 때까지 금강산에 체류할 예정이던 SBS 기자에 대해서는 신변 위협을 암시하는 발언과 함께 즉각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이처럼 취재 제한 문제로 남측 취재단과 북측 당국이 대립하는 가운데, 둘쨋날 개별상봉 행사는 7시간 지연되고 셋쨋날 1진 상봉단 귀환이 무려 10시간이나 늦어지는 등 대부분 70대 고령인 이산가족들의 상봉 일정이 큰 차질을 빚었습니다.

한편 SBS는 더 이상 취재가 불가능하고 신변 안전 보장이 불확실하다는 판단 에 따라 자사 기자를 예정보다 앞당겨 1진 상봉단과 함께 철수시켰고, 다음 날인 23일, 남측 공동취재단은 북측의 취재 제한 조치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전원 철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안홍욱(경향신문기자) : “남북 당국간 행사에서 상대측의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한다는 남북간의 합의도 있습니다. 북측에서는 그 정신을 정면으로 어겼다고 생각하고요.”

납치된 게 아니라는 것이 북측의 주장인데 사실관계를 떠나 물리력으로 취재를 방해하고 기자의 신변을 위협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면 참 우려스러운 행동인데요.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논란이 있었죠?

<이재원 기자> 정부는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장 명의로 북측에 유감을 표명하는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남측 기자단이 철수한 이후에 이 사실이 북측의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부가 북측에 사실상 사과를 한 것이 아니냐하는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북한중앙통신은 지난달 23일,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장이 북측에 서면으로 유감을 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건 전달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던 정부는 북측의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해명에 나섰습니다.

‘유감’을 표명했을 뿐 ‘잘못’이나 ‘사과’라는 단어는 문건에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정부의 유감 표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지난 2002년 6월 서해교전 때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유감’표명을‘사과’로 받아들인 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I<인터뷰> 이영종(중앙일보 기자) : “2002년 서해교전 때 북한이 우리한테 유감이라는 표명을 했을 때 우리 정부가 외교적으로 그 유감 표명을 사과다, 이렇게 또 국민들한테 설명을 했던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유감이라는 표현, 그런 것들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좀 신중했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양창석(통일부 홍보관리관) : “그러한 정부의 판단이 전략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 지적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 당시 개별상봉을 어떻게 하던지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불가피했다는 측면도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이번 13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남측 언론과 북측 당국의 갈등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도 북측은‘납북’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남측 기자단의 취재 활동을 저지하고, 기자의 취재수첩을 빼앗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남측 언론의 보도 용어를 문제 삼아 북측이 강경하게 나온 첫 사례였습니다.

<인터뷰> 이영종(중앙일보 기자) : “그러면 지난번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어떤 대책을 세우고 갔느냐, 북측하고 사전에 남측 기자들의 현장 리포트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하자든가 위성중계차에 대해서는 너희가 거기에 침입하지 말아야 된다라든가 어떤 약속이나 합의를 한다거나 이런 방지책이 없었죠.”

남측과 북측이 SBS 기자의 잔류 문제를 놓고 팽팽한 대립을 거듭하던 지난달 22일 밤, SBS는 통일부에 자사 기자의 신변 안전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답변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안전에 대해 어떻게 100% 확답을 하느냐”는 것이었고, 결국 SBS는 기자를 철수시키기로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인터뷰> 양창석(통일부 홍보관리관) : “100%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SBS가 어떻게 결정하든 만약에 머물기로 해서 결정이 나면 우리 통일부 직원 요원들을 다 남게 해서라도 보장한다는 그런 지시를 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행사에 있어서 정부가 신변 안전을 다 못한다 그렇게 해석해서는 안될 것으로 봅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이번 사건이 진행된 과정에서 보면 우리 정부가 상당히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또는 대처한 것에서 일부분은 솔직하지 못했다, 원칙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훼손된 측면도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우리정부가 더 냉철하게 이 사건을 교훈 삼아서 원칙을 좀 세웠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정일용 회장은 북한 취재 경험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납북’이라는 용어나 또 ‘국군포로’라는 말이나 남북관계에서 상당히 민감한 표현 아니겠습니까? 이런 표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일용 회장> 지금 현재 북쪽에는 국군포로나 어부처럼 남쪽 출신자로써 북측에 거주하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우린 대개가 이런 분들이 납북이 되어서 강제로 억류가 되어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사실 정확히 파고 들어가서 보면 자진월북자도 있습니다.

북쪽에서 60년대 70년대에 어부를 납북해갔을 때 거기에서 남지 않고 돌아온 경우도 있었지만은 거기에 머무르기로 스스로 결정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보면 남한주민이 제 3국에 있는 북한대사관에 찾아가서, 제 발로 찾아가서 북쪽에 보내 달라,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그쪽 대사관에서 남쪽에 다시 돌려보내고, 남쪽에서는 또 국가보안법에 걸려서 처벌을 하면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경우들을 본다면 앞으로 이산가족상봉행사를 보도할 때 용어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납북이다 아니다 이런 상반된 입장이 대립이 되어있고, 또 확실한 근거도 없다면 꼭 이 사람들이 납북자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도 없습니다.

수 십년 세월이 흘러서 사실 확인도 불가능하다면 아마도 우리는 적절한 대체 용어를 좀 찾아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우리 취재단에게 다시는 금강산 상봉 때 들어올 생각도 말라는 말까지 했다는데요. 이번의 경우처럼 취재.보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툼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있습니까?

<이재원> 기자남북 교류협력이 활발해질수록 남측 기자들이 북한에서 취재하는 일은 더욱 많아질텐데요, 하지만 기자의 취재활동과 관련해서는 남북간에 제대로 된 합의 틀이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의 취재 활동과 관련해선, 지난 1985년 남북적십자회담 실무접촉에서 채택된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에 관한 합의서>에 명시된 2개 조항이 유일하게 있을 뿐입니다.

“13항 기자의 취재활동"에서 <초청측은 방문측 기자들의...취재활동을 보장하고 취재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한다>고 돼 있고, “20항 기타”에서 <상대측 지역을 방문 중에는 상대측의 안내와 질서에 따르도록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번처럼 특정 표현 문제 등으로 인해 돌발 사태가 일어날 경우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남북이 언론 문제로 감정적 대립을 계속한다면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텐데요.. 이번 일을 계기로 뭔가 생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일용 회장> 네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도 이기자가 말씀하셨습니다만은 아직 남북 당국간의, 남북간의 보도활동을 위한 합의사항이 마련된 것이 없습니다. 남쪽기자나 북쪽 기자나 서로 상대방 지역에서 들어가서 취재를 할 때 상당히 부자유스럽고 통제를 철저히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 혹시 기억이 나실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북쪽 기자들이 남쪽에 왔을 때에 임수경씨 집을 기습 방문해서 취재 활동을 했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은 우리 측에서도 북쪽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라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죠. 지금 현재 남북 관계에서 서로 상대방에 가서, 상대방 지역에 들어가서 자유롭게 취재활동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언론이 남북간의 평화통일 평화공조를 위해서 노력을 한다면 거기에서 남북한이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협회에서는 1995년에 광복 50주년을 맞이해서 언론노조 피디연합회와 함께 보도제작준칙을 만든 것이 있습니다. 공식명칭은 평화통일과 남북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제작 준칙인데, 기본정신은 우리가 과거 수 십년간 고착되어 왔던 냉전적인 시각을 벗어던지고 우리가 평화공존과 화해협력 그런 시각에서 남북관계를 보고 보도를 하자 이런 취지에서 제작 준칙을 마련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것이 남측으로 한정되어 있고 북쪽까지 동의를 한 상태가 아닙니다. 따라서 남북이 서로 공감하는 보도제작준칙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올해 3월에 평양에 갔을 때 북측에 다시한번 이 문제를 제기했었고 또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남북언론인 대회가 개최가 된다면 남북언론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재의 자유도 보장하면서 교류협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남북 공동 보도제작 준칙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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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비평]① 이산가족 상봉 기자단 철수…‘대북 유감‘ 진실은
    • 입력 2006-04-02 14:35:35
    • 수정2006-04-07 11: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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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지난달 하순 금강산에서 열렸죠. 그런데 북측 행사진행 요원들이 남측 취재단의 취재를 제한하고.. 이에 항의해 남측 취재단이 철수하는 사태가 빚어졌는데요. 이슈 앤 비평. 먼저 이번 기자단 철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이재원 기자, 그리고 한국기자협회 정일용 회장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먼저 이번 사건의 경위부터 알아보죠. <이재원 기자> 네, 사건의 발단은 남측 기자단이 37년 만에 만나게 된 노부부의 소식을 전하면서 ‘납북’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북측의 보장성원 즉, 행사진행요원들이 항의하면서 촉발됐습니다. 남측 공동취재단은 북측의 취재 제한 조치에 항의해서 전원 철수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는데요, 남북 당국간 회담이나 행사 중간에 남측 취재진이 철수한 것은 1970년대 남북 대화가 시작된 이후 처음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달 20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열린 제13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37년 전 납북된 신성호 선원 천문석 씨와 남측의 부인 서순애 씨와의 만남이었습니다. 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SBS와 MBC는 노부부의 상봉 순간을 기사로 작성해 위성 송출하려고 했지만, 북측 행사진행요원들이 가로 막았습니다. 북측은 이 과정에서 남측 SNG, 즉 위성중계차량 안에까지 들어왔고, 방송사의 오디오 테이프를 빼앗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기사에‘납북’과‘나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역시‘납북’표현을 사용한 KBS도 기사 송출을 제지당했습니다. 결국 상봉 첫날, 방송 3사 저녁 메인뉴스는 금강산에서 현장을 직접 취재한 기자가 아니라 서울에 있는 기자가 대신 보도하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다음 날, 북측은 SBS와 MBC 기자의 취재 중단과 남측의 사과 등을 요구했고, 남측 공동취재단은 이에 반발해 이날 예정된 행사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22일 작별 상봉 때도, 북측은 MBC 기자의 현장 리포트를 제지했고, 2진 상봉단 취재가 끝날 때까지 금강산에 체류할 예정이던 SBS 기자에 대해서는 신변 위협을 암시하는 발언과 함께 즉각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이처럼 취재 제한 문제로 남측 취재단과 북측 당국이 대립하는 가운데, 둘쨋날 개별상봉 행사는 7시간 지연되고 셋쨋날 1진 상봉단 귀환이 무려 10시간이나 늦어지는 등 대부분 70대 고령인 이산가족들의 상봉 일정이 큰 차질을 빚었습니다. 한편 SBS는 더 이상 취재가 불가능하고 신변 안전 보장이 불확실하다는 판단 에 따라 자사 기자를 예정보다 앞당겨 1진 상봉단과 함께 철수시켰고, 다음 날인 23일, 남측 공동취재단은 북측의 취재 제한 조치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전원 철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안홍욱(경향신문기자) : “남북 당국간 행사에서 상대측의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한다는 남북간의 합의도 있습니다. 북측에서는 그 정신을 정면으로 어겼다고 생각하고요.” 납치된 게 아니라는 것이 북측의 주장인데 사실관계를 떠나 물리력으로 취재를 방해하고 기자의 신변을 위협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면 참 우려스러운 행동인데요.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논란이 있었죠? <이재원 기자> 정부는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장 명의로 북측에 유감을 표명하는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남측 기자단이 철수한 이후에 이 사실이 북측의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부가 북측에 사실상 사과를 한 것이 아니냐하는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북한중앙통신은 지난달 23일,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장이 북측에 서면으로 유감을 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건 전달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던 정부는 북측의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해명에 나섰습니다. ‘유감’을 표명했을 뿐 ‘잘못’이나 ‘사과’라는 단어는 문건에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정부의 유감 표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지난 2002년 6월 서해교전 때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유감’표명을‘사과’로 받아들인 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I<인터뷰> 이영종(중앙일보 기자) : “2002년 서해교전 때 북한이 우리한테 유감이라는 표명을 했을 때 우리 정부가 외교적으로 그 유감 표명을 사과다, 이렇게 또 국민들한테 설명을 했던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유감이라는 표현, 그런 것들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좀 신중했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양창석(통일부 홍보관리관) : “그러한 정부의 판단이 전략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 지적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 당시 개별상봉을 어떻게 하던지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불가피했다는 측면도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이번 13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남측 언론과 북측 당국의 갈등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도 북측은‘납북’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남측 기자단의 취재 활동을 저지하고, 기자의 취재수첩을 빼앗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남측 언론의 보도 용어를 문제 삼아 북측이 강경하게 나온 첫 사례였습니다. <인터뷰> 이영종(중앙일보 기자) : “그러면 지난번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어떤 대책을 세우고 갔느냐, 북측하고 사전에 남측 기자들의 현장 리포트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하자든가 위성중계차에 대해서는 너희가 거기에 침입하지 말아야 된다라든가 어떤 약속이나 합의를 한다거나 이런 방지책이 없었죠.” 남측과 북측이 SBS 기자의 잔류 문제를 놓고 팽팽한 대립을 거듭하던 지난달 22일 밤, SBS는 통일부에 자사 기자의 신변 안전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답변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안전에 대해 어떻게 100% 확답을 하느냐”는 것이었고, 결국 SBS는 기자를 철수시키기로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인터뷰> 양창석(통일부 홍보관리관) : “100%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SBS가 어떻게 결정하든 만약에 머물기로 해서 결정이 나면 우리 통일부 직원 요원들을 다 남게 해서라도 보장한다는 그런 지시를 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행사에 있어서 정부가 신변 안전을 다 못한다 그렇게 해석해서는 안될 것으로 봅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이번 사건이 진행된 과정에서 보면 우리 정부가 상당히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또는 대처한 것에서 일부분은 솔직하지 못했다, 원칙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훼손된 측면도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우리정부가 더 냉철하게 이 사건을 교훈 삼아서 원칙을 좀 세웠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정일용 회장은 북한 취재 경험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납북’이라는 용어나 또 ‘국군포로’라는 말이나 남북관계에서 상당히 민감한 표현 아니겠습니까? 이런 표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일용 회장> 지금 현재 북쪽에는 국군포로나 어부처럼 남쪽 출신자로써 북측에 거주하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우린 대개가 이런 분들이 납북이 되어서 강제로 억류가 되어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사실 정확히 파고 들어가서 보면 자진월북자도 있습니다. 북쪽에서 60년대 70년대에 어부를 납북해갔을 때 거기에서 남지 않고 돌아온 경우도 있었지만은 거기에 머무르기로 스스로 결정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보면 남한주민이 제 3국에 있는 북한대사관에 찾아가서, 제 발로 찾아가서 북쪽에 보내 달라,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그쪽 대사관에서 남쪽에 다시 돌려보내고, 남쪽에서는 또 국가보안법에 걸려서 처벌을 하면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경우들을 본다면 앞으로 이산가족상봉행사를 보도할 때 용어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납북이다 아니다 이런 상반된 입장이 대립이 되어있고, 또 확실한 근거도 없다면 꼭 이 사람들이 납북자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도 없습니다. 수 십년 세월이 흘러서 사실 확인도 불가능하다면 아마도 우리는 적절한 대체 용어를 좀 찾아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우리 취재단에게 다시는 금강산 상봉 때 들어올 생각도 말라는 말까지 했다는데요. 이번의 경우처럼 취재.보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툼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있습니까? <이재원> 기자남북 교류협력이 활발해질수록 남측 기자들이 북한에서 취재하는 일은 더욱 많아질텐데요, 하지만 기자의 취재활동과 관련해서는 남북간에 제대로 된 합의 틀이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의 취재 활동과 관련해선, 지난 1985년 남북적십자회담 실무접촉에서 채택된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에 관한 합의서>에 명시된 2개 조항이 유일하게 있을 뿐입니다. “13항 기자의 취재활동"에서 <초청측은 방문측 기자들의...취재활동을 보장하고 취재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한다>고 돼 있고, “20항 기타”에서 <상대측 지역을 방문 중에는 상대측의 안내와 질서에 따르도록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번처럼 특정 표현 문제 등으로 인해 돌발 사태가 일어날 경우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남북이 언론 문제로 감정적 대립을 계속한다면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텐데요.. 이번 일을 계기로 뭔가 생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일용 회장> 네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도 이기자가 말씀하셨습니다만은 아직 남북 당국간의, 남북간의 보도활동을 위한 합의사항이 마련된 것이 없습니다. 남쪽기자나 북쪽 기자나 서로 상대방 지역에서 들어가서 취재를 할 때 상당히 부자유스럽고 통제를 철저히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 혹시 기억이 나실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북쪽 기자들이 남쪽에 왔을 때에 임수경씨 집을 기습 방문해서 취재 활동을 했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은 우리 측에서도 북쪽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라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죠. 지금 현재 남북 관계에서 서로 상대방에 가서, 상대방 지역에 들어가서 자유롭게 취재활동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언론이 남북간의 평화통일 평화공조를 위해서 노력을 한다면 거기에서 남북한이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협회에서는 1995년에 광복 50주년을 맞이해서 언론노조 피디연합회와 함께 보도제작준칙을 만든 것이 있습니다. 공식명칭은 평화통일과 남북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제작 준칙인데, 기본정신은 우리가 과거 수 십년간 고착되어 왔던 냉전적인 시각을 벗어던지고 우리가 평화공존과 화해협력 그런 시각에서 남북관계를 보고 보도를 하자 이런 취지에서 제작 준칙을 마련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것이 남측으로 한정되어 있고 북쪽까지 동의를 한 상태가 아닙니다. 따라서 남북이 서로 공감하는 보도제작준칙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올해 3월에 평양에 갔을 때 북측에 다시한번 이 문제를 제기했었고 또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남북언론인 대회가 개최가 된다면 남북언론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재의 자유도 보장하면서 교류협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남북 공동 보도제작 준칙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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