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수목장이 대안이다”

입력 2006.04.11 (09:22) 수정 2006.04.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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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나중에 세상을 뜨면 매장해달라고할까 화장해달라고할까 결정하셨습니까?

그 어느쪽도 아니고, 혹시 수목장을 고려중인 분들도 계신지요?

자연친화적인 흐름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수목장을 알아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또 문제점은 없는지 알아봅니다.

최영철 기자!

요즘 수목장 관심 가지시는 분들 많더라구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산림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40% 이상이 수목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요.

화면 보면서 자세한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지난 주말, 경북 영천의 한 수림장에서는 운명을 달리한 가족을 나무 곁으로 보내는 특별한 장례식, 수목장이 있었습니다.

추모수 아래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제를 올리는 것으로 수목장은 시작돼 이후 한지로 정성껏 싼 골분을 나무 아래 묻고 유족들이 번갈아 흙을 덮으며 예를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고인의 이름이 적힌 지방을 묻은 후 유족들이 직접 땅을 고르는데요.

봉분이 없을 뿐 여느 매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최진동(은해사 수림장관리소장) : "나무에서 1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30센티 깊이의 구덩이를 파낸 다음에 (유골 함에서) 유골분만 꺼내서 안치를 하고 묻게 되는 거죠."

가족들은 평소 산을 사랑했던 고인의 뜻을 따라 수목장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유족 : "(고인이 산을) 좋아해서 여기에 자주 왔었죠. 어차피 사람은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건데..."

사찰 옆으로 조성된 50,000여 평의 수림장.

1,000여주 가까이 되는 나무들 가운데 약 130여주의 나무들에는 고인의 이름을 단 명패들이 붙어있었는데요.

실제로 한식을 맞아 수림장을 찾은 가족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유족들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차리고 향을 피워 고인의 명복을 빌었는데요.

유족들은 선산에 묘를 쓰는 대신 수목장을 하기까지 갈등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대수(46살 / 유족) : "자연 속에서 아버님을 계속 대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선택을 잘했다고..."

이렇듯 수림장은 봉분과 비석만 없을 뿐 유족들에겐 일반 묘지와 다를 바 없는 추모의 장소였습니다.

이러다보니 수목장을 문의하는 건수가 하루에도 십여 건 이상 된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최진동(은해사 수림장관리소장) : "평균적으로 하루에 문의 전화는 10건, 직접 방문 상담하시는 분들이 5, 6명정도 됩니다."

수목장이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 2004년 9월, 고려대 농대 학장이었던 김장수 교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목장을 택해 참나무 아래에 묻히면서부터입니다.

또한 지난 해 11월에는 국내 임업계의 선각자였던 임종국 선생의 수목장이 고인이 손수 일군 전남 장성군의 인공조림지 내에서 행해지면서 정부 차원에서의 수목장 활성화 계기가 마련되었는데요.

<녹취> "따뜻하니까 좋으시죠? 봄에 어머니 모시고 올게요."

<인터뷰> 서용기(산림청 영암국유림관리소장) : "우리나라 최대의 편백림 숲을 조성하고 타계하신 임종국 선생님의 업적을 기리는 한편 수목장을 홍보해서 새로운 장묘문화로 널리 보급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수목장이 선보인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매우 호의적입니다.

산림청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40명이 수목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인터뷰> 민현숙(72살 / 서울 평창동) : "우리나라는 땅도 좁은데 (수목장을 하는 것이) 좋아. 나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

<인터뷰> 이계복(62살 / 서울 미아동) : "자식들에게 나 죽거든 화장해서 내가 나무와 꽃을 좋아하니까 산에 뿌려라."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지난 2월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를 포함한 600여 명의 사람들이 사후 수목장을 치를 것을 결의하며 시민단체까지 결성했습니다.

<인터뷰> 이부영(수목장실천모임 공동대표) : "스위스에서는 1990년대에 시작되었고, 독일은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시작했으니 결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지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목장에 대한 열기가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장묘문화의 대안으로 여겨지던 납골당마저 호화, 사치 대형화로 변모한 시점에서 수목장 역시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일부 수목장에서는 이미 고가의 추모수가 거래되는 등 부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장의사 : "조금 잘해놓고 높은 가격을 불러도 아무 말도 못하고 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나무 한 그루에 몇 천만 원씩 한다거나 잔디를 깔아주고 7, 800만 원씩 받는데..."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을 갖춰 신고하면 자연장 구역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인터뷰> 이상인(보건복지부 노인지원팀장) : "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고 수목장을 한다거나 주변에 호화로운 시설을 하는 등의 행위는 복지부가 엄격하게 규제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산림청은 신고제를 자칫 잘못 운영하다보면 산림자원보호라는 기본 취지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 현재 양쪽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영석(림청 산림문화담당) : "사설 수목장림이 처음부터 무분별하게 허용이 되는 것보다는 국가가 국유림에 수목장림을 조성한 후에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올바르다고..."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새로운 묘지가 만들어지는 시점에서 수목장이 친환경적인 장묘문화로 거듭날 수 있기 위해선 관계부처의 의견조율과 더불어 자연을 생각하는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선행되어야 할 듯 합니다.

<앵커 멘트>

선진 유럽에서는 죽어서 자연해 순응해 자연으로 돌아감으로써 다른 생명을 이롭게 한다는 뜻에서 수목장을 치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원래의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대로 정착이 돼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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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6-04-11 10: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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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나중에 세상을 뜨면 매장해달라고할까 화장해달라고할까 결정하셨습니까? 그 어느쪽도 아니고, 혹시 수목장을 고려중인 분들도 계신지요? 자연친화적인 흐름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수목장을 알아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또 문제점은 없는지 알아봅니다. 최영철 기자! 요즘 수목장 관심 가지시는 분들 많더라구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산림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40% 이상이 수목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요. 화면 보면서 자세한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지난 주말, 경북 영천의 한 수림장에서는 운명을 달리한 가족을 나무 곁으로 보내는 특별한 장례식, 수목장이 있었습니다. 추모수 아래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제를 올리는 것으로 수목장은 시작돼 이후 한지로 정성껏 싼 골분을 나무 아래 묻고 유족들이 번갈아 흙을 덮으며 예를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고인의 이름이 적힌 지방을 묻은 후 유족들이 직접 땅을 고르는데요. 봉분이 없을 뿐 여느 매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최진동(은해사 수림장관리소장) : "나무에서 1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30센티 깊이의 구덩이를 파낸 다음에 (유골 함에서) 유골분만 꺼내서 안치를 하고 묻게 되는 거죠." 가족들은 평소 산을 사랑했던 고인의 뜻을 따라 수목장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유족 : "(고인이 산을) 좋아해서 여기에 자주 왔었죠. 어차피 사람은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건데..." 사찰 옆으로 조성된 50,000여 평의 수림장. 1,000여주 가까이 되는 나무들 가운데 약 130여주의 나무들에는 고인의 이름을 단 명패들이 붙어있었는데요. 실제로 한식을 맞아 수림장을 찾은 가족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유족들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차리고 향을 피워 고인의 명복을 빌었는데요. 유족들은 선산에 묘를 쓰는 대신 수목장을 하기까지 갈등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대수(46살 / 유족) : "자연 속에서 아버님을 계속 대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선택을 잘했다고..." 이렇듯 수림장은 봉분과 비석만 없을 뿐 유족들에겐 일반 묘지와 다를 바 없는 추모의 장소였습니다. 이러다보니 수목장을 문의하는 건수가 하루에도 십여 건 이상 된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최진동(은해사 수림장관리소장) : "평균적으로 하루에 문의 전화는 10건, 직접 방문 상담하시는 분들이 5, 6명정도 됩니다." 수목장이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 2004년 9월, 고려대 농대 학장이었던 김장수 교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목장을 택해 참나무 아래에 묻히면서부터입니다. 또한 지난 해 11월에는 국내 임업계의 선각자였던 임종국 선생의 수목장이 고인이 손수 일군 전남 장성군의 인공조림지 내에서 행해지면서 정부 차원에서의 수목장 활성화 계기가 마련되었는데요. <녹취> "따뜻하니까 좋으시죠? 봄에 어머니 모시고 올게요." <인터뷰> 서용기(산림청 영암국유림관리소장) : "우리나라 최대의 편백림 숲을 조성하고 타계하신 임종국 선생님의 업적을 기리는 한편 수목장을 홍보해서 새로운 장묘문화로 널리 보급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수목장이 선보인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매우 호의적입니다. 산림청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40명이 수목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인터뷰> 민현숙(72살 / 서울 평창동) : "우리나라는 땅도 좁은데 (수목장을 하는 것이) 좋아. 나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 <인터뷰> 이계복(62살 / 서울 미아동) : "자식들에게 나 죽거든 화장해서 내가 나무와 꽃을 좋아하니까 산에 뿌려라."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지난 2월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를 포함한 600여 명의 사람들이 사후 수목장을 치를 것을 결의하며 시민단체까지 결성했습니다. <인터뷰> 이부영(수목장실천모임 공동대표) : "스위스에서는 1990년대에 시작되었고, 독일은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시작했으니 결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지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목장에 대한 열기가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장묘문화의 대안으로 여겨지던 납골당마저 호화, 사치 대형화로 변모한 시점에서 수목장 역시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일부 수목장에서는 이미 고가의 추모수가 거래되는 등 부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장의사 : "조금 잘해놓고 높은 가격을 불러도 아무 말도 못하고 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나무 한 그루에 몇 천만 원씩 한다거나 잔디를 깔아주고 7, 800만 원씩 받는데..."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을 갖춰 신고하면 자연장 구역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인터뷰> 이상인(보건복지부 노인지원팀장) : "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고 수목장을 한다거나 주변에 호화로운 시설을 하는 등의 행위는 복지부가 엄격하게 규제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산림청은 신고제를 자칫 잘못 운영하다보면 산림자원보호라는 기본 취지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 현재 양쪽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영석(림청 산림문화담당) : "사설 수목장림이 처음부터 무분별하게 허용이 되는 것보다는 국가가 국유림에 수목장림을 조성한 후에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올바르다고..."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새로운 묘지가 만들어지는 시점에서 수목장이 친환경적인 장묘문화로 거듭날 수 있기 위해선 관계부처의 의견조율과 더불어 자연을 생각하는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선행되어야 할 듯 합니다. <앵커 멘트> 선진 유럽에서는 죽어서 자연해 순응해 자연으로 돌아감으로써 다른 생명을 이롭게 한다는 뜻에서 수목장을 치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원래의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대로 정착이 돼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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