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신매매 표적된 탈북 여성

입력 2006.04.28 (11:18) 수정 2006.04.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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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난을 피해서 또 자유를 찾아서 중국으로 탈출하는 북한 여성들이 인신매매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인접한 중국의 동북지역에서 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요.

중국의 인신매매꾼들은 탈북 여성들이 불법 밀입국자라는 약점을 이용해 유흥업소나 농촌 남성들에게 팔아넘기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상민 순회 특파원이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지린성의 한 농촌마을, 산길을 두시간 가까이 달려 탈북여성이 숨어살고 있다는 마을을 찾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집을 알아냈지만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디를 급하게 갔는지 자물쇠를 채 채우지도 않았습니다.

<녹취>마을 주민 : "(외부 차량이 오는 걸 보고) 벌써 산속으로 도망갔습니다. 집에 있었는데 나갔습니다."

취재진을 단속나온 중국 공안으로 착각하고 이미 몸을 숨겼다는 설명입니다. 주민들의 도움으로 두번째 방문에서 겨우 만난 김모씨는 세차례나 탈북한 경험이 있는 40대 여성이었습니다.

<인터뷰>김모씨(탈북여성) : "이번에 붙들려 나가면 무조건 총살입니다. 그래서 집에 못있습니다. 아이들 낳고 사는데 다른 곳에 갈 수도 없고.. 나는 길을 아니까 세 번 넘어왔습니다."

지난 98년 처음 탈북한 김씨는 한 조선족의 소개로 중국인 남성을 만나 함께 살았습니다. 가난한 농부인데다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불법밀입국자 신분에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김모씨(탈북여성) : "조선(북한)에서는 1년동안 못먹다와도 이곳에서는 이밥(쌀밥)에 돼지고기는 떨어뜨리지 않고 먹죠. 그래도 마음은 편하지 않아요."

궁벽한 이 농촌 마을엔 김씨 말고도 탈북 여성이 두명이나 더 있습니다.

<녹취>탈북여성 : "(어떻게 넘어오셨어요?) 나는 소개를 받고 넘어왔습니다. (어머니는요?)우린 다 소개로 넘어왔습니다."

모두 가난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 중국인 남성과 함께 살며 자식들도 낳았지만 도망자의 삶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는 탈북자들은 남성보다는 결혼 등으로 손쉽게 안식처를 찾을 수 있는 여성들이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정처 없이 떠나온 이들 탈북여성들을 노린 인신매매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지린성의 한 중소도시, 술을 파는 이곳 유흥업소에서는 탈북여성들을 접대부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에서 넘어온 20대 박모양은 인신매매 조직에 속아서 이곳까지 팔려왔습니다.

대학에 다니던 학생이었지만 지난 해 춘궁기 때 집안 살림을 도우려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녹취>박00씨(탈북여성) : "중국에서 500위안만 벌어도 조선(북한)에서는 몇천원 돈은 되니까 그걸 계산했는데 얼렁뚱땅 그 사람들이 말하는대로 훌떡 넘어가게 됐죠. 그래서 넘어왔는데 나를 넘기고 자기들은 돈 받아먹고 북한으로 다시 넘어갔습니다."

탈북여성들이 늘면서 북한 내부에 이미 인신매매 조직이 생겨났다는 얘깁니다. 박양과 함께 일하고 있는 김모양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인터뷰>김00씨(탈북여성) : "제 나라를 배반하고 중국에 들어왔으니까 너는 우리나라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난합니다)."

<인터뷰>박00씨(탈북여성) : "조금이라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완전히 개 취급이라고요. 짐승취급이라고요."

중국 동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신매매 브로커들은 안식처를 제공한다며 탈북여성들을 속인 뒤 몸값을 받고 농촌이나 유흥업소에 넘기고 있습니다.

은밀한 장소에서 만난 조선족 브로커는 탈북여성 두명의 사진을 보여주며 흥정을 걸어왔습니다.

<녹취>인신매매 브로커 : "두 명 입니다. 한명은 팔천 위안, 한명은 육천 위안. 확실히 예쁩니다. 처음 왔을 때는 까무잡잡했지만 여기서 두 달만 잘 먹이니까 살이 올랐습니다."

한때 지린성 지역에만 수백 명에 이르렀다는 탈북여성들은 최근엔 중국 각지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정부의 단속이 심해질수록 이들 탈북여성들은 더 깊은 산골이나 대도시 주변으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결국 생존여건은 그만큼 더 열악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임업이 발달한 중국 동북 내륙의 한 도시, 젊은 탈북여성들이 갇혀있다는 윤락업소를 찾았습니다.

3년전 탈북했다는 이모양과 최모양은 두 평 남짓한 어두운 방안에 갇혀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조선족이라고 속였지만 이내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인터뷰>이 00씨(탈북여성) : "(하루에 몇끼 먹습니까?) 아침 9시와 오후 4시 두번 먹습니다. 한족들한테는 100위안씩 주는데 우리한테는 50위안만 줘도 따지지 못합니다. 그저 약소민족의 슬픔이죠."

이양과 최양은 이렇게 몸을 팔아 번 돈을 북한의 가족들에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업주와 브로커들에게 이리 뜯기고 저리 뜯겨 얼마 되진 않았지만 가족들에겐 큰 보탬이 된다며 위안을 삼았습니다.

<인터뷰>최00씨(탈북여성) : "하다못해 배낭 둘러메고 열차 칸에서 장사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거기가서 살고 싶습니다. 여기(중국)하고 저기(북한)하고 연결되는 군인들만 뚫으면 중국 돈 2-3천 위안이면 무사히 북한까지 넘겨주는 선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을 정기적으로 검거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이미 자리를 잡은 탈북자들의 경우 공안의 단속에 걸려도 벌금을 내거나 뒷돈을 찔러주면 쉽게 풀려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 위치가 파악된 탈북자들은 북한의 요구가 있을 경우 북송조치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중국 공안 : "탈북자들의 처지가 불쌍하지만 북한 정부의 요구가 있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3천, 5천 위안이 아니라 만 위안을 줘도 잡아서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

해마다 수많은 북한 여성들이 가족을 위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넙니다. 하지만 그 강 건너엔 또 다른 고난의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낯설고 물 선 산골에서 몸이 부서져라 농사일을 하고 방안에 갇혀 성매매를 강요받으며 이어가는 모진 삶입니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한국 정부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의지할 곳 없는 탈북 여성들이, 그들의 인권이 소리 없이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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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인신매매 표적된 탈북 여성
    • 입력 2006-04-28 10:09:46
    • 수정2006-04-28 11:22:2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가난을 피해서 또 자유를 찾아서 중국으로 탈출하는 북한 여성들이 인신매매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인접한 중국의 동북지역에서 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요. 중국의 인신매매꾼들은 탈북 여성들이 불법 밀입국자라는 약점을 이용해 유흥업소나 농촌 남성들에게 팔아넘기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상민 순회 특파원이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지린성의 한 농촌마을, 산길을 두시간 가까이 달려 탈북여성이 숨어살고 있다는 마을을 찾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집을 알아냈지만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디를 급하게 갔는지 자물쇠를 채 채우지도 않았습니다. <녹취>마을 주민 : "(외부 차량이 오는 걸 보고) 벌써 산속으로 도망갔습니다. 집에 있었는데 나갔습니다." 취재진을 단속나온 중국 공안으로 착각하고 이미 몸을 숨겼다는 설명입니다. 주민들의 도움으로 두번째 방문에서 겨우 만난 김모씨는 세차례나 탈북한 경험이 있는 40대 여성이었습니다. <인터뷰>김모씨(탈북여성) : "이번에 붙들려 나가면 무조건 총살입니다. 그래서 집에 못있습니다. 아이들 낳고 사는데 다른 곳에 갈 수도 없고.. 나는 길을 아니까 세 번 넘어왔습니다." 지난 98년 처음 탈북한 김씨는 한 조선족의 소개로 중국인 남성을 만나 함께 살았습니다. 가난한 농부인데다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불법밀입국자 신분에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김모씨(탈북여성) : "조선(북한)에서는 1년동안 못먹다와도 이곳에서는 이밥(쌀밥)에 돼지고기는 떨어뜨리지 않고 먹죠. 그래도 마음은 편하지 않아요." 궁벽한 이 농촌 마을엔 김씨 말고도 탈북 여성이 두명이나 더 있습니다. <녹취>탈북여성 : "(어떻게 넘어오셨어요?) 나는 소개를 받고 넘어왔습니다. (어머니는요?)우린 다 소개로 넘어왔습니다." 모두 가난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 중국인 남성과 함께 살며 자식들도 낳았지만 도망자의 삶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는 탈북자들은 남성보다는 결혼 등으로 손쉽게 안식처를 찾을 수 있는 여성들이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정처 없이 떠나온 이들 탈북여성들을 노린 인신매매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지린성의 한 중소도시, 술을 파는 이곳 유흥업소에서는 탈북여성들을 접대부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에서 넘어온 20대 박모양은 인신매매 조직에 속아서 이곳까지 팔려왔습니다. 대학에 다니던 학생이었지만 지난 해 춘궁기 때 집안 살림을 도우려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녹취>박00씨(탈북여성) : "중국에서 500위안만 벌어도 조선(북한)에서는 몇천원 돈은 되니까 그걸 계산했는데 얼렁뚱땅 그 사람들이 말하는대로 훌떡 넘어가게 됐죠. 그래서 넘어왔는데 나를 넘기고 자기들은 돈 받아먹고 북한으로 다시 넘어갔습니다." 탈북여성들이 늘면서 북한 내부에 이미 인신매매 조직이 생겨났다는 얘깁니다. 박양과 함께 일하고 있는 김모양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인터뷰>김00씨(탈북여성) : "제 나라를 배반하고 중국에 들어왔으니까 너는 우리나라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난합니다)." <인터뷰>박00씨(탈북여성) : "조금이라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완전히 개 취급이라고요. 짐승취급이라고요." 중국 동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신매매 브로커들은 안식처를 제공한다며 탈북여성들을 속인 뒤 몸값을 받고 농촌이나 유흥업소에 넘기고 있습니다. 은밀한 장소에서 만난 조선족 브로커는 탈북여성 두명의 사진을 보여주며 흥정을 걸어왔습니다. <녹취>인신매매 브로커 : "두 명 입니다. 한명은 팔천 위안, 한명은 육천 위안. 확실히 예쁩니다. 처음 왔을 때는 까무잡잡했지만 여기서 두 달만 잘 먹이니까 살이 올랐습니다." 한때 지린성 지역에만 수백 명에 이르렀다는 탈북여성들은 최근엔 중국 각지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정부의 단속이 심해질수록 이들 탈북여성들은 더 깊은 산골이나 대도시 주변으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결국 생존여건은 그만큼 더 열악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임업이 발달한 중국 동북 내륙의 한 도시, 젊은 탈북여성들이 갇혀있다는 윤락업소를 찾았습니다. 3년전 탈북했다는 이모양과 최모양은 두 평 남짓한 어두운 방안에 갇혀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조선족이라고 속였지만 이내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인터뷰>이 00씨(탈북여성) : "(하루에 몇끼 먹습니까?) 아침 9시와 오후 4시 두번 먹습니다. 한족들한테는 100위안씩 주는데 우리한테는 50위안만 줘도 따지지 못합니다. 그저 약소민족의 슬픔이죠." 이양과 최양은 이렇게 몸을 팔아 번 돈을 북한의 가족들에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업주와 브로커들에게 이리 뜯기고 저리 뜯겨 얼마 되진 않았지만 가족들에겐 큰 보탬이 된다며 위안을 삼았습니다. <인터뷰>최00씨(탈북여성) : "하다못해 배낭 둘러메고 열차 칸에서 장사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거기가서 살고 싶습니다. 여기(중국)하고 저기(북한)하고 연결되는 군인들만 뚫으면 중국 돈 2-3천 위안이면 무사히 북한까지 넘겨주는 선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을 정기적으로 검거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이미 자리를 잡은 탈북자들의 경우 공안의 단속에 걸려도 벌금을 내거나 뒷돈을 찔러주면 쉽게 풀려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 위치가 파악된 탈북자들은 북한의 요구가 있을 경우 북송조치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중국 공안 : "탈북자들의 처지가 불쌍하지만 북한 정부의 요구가 있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3천, 5천 위안이 아니라 만 위안을 줘도 잡아서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 해마다 수많은 북한 여성들이 가족을 위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넙니다. 하지만 그 강 건너엔 또 다른 고난의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낯설고 물 선 산골에서 몸이 부서져라 농사일을 하고 방안에 갇혀 성매매를 강요받으며 이어가는 모진 삶입니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한국 정부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의지할 곳 없는 탈북 여성들이, 그들의 인권이 소리 없이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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