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도시, 환락의 도시

입력 2000.08.12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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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거형 도시로 인식되는 수도권 신도시들이 유흥업소가 급증하면서 점차 환락지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세수만을 생각하는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영업허가와 형식적인 단속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정제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산 신도시 대화동, 밤이 되자 순식간에 주변이 온통 환락가로 바뀝니다.
이 일대 대형숙박업소들은 밤낮 없이 호황입니다.
⊙모텔 직원: 손님들이 4시간에 2만 5천원씩 내고 쓰니까 하루에 한 방을 몇 번 돌릴 수 있죠.
⊙기자: 길 바로 건너편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
⊙인터뷰: 애들이 보고 뭐를 배울까 이런 생각하면 별로 좋게 느껴지지 않아요.
⊙기자: 인근 주엽역 부근도 최근 2, 3년 사이에 환락지대로 변했습니다.
한 단란주점.
여성접대부까지 고용해 공공연히 불법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아가씨는 몇 명이죠?
⊙단란주점 여종업원: 셀 수도 없어요.
일산서는 많이 안 오고 서울서 술 한잔 하자고...
⊙기자: 그런데도 단속 걱정은 전혀 안 합니다.
단속과 취재일정이 곧바로 알려지기 때문입니다.
⊙유흥업소 관계자: 오늘 KBS하고 직원들이 같이 나오는 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기자: 일산구의 지난 96년 단 두곳 뿐이던 유흥주점이 55군데로 늘어나는 등 모두 149곳의 술집이 성업 중입니다.
⊙고양시 일산구 공인중개사: 임대료 한 30% 올랐죠.
큰 길가나 주요 지역은 다 나갔고요.
⊙기자: 강남과 이웃한 분당 신도시도 유흥업소들이 어지럽게 들어서면서 서현역을 중심으로 환락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분당 신도시 주민: (러브호텔을) 행정상 상업지역이라고 마구 허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기자: 신도시가 이처럼 환락가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IMF 이후 경기부양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마구잡이로 영업허가를 내줬기 때문입니다.
⊙최내영(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세수확보 차원에서 그런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허가를 남용하는 그런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있는 법제도적인 장치 마련, 어떤 면에서는 시급하지 않을까...
⊙기자: 그런데도 시청측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조동창(경기도 고양시 도시주택과장): 고양시는 나이트클럽이 문제지 강남처럼 룸싸롱은 아니잖아요.
⊙기자: 학교 주변 200m 이내에 유해업소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관할 교육청의 심의도 허울뿐입니다.
당시 교육청의 회의록입니다.
이른바 러브호텔인데도 학습에 지장이 없다며 영업을 허용하기로 결정합니다.
학생들의 탈선을 우려하는 학교장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된 사례도 있습니다.
⊙고양시 교육청 관계자: 법을 확대해석하면 상권 다 없어집니다.
⊙기자: 고양시는 뒤늦게 다음달부터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쾌적해야 할 신도시는 이미 거대한 환락지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KBS뉴스 정제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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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신도시, 환락의 도시
    • 입력 2000-08-12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주거형 도시로 인식되는 수도권 신도시들이 유흥업소가 급증하면서 점차 환락지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세수만을 생각하는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영업허가와 형식적인 단속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정제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산 신도시 대화동, 밤이 되자 순식간에 주변이 온통 환락가로 바뀝니다. 이 일대 대형숙박업소들은 밤낮 없이 호황입니다. ⊙모텔 직원: 손님들이 4시간에 2만 5천원씩 내고 쓰니까 하루에 한 방을 몇 번 돌릴 수 있죠. ⊙기자: 길 바로 건너편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 ⊙인터뷰: 애들이 보고 뭐를 배울까 이런 생각하면 별로 좋게 느껴지지 않아요. ⊙기자: 인근 주엽역 부근도 최근 2, 3년 사이에 환락지대로 변했습니다. 한 단란주점. 여성접대부까지 고용해 공공연히 불법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아가씨는 몇 명이죠? ⊙단란주점 여종업원: 셀 수도 없어요. 일산서는 많이 안 오고 서울서 술 한잔 하자고... ⊙기자: 그런데도 단속 걱정은 전혀 안 합니다. 단속과 취재일정이 곧바로 알려지기 때문입니다. ⊙유흥업소 관계자: 오늘 KBS하고 직원들이 같이 나오는 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기자: 일산구의 지난 96년 단 두곳 뿐이던 유흥주점이 55군데로 늘어나는 등 모두 149곳의 술집이 성업 중입니다. ⊙고양시 일산구 공인중개사: 임대료 한 30% 올랐죠. 큰 길가나 주요 지역은 다 나갔고요. ⊙기자: 강남과 이웃한 분당 신도시도 유흥업소들이 어지럽게 들어서면서 서현역을 중심으로 환락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분당 신도시 주민: (러브호텔을) 행정상 상업지역이라고 마구 허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기자: 신도시가 이처럼 환락가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IMF 이후 경기부양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마구잡이로 영업허가를 내줬기 때문입니다. ⊙최내영(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세수확보 차원에서 그런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허가를 남용하는 그런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어할 필요가 있는 법제도적인 장치 마련, 어떤 면에서는 시급하지 않을까... ⊙기자: 그런데도 시청측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조동창(경기도 고양시 도시주택과장): 고양시는 나이트클럽이 문제지 강남처럼 룸싸롱은 아니잖아요. ⊙기자: 학교 주변 200m 이내에 유해업소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관할 교육청의 심의도 허울뿐입니다. 당시 교육청의 회의록입니다. 이른바 러브호텔인데도 학습에 지장이 없다며 영업을 허용하기로 결정합니다. 학생들의 탈선을 우려하는 학교장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된 사례도 있습니다. ⊙고양시 교육청 관계자: 법을 확대해석하면 상권 다 없어집니다. ⊙기자: 고양시는 뒤늦게 다음달부터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쾌적해야 할 신도시는 이미 거대한 환락지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KBS뉴스 정제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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