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콩나물 여객선

입력 2000.08.23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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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과 제주 간을 밤중에 운항하는 정기 여객선이 마치 피난선을 방불케 한다고 합니다.
비좁은 객실에서 잠을 못 이룬 승객들은 위험한 갑판 위로까지 가서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최재훈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매일 부산과 제주를 운항하는 정기 여객선입니다.
저녁에 출발해서 다음 날 아침까지 11시간 동안 운항합니다.
객실은 그런데 누울 자리는커녕 발 딛을 틈도 없습니다.
이 객실 정원의 반만 찼는 데도 이 지경입니다.
⊙조영준(수학여행 인솔교사): 학생들이 186명이 왔는데, 정원이 212명입니다.
186명을 도저히 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기자: 밤이 깊어가자 견디다 못한 승객들이 객실이 아닌 갑판에 나가 신문지를 깔고 잠을 청합니다.
⊙송학선(승객): 지금 방에 발 붙일 데가 없어요.
그래 가지고 저 밖에 신문지 깔고 자고, 계속...
⊙기자: 수송 중인 자동차항과 식당의자도 대형의자로 탈바꿈합니다.
사고위험이 높아 운항 중에는 나갈 수 없는 뱃머리 갑판도 승객들의 잠자리로 변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빠져나가야 할 비상통로에도 이처럼 승객들이 자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이 여객선은 정원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승무원: 사람이 착착 누우면 그렇게 못 들어가죠. 안 되는 인수를 해 놓은 것은 아닌 거 아닙니까?
⊙기자: 정원 설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정원 38명인 객실 안에 정원만큼의 여중생들이 들어가 봤습니다.
성인보다 몸집이 훨씬 작은 여중생들이 쪼그리고 모로누웠지만 방이 비좁습니다.
겹쳐 누워도 발이 입구까지 삐져나옵니다.
이처럼 객실이 비좁은 것은 3등객실의 1인당 기준면적이 0.5평방미터, 즉 가로 세로 75cm 정도로 협소하기 때문입니다.
⊙이시찬(부산해양수산청 선박계장): 야간운항이라고 하더라도 좌석개념으로 해서 여객을 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기자: 등급이 높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규정대로라면 등급마다 1인당 면적이 1.5배씩 넓어져야 하지만 2등객실과 3등객실의 크기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박철민(승객): 3등객실도 아니고, 2등객실을 끊었는데 보시다시피 너무 많아서 들어갈 수도 없고, 냄새도 나고, 그래서 못 들어가고...
⊙기자: 3등실로 허가를 받고는 선사가 2등객실로 이름만 바꿨기 때문입니다.
요금은 5000원이 더 비쌉니다.
부산과 제주 간을 오가는 여행객들은 오늘 밤도 현실성 없는 정원 규정 때문에 밤새 짐작 취급을 받으며 위험한 뱃길을 가고 있습니다.
KBS뉴스 최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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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콩나물 여객선
    • 입력 2000-08-23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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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과 제주 간을 밤중에 운항하는 정기 여객선이 마치 피난선을 방불케 한다고 합니다. 비좁은 객실에서 잠을 못 이룬 승객들은 위험한 갑판 위로까지 가서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최재훈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매일 부산과 제주를 운항하는 정기 여객선입니다. 저녁에 출발해서 다음 날 아침까지 11시간 동안 운항합니다. 객실은 그런데 누울 자리는커녕 발 딛을 틈도 없습니다. 이 객실 정원의 반만 찼는 데도 이 지경입니다. ⊙조영준(수학여행 인솔교사): 학생들이 186명이 왔는데, 정원이 212명입니다. 186명을 도저히 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기자: 밤이 깊어가자 견디다 못한 승객들이 객실이 아닌 갑판에 나가 신문지를 깔고 잠을 청합니다. ⊙송학선(승객): 지금 방에 발 붙일 데가 없어요. 그래 가지고 저 밖에 신문지 깔고 자고, 계속... ⊙기자: 수송 중인 자동차항과 식당의자도 대형의자로 탈바꿈합니다. 사고위험이 높아 운항 중에는 나갈 수 없는 뱃머리 갑판도 승객들의 잠자리로 변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빠져나가야 할 비상통로에도 이처럼 승객들이 자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이 여객선은 정원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승무원: 사람이 착착 누우면 그렇게 못 들어가죠. 안 되는 인수를 해 놓은 것은 아닌 거 아닙니까? ⊙기자: 정원 설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정원 38명인 객실 안에 정원만큼의 여중생들이 들어가 봤습니다. 성인보다 몸집이 훨씬 작은 여중생들이 쪼그리고 모로누웠지만 방이 비좁습니다. 겹쳐 누워도 발이 입구까지 삐져나옵니다. 이처럼 객실이 비좁은 것은 3등객실의 1인당 기준면적이 0.5평방미터, 즉 가로 세로 75cm 정도로 협소하기 때문입니다. ⊙이시찬(부산해양수산청 선박계장): 야간운항이라고 하더라도 좌석개념으로 해서 여객을 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기자: 등급이 높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규정대로라면 등급마다 1인당 면적이 1.5배씩 넓어져야 하지만 2등객실과 3등객실의 크기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박철민(승객): 3등객실도 아니고, 2등객실을 끊었는데 보시다시피 너무 많아서 들어갈 수도 없고, 냄새도 나고, 그래서 못 들어가고... ⊙기자: 3등실로 허가를 받고는 선사가 2등객실로 이름만 바꿨기 때문입니다. 요금은 5000원이 더 비쌉니다. 부산과 제주 간을 오가는 여행객들은 오늘 밤도 현실성 없는 정원 규정 때문에 밤새 짐작 취급을 받으며 위험한 뱃길을 가고 있습니다. KBS뉴스 최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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