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날림공사 탓

입력 2000.09.01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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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중호우나 태풍이 지날 때면 전국의 산간도로에서는 산사태와 낙석 사고가 잇따릅니다.
무엇이 잘못돼서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는지 심수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중턱의 돌덩이가 마치 용암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지반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수십년된 나뭇가지가 뿌리째 뽑혔습니다.
이 산간도로에서 같은 산사태와 낙석 사고가 이미 여러 차례 일어났습니다.
⊙수로원: 암반이 단단하지 못해 자주 내려와요.
⊙기자: 완공을 앞둔 또 다른 도로입니다.
이 절개지는 암석의 결을 따라 바위덩이가 시루떡처럼 잘려나갔습니다.
산자락을 거의 직각으로 무리하게 잘라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낙석이 계속돼 도로관리사업소측도 두 손 들 지경입니다.
⊙김원준(강원도 도로관리사업소): 사업소에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걸 가지고 계속 내려오는데 맨날 보수할 수도 없고 이러니까...
⊙기자: 낙석이 자주 발생하는 도로에 산허리 단층 경사도로를 측정해 봤습니다.
절개지의 기울기가 60도로 나타났습니다.
설계기준인 63도 이하에는 합당합니다.
그러나 암석층의 경사보다 15도나 더 가파르게 깎아내면서 경사면을 덮고 있던 돌덩이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렸습니다.
17년간 계속되어 온 현상입니다.
무너져 내린 암석층이 있던 자리입니다.
지층에 간신히 의지해 있던 암석 절개지가 폭우를 견디지 못해 붕괴된 것입니다.
지질과 지형을 무시한 설계였다는 반증입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결을 따라서 돌은 전부 다 미끄러지는데 그런 특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이렇게 일률적으로 63도로 깎도록 된 이 절개지 설계 기준이 지금 문제라고 봅니다.
⊙기자: 이 같은 무리한 공사는 예산낭비로 이어집니다.
도로는 낙석을 막기 위해 6년째 보수공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완공을 앞두고 다시 산사태가 나면서 공사비가 늘어나 300m 구간에 든 보수비용이 무려 98억원이나 됩니다.
국토관리청이 정한 4차선 국도의 300m 공사비용이 45억원인데 비해 보수비만 두 배 넘게 든 것입니다.
길을 내는데 급급해 졸속 공사의 불합리한 설계기준이 결과적으로 안전을 위협하고 과도한 도로유지 비용 부담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KBS뉴스 심수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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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날림공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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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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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중호우나 태풍이 지날 때면 전국의 산간도로에서는 산사태와 낙석 사고가 잇따릅니다. 무엇이 잘못돼서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는지 심수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중턱의 돌덩이가 마치 용암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지반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수십년된 나뭇가지가 뿌리째 뽑혔습니다. 이 산간도로에서 같은 산사태와 낙석 사고가 이미 여러 차례 일어났습니다. ⊙수로원: 암반이 단단하지 못해 자주 내려와요. ⊙기자: 완공을 앞둔 또 다른 도로입니다. 이 절개지는 암석의 결을 따라 바위덩이가 시루떡처럼 잘려나갔습니다. 산자락을 거의 직각으로 무리하게 잘라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낙석이 계속돼 도로관리사업소측도 두 손 들 지경입니다. ⊙김원준(강원도 도로관리사업소): 사업소에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걸 가지고 계속 내려오는데 맨날 보수할 수도 없고 이러니까... ⊙기자: 낙석이 자주 발생하는 도로에 산허리 단층 경사도로를 측정해 봤습니다. 절개지의 기울기가 60도로 나타났습니다. 설계기준인 63도 이하에는 합당합니다. 그러나 암석층의 경사보다 15도나 더 가파르게 깎아내면서 경사면을 덮고 있던 돌덩이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렸습니다. 17년간 계속되어 온 현상입니다. 무너져 내린 암석층이 있던 자리입니다. 지층에 간신히 의지해 있던 암석 절개지가 폭우를 견디지 못해 붕괴된 것입니다. 지질과 지형을 무시한 설계였다는 반증입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결을 따라서 돌은 전부 다 미끄러지는데 그런 특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이렇게 일률적으로 63도로 깎도록 된 이 절개지 설계 기준이 지금 문제라고 봅니다. ⊙기자: 이 같은 무리한 공사는 예산낭비로 이어집니다. 도로는 낙석을 막기 위해 6년째 보수공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완공을 앞두고 다시 산사태가 나면서 공사비가 늘어나 300m 구간에 든 보수비용이 무려 98억원이나 됩니다. 국토관리청이 정한 4차선 국도의 300m 공사비용이 45억원인데 비해 보수비만 두 배 넘게 든 것입니다. 길을 내는데 급급해 졸속 공사의 불합리한 설계기준이 결과적으로 안전을 위협하고 과도한 도로유지 비용 부담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KBS뉴스 심수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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