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체납세 받아 해외여행

입력 2000.10.07 (21:00) 수정 2018.08.2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서울시의 구청 세무 공무원들이 체납된 세금을 받아낸 돈으로 해외 여행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가 체납세 징수실적을 올린다는 이유로 세금의 일부를 지원금으로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동취재부 이창룡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서울 서초구청 세무과입니다.
한창 근무할 시간이지만 자리가 군데군데 비어있습니다.
⊙기자: 여기 어디 갔어요?
⊙세무과 직원: 일본요. 월요일쯤 올 거예요.
⊙기자: 취재 결과 서초구청에서는 지난 달 28명이 일본 여행을 갔다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명목은 해외연수.
그러나 실상은 단순한 여행이었습니다.
서초구청이 여행 경비로 책정한 돈은 6000만원, 모두 시민이 낸 세금입니다.
⊙서초구 세무과장: (원래 유럽 계획했는데) 미뤄지고, 또 때가 안 좋아 가까운 일본으로 몇 명만 갖다오자고 해서...
⊙기자: 서울 중구청입니다.
이곳 세무과 직원들도 전원이 지난 달 금강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해외 여행까지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구청이 여행 경비로 잡은 돈만 무려 1억원에 이릅니다.
이 돈 역시 세금입니다.
⊙중구 세무과장: 직원들 의견 물으니까 금강산 한 번 가보자 일부보단 전직원이 가자고 그래서...
⊙기자: 이들 구청 뿐만이 아닙니다.
양천구청은 유럽, 영등포구청은 제주도 등 서울시내 상당수 구청들이 앞다퉈 단체 여행을 계획하고 이미 예산까지 확보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들 구청의 여행 경비는 하나같이 시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체납세금으로 충당됐습니다.
서울시의 체납세금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고 올 들어 1조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체납세의 징수를 유도한다며 구청별로 해마다 실적을 평가해서 징수액의 일부를 지원금으로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지원금은 130억원대, 구청별로 대략 5억원씩 지급됐고 세무과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이 돈으로 단체여행에 나선 것입니다.
⊙서울시 세무운영과장: 여행 신청 많아서 자제하라고 공문 보냈어요.
우리시가 가지 마라 얘기는 못 하고...
⊙기자: 문제는 서울시의 이런 지원금 제도 외에 징수 실적에 따라 개인별로 포상금을 주는 포상제도가 따로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시가 책정한 올해 포상금 예산만 26억원이나 됩니다.
체납세가 늘어 재정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포상금은 포상금대로 들이고 또 물쓰듯 여행잔치를 벌이는 것은 경제상황을 망각한 세금낭비라는 지적입니다.
⊙홍일표(참여연대 간사):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이 공무원들의 해외여행 경비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국민들은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자: 체납 세금을 받아내는 것 못지 않게 처음부터 줄일 수 있도록 세무행정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KBS뉴스 이창룡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현장추적>체납세 받아 해외여행
    • 입력 2000-10-07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서울시의 구청 세무 공무원들이 체납된 세금을 받아낸 돈으로 해외 여행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가 체납세 징수실적을 올린다는 이유로 세금의 일부를 지원금으로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동취재부 이창룡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서울 서초구청 세무과입니다. 한창 근무할 시간이지만 자리가 군데군데 비어있습니다. ⊙기자: 여기 어디 갔어요? ⊙세무과 직원: 일본요. 월요일쯤 올 거예요. ⊙기자: 취재 결과 서초구청에서는 지난 달 28명이 일본 여행을 갔다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명목은 해외연수. 그러나 실상은 단순한 여행이었습니다. 서초구청이 여행 경비로 책정한 돈은 6000만원, 모두 시민이 낸 세금입니다. ⊙서초구 세무과장: (원래 유럽 계획했는데) 미뤄지고, 또 때가 안 좋아 가까운 일본으로 몇 명만 갖다오자고 해서... ⊙기자: 서울 중구청입니다. 이곳 세무과 직원들도 전원이 지난 달 금강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해외 여행까지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구청이 여행 경비로 잡은 돈만 무려 1억원에 이릅니다. 이 돈 역시 세금입니다. ⊙중구 세무과장: 직원들 의견 물으니까 금강산 한 번 가보자 일부보단 전직원이 가자고 그래서... ⊙기자: 이들 구청 뿐만이 아닙니다. 양천구청은 유럽, 영등포구청은 제주도 등 서울시내 상당수 구청들이 앞다퉈 단체 여행을 계획하고 이미 예산까지 확보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들 구청의 여행 경비는 하나같이 시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체납세금으로 충당됐습니다. 서울시의 체납세금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고 올 들어 1조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체납세의 징수를 유도한다며 구청별로 해마다 실적을 평가해서 징수액의 일부를 지원금으로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지원금은 130억원대, 구청별로 대략 5억원씩 지급됐고 세무과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이 돈으로 단체여행에 나선 것입니다. ⊙서울시 세무운영과장: 여행 신청 많아서 자제하라고 공문 보냈어요. 우리시가 가지 마라 얘기는 못 하고... ⊙기자: 문제는 서울시의 이런 지원금 제도 외에 징수 실적에 따라 개인별로 포상금을 주는 포상제도가 따로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시가 책정한 올해 포상금 예산만 26억원이나 됩니다. 체납세가 늘어 재정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포상금은 포상금대로 들이고 또 물쓰듯 여행잔치를 벌이는 것은 경제상황을 망각한 세금낭비라는 지적입니다. ⊙홍일표(참여연대 간사):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이 공무원들의 해외여행 경비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국민들은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자: 체납 세금을 받아내는 것 못지 않게 처음부터 줄일 수 있도록 세무행정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KBS뉴스 이창룡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