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끝나지 않은 악몽…범죄 피해 후유증

입력 2006.09.13 (09:02) 수정 2006.09.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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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가 인권이라는 말을 참 자주 쓰는데요, 막상 인권을 보호해야한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정말 보호해야할 사람들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네, 오늘 다룰 사연도 그런 경우인데요,

저희 취재진이 아주 어렵게! 한 범죄 피해자를 만났는데, 이 여성이 시달려온 범죄 후유증, 상상을 초월합니다 오늘은 이 여성을 통해 대한민국 범죄 피해자의 현주소를 짚어보겠습니다.

최영철 기자~아주 힘들게 만남 을 가졌다고 들었는데요?

<리포트>

네,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이번 만남이 이루어졌는데요.

어렵게 이야기를 털어 놓은 이 여성은 이제까지는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의 인권만 중시한 반면 자신과 같은 범죄 피해자들은 오히려 주위의 눈총을 받으며 어렵게 살아왔다며 주위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화면 통해서 자세한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가슴에 묻은 딸을 찾아가는 길.차가운 땅 속에 묻힌 채 발견되었던 아이. 가장 좋아하던 간식들을 준비한 엄마는 눈물 없이는 딸 아이를 떠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 못난 엄마 만나 네가 이 자리에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것도 엄마는 너무 미안하고······, 현정아!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올해 36세의 김명지 씨. 2년이 지났지만 딸, 현정이를 잃은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습니다.

<인터뷰> 김명지(36 / 범죄 피해자 ):"말로 표현할 수 없죠. 그냥 암담해요. 이게 현실이 아니라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당시 8살이던 현정이가 사라진 때는 2003년 10월... 전단지를 돌리며 찾아 헤매기를 넉 달을 계속 했습니다.

<인터뷰> 김명지(36/ 범죄 피해자 ):"딸을 찾으러 전국을 다니면서도 배고픈 줄도 모르겠더라고요.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또 아이 찾으러 다니고······."

그러나 더 충격적인 일이 명지 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년 전 재혼했던 자신의 남편, 그러니까 현정이의 새 아빠가 딸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명지(36/ 범죄 피해자 ):"(새 아빠가) 현정이를 예뻐하고 안아주고 비행기도 태워주고 그랬는데, 둘째 딸을 낳고 나서는 현정이한테 대하는 게 달라지더라고요. (나중에는) 현정이 학원 다닐 때 학원비까지도 아깝다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남편은 8년 형을 받고 수감중인 상황... 그 뒤 명지 씨는 심한 우울증으로 십여 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했는데요.

<인터뷰> 김홍근 (신경정신과 전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자체가 잠을 못 잡니다. 자다가도 자주 깨고, 악몽에 시달리고, 그 사건에 대한 정리가 마음속에서 안 되어 있거든요. 지금 정리를 해 나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남편과는 사건 1년 반만에 이혼하고 사이에서 난 둘째 딸의 양육권마저 포기 한 명지 씨. 혼자가 되는 밤 시간은 더욱 무섭고 외롭다고 했습니다.

사건 이후 매일 밤, 수면제를 복용하지만 불면증은 명지 씨를 괴롭히고 결국 명지 씨는 술에 의지하곤 하는데요.알코올의 힘을 빌려서야 현정이의 얼굴을 보게 된다는 명지 씨의 모습에선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가 엿보였습니다.

삶의 의욕도 잃고 마땅히 갈 곳도 없던 명지 씨가 마지막이다 하며 기댄 곳이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입니다.

사건 수사를 맡은 형사의 소개로 찾은 이 곳에서 명지 씨는 자원봉사도 하면서 다시 사회속으로 들어오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명지(36/ 범죄 피해자 ):"내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겠구나. 나를 생각해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데, 내가 저 사람들을 멀리하고 그럴 필요가 없겠다······."

이곳 도움으로 예전부터 갖고 있던 미용 기술을 살려 최근에는 헤어디자이너로 근무도 하게 됐습니다. 더 이상 피해자로 보이기 싫어 일부러 화려한 옷을 입는다는 명지 씨.

현정이 또래의 머리를 만지는 손길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명지(36/ 범죄 피해자 ):"미용을 한참 배울 때 현정이를 데리고 연습을 많이 했었어요. 지금 살아 있었으면 제대로 머리카락을 잘라줬을 텐데······."

이렇게 명지 씨처럼 범죄에 노출되었던 피해자들은 오랜 후유증을 호소합니다. 그래서 이런 이들을 돕기 위해 전국에 55개의 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운영 중인데요.

<인터뷰> 김석우 (수원지법 평택지청 검사 ):"범죄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인권을 어떻게 보호를 해 줄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치료구조, 법률상담을 통한 법률구조, 최근에는 화해중재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재정적인 지원도 많지 않아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충분한 상담과 지원은 여의치 못한 상태입니다.

<인터뷰> 박두원 (평택·안성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사무국장 ):"한 사람을 도와주면 좋을 예산을 가지고 우리가 한 달에 100여 건 씩 상담을 하고 있는데, 예산이 많이 부족하죠. 그래서 아주 적은 금액으로 (범죄 피해자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한해 수백만명의 범죄 피해자가 생기는 현실.

범인을 잡는데서 끝이 아니라 피해자의 상처까지 치유할 수 있는 제도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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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9-13 08:06:57
    • 수정2006-09-13 10: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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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가 인권이라는 말을 참 자주 쓰는데요, 막상 인권을 보호해야한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정말 보호해야할 사람들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네, 오늘 다룰 사연도 그런 경우인데요, 저희 취재진이 아주 어렵게! 한 범죄 피해자를 만났는데, 이 여성이 시달려온 범죄 후유증, 상상을 초월합니다 오늘은 이 여성을 통해 대한민국 범죄 피해자의 현주소를 짚어보겠습니다. 최영철 기자~아주 힘들게 만남 을 가졌다고 들었는데요? <리포트> 네,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이번 만남이 이루어졌는데요. 어렵게 이야기를 털어 놓은 이 여성은 이제까지는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의 인권만 중시한 반면 자신과 같은 범죄 피해자들은 오히려 주위의 눈총을 받으며 어렵게 살아왔다며 주위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화면 통해서 자세한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가슴에 묻은 딸을 찾아가는 길.차가운 땅 속에 묻힌 채 발견되었던 아이. 가장 좋아하던 간식들을 준비한 엄마는 눈물 없이는 딸 아이를 떠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 못난 엄마 만나 네가 이 자리에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것도 엄마는 너무 미안하고······, 현정아!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올해 36세의 김명지 씨. 2년이 지났지만 딸, 현정이를 잃은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습니다. <인터뷰> 김명지(36 / 범죄 피해자 ):"말로 표현할 수 없죠. 그냥 암담해요. 이게 현실이 아니라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당시 8살이던 현정이가 사라진 때는 2003년 10월... 전단지를 돌리며 찾아 헤매기를 넉 달을 계속 했습니다. <인터뷰> 김명지(36/ 범죄 피해자 ):"딸을 찾으러 전국을 다니면서도 배고픈 줄도 모르겠더라고요.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또 아이 찾으러 다니고······." 그러나 더 충격적인 일이 명지 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년 전 재혼했던 자신의 남편, 그러니까 현정이의 새 아빠가 딸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명지(36/ 범죄 피해자 ):"(새 아빠가) 현정이를 예뻐하고 안아주고 비행기도 태워주고 그랬는데, 둘째 딸을 낳고 나서는 현정이한테 대하는 게 달라지더라고요. (나중에는) 현정이 학원 다닐 때 학원비까지도 아깝다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남편은 8년 형을 받고 수감중인 상황... 그 뒤 명지 씨는 심한 우울증으로 십여 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했는데요. <인터뷰> 김홍근 (신경정신과 전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자체가 잠을 못 잡니다. 자다가도 자주 깨고, 악몽에 시달리고, 그 사건에 대한 정리가 마음속에서 안 되어 있거든요. 지금 정리를 해 나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남편과는 사건 1년 반만에 이혼하고 사이에서 난 둘째 딸의 양육권마저 포기 한 명지 씨. 혼자가 되는 밤 시간은 더욱 무섭고 외롭다고 했습니다. 사건 이후 매일 밤, 수면제를 복용하지만 불면증은 명지 씨를 괴롭히고 결국 명지 씨는 술에 의지하곤 하는데요.알코올의 힘을 빌려서야 현정이의 얼굴을 보게 된다는 명지 씨의 모습에선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가 엿보였습니다. 삶의 의욕도 잃고 마땅히 갈 곳도 없던 명지 씨가 마지막이다 하며 기댄 곳이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입니다. 사건 수사를 맡은 형사의 소개로 찾은 이 곳에서 명지 씨는 자원봉사도 하면서 다시 사회속으로 들어오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명지(36/ 범죄 피해자 ):"내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겠구나. 나를 생각해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데, 내가 저 사람들을 멀리하고 그럴 필요가 없겠다······." 이곳 도움으로 예전부터 갖고 있던 미용 기술을 살려 최근에는 헤어디자이너로 근무도 하게 됐습니다. 더 이상 피해자로 보이기 싫어 일부러 화려한 옷을 입는다는 명지 씨. 현정이 또래의 머리를 만지는 손길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명지(36/ 범죄 피해자 ):"미용을 한참 배울 때 현정이를 데리고 연습을 많이 했었어요. 지금 살아 있었으면 제대로 머리카락을 잘라줬을 텐데······." 이렇게 명지 씨처럼 범죄에 노출되었던 피해자들은 오랜 후유증을 호소합니다. 그래서 이런 이들을 돕기 위해 전국에 55개의 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운영 중인데요. <인터뷰> 김석우 (수원지법 평택지청 검사 ):"범죄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인권을 어떻게 보호를 해 줄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치료구조, 법률상담을 통한 법률구조, 최근에는 화해중재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재정적인 지원도 많지 않아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충분한 상담과 지원은 여의치 못한 상태입니다. <인터뷰> 박두원 (평택·안성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사무국장 ):"한 사람을 도와주면 좋을 예산을 가지고 우리가 한 달에 100여 건 씩 상담을 하고 있는데, 예산이 많이 부족하죠. 그래서 아주 적은 금액으로 (범죄 피해자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한해 수백만명의 범죄 피해자가 생기는 현실. 범인을 잡는데서 끝이 아니라 피해자의 상처까지 치유할 수 있는 제도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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