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의 ‘쌀’ 사랑

입력 2006.09.28 (20:50) 수정 2006.09.2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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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동사무소 앞에 쌀 25 포대를 밤사이 놓고 가는 사람, 돈만 맡기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사람.

이 같은 '남몰래 선행'이 추석을 앞두고 크게 늘고 있습니다.

박예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신춘옥 할머니는 오늘 뜻하지 않은 추석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픈 할아버지와 열두 살 손자와 함께 한 달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쌀 한 포대입니다.

<인터뷰>신춘옥(서울시 가양동) : "손자가 좋아하는 것 많죠. 이것저것 해 먹일 수도 없고 매일 삼시 세끼 밥만이라도 (먹였으면)..."

이 쌀은 지난 20일 밤, 서울 가양동사무소 앞에 누군가가 놓고 간 20킬로그램짜리 25포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터뷰>강오성(서울시 가양동 동장) : "출근했는데 현관 앞에 쌀이 많이 쌓여 있었어요 깜짝 놀라서 보니까..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 써 달라는 문구가 써있었어요..."

동사무소에서는 이 기부자가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루 전날 이웃인 방화동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 쌀들은 모두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됐습니다.

<인터뷰>윤정례(서울시 방화동) : "추석 아녜요. 쌀을 어떡할까.. 고민 중에 있었는데 가져 가라니까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 진짜 고맙지"

이번달 초 신월동사무소에는 한 40대 남자가 세 차례에 걸쳐 250만원을 놓고 갔습니다.

<인터뷰>김연주(서울시 신월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 : "성함만이라도 알려달라고.. 첫번째도 아니고 벌써 세번째인데..제가 자꾸 여쭤보니까 이름을 자꾸 물어보면 앞으로 기부활동 할 수 없다며 황급히 사라지셨어요"

아직도 세상은 따뜻하다는 것을 이름모를 추석 산타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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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 없는 천사의 ‘쌀’ 사랑
    • 입력 2006-09-28 20:27:11
    • 수정2006-09-28 21:08:36
    뉴스타임
<앵커 멘트> 동사무소 앞에 쌀 25 포대를 밤사이 놓고 가는 사람, 돈만 맡기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사람. 이 같은 '남몰래 선행'이 추석을 앞두고 크게 늘고 있습니다. 박예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신춘옥 할머니는 오늘 뜻하지 않은 추석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픈 할아버지와 열두 살 손자와 함께 한 달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쌀 한 포대입니다. <인터뷰>신춘옥(서울시 가양동) : "손자가 좋아하는 것 많죠. 이것저것 해 먹일 수도 없고 매일 삼시 세끼 밥만이라도 (먹였으면)..." 이 쌀은 지난 20일 밤, 서울 가양동사무소 앞에 누군가가 놓고 간 20킬로그램짜리 25포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터뷰>강오성(서울시 가양동 동장) : "출근했는데 현관 앞에 쌀이 많이 쌓여 있었어요 깜짝 놀라서 보니까..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 써 달라는 문구가 써있었어요..." 동사무소에서는 이 기부자가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루 전날 이웃인 방화동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 쌀들은 모두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됐습니다. <인터뷰>윤정례(서울시 방화동) : "추석 아녜요. 쌀을 어떡할까.. 고민 중에 있었는데 가져 가라니까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 진짜 고맙지" 이번달 초 신월동사무소에는 한 40대 남자가 세 차례에 걸쳐 250만원을 놓고 갔습니다. <인터뷰>김연주(서울시 신월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 : "성함만이라도 알려달라고.. 첫번째도 아니고 벌써 세번째인데..제가 자꾸 여쭤보니까 이름을 자꾸 물어보면 앞으로 기부활동 할 수 없다며 황급히 사라지셨어요" 아직도 세상은 따뜻하다는 것을 이름모를 추석 산타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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