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석달도 안돼 바꾸는 도로표지판

입력 2000.10.14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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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시가 ASEM과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두고 교체 중인 도로표지판 가운데 상당수가 부실시공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표지판 표면에 주름이 잡히는 등 문제가 생기면서 석달도 안 돼 다시 바꿔야 할 상황이지만 시공업체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정재혁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올 3월에 도로 표지판을 일제히 교체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도로입니다.
언뜻 보면 표지판들이 말끔해 보이지만 하나 같이 하자 투성이입니다.
표면에 주름이 길게 잡혀 있는가 하면 아예 줄이 심하게 간 표지판도 상당수입니다.
일부 표지판은 마치 조각천을 덧댄 듯 엉성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대문구청 담당자: 납품검사때엔 이상 없었는데 서너달 지나니 일부는 심한 것도 있고...
⊙기자: 비슷한 시기에 도로 표지판을 교체한 서울 동작구.
날림공사를 한 흔적이 뚜렷합니다.
이처럼 결함이 생긴 표지판이 이곳 동작구에만 모두 29개나 됩니다.
⊙임장채(동작구청 교통시설팀장): ASEM 전에 하려고 서둘러서 해 왔었는데 문제가 이렇게 되고 보니까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기자: 1차 조사 결과 불량표지판 재료와 부실시공으로 원인이 드러났지만 업체들은 서로 책임을 미룹니다.
⊙제작업체 이사: (납품된) 반사지 불량으로 금년 여름 고온을 못 이겨...
나중에 (문제) 알았다
⊙기자: 문제는 이들 부실 표지판 대부분을 한 업체에서 설치했다는 점입니다.
이 업체는 부실은 인정하면서 석달이 지나도록 교체작업을 미루고 있습니다.
⊙기자: 진척이 안 되고 있는 거네요?
⊙제작업체 과장: 지금 계속 (하자보수) 협의중이고...
⊙기자: 이 업체는 2년 전 표지판 공사와 관련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다가 적발된 적이 있는데도 지금까지 서울시 공사를 계속 따냈습니다.
그런데도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도로표지판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결정해 온 조달청은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서울지방조달청 담당자: 우린 조합하고 계약만 하고 조합에서 각 업체별로 배정하죠.
⊙기자: 시공능력 있는 지는 조달청에서 잘 모르겠네요?
⊙서울지방조달청 담당자: 그렇죠.
⊙기자: 발주관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렇게 형식적이다 보니 소속 업체끼리 나눠먹기식으로 공사를 배정하는 조합의 관행이 아무런 제약 없이 이어져 왔다는 얘기입니다.
⊙서울시 광고물제작업 협동조합 간부: 포화된 데는 배정 안 하고 어려운 곳은 다시 배정해 많이 모자란 것을 맞춥니다.
⊙기자: 서울시가 ASEM과 월드컵 등 국제 행사를 앞두고 도로표지판 교체경비로 잡은 예산은 모두 372억원.
많은 구간에서 불량표지판이 발견되고 있지만 서울시와 구청측은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기자: 거기는 안 하신 거 아니에요?
⊙이상호(서울시청 교통기획과 팀장): 지금 못 하고 있죠.
⊙기자: 업체들의 날림공사와 부실한 행정감독이 맞물리면서 서울시의 도로 표지판 교체작업이 시작부터 삐꺽거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정재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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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석달도 안돼 바꾸는 도로표지판
    • 입력 2000-10-14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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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시가 ASEM과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두고 교체 중인 도로표지판 가운데 상당수가 부실시공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표지판 표면에 주름이 잡히는 등 문제가 생기면서 석달도 안 돼 다시 바꿔야 할 상황이지만 시공업체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정재혁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올 3월에 도로 표지판을 일제히 교체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도로입니다. 언뜻 보면 표지판들이 말끔해 보이지만 하나 같이 하자 투성이입니다. 표면에 주름이 길게 잡혀 있는가 하면 아예 줄이 심하게 간 표지판도 상당수입니다. 일부 표지판은 마치 조각천을 덧댄 듯 엉성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대문구청 담당자: 납품검사때엔 이상 없었는데 서너달 지나니 일부는 심한 것도 있고... ⊙기자: 비슷한 시기에 도로 표지판을 교체한 서울 동작구. 날림공사를 한 흔적이 뚜렷합니다. 이처럼 결함이 생긴 표지판이 이곳 동작구에만 모두 29개나 됩니다. ⊙임장채(동작구청 교통시설팀장): ASEM 전에 하려고 서둘러서 해 왔었는데 문제가 이렇게 되고 보니까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기자: 1차 조사 결과 불량표지판 재료와 부실시공으로 원인이 드러났지만 업체들은 서로 책임을 미룹니다. ⊙제작업체 이사: (납품된) 반사지 불량으로 금년 여름 고온을 못 이겨... 나중에 (문제) 알았다 ⊙기자: 문제는 이들 부실 표지판 대부분을 한 업체에서 설치했다는 점입니다. 이 업체는 부실은 인정하면서 석달이 지나도록 교체작업을 미루고 있습니다. ⊙기자: 진척이 안 되고 있는 거네요? ⊙제작업체 과장: 지금 계속 (하자보수) 협의중이고... ⊙기자: 이 업체는 2년 전 표지판 공사와 관련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다가 적발된 적이 있는데도 지금까지 서울시 공사를 계속 따냈습니다. 그런데도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도로표지판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결정해 온 조달청은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서울지방조달청 담당자: 우린 조합하고 계약만 하고 조합에서 각 업체별로 배정하죠. ⊙기자: 시공능력 있는 지는 조달청에서 잘 모르겠네요? ⊙서울지방조달청 담당자: 그렇죠. ⊙기자: 발주관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렇게 형식적이다 보니 소속 업체끼리 나눠먹기식으로 공사를 배정하는 조합의 관행이 아무런 제약 없이 이어져 왔다는 얘기입니다. ⊙서울시 광고물제작업 협동조합 간부: 포화된 데는 배정 안 하고 어려운 곳은 다시 배정해 많이 모자란 것을 맞춥니다. ⊙기자: 서울시가 ASEM과 월드컵 등 국제 행사를 앞두고 도로표지판 교체경비로 잡은 예산은 모두 372억원. 많은 구간에서 불량표지판이 발견되고 있지만 서울시와 구청측은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기자: 거기는 안 하신 거 아니에요? ⊙이상호(서울시청 교통기획과 팀장): 지금 못 하고 있죠. ⊙기자: 업체들의 날림공사와 부실한 행정감독이 맞물리면서 서울시의 도로 표지판 교체작업이 시작부터 삐꺽거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정재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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