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사채의 늪’에 빠진 사람들

입력 2006.11.03 (09:24) 수정 2006.11.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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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금리의 사채가 평범한 시민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얼마전한 금융기관에서 일어난 주부 강도사건도 바로 사채 때문이었 습니다.

고금리의 사채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닙니다만 최근에는 법정 이자율의 3배가 넘는 살인적인 금리와또 갖은 협박에 돈을 빌린 채무자들은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돕니다.

윤영란 기자!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사채를 빌려 쓰는 이유가 있을텐데요?

<리포트>

네, 사채를 쓰는 사람의 80%가 신용불량자라고 하는데요. 다시 말해 사채를 쓰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담보가 없거나 신용이 낮아 일반 은행에서는 돈을 빌릴 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리는 등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은 사채업자입니다.

때문에 처음엔 친절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살인적인 이자와 치욕스런 빚 독촉으로 삶의 희망마저 꺾어버리는 사채의 두 얼굴... 그 실태를 알아봤습니다.한가로운 은행에 복면강도가 들이닥칩니다. 인질로 붙잡은 노인을 흉기로 위협하며 돈을 요구하는 다급한 상황.

은행 직원이 재빨리 가스총을 겨누자, 강도는 흉기를 버리고 도망칩니다. 직원이 뒤쫓아 가자 당황한 강도는 은행 문을 나서지도 못하고 붙잡히고 맙니다.

<인터뷰>박 용준 (은행 직원) :"문을 열려고 밀었는데 이 문은 여는 문이 아니고 당기는 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탁 걸리니까 미처 못 나간 거예요. "

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리숙한 은행 강도. 하지만 복면을 벗겨본 강도는 30대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는데요.탄탄한 직장을 가진 남편과 함께 두 딸을 키우던 조씨. 그녀의 불행은 지난 2003년 친정아버지가 쓰러지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인터뷰>박기천 (구로경찰서 강력4팀장): "아버지가 간경화로 상당히 많은 기간을 앓아왔고 생활이 넉넉지 못하다 보니까 치료비를 친정이 감당할 수 없어서 자기가 시부모 몰래 그것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빚을 지게 된 것 같습니다."

조씨는 카드빚을 수습하기 위해 사채를 쓰게 되었는데요. 그때부터 빚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더니 결국 2억 원이라는 감당할 수 없는 큰돈이 되었습니다.

<인터뷰>박기천 (구로경찰서 강력4팀장): "원금은 약 한 4천만 원 정도에서 그렇게 이자가 불고 돌려막기를 많이 해서 그렇게 많은 금액으로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중에는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림까지 받게 되었는데요. 범행 바로 다음 날은 약속한 4천만 원을 갚아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인터뷰>조 00 (은행강도 피의자): "오늘도 그 아저씨들이 어제부터 계속 전화했어요. 저를 믿고 있었는데... 애들하고 애기 아빠한테 정말 미안해요"

사채시장의 평균 이자율은 연 223%. 법으로 정해진 이자 제한인 66%를 비웃는 수치인데요. 사채를 쓰는 사람들은 신용등급이 낮아 일반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 "(대부업체들은) 현행법으로도 66%라는 고율의 이자를 보장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실제로 빌리러 갔을 때는 교묘한 계산방법을 써서 법정 이자율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

화곡동에 사는 윤씨는 2년 전,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일수 빚을 쓰게 되었습니다.100일간 일수를 찍기로 하고 빌린 원금이 300만원. 즉 매일 3만6천 원씩 100일간 갚으면 되는 건데요. 하지만 장사가 어려워지고 일수가 밀리면서, 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인터뷰>윤명숙(38세/ 가명/사채 채무자):"독촉이 심해서 제가 일수를 또 다른 사무실에 가서 얻어서 이쪽 거 메우고 이거 빌려서 이거 막고 그런 식으로 되다 보니까 빚이... 눈 깜짝할 사이에 그렇게 많이 됐더라고요. "

결국 운영하던 건어물 가게 두 채와 살던 집이 모두 빚으로 넘어갔지만 그래도 남은 빚이 2억이 넘습니다. 황당하게 불어난 액수보다 더 괴로운 것은 수시로 찾아와 빚 독촉을 하는 사람들.

<인터뷰>윤명숙(38세/ 가명/사채 채무자): "애들 번호로 계속 전화가 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서 집에 왔더니 애들 핸드폰을 뺏어서 계속 전화를 하고 있더라고요.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와서 그 시간에 1시 반에 집에 들어와서 막 욕을 해대고 난리더라고요."

결국 단란했던 가족은 2년 만에 생활터전을 모두 잃고 뿔뿔이 흩어졌는데요.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던 남편은 알콜 중독으로 입원해 있고 윤씨는 파출부 일을 하면서 아이들과 숨어살고 있습니다.

<인터뷰>윤명숙(38세/ 가명/사채 채무자): "꿈 없어요. 마지못해 애들 때문에 사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요. 아무 생각이 없어요."

채무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 하지만 수시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거나 협박 문자를 보내는 등 일상생활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인터뷰>사채 채무자:"길에서 개 취급을 하고 그렇게 나를 망신을 시키고, 사람을 감금을 시켜서 내가 그 길로 충격을 받아서 뭐 조그만 일만 있으면 불안해요.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고..."

현재 대부업체는 약 3만 5천여 개, 이들에게 돈을 빌린 사람들은 무려 4만 명이나 되는데요. 정부가 이들의 고리나 불법 추심행위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급전을 쓴 서민들은 살인적인 사채의 늪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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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11-03 08:37:38
    • 수정2006-11-03 15: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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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금리의 사채가 평범한 시민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얼마전한 금융기관에서 일어난 주부 강도사건도 바로 사채 때문이었 습니다. 고금리의 사채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닙니다만 최근에는 법정 이자율의 3배가 넘는 살인적인 금리와또 갖은 협박에 돈을 빌린 채무자들은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돕니다. 윤영란 기자!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사채를 빌려 쓰는 이유가 있을텐데요? <리포트> 네, 사채를 쓰는 사람의 80%가 신용불량자라고 하는데요. 다시 말해 사채를 쓰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담보가 없거나 신용이 낮아 일반 은행에서는 돈을 빌릴 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리는 등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은 사채업자입니다. 때문에 처음엔 친절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살인적인 이자와 치욕스런 빚 독촉으로 삶의 희망마저 꺾어버리는 사채의 두 얼굴... 그 실태를 알아봤습니다.한가로운 은행에 복면강도가 들이닥칩니다. 인질로 붙잡은 노인을 흉기로 위협하며 돈을 요구하는 다급한 상황. 은행 직원이 재빨리 가스총을 겨누자, 강도는 흉기를 버리고 도망칩니다. 직원이 뒤쫓아 가자 당황한 강도는 은행 문을 나서지도 못하고 붙잡히고 맙니다. <인터뷰>박 용준 (은행 직원) :"문을 열려고 밀었는데 이 문은 여는 문이 아니고 당기는 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탁 걸리니까 미처 못 나간 거예요. " 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리숙한 은행 강도. 하지만 복면을 벗겨본 강도는 30대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는데요.탄탄한 직장을 가진 남편과 함께 두 딸을 키우던 조씨. 그녀의 불행은 지난 2003년 친정아버지가 쓰러지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인터뷰>박기천 (구로경찰서 강력4팀장): "아버지가 간경화로 상당히 많은 기간을 앓아왔고 생활이 넉넉지 못하다 보니까 치료비를 친정이 감당할 수 없어서 자기가 시부모 몰래 그것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빚을 지게 된 것 같습니다." 조씨는 카드빚을 수습하기 위해 사채를 쓰게 되었는데요. 그때부터 빚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더니 결국 2억 원이라는 감당할 수 없는 큰돈이 되었습니다. <인터뷰>박기천 (구로경찰서 강력4팀장): "원금은 약 한 4천만 원 정도에서 그렇게 이자가 불고 돌려막기를 많이 해서 그렇게 많은 금액으로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중에는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림까지 받게 되었는데요. 범행 바로 다음 날은 약속한 4천만 원을 갚아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인터뷰>조 00 (은행강도 피의자): "오늘도 그 아저씨들이 어제부터 계속 전화했어요. 저를 믿고 있었는데... 애들하고 애기 아빠한테 정말 미안해요" 사채시장의 평균 이자율은 연 223%. 법으로 정해진 이자 제한인 66%를 비웃는 수치인데요. 사채를 쓰는 사람들은 신용등급이 낮아 일반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 "(대부업체들은) 현행법으로도 66%라는 고율의 이자를 보장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실제로 빌리러 갔을 때는 교묘한 계산방법을 써서 법정 이자율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 화곡동에 사는 윤씨는 2년 전,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일수 빚을 쓰게 되었습니다.100일간 일수를 찍기로 하고 빌린 원금이 300만원. 즉 매일 3만6천 원씩 100일간 갚으면 되는 건데요. 하지만 장사가 어려워지고 일수가 밀리면서, 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인터뷰>윤명숙(38세/ 가명/사채 채무자):"독촉이 심해서 제가 일수를 또 다른 사무실에 가서 얻어서 이쪽 거 메우고 이거 빌려서 이거 막고 그런 식으로 되다 보니까 빚이... 눈 깜짝할 사이에 그렇게 많이 됐더라고요. " 결국 운영하던 건어물 가게 두 채와 살던 집이 모두 빚으로 넘어갔지만 그래도 남은 빚이 2억이 넘습니다. 황당하게 불어난 액수보다 더 괴로운 것은 수시로 찾아와 빚 독촉을 하는 사람들. <인터뷰>윤명숙(38세/ 가명/사채 채무자): "애들 번호로 계속 전화가 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서 집에 왔더니 애들 핸드폰을 뺏어서 계속 전화를 하고 있더라고요.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와서 그 시간에 1시 반에 집에 들어와서 막 욕을 해대고 난리더라고요." 결국 단란했던 가족은 2년 만에 생활터전을 모두 잃고 뿔뿔이 흩어졌는데요.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던 남편은 알콜 중독으로 입원해 있고 윤씨는 파출부 일을 하면서 아이들과 숨어살고 있습니다. <인터뷰>윤명숙(38세/ 가명/사채 채무자): "꿈 없어요. 마지못해 애들 때문에 사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요. 아무 생각이 없어요." 채무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 하지만 수시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거나 협박 문자를 보내는 등 일상생활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인터뷰>사채 채무자:"길에서 개 취급을 하고 그렇게 나를 망신을 시키고, 사람을 감금을 시켜서 내가 그 길로 충격을 받아서 뭐 조그만 일만 있으면 불안해요.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고..." 현재 대부업체는 약 3만 5천여 개, 이들에게 돈을 빌린 사람들은 무려 4만 명이나 되는데요. 정부가 이들의 고리나 불법 추심행위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급전을 쓴 서민들은 살인적인 사채의 늪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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