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농촌 노인들 울리는 ‘족보 사기’

입력 2006.12.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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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이른바 족보 사기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주로 농촌에서 종친회를 사칭해 노인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얼마전 한 사기 단이 다행히 검거가 됐는데,지금까지 피해자만 140명이 넘는 다고 합니다.

족보로 어떻게 사기를 치는 걸까요?

최영철 기자! 나왔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 갔을까요?

<리포트>

네, 젊은 사람들에게 족보는 관심 밖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나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들의 입장에서는 자식들과 후손들에게 뿌리를 찾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실 텐데요.

이번에 검거된 일당들은 바로 이런 어른들.

특히 전통을 중요시 하는 농촌의 어르신들을 상대로 족보에 입적시켜주겠다고 속이는 방법으로 수 천만원의 돈을 가로챘습니다.

노인들을 울린 족보사기사건.

자세한 이야기 지금 전해드리겠습니다.

남원시에 사는 50대의 조모씨는 3일전 경찰로부터 족보사기범 검거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연락이 오기 전까지 종친회에서 갱신하는 족보에 자녀들의 이름이 올라 갈 것을 기대하던 조씨는 이것이 사기였음을 알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족자나 책자를 먼저 보내줬기에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00(피해자) : "(총금액이)92만원인데, 계약금으로 46만원을 보내라고 한거거든요.(족자 등을) 먼저 보내주고, 확인한 다음에 돈을 부치라고 해서 보냈고..."

조씨 외에도 밝혀진 피해자만 144명, 피해액은 8천 여 만원에 이르는데요.

작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주로 족보 편찬에 관심이 많은 농촌 노인들이 대상이 되었습니다.

지역 역시 경남과 부산, 전라도 지역 등 전국을 무대로, 족보 갱신이 30년에 한번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사기 행각을 벌였는데요.

<인터뷰> 배한수 형사(순창 경찰서 지능범죄 수사팀) : "그래가지고나는 조00라고 하는데, 종친회의 총무다, 또는 김씨 종친회의 총무다 하는 식으로 계속적으로 성씨만을 바꿔가면서 그 종친회의 총무인 것처럼 속이면서 영업행위를 하는 것이죠."

이번에 잡힌 일당은 4명. 이들은 서울에 사무실을 차린 뒤 지체 장애인들을 고용해신청서를 받으면 총무가 다시 전화로 확인한 후, 두 명의 행동원이 직접 당사자를 찾아가 계약금을 받아냈는데요.

전화를 거는 지체 장애인들에게는 성만 바꾸면 누구에게도 적용 가능한 전화 내용의 문구까지 제공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지체 장애인 : "그 멘트 써준대로...우리는 단지 전화만 해서 하겠다고 하는 사람만 적어서 넘겨주면 총무가 알아서 처리했다. 우리는 그 이상은 몰라요. 적어서 넘기면 우리는 그걸로 끝나니까..."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이들의 사무실.

족보편찬회라는 간판이 달려 있지만 지금은 문이 굳게 닫힌 상태였는데요.

아직도 피해 사실을 믿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건물 관계자 : "근데 어제 피해자라고 자기가 90만원에 의뢰를 했는데...사무실에 전화를 하니까 안 받아, 그러니까 확인을 하러 왔더라고 나한테..."

이번 사건 외에도 족보 관련 범죄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실제 취재 중 지난 해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주민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임옥자(남원시) : "(족보가)중요해서 족보를 하려고 하니까...어떻게 전화가 몇 번 왔어. 그래서 돈을 보냈거든...그래서 했는데 안 와...그 뒤로 끝나 버렸어. 아! 이게 사기구나 그걸 느꼈죠."

이런 피해가 이어지자 일부 종친회에서는 신문 광고까지 내며 주의를 당부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이 족보가 무엇이기에 이런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을까?

족보를 중요시 여기는 일반 어른들의 이야기들에서 족보에 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대부분 자신보다는 자손들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임병록(남원시) : "뿌리 없는 나무가 살 수가 있소."

<인터뷰> 오병길(남원시) : "쌀 몇 가마 값을 내서라도 (족보)만들어야지. 우리 죽으면 우리가 올려놔야 자식들이 큰 소리 친다고..."

하지만 자칫 집안 내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지나치게 족보에 집착하는 것은 족보의 본 의미를 해치고 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성 또한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는데요.

<인터뷰> 홍재덕(한국족보문화연구원 회장) : "이런 경우에 족보를 만들려고 애를 쓰죠. 어떤 경우냐면 자녀가 장성해서 혼담이 오갈 적에 사돈이 족보에 대해 묻는데 답변을 못할 경우 창피하니까 족보를 찾아보려고 애를 쓰고..."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조모씨.

계약금으로 보낸 돈이 50만원, 비싼 인생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며 애써 위안 삼으려는 조씨는 실제 족보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을 했다 두 번 실패를 한 뒤라 쉽게 이들에게 걸려들었는데요.

힘든 가정 형편 때문에 고생이 많았던 조씨가 족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데는 자녀들에게 족보만이라도 물려주고 싶다는 보상심리도 작용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조00(피해자) : "제가 족보를 많이 원했고, 그래서 귀가 솔깃했죠. 제 자신은 그걸 안 따지는데요. 애들 때문에...저야 배운 것도 없고...어느 정도 지낼만큼 지냈고 그래서 애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좀 만들고 싶었어요. 솔직한 심정이..."

피해 사실을 형제들에게도 숨기다가 촬영 당일에야 밝힐 정도로 상심한 조씨.

그러나 아직도 족보에 대한 미련만은 끝까지 버릴 수 없어 했는데요.

<인터뷰> 조00(피해자) : "사기성만 없다면 어디서고 할 겁니다."

이번 검거를 통해 족보를 둘러싼 사기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가 이뤄져야 할텐데요.

특히 족보의 좋은 의미가 불미스러운 일로 훼손되지 않도록 종친회를 통해 확인하는 등 피해를 입지 않으려는 노력 역시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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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12-14 08: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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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이른바 족보 사기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주로 농촌에서 종친회를 사칭해 노인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얼마전 한 사기 단이 다행히 검거가 됐는데,지금까지 피해자만 140명이 넘는 다고 합니다. 족보로 어떻게 사기를 치는 걸까요? 최영철 기자! 나왔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 갔을까요? <리포트> 네, 젊은 사람들에게 족보는 관심 밖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나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들의 입장에서는 자식들과 후손들에게 뿌리를 찾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실 텐데요. 이번에 검거된 일당들은 바로 이런 어른들. 특히 전통을 중요시 하는 농촌의 어르신들을 상대로 족보에 입적시켜주겠다고 속이는 방법으로 수 천만원의 돈을 가로챘습니다. 노인들을 울린 족보사기사건. 자세한 이야기 지금 전해드리겠습니다. 남원시에 사는 50대의 조모씨는 3일전 경찰로부터 족보사기범 검거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연락이 오기 전까지 종친회에서 갱신하는 족보에 자녀들의 이름이 올라 갈 것을 기대하던 조씨는 이것이 사기였음을 알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족자나 책자를 먼저 보내줬기에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조00(피해자) : "(총금액이)92만원인데, 계약금으로 46만원을 보내라고 한거거든요.(족자 등을) 먼저 보내주고, 확인한 다음에 돈을 부치라고 해서 보냈고..." 조씨 외에도 밝혀진 피해자만 144명, 피해액은 8천 여 만원에 이르는데요. 작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주로 족보 편찬에 관심이 많은 농촌 노인들이 대상이 되었습니다. 지역 역시 경남과 부산, 전라도 지역 등 전국을 무대로, 족보 갱신이 30년에 한번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사기 행각을 벌였는데요. <인터뷰> 배한수 형사(순창 경찰서 지능범죄 수사팀) : "그래가지고나는 조00라고 하는데, 종친회의 총무다, 또는 김씨 종친회의 총무다 하는 식으로 계속적으로 성씨만을 바꿔가면서 그 종친회의 총무인 것처럼 속이면서 영업행위를 하는 것이죠." 이번에 잡힌 일당은 4명. 이들은 서울에 사무실을 차린 뒤 지체 장애인들을 고용해신청서를 받으면 총무가 다시 전화로 확인한 후, 두 명의 행동원이 직접 당사자를 찾아가 계약금을 받아냈는데요. 전화를 거는 지체 장애인들에게는 성만 바꾸면 누구에게도 적용 가능한 전화 내용의 문구까지 제공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지체 장애인 : "그 멘트 써준대로...우리는 단지 전화만 해서 하겠다고 하는 사람만 적어서 넘겨주면 총무가 알아서 처리했다. 우리는 그 이상은 몰라요. 적어서 넘기면 우리는 그걸로 끝나니까..."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이들의 사무실. 족보편찬회라는 간판이 달려 있지만 지금은 문이 굳게 닫힌 상태였는데요. 아직도 피해 사실을 믿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건물 관계자 : "근데 어제 피해자라고 자기가 90만원에 의뢰를 했는데...사무실에 전화를 하니까 안 받아, 그러니까 확인을 하러 왔더라고 나한테..." 이번 사건 외에도 족보 관련 범죄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실제 취재 중 지난 해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주민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임옥자(남원시) : "(족보가)중요해서 족보를 하려고 하니까...어떻게 전화가 몇 번 왔어. 그래서 돈을 보냈거든...그래서 했는데 안 와...그 뒤로 끝나 버렸어. 아! 이게 사기구나 그걸 느꼈죠." 이런 피해가 이어지자 일부 종친회에서는 신문 광고까지 내며 주의를 당부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이 족보가 무엇이기에 이런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을까? 족보를 중요시 여기는 일반 어른들의 이야기들에서 족보에 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대부분 자신보다는 자손들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임병록(남원시) : "뿌리 없는 나무가 살 수가 있소." <인터뷰> 오병길(남원시) : "쌀 몇 가마 값을 내서라도 (족보)만들어야지. 우리 죽으면 우리가 올려놔야 자식들이 큰 소리 친다고..." 하지만 자칫 집안 내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지나치게 족보에 집착하는 것은 족보의 본 의미를 해치고 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성 또한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는데요. <인터뷰> 홍재덕(한국족보문화연구원 회장) : "이런 경우에 족보를 만들려고 애를 쓰죠. 어떤 경우냐면 자녀가 장성해서 혼담이 오갈 적에 사돈이 족보에 대해 묻는데 답변을 못할 경우 창피하니까 족보를 찾아보려고 애를 쓰고..."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조모씨. 계약금으로 보낸 돈이 50만원, 비싼 인생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며 애써 위안 삼으려는 조씨는 실제 족보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을 했다 두 번 실패를 한 뒤라 쉽게 이들에게 걸려들었는데요. 힘든 가정 형편 때문에 고생이 많았던 조씨가 족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데는 자녀들에게 족보만이라도 물려주고 싶다는 보상심리도 작용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조00(피해자) : "제가 족보를 많이 원했고, 그래서 귀가 솔깃했죠. 제 자신은 그걸 안 따지는데요. 애들 때문에...저야 배운 것도 없고...어느 정도 지낼만큼 지냈고 그래서 애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좀 만들고 싶었어요. 솔직한 심정이..." 피해 사실을 형제들에게도 숨기다가 촬영 당일에야 밝힐 정도로 상심한 조씨. 그러나 아직도 족보에 대한 미련만은 끝까지 버릴 수 없어 했는데요. <인터뷰> 조00(피해자) : "사기성만 없다면 어디서고 할 겁니다." 이번 검거를 통해 족보를 둘러싼 사기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가 이뤄져야 할텐데요. 특히 족보의 좋은 의미가 불미스러운 일로 훼손되지 않도록 종친회를 통해 확인하는 등 피해를 입지 않으려는 노력 역시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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